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년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해오면서 소위 '벽돌책'이라 불리는 것들도 여러권 읽었다. 마지막에 읽었던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그중에서도 절정이었는데, 그 책을 다 읽은 걸 스스로 대견해했다. 이 책까지 읽었으니 세상에 읽지 못할 책이 어딨을까, 다른 책들은 이제 모두 쉽다...라고 생각하면서, 이달의 책인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읽기를 좀 미루고 있었다. 어차피 1월에 다 읽으면 되는거고, 고작, 겨우, 400페이지의 책인데 뭘. 2-3일이면 끝내지 않겠어? 하하하하. 그렇게 나는 뒤로 미루면서 다른 책들을 읽어가는 와중에, 다른 멤버들은 이 책을 시작하더라. 으응, 시작하세요, 난 좀 늦게 가지만 어쨌든 완독할테니까,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런 마음으로 여유 빵빵이었는데, 어제 멤버 1이 자신은 서문만 읽었다고 하고, 며칠전 멤버2는 '제2의 성보다 어렵다'고 하길래, 뭐, 일 얘기고, 나는 일하는 사람인데 뭐, 아하하하하하하하, 그러면 살짝 발을 담갔다가 후루룩 그 김에 다 읽어버릴까? 하고는 어제 이 책을 펼쳤다.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서는,


아, 어렵다 그래서 쫄아서 시작했는데, 책장 빨리 넘어가던데요? 다 읽었어요.


이거 할라 그랬거든?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서문조차도 다 읽지 못했다. 제2의 성보다 어렵다는 멤버의 말을 떠올리며, 와, 그 말이 사실이었어...적극동의하였으며, 그래도 서문은 다 읽었다는 다른 멤버의 말에 서문은 다 읽고 자자 하였지만, 넘겨도 넘겨도 힘들게 넘겨도 서문이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하아-


오늘은 여기까지. 그렇게 나는 서문 읽는 것 조차도 포기합니다.

서문이여...




노동은 경제적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뿐 아니라 사회적 · 정치적 주체를 탄생시킨다. 다시 말해 임금관계는 소득과 자본을 창출할 뿐 아니라, 규율에 따르는 개인, 통치 가능한 주체, 가치 있는 시민, 책임감 있는 가족 구성원을 낳는다. 실제로 노동이 개인의 삶과 사회의 상象에서 차지하는 구심적 역할을 감안하면, 노동은 다양한 주체성에 대한 탐구에서 중요한 지점을 점할 수밖에 없다. (p.22)



나는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 했던 것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을 일해오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하는건데, 물론 그 사이에 이십대 중반에 2개월쯤의 공백기간이 있었다. 잠깐 백수로 지냈던 시간. 한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까지 2개월의 텀이 있었던건데, 그 2개월을 나는 '그간 열심히 일했으니 충분히 놀고, 충분히 쉬고 그 다음에 직장을 구하자' 하였지만, 그런 마음은 며칠 가지 않았다. 오전에 집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라 치면 '너 왜 집에 있니'란 물음에 답하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다. 그전에 분명 일했고 또 앞으로 일할 것이 분명함에도 나는 그 2개월간 나를 무가치하고 쓸모없게 느꼈다.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자, 라고 생각하였지만 사실 뭘 해야할지도 잘 몰랐고 또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그 사이에 내가 한 일이라고는 운전면허 1종을 따둔 것이었는데, 이러면서도 스스로가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놀면서 하는 게 이렇게 없어서야, 원. 막상 내 친구는 나한테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지청구를 늘어 놓았지만.


어쨌든 충분히 놀고 싶었지만 노는 것도 뜻대로 안되어 다시 취직을 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르렀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매일매일 수차례 그만두고 싶다. 점잖게 '그만두고 싶다'로 그치는 게 아니라, '씨발 그만두고 말지'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이란, 물론 그렇지 않은 직장도 있겠지만, 계급이 가장 확실히 보여지는 곳이고 상사의 명령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특히나 나처럼 제조업이라면, 임원들이 전부 나이 많은 남자들이라면 더하다. 이 안에서 살아남으면서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여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남자들 역시나 일터에서 많은 고충을 겪어야겠지만, 여자는 거기에 몇가지를 더한다고 해도 좋다. 우리 회사에 임원중에 여자가 없는 것만 봐도 증명되는 게 아닌가.



