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 쓰레기 시멘트로 짓는 집의 불편한 진실
최병성 지음 / 황소걸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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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시멘트로 짓는 집의 불편한 진실

시멘트로 지어진 신규 아파트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시멘트의 유해성도 문제가 되지만 이 책에서 고발되는 쓰레기 시멘트는 섬뜩한 사실을 전한다. 환경부가 어떤 기능성을 하였는지도 조목조목 드러난다. 30년간 집요하게 파헤친 기나긴 저자의 날들이 서술된다. 여수에서 출발한 쓰레기들이 어떤 경로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어디에 도착하였는지도 전해진다. 그리고 쓰레기가 어떤 기업에서 재활용되고 있는지 알려진다.

시멘트 공장들을 여행길에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 지역의 공기질이 나쁜 이유도 연관 지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그 지역으로 다시는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하물며 거주하는 거주민들에게는 얼마나 지옥 같은 공기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 내용도 이 책에서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된다. 거주민들의 호소와 항의는 힘이 있을까? 정당함을 호소하지만 기업과 지자체의 대응모습은 저자에게도 다르지 않게 대응을 한다. 기업이 저자를 향해 고발과 소송을 하였던 시간들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시사고발하는 언론 방송이 그리워지는 시대이다. 잘못한 것을 알리는 분들의 노고가 새삼 고마워진다. 저자의 책은 짐작한 것보다도 더 강하게 강타한다.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나요? 언제 신축한 건축물에 살고 있나요? 문제가 되는 쓰레기 시멘트가 언제부터 착공을 시작했는지부터 기억하고 있다. 그때 착공한 아파트들은 이미 입주가 끝난 상황이다. 물론 지금 신축되는 아파트들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상황이다. 아토피, 폐암, 피부 질환 등 많은 질병을 호소하는 이유에는 눈 감고 입막음을 하는 정부의 공조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국민의 건강은 누가 지켜주어야 할까? 가까운 일본이 대응하는 모습도 책에서 전해진다. 그리고 세계적 나라들이 대응하는 모습도 책에서 언급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무엇을 하였는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 쓰레기로 쓰레기 시멘트를 제조한다. 그리고 제조된 쓰레기 시멘트로 콘크리트 공화국이 쉬지 않고 착공되고 입주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욕망은 무서울 만큼 거대하다. 언급되는 기업과 지역주민의 고통과 눈물, 슬픔들이 공포스럽다. 흉물스러운 강원도의 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역민들만의 문제점으로만 남겨지지 않는다. 이것은 고스란히 우리들 건강을 위협하는 쓰레기 시멘트 건축물로 우리들 모두를 위협한다. 고층건물, 고층 아파트, 신도시, 대도시에 지어진 수많은 신축 건물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강줄기를 막는 사업에도 쓰레기 시멘트가 쏟아 부어졌음을 알려준다. 수질까지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과 농작물 재배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불어 대기질을 오염하면서 호흡기 질환으로 인근 주민들까지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급되는 지역들과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진 수많은 신축 건축물은 우리들 모두를 위험한 상황으로 밀어 넣는다. 신축 건축물을 홍보하는 소식들이 쏟아지는 지역에 살고 있지만 전혀 찾아가지 않는다. 이유 중의 하나가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졌음을 알기 때문이다. 몰랐다면 방문하면서 소비활동을 하였을지도 모른다. 알게 된 사실들이 독극물 수준임을 알기에 스스로 그 현장으로 걸어들어가지는 않게 된다.


자연을 보호하려는 자와 파괴하는 자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관심을 가지는 집단과 무관심한 집단도 존재하는 만큼 지구를 지키는 활동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쓰레기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폐가구들, 폐타이어, 인테리어 건축자재들을 낭비하고 버리는 소비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비양심적인 기업과 건축사업, 환경부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관심 있는 국민이 많아져서 환경보호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기업이 누구인지는 분별해야 한다.

