늘 고향 같은 푸른숲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오면 곧바로 보내주신곤 했는데, "여름이 준 선물"을 쓴 유모토 가즈미의 소설이어서 금방 읽어 보았다. "여름이 준 선물"의 느낌보다 강렬하진 않았지만, 엄마보다 다른 여자를 더욱 사랑했던,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을 한 아빠의 존재를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해준 엄마의 배려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문장'에서 추천한 글을 보자마자 너무 읽고 싶은 책이었다. 책에 수록된 그림이 단아하고 수수하면서도 따뜻해서 책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보았다. 복숭아꽃과 배꽃이 핀 따뜻한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 강독사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모습... 계속해서 쓰다듬어 보았다.  

   주인공 장이가 목숨을 걸고 홍문관 교리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천주학 책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정성스러운 마음과 급박함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듯했다. 

  수능 감독이라는 어수선한 틈에, 수험생 1명만이 앉아있는 수험실, 그것도 그 학생이 응시하지 않은 과목이어서 정감독 선생님과 나는 온풍기가 따뜻하게 나오는 교실에서 이 책을 조용히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올해 내가 얻은 가장 큰 행운이었다. ^^ 

  

  어릴 적 사극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이재은'이 혜경궁 홍씨 아역을 했고, '사도세자' 역에 정보석이 열연했던 그 드라마(왜 이름이 생각 안날까?)를 아빠 몰래 봤던 기억이 난다. 들킬까봐 불을 다 꺼 놓고, 몰래몰래 보았던 그 드라마. ^^  

  그 뒤로 교실의 반도 안 되는 한 쪽 구석에 초라하게 있던 중학교 도서관에 처음 가서, 정말 재미없어 보이는 한중록 첫부분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도 난다.  

  사도세자의 그 비참한 삶 때문인지, 드라마에서도 많이도 사용되었다. 나도 어린 나이에 꽤나 관심이 많았던 걸 보면...  

   배유안 선생님을 작가 초청으로 만나 뵙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배유안 선생님의 신작인 이 책을 5권 정도 사서 질문을 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물론 2명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 그 덕에 나도 계발활동 시간에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정후겸의 시선에 비친 정조와 사도세자... 여전히 나의 관심은 사도세자에게 많았다. '사도세자에게 저토록 따뜻한 아비의 모습이 있었던가'하는 생각도 들었고, 사도세자가 좀더 인간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 물론 소설이지만... 자신의 아들을 그토록 잔인하게 죽인 영조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뒤주 안에서 사람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그 옆에서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며 농담을 건네던 군졸들...  사도세자에 대한 애뜻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그런 동화였다.     

  책따세 추천 도서 중에서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환경미화비 20000원이 나왔길래 청소용품을 사는 건 좀 짜증나서 책 3권을 샀다.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히틀러의 딸,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환경미화 우수학급 2등을 해서 상품권을 또 받았다.(6반 중에서 2등이다. 뭐, 그리 내세울 것은 아니지만...) 책을 구입했다는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샘은 모르는 일이고, 아마 우리반 서재가 맘에 들으셨든가, 아님 스승의 날 받은 어떤 학부모님이 곱게 접어주신 종이 장미 꽃바구니가 너무 돋보였던가 그랬을 것 같다.  

  내 앞에서 항상 열심히 청소를 하는 너무나 예쁘고 귀여운 후배샘한테 가장 미안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가짜 유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돌리고 싶어하는 세 명의 주인공 아이들의 마음에 너무나 공감이 갔다. 매일 학교 일로 정신없이 7시가 다 되어 퇴근하는 나를 절대로 이해 못하는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 내 자식은 팽개치고 일을 못해서 느려터져서 늘 늦는다고 타박하는 부모님 때문에 서른의 중반을 바라보는 나도 가끔은 '내가 확 죽어버려야지, 나를 구박했던 부모님이 그 때서야 후회하시겠지.' 하는 아이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부모로부터 혼나는 건 애나 어른이나 다 짜증나는 일인가 보다. ㅋㅋ) 그러고는 헛웃음을 웃곤 한다.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하지만 거짓 유서라도 써서 '나도 나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된다는 것을, 아이 둘을 맡기고 직장에 나가면서 친정 엄마한테 항상 미안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고는 한다. 직장맘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들 항상 인생이 즐겁겠는가? 더군다나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재미없는 공부만 해야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나처럼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뒷 부분에 선주의 언니가 죽는 부분은 잘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자살이 아니었다면 실족사였을까? 내가 책을 집중해서 안 읽은 건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여름방학 때 작가 초청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읽었던 책. 