나 역시도 매일 그만두고 싶어하고 어떤 날은 심하게 그만두고 싶어서 사직서를 내기도 했다. 임원은 내 앞에서 내가 제출한 사직서를 찢어버렸고 그래서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관두고자 하면서도 사실 많은 부분 내가 직장인, 회사원이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도 어느 순간에는 안정적으로 여겨진다. 조직적으로 일하는 거, 일을 분담하는 거,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내가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겪을 수 있고 알게된 것들이다. 복도에서 다른 팀의 직원들을 만났을 때 반가이 인사를 하노라면, '내가 회사에 다니지 않았으면 다 모르고 살았을 사람들이겠지'라는 생각에 슬몃 웃음도 난다. 정말 그러고 싶진 않지만, 일하는 시간과 일하는 곳에서의 에너지 모두 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에 이토록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고, 일에 이토록 많은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나는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테니 이 책이 어려울 리가 없잖아? 쉬워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나 나는 서문의 책장 한 장을 넘기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그래도 서문만이라도 읽고 자자 하다가 읽어도 읽어도 서문이 안끝나, 대체 서문이 어디까지야, 하고 뒤로 넘겨보니 60페이지를 넘어가더라. 하아. 그래, 서문만..서문만.. 하였지만 너무 안되어서.. 아 포기다, 하고 서문도 다 읽지 못했다. 어떻게 제2의 성보다 어려울 수 있지,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요?




그렇게 서문의 반을 채 읽지도 못한 채 지쳤다가, '한나 아렌트'를 만난다. 무려 '서문'에서 한나 아렌트가 나와. 네?




여기서 나는 일과 노동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이 책의 목적을 고려하여 나는 두 용어를 서로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사용할 것이다. 이로서 자주 그러나 변덕스럽게 제기되곤 하는 둘 사이의 차이를 거칠게 다루고자 한다. 이 문제에 관한 중요한 학자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를 들 수 있을 것이다. (1958) 아렌트는 생물학적 존재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활동으로서의 노동labor 과 대상 세계를 창조하는 활동으로서의 일work을 구분함으로써 세 번째 범주의 활동, 즉 행위action의 특이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행위는 공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활동을 뜻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더 확장적이며 가치 있는 활동으로 그려지는 것은 노동-보다 정확히는 살아 있는 노동living labor-이다. 여기서 살아 있는 노동은 자본이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활용하는 인간의 집단적이고 창조적인 역량으로 개념화되면서, 비판적 관점과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동시에 이끌어 낸다. (p.31)



위의 31페이지 인용문....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나는 모르겠다. 다만, 한나 아렌트를 언급했다는 것만 알겠다. 나는 이 책의 서문을 삼십몇페이지에서 읽다가 던져버린다. 그리고 아아, 모르겠다, 한나 아렌트를 읽고 다시 시도하자, 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내가 오늘 들고온 책은 무엇?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모르겠다.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잘 가고 있는건지. 1월 도서 너무 어려워서 미쳐버릴 것 같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이 한나 아렌트를 끝낸 다음에 다시 1월의 도서로 돌아갈게요. 아니 1월 도서는 무슨 제목부터 이렇게 길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말에 중년의 남자연예인들의 문자대화가 이슈가 되었다. 그런 내용들을 주고받는다는 게 더이상 충격이진 않았다. 어차피 대학생들의 단톡방이 청년이 되면 정준영 승리의 단톡방이 되고, 그들이 고스란히 자라 그런 중년이 되는 것이니까. 그들은 그러니까 자신들이 살던 그대로 어른이 되었을 뿐이다. 어른이란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대학생이 청년이 되고 청년이 중년이 되면서 그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대로, 바로 거기에서 멈춰있다.



중년의 인기있는 남자 배우들이라면 분명 경제적 여유도 있을 터였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것은 시간적 여유도 동시에 가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제는 예전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돈이 충분히 있는 상황. 그렇다면 인생을 좀 더 다른 식으로 살아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중년의 여유를 가진 남성들의 대화가 고작 '성매매'와 '골프' 밖에 없냐는 거다. 그 가득찬 대화창으로 하는 말이라고는 고작 골프와 성매매가 전부라니. 너무 한심하지 않은가. 자신들이 가진 시간과 돈으로 생각할 수있는 게 그것 뿐이란 말인가, 정녕. 너무 한심하다, 너무.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게 하는 일의 전부야. 여성을 사고 팔고 '떡치는 게' 시간과 돈을 잔뜩 가진 자들이 할 수 있는 전부라니. 여성을 그저 성적 도구로 보는 것도 끔찍하지만, 그 나이에 그것밖에 못하는 것도 너무 한심하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기 발전을 더 하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에 놓여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럴거면 공부하고 싶어하고 열심히 살고 싶어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어하고 시야를 넓히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 그 돈을 다 기부해라 진짜.. 머릿속에 골프랑 성매매밖에 없는 삶... 그런 삶은 도대체 스스로에게 어떤 만족을 가져올까. 게다가 가장 친한 친구와 나누는 대화가 그것 뿐이라니. 아니 그게 정말 스스로 괜찮아요? 다른 여자의 나이를 묻고 몸매를 묻고 자빠뜨리자는 의기투합하는 게, 그게 친구와 나누는 대화의 전부인 게, 그게 정말 스스로 만족스러워? 그래?