쓰레기를 더 많이 넣으라는 환경부 158

정직한 후보2 영화. 시멘트 등급제가 정답이다446

똥 시멘트로 지은 집이 수십억 영끌. 강원도 양구군 분뇨...시멘트 공장으로 286~287

중국산 시멘트와 국내 시멘트 비교. 6가크롬 중국산 불검출. 국내 시멘트 검출 150

신축아파트 입주민 건강 위협하는 흉기 / 라돈 권고치 초과한 건설사 58곳 292

시멘트 공장은...미군기지의 오염된 토양까지 소각해서 만들고 있다. 377

대한민국은 일본의 쓰레기 식민지다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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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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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original)이란, 유일한, 독특한 특성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호소력이나 독특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되는 사람을 말한다.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명명한다. 더욱이 독창성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전한다. 많은 저명한 분들이 추천하는 도서이다. 저자가 가진 혜안을 만난다. 집중해서 읽으며 점차적으로 더 깊이 귀 기울이게 된다. 소개되는 여러 인물들에 대해 정확한 내용들과 사실들을 알게 된다. 세상을 움직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뒤편에 그들이 쉬이 결단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두려움을 느꼈을 그 시대적인 상황들이 함께 떠오른다. 세상을 움직인 그들도 역시 위험을 감수할 만큼 결단적이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지지와 호소에 서서히 마음을 움직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뉴욕타임스가 ' 가장 생산성이 있는 심리학자 '라고 평가하기는 저자이다. 저자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 새롭고 실제로 적용 가능한 ' 내용들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결실로 '4년 연속 최우수 강의평가상'을 받은 저자이다.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의구심은 삶을 역동적으로 살아움직이게 하는 활력이 된다. 작은 구멍으로 살펴보다 보면 그 구멍이 얼마나 허술한지도 알게 된다. 순응하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대비되는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의 움직임들을 하나둘씩 떠올려보게 해준다.



독창성을 갈구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도서이다. 독창성이란 창조적인 파괴 행위이다. 위험은 주식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하라고 전한다. 발전성 있는 지향점을 전해주고 있다. 대세를 거부하면서 이루어지는 획기적인 통찰력을 만나게 된다. 창의적인 에너지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용기들을 제시해 준다. 그 누군가가 가졌을 의문과 반론들이 세상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의 무수한 의문들과 철학적 사고와 질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귀결되는 한 점이 정리된다. 『이방인』소설에서 연인이었던 여성이 중요하다고 질문한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화자의 답변은 철학적인 대화이다. 숙고하는 질문의 단상이 되면서 이 장면을 이해하게 된다. 군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이 진짜 중요한 것인지 질문하는 카뮈의 질문과 철학을 조우하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소설의 인물이 보이는 가치관도 함께 조우하게 된다. 철학적인 소설들이 생각난다. 『카디프, 바이 더 시』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에서 언급되는 18세기 여자 화가들이 저평가된 이유들과 이유리의 『기울어진 미술관』에 나오는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권력에 대한 내용과 이은화의 『사연 있는 그림』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습이 얼마나 대조를 이루고 있는지도 살펴보게 한다.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 소설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이다. 『흰옷을 입은 여인』의 미국 시인의 삶과 가치관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시녀 이야기』도 놀라운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의문을 가지는 습관, 반론을 찾아내는 여정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거듭 확인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내용은 어렵지 않았으며 심취해서 읽을 수 있는 멋진 내용이 전해진다. 세상의 관념들을 무수히 떠올려보게 한다. 더불어 멋진 발상들로 오리지널이 되기를 응원하게 된다. 희망적이며 역동적인 힘이 전해지는 내용이다. 실천하도록 격려해 주는 시간들로 충전된다.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전해진다.



미시감이란, 늘 봐온 익숙한 것이지만,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기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함을 뜻한다.

미시감을 경험할 때 현재 상태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규칙과 체제는 사람이 만든다...

"미국에서여성이 참정권을 얻기 전,

여성의 지위가 낮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역사학자 진 베이커는 말한다.

참정권 운동이 탄력을 얻자

"그런 관습, 종교적 가르침, 법이 사실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따라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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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2-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글을 읽었어요.
 