   '완득이' 류의 책에서 비속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청소년들에게 할 말을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이 나서 참 좋았다. '초정리 편지'도 그렇고 작가의 우리말(훈민정음)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우리 아리들의 날언어를 그대로 적어 놓은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가끔은 그들의 언어를 정화해줄 수 있는 문학작품이 더 많이 나왔음 하는 것이 현직 국어교사인 나의 꿈이자 희망사항이다. ^^ 

 

   우리반 모범생 재영이에게 권했더니, 엄청 열심히 읽고 재미있어서 2번씩 읽으면서도 그 느낌을 물어보니  

  "이거 야설이에요. ㅋㅋ" 하면서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듯했다. 나는 야한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ㅋㅋ 

  아이들은 이 책을 대부분 즐겁게 읽는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너무나 속상했다.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많을 거라는 걸 생각하니...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나중에라도 좀더 깊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사온 날 앉은 자리에서 읽기 시작해서 2~3시간만에 완독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읽었다면 무척이나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문장'에서 주최한 독후감대회에 글을 쓰긴 했는데, 욕심이 너무 과해서 그런가 글이 깔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난잡한 느낌의 글을 올려놓고 며칠 동안 부끄러워 혼났다. 상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하면 안 되는데... 아니, 도서상품권으로 사고 싶은 책에 대한 욕심이 과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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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철북 출판사로부터 봄에 20권 가까이 기증받은 책.  아이들과 함께 읽고 독후활동을 보내드리기로 했었다. 엄청난 결과물을 보내드린 건 아니지만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중1일 읽기엔 좀 벅찼을텐데 예림이가 참 열심히 읽었다.  기특한 아이이다.  (양철북 다음 까페에 올려놓았던 예림이가 쓴 독서록을 옮겨 놓는다.)

 

 

 

2009년 6월 20일 토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처음~44쪽

  처음에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읽다보니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그 동안 궁금했었다.

  이 책에 손도 안 댈 것 같았는데 읽기 시작했구나.

  혹시 어렵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이 책에서는 젊은 두 여자가 전쟁을 겪은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내가 ‘데비’나 ‘린다’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생각하면서 읽어 보자. 예림이, 잘 하고 있구나. ^^;;     (6월 29일 담임샘)

 

  7월 9일 목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 68쪽

  린다가 군대에 지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데비였어도 린다를 말릴 것 같다. 그래도 린다를 뒤에서 응원할 것 같다. 앞으로 내용이 궁금하다. *^^*

  그렇지? 린다 정말 대단하지? 베트남에 가서도 린다의 활동 내용이 대단하단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전쟁’의 모습보다 훨씬 더 처참해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되지. 린다가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지 그 생각의 ‘변화’를 파악하면서 읽어보렴.

  방학 때도 꾸준히 읽는 예림이가 되길 바랄게.  (7월 10일 담임샘)




  7월 14일 화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79쪽

  데비가 리더(?)가 되어서 집회 현장에서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게 대단하다. 그런 어려운 일(시위 현장에서 징집 영장을 불태우는 일)을 나에게 하라고 한다면 겁이 나서 하지 못할 것이다. 4명이 모두 경찰서에 잡혀갔는데 폴과 데비는 잡히지 않았다. 데비는 참 강한 여자이다.

  

  7월 15일 수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89쪽

  린다가 어디로 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 돼서 ^^;;) 그래도 일단 비행기 내부의 설명을 들어보니 좀 끔찍했다. 엄청 더울 것 같다. 그리고 제리라는 남자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7월 17일 금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137쪽

  《린다》제리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예기하는 것을 보니 린다와 친해진 것 같다. 린다가 내린 곳은 베트남이었는데 내리자마자 그 뜨거운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니 힘든 날이 예상된다.