소설 보다 : 겨울 2023 소설 보다
김기태.성해나.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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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소설예소연 작가의 『우리는 계절마다』도 만날 수 있다. 세 작품들과 인터뷰가 편집되어 있다. 『혼모노』 소설에서 독 없는 뱀에 비유된 사람이 언급된다. 가까이 둬서 좋을 건 하등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며 위험하지는 않는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비유되는 상황들과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독 없는 뱀이야 저놈은. 위험하진 않지만 가까이 둬서 좋을 건 하등 없지." (72쪽) 신 내림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30년 동안 할머니 신이 도와줘서 여유로웠던 삶이 회고된다. 무형 문화재를 시켜준다는 할머니 신의 제안도 기억하면서 할머니 신이 자신에게서 떠난 이유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뒷돈을 주는 사건과 재개발 관련 굿을 한 사건에는 욕망이라는 거대함이 비대해진 것이 드러나면서 할머니 신은 떠나버리게 된다.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어린아이가 유명해지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말하는 것에서 할머니 신이 그에게 갔음을 알아채게 된다. 할머니 신이 왜 자신을 떠나버렸는지 조목조목 짚어주기 시작한다. 가짜 무당이 되어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그동안의 일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가 굿을 하는 하는 광경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가짜가 진짜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하지만 인간은 욕망이라는 덫에 걸려서 기회를 떠나보내는 존재가 된다. 욕망에 부풀어 오른 어른들이 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앞집에 이사 온 젊은 무당의 부모는 닦달하면서 돈을 버는 것에 욕망을 드러낸다. 과연 할머니 신이 얼마나 그들의 곁에 있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설에 등장하는 정치인의 모습도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아내와 자신이 종교집단에서 활동하는 모습과 남몰래 굿을 하는 장면과 자신의 미래를 묻는 장면이 사사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예소연 작가 『우리는 계절마다』 소설에서는 가난이 등장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집안이 가난해져 있는 상황에서 동생이 생긴다는 통보를 부모가 하는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드러난다. 더 깊고 깊은 가난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거라는 것을 인지한 학생의 가난은 현실적이다. 부모들은 그러한 상황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둘째가 생겼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가족 구성원이 하나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적 부담감이 가중되면서 함께 침몰하는 상황임을 학생은 인지하고 있다. 학업성적이 좋았던 아이는 자신의 상황과 집안의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과 다름이 없다. 더 나아질 것이 없는 집안의 사정을 알면서 흘린 눈물이다. 기울어지는 가난이 더욱 가속을 받을 듯하다는 것은 슬픔이 되기 마련이다. "식구가 는다는 건 더 깊고 깊은 가난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는 거다." (142쪽)


가난해졌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은 집안도 등장한다. 제자리를 찾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열거된다. 학생의 어머니가 노력한 수많은 것들이 소설에 열거된다. 남편이 복도식 아파트에서 자살하고 나서 남겨진 아내가 딸을 키우면서 살아간 고단한 나날들을 짐작하게 된다. 남겨진 아내는 남편이 죽고 나서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남편이 자살한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언급한다. 갑자기 찾아온 불행을 무방비 상태로 맞닥트려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누구의 탓인가. 결코 누구의 탓도 아님을 짚어주는 소설이다. <선산> 시즌 1을 시청하면서 형사 아내가 죽은 상황에서 현장에서 아들에게 원망하는 형사의 말은 아들을 되돌리지 못할 상황으로 내몰리게 한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님을 깨우치지 못하면서 말로 하는 순간 타인을 고통과 불행으로 밀어버리는 상황이 된다. 가난해져서 자신의 집을 빼앗긴 모녀는 다시 자신의 집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을지 짐작하게 된다. 남편이 자살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깨닫고 모녀가 열심히 살아간 날들과 지금의 노력들은 활기가 전해지는 소설이다.


기억 속에 있었던 친구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다. 지금은 다른 활기가 느껴지는 새로운 사람이 눈앞에 있음을 보여준다. 거듭나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불행에 발목이 잡혀서 늪으로 걸어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 엄마가 되찾은 활력들을 대조해 보게 된다. 불행한 일을 당하면 인간은 누구의 탓이라고 쉽게 타인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상황들이 얼마나 불행한 일을 자초하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을 스스로 이겨내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난한 삶에 머무르는 사람들과 가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두 친구 집안 이야기는 단면이 된다. "남편 자살 / 남편이 죽고 나서 활력을 되찾았어. 그건 내 탓이 아니지 않니?"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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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무엇인지 직조된다. 그리고 두려움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각인시킨다. 지성의 의미를 <소설보다 겨울:2023> 소설에서 이해하면서 이 작품에서도 다시 무한한 지성을 마주한다. 시간을 정복해 줄 지성이며 공간마저도 정복해주는 지성을 찾게 된다. 패배하지 않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지성을 쌓는 작업은 손쉬운 일이 아니다. 빨리감기로 영화를 보고 줄거리를 남의 것으로 이해한다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책을 읽고 사유하는 시간마저도 지루해한다. 짧은 한 줄 읽기, 짧은 세 줄 요약이 대세를 보일 때마다 당혹스러워진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작품을 너무 짧게 훔쳐본다. 그리고 평가하는 시대가 위태로워 보인다. 얕은 앎과 식견은 결국 가벼워질 뿐이다. 부유하는 지성과 영혼이 될 것이 자명해질 것이다.