  신디와 린다가 지내게 될 숙소는 정말 짜증나는 곳이다. 뜨거운 온도, 많은 곤충, 파충류, 습기 때문에 축축하게 젖은 침대 시트... 나는 이런 곳에서 단 하루도 못 버틸 것이다.

  저녁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렸을 때는 정말 놀랐다. 혹시 린다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별 게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이제 처음으로 린다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병실에 들어간다고 하니 두근거린다.

  《데비》아빠와 관계가 많이 안 좋아졌다. 데비가 교회에 갔을 때 목사님 말씀 중에 그렇게 크게 소리친 게 당돌하기도 하다. 교회에 갔다 왔을 때 누군가 데비의 방을 뒤졌는데 그게 누굴지 궁금하다.




  8월 29일 토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185쪽

  《데비》 데비가 시위를 하는 장면이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생생하다. 데비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맞아서 피가 흘렀다는 부분을 읽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린다》또 환자가 대량으로 왔다. 린다가 일하는 수술실에서는 피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내가 린다라면 그런 곳에서는 일하지 못할 것이다. 책으로만 읽어도 헛구역질이 난다. 린다는 참 대단하다. 전쟁 때문에 죽어가는 젊은 사람들,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

이 책은 마치 청소기처럼 흡입력이 좋다. 내 정신이 오직 이 책에만 집중된다. 너무 재미있다.

  예림이가 포기하지 않고 이 책 열심히 읽었구나. 너무 너무 잘 하고 있구나. *^^*

  데비가 자신의 뜻을 바꾸지 않고 ‘반전 운동’을 하는 것도 대단하고, 린다가 위험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픈 병사들을 치료하는 모습도 인상 깊단다. 나중에 린다가 전쟁 후에 겪는 아픔, 슬픔을 알게 되면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

  예림아!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어 보렴.    (9월 3일 담임샘)




  9월 7일 월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259쪽

  드디어!! 린다가 제리 폭스를 만났다. 린다가 치료할 병사가 도착할 때 ‘그 사람이 제리였으면’ 했는데 실제로 제리라니!!!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린다가 제리와 끝까지 좋은 인연으로 남지 못해 무척 속상했단다.

  쉬는 시간마다 이 책을 열심히 읽는 예림이 모습! 정말 보기 좋단다.

  독서록 정리도 너무 잘 해 놓았고. 이렇게 한 권, 한 권 차분히 읽다보면, 얻는 것도 많을 거야. 꾸준히 읽도록 하자~~~      (9월 9일 담임샘) 

 

9월 14일 월요일  (  ~331쪽)

린다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내가 만약 린다라면 부모님 말씀을 잘 들을 것 같다. 그런데 린다는 왜 그렇게 부모님께 퉁명스럽게 대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   데비의 시위대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생겼다. 같은 편들끼리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을 직접 겪은 '린다'와 전쟁을 머리로만 알고 있는 '린다 부모님' 사이에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우리도 전쟁을 바로 알기 위해서 이렇게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거란다. ^^

 

9월 18일 금요일  (   ~끝)

드디어 끝까지 다 읽었다. 처음 펼쳤을 땐 이해도 잘 되지 않았고 왠지 어려운 내용일 것 같았다. 하지만 다 읽어보니 재미있었다.

린다에게 윌리엄이라는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 제리가 너무 불쌍하다. 제리는 린다를 많이 좋아했는데 안타깝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을 읽었을 때는 너무 흥분되었다. 책을 다 읽어서, 내용이 재밌어서, 이런 생각들이 섞여서 그런느낌이 들었나 보다.

 다 읽었구나. 잘 했다. ^^

 
예림이가 느리지만 천천히 책과 친해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올 한 해 얻게 된 큰 소득 중 하나이다. 그래서 자랑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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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추콥스키 동화집 1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바스녜초프·카녭스키·코나셰비치·스테예프 그림, 이항재 옮김 / 양철북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러시아 동화는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이 책을 읽으며 낯선 느낌이 강했다. 처음부터 ‘해충’ 이미지가 너무나 강한 바퀴벌레가 나와서 더욱 특이했을 것이다. 며칠 전에 인간들이 이유 없이 갖고 있는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와 편견은 해충약을 팔고자 하는 회사의 ‘계략’일 수 있다는 글을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는 전혀 친근하지 않았다.