정복자가 되어야 한다.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읽고 있다. 진짜를 알게 되고 보게 되는 순간은 아주 짧고 작은 조각으로 빛을 낸다. 보물찾기를 매번 하면서 살아간다. 소소하고 비루해 보이는 것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지성이다. 인간적 잣대로 찾을 수 없는 것이 지성이다. 철학과 소설, 에세이, 영화, 예술은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 작품도 다르지가 않다. 무한한 지성을 발굴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신학자가 되어야 한다. 영화감독이 되고 배우가 되고 무용수가 되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그속에서 지성을 마주하여야 한다. 보아야 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해야 한다. 온전히 두 다리로 서 있는 근력의 힘이 지성이 되어야 한다. 시공간을 정복하고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깊이에의 강요>의 글귀처럼 깊이를 측정해 보지만 깊이를 가름하지 못하는 얕은 지성임을 확인하게 된다. 아주 작은 지성이 두 다리를 지탱하고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저는 ...두려움을 잃었어요...

당신도 그래야 해요. 188

무한한 지성이 ...

시간과 공간을 정복할 운명 178

전쟁이 무엇인지 날것의 얼굴을 문학을 통해서 무수히 목격한다. 참전용사들은 예전의 자신을 되찾지 못하고 파괴된다. 뻥 뚫려서 텅 빈 눈과 잔혹한 폭력성을 채워서 되돌아온다. 전쟁은 참혹한 폭력이다. 살생의 현장은 영혼을 파괴한다. 여성과 어린아이들도 참혹해지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어떤 당위성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도둑 신부>소설과 <아웃랜드>시리즈가 참혹한 실상을 고스란히 펼쳐놓는다. 두 작품은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연장선이 되어 파괴된 여성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흰옷을 입은 여인>의 미국 시인의 생애와 삶이 상기된다. 관습에서 벗어나는 용기와 단호함과 결단이 필요하다. 군중이 답습하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탐험해야 한다. 저자는 오래된 사고를 비활성화하라고 한다. 선택의 순간에 어디를 향했는지 떠올려보게 한다. 미지의 세계를 걸었고 두려워하지 않았던 순간이 떠오른다. 결과적으로는 후회도 하지 않았고 잘 선택한 최선의 길이였음에 만족하고 있다. 의문을 가져야 한다. 야심과 권력욕이 아닌 거대하면서도 매우 섬세한 것을 예리하게 지각하라고 조언한다. 그 작업은 반복적이어야 한다. 그 시간이 지성을 깨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광활한 존재임을 매번 느끼게 된다. 그 존재를 무수히 떠올리며 살아가다 보면 친밀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온다. 다섯 편의 단편을 만나는 작품이다.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역사적 사건들과 어우러진다. 자신의 학문과 지성이 인류를 먹여살리기 위한 것인지, 대량 살생하는 학문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반문해야 한다. 자신의 연구와 지성은 무엇을 향하는 발걸음인지 자각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멈추는 사람이 있는 반면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이러한 질문을 쉼 없이 던지는 사람이 인류를 살리는 사람이며 신이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학살하는 사람인지 자신의 발걸음에 질문을 무수히 던져야 한다. 수학자, 화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등의 영역에서 학문을 연구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의 내용에서 노인이 들려준 여인의 한쪽 얼굴만 보는 삶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느님의 음성은 너무 나직하여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다는 글귀가 또렷하게 전해진다. 보고 있는지, 듣고 있는지 깨어있는지, 생각하는지 무수히 질문을 던져야 살아있는 존재가 된다.


해거름에 두 얼굴을 가진 여인이 그를 찾아온다. 그는 그녀의 상냥한 면... 사악한 면... 두 사람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시길 간구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하느님은 침묵하시며, 말씀하실 때는 목소리가 너무 나직하여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107


비열하고 위험한 수학 활동을 그만두라고 촉구. 미국 폭격으로 베트남 대학교수와 학생 사망. 지구를 파괴할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 종말을 향해 행진하는 그들 같은 과학자라고 말했다. 96

우리의 정신은 양자역학의 역설과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253

지옥. 광기 / 당신 같은 사람들 탓이 아니라면 누구 탓이겠습니까? 교수 양반. 이 모든 광기는 어디서 시작됐지요? 언제부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춘 겁니까? (술집 대화) 211


평화주의자. 군역의 의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종전. 그는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146

내 연구를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들의 뇌에 주입되어 오랜 세월 동안 당연하게 여겨진 사고 패턴들을 비활성화해야 한다. 79

나를 고무하는 것은 야심이나 권력욕이 아니다. 거대하면서도 매우 섬세한 것을 예리하게 지각하는 것이다.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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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3 소설 보다
김기태.성해나.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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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을 하나씩 주워 담느라 여러 날을 걸었다. 작품은 길지 않지만 빠른 걸음으로 걷지 못했다. 여러 번을 멈추면서 집필한 이유와 목적을 무수히 살펴보게 한 소설이다. 입시제도는 달라졌지만 입시를 앞둔 고3 교실 풍경은 다르지가 않았다. 입시 합격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태도와 입장, 입시와는 상관없는 또 다른 무리의 학생들의 태도와 입장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학교가 무엇이며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고 어떤 목적을 가진 곳인지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화자인 교사도 학교 교육의 목적을 제대로 인지하면서 「학교- 감옥」이라는 비유가 선명해진다. 공교육이 지닌 가치가 두드러진다. 양각이 되어 그들의 쓸모가 무엇인지 더욱 또렷해지는 공교육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진정 귀한 것은 지성이며 ...