  물론 이 책에서도 바퀴벌레는 모든 동물들이 두려워하는 ‘해충’으로 나온다. 바퀴벌레보다 몇 십배는 더 큰 동물들이 처음 보는 바퀴 벌레의 심상치 않은 외모만 보고 두려워 벌벌 떤다. 마치 처음 보는 것들에 대해서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처럼. 사자, 코뿔소, 곰 , 코끼리 같은 동물들이 자신들의 새끼를 바퀴벌레에게 바쳐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꺼이꺼이 우는 것이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보고 캥거루는 ‘바퀴벌레란 고작 다리도 가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벌레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어느 동물도 믿지 않는다. 이 때, 용감한 참새가 나타나 폴짝폴짝 뛰며 다가와 바퀴벌레를 먹어 치운다. 동물의 왕이라고 일컬어지는 덩치 큰 모든 동물들도 무서워 다가가지도 못하던 바퀴벌레를 단숨에 먹어 치운 참새의 참된 용기가 돋보인다. 어려서부터 이 동화를 읽으면서 자란다는 러시아 어린이들은 덩치가 크지 않아도, 힘이 세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한 참새의 용기를 자연스럽게 본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악어’에 나오는 바냐도 ‘참새’처럼 용기있는 인물이지만 더욱 구체적으로 나올 뿐만 아니라 동물들과 공존하는 평화로운 세계를 꿈꾼다. 악어를 필두로 한 아프리카 동물들은 인간 세계에서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학대받고 있는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몰려간다. 귀여운 소녀 랄랴가 아프리카 고릴라에게 잡혀 가자 모든 사람들은 도망을 가 버리고 오직 용감한 바냐만이 남아 랄랴를 구한다. 그리고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의 ‘우리를 깨부수고, 쇠사슬을 끊어 버리고, 철창을 영원히 부수고’ 자유롭게 해 준다. 단, 동물들에게 우리 밖으로 나와 ‘아무도 잡아먹으면 안 된다’는 약속을 하고서.

  ‘우리는 총을 부수고, 총알을 파묻을 거야. 너희들은 발톱과 뿔을 잘라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말은 없을 것이다. 어른들은 어린 바냐가 알고 있는 이렇게 쉬운 일을 아직도 실천하지 못해 서로 총부림을 하고 적대시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바냐가 표범의 등에 올라타서 거리를 다니고, 독수리 위에 걸터앉아서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 자신의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했는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 상태. 그 누구에게도 해가 가지 않는 이 모습을 추콥스키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바냐와 랄랴는 늑대가 만들어준 만두를 먹고, 산양이 읽어주는 질 베른의 동화책을 듣고, 하마가 들려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소파에 앉아 평화롭게 잠에 빠져든다. 잠에 빠진 바냐의 표정에서 좀전까지 동물들을 향해 권총을 겨누던 살벌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마지막 쪽에서 악어에게 달려가는 바냐를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는 백발의 인자한 할아버지가 아마도 ‘추콥스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어와 함께 달콤한 차를 마시며 모든 동물들과 아이들이 평화롭게 지내는 그런 곳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리고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아이 같은 순수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씻기 싫어하는 아이를 겁주기 위해 뛰쳐나온 ‘위대한 세면기 모이도디르’의 그림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이 그림을 본다면 씻지 않으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거라는 무서운 상상(!)으로 인해 도저히 안 씻고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씻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거대한 세면기가 벽에서 떨어져 나와 나만 쫓아다닌다는 상상을 하는 이 순간 왜 이리 유쾌한지 모르겠다. 아마도 씻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구워 삶다시피 해서’ 씻겨야 하는 엄마의 심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이 그림을 본 순간,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이색적이고 낯설었지만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추콥스키의 동화가 재미있었고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에게 어느 누구와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어렵지 않게 부담감 없이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르다고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 우리가 너무나 잘 못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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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고개 친구들
김중미 지음 / 검둥소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6월달쯤 자정을 넘기며 늦게 온다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김중미의 "꽃섬고개 친구들"을 다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 선경이와 한길이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폭력"을 잔잔하게 풀어 놓고 있었다.

종교와 관련된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에 대한 나의 편견 때문인지

이 책을 사놓고 1년이 지나도록 읽지 않고 한쪽 구석에 오랫동안 꽂아 놓고만 있었다.

그런데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클럽"을 다 읽고 우연히 책을 잡게 되었는데

오랜 시간 묵혀 놓은 것에 비해 글이 참 잘 읽혔다.

 

여러 가지 것들을 많이 느꼈지만

그 중에서도

학교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부분

한길이의 친구 태욱이가 수학교사에게 "인권 유린"(성폭력)을 당하는데도

어느 누구도 나서서 말리지도 않으며

수치스러움을 당하는 태욱이 조차 '어차피 나서봤자 우리만 손해이니 조용히 살자.'고 하는 그 모습

마치 내 모습을 보는 양, 안타깝고 속상하고 창피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나도 점점 아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꼭 때려야만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

윗 사람들에게는 작은 불만도 말하지 못한채 참고 살면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작은 잘못도 못 넘어가는 이중적인 모습.

요즘 지각 몇 번 했다고 습관적으로 때리곤 했는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리지 않는 연습을 하도록 해야겠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내 친구가 절대로 아이들을 때리지도 벌을 주지도 않는다고 했는데

새삼 존경스럽다.

옳다고 믿는 일을 그대로 실천하는 친구.

 

나는 겉으로는 고고한 척, 깨끗한 척 했지만

실상은 너무나 이중적으로 살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열심히 책을 읽으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누구한테 손내밀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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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09-09-13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라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그 많은 학생들은 어떻게 다 사랑으로 할까요? 시간은 없고 열정도 점점 사그러지는데... 언제나 고민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입니다.저도 체벌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소극적으로 수용합니다.떄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죠. 하지만 효과는 가장 빠르고 가장 눈에 보이니 늘 3번 정도 생각하고 체벌을 한 답니다.
 
킬리만자로에서, 안녕 시공 청소년 문학 22
이옥수 지음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했던 여자친구 수회가 죽기 전 마지막 부탁

자신을 킬리만자로에 데려다 달라는

 

이걸 지키기 위해 부르주아(!) 성민이는

수회의 유골을 들고

무작정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타고

킬리만자로로 향한다.

 

당연지사

타국에서의 첫 발부터 순탄치 않다.

 

 

살아가다 보면 어쩌다 중요한 순간을 놓칠 때가 있다.

성민이도 수회가 자살하기 직전에 보낸 메세지 2개를 놓치고 만다.

수회는 성민이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성민이는 그 순간 마지막으로 시험 공부에 최선을 다 하고 싶었으니... 그 손을 잡아줄 수는 없었다. 아마도 수회의 운명인듯.

 

성민이는 수회의 자살로 인해

예상치 않은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로 인해

평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고달픈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삶, 자유, 희망, 꿈...

모자른 것 없이 자란 대한민국 소년 윤성민이 보기에

희망이라곤 찾아볼길 없는 먼지가 희뿌연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한 무리의

청년들은 외국인 여행객의 가방을 훔친다.

 

또 다른 장면

소똥으로 만든 비좁은 집에서

아이들 4명과 바쁘게 꾸려갈 살림이 없기에 아무 할 일 없이 그저 평화롭게 미소만 짓고 있는 아내만으로도 자족하며 살아가는

마사이족 청년 마한가를 보며

성민이는 어떤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이경혜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문득 떠오른다.

청소년기에 가장 가까웠던 누군가의 '부재'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공부로 인해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야생동물들이 버려지자 삶을 놓아버린 수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오토바이 탄 남자 아이가 멋있다는 말 한 마디에 오토바이를 타다가 급작스런 사고로 죽어버린 재준이.

 

이들로 인해 예고하지 않은 깊은 슬픔을 느끼고

삶을 더욱 본질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성민이와 유미.

 

어른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은 길이었음을 여러 각도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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