대학 합격증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에 불과하다고 생각 41


문학에서 작가들이 언급하는 대학과 학교는 하나같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변함없이 공교육을 의심하지 않고 자녀들을 줄세우기에 바쁘다. 화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학생이 있다. "선생님도 민주화 운동을 했어요? " 화자는 어중간한 세대이다. 역사 속에서도 학교 교직원 중에서도 어중간한 세대이다.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위해 신입생 시절에 시위한 경험은 있지만 사회 변화를 위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인 동력은 아니었음을 자각한다.

공교육이란 중산층의 아비투스를 재생산하고

체제 유지에 기여하는,

필연적으로 보수적인 국가 장치 아닌가. 37

바른 자세로 수업을 경청하라는 지도는

규율화된 신체를 양산해

사회적 유용성을 극대화하려는

「 학교- 감옥」의 통치술 37

부와 권력만을 추종하고

소수자를 배척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불량배로 성장 36


입시를 위해 다른 과목의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을 이해하는 선생님이다. 고전 읽기 수업시간을 위해 공들이며 준비하지만 잠자는 학생들과 비워진 학습지 공란을 무언으로 침묵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교사이다. 배달 일을 하느라 피곤해서 잠을 잤다고 말하는 학생의 진심 어린 미안함을 알게 되지만 어떤 변화도 도움도 줄 수 없는 어중간한 교사이다. 누군가는 입시를 위해 달리고 누군가는 사회의 중산층과 노동 계급이 되는 이들이 될 미래의 일꾼을 배출하는 학교의 교사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으로 누군가는 성공과 권력, 부를 누리게 될 것이다. 교사인 화자는 어떤 태도로 학교의 졸업식을 대면했는지 차분히 살펴보게 한다. 작가 인터뷰에서도 작품의 교사가 보인 태도는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질문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배운 사람의 사고 회로가

이대로 괜찮은지 질문 52

문제를 인지하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배운 사람들의 움직임을 수많은 정권들을 통해서 반복하면서 경험하였기에 그들이 바꾸어 놓은 교육제도에 더 힘들게 휘어지는 어린 자녀들의 고통을 쓰라린 눈으로 보게 된다. 자녀의 수학교육을 직접 가르치면서 무수히 느낀 것이 있다. 왜 이렇게 힘든 문제들을 어린아이들이 풀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 문제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고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안쓰러운 눈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게 된다. 대안이 있고 방법이 보이지만 한국 사회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변화시키는 것만이 대안이 된다. 그것이 저출산으로 한국 사회를 위협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과도한 경쟁 사회는 휘어지는 기울기가 더욱 심해질 뿐이다.



이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무수히 던진다. 전교조가 간첩 집단 취급당하는 세계관을 꼬집기도 하며, 마르크스 <자본론>을 읽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색깔론으로 머리띠를 두른 학생 취급하는 교무실의 교사 언행도 예사롭지가 않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로 항의 전화하는 상황과 불려가는 교사가 학부모에게 걸려올 전화를 준비하는 상황까지도 한국 사회의 단면이 된다. 단면만 보고 판단하는 협소한 사고는 위험하다. 진짜 위험한 책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닌가라는 위트에서도 웃음이 나오게 된다. 작가의 작품이 더욱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주시하게 될 작가가 된다.

마르크스를 읽고 사회주의자가 되는 게

공자를 읽고

유교 윤리주의자가 되는 것보다 위험한가...

추천 도서 중에서

카뮈의 <이방인>이 제일 위험하지 않나. 30

고전에 귀를 기울이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뛰어난 성취와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었다. 24

학생들이 들어줘야 세뇌를 하고

조합원이 존재해야 저반을 흔들 것 아닌가. 27

전교조를 한국 교육에 암약하는

간첩 집단 취급하는 세계관은

황당하다 못해 순진해 보였다. 27

<작품에 언급된 책들>

공산당 선언, 도련님, 수레바퀴 아래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시민의 불복종, 노인과 바다,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필경사 바틀비, 시학, 고도를 기다리며, 논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침묵의 봄, 역사란 무엇인가, 세계사 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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