그런 중년의 남성들에게 매일 일기 쓰는 걸 권합니다.

일기를 쓰세요. 매일. 매일 쓰세요. 짧게라도 일기를 쓰세요.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보세요.

그러고도 그런 삶을 여전히 살게 된다면, 당신이 진정한 한심이.... 가망없는 한심이......






아무튼 나는 한나 아렌트를 읽을 것이고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도 읽을 것이다. 완독해야지.

아니 근데 내가 페이퍼 쓰려고 이 책을 검색하는데


'우리는 왜 이토록'


까지만 쳐도 안나오고


'우리는 왜 그토록'


까지만 쳐도 안나와서 대체 왜 안나와, 왜. 이토록 아니면 그토록인것 같은데, 왜?

하고 어제 내가 독서앱 IReadItNow 에 올린 걸 보니,


'우리는 왜 이렇게'



였어..... 나여........




아무튼 1월의 도서는 매우 어렵습니다, 매우. 여러분 열심히 읽고 글 써요!! 뽜샤!!

나는 완독할 수 있을 것인가. 두구두구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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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13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어렵다는 다락방님 말씀이 다 이해가 되고(어렵다는 말 제일 먼저 한 사람), 그리고 그 슬픔과 절망에 깊이 공감하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멋진 페이퍼가 탄생한거에 대해서는 이 책에게 고마워해야할 듯 합니다.
한나 아렌트,를 읽으면 도움이 될까요? 저는 어제밤까지 하염없이 어깨 뒤로 글자를 던지다가 결국 오늘 아침에는 다른 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2쪽의 위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1-13 09:41   좋아요 0 | URL
한나 아렌트를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는...말씀드리지 못하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너무 다른 책으로 도망가고 싶었지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이 책은 글자만 읽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할 것 같아요. 내용파악까지는 무리일듯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어깨 뒤로 글자를 던지는 걸로... 하아-

블랙겟타 2020-01-1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장으로 진입하시면요.. 이젠 베버가 자주나온답니다..(소근소근)

다락방 2020-01-13 10:23   좋아요 0 | URL
뭐..뭐...뭐....뭐라고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비연 2020-01-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문 읽는 중인 저로선, 스타트는 빨랐으나 느림보 궁뱅이인 저로선 정말.. 서러움이.

그나저나 ˝오전에 집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라 치면 ‘너 왜 집에 있니‘란 물음에 답하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다. 그전에 분명 일했고 또 앞으로 일할 것이 분명함에도 나는 그 2개월간 나를 무가치하고 쓸모없게 느꼈다.˝ 이거 저도 느꼈던 거에요 ㅋㅋㅋㅋㅋㅋ 정말이지 잠깐 쉬는데도 어찌나 눈치가 보이고 어찌나 힘들던지.

다락방 2020-01-13 11:05   좋아요 0 | URL
비연님, 쇼님과 저와 비연님이... 아직 서문중입니다. 그런데 서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정녕 ㅠㅠ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겼던 그 짧은 시간이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 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까요? 열심히 읽는 게 답인데 열심히 읽을 수 없게끔 어렵네요 ㅠㅠ

moonnight 2020-01-1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은 다락방님께 맡깁니다ㅎㅎ; 주진모가 해킹되어 돈 요구받았다는 문자가 그런 내용이었나보네요 장동건까지@_@;;; 저는 뭐, 그러려니 합니다. 실망스럽지도 않아요ㅠㅠ;

다락방 2020-01-13 13:19   좋아요 0 | URL
해킹해서 공개한 사람도 한남인듯 합니다. 저 중년의 배우들이 주고받은 여성의 사진들이 얼굴 하나 가리지 않고 그대로 공개되었어요. 하아.. 어찌나 한심한지.

어떤 아이돌은 공개하지 말라고 돈을 줬다고 하는데, 그 사람은 공개되면 어떤 것들이 잇었을까요.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단톡방속에서 자라는 한국의 자랑스런 남자들이네요.

꼬마요정 2020-01-13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오래 일하는가.... 이건 분명 세뇌당해서일거에요.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다들 일하냐구요. 우린 모두 매트릭스 안에서 일 하는 게 당연한거고, 노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세뇌당한 게 틀림 없어요. 솔직히 노는 게 훠얼씬 좋은데 말이죠. 일을 줄여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못 하고, 한나 아렌트는 너무 어려운 말로 노동과 일과 제3의 범주를 말하네요.

해킹당했다는 기사만 보고 내용은 아예 안 봤지만 안 봐도 뻔한 거였군요. 요즘 김용의 영웅문 읽다 보니, 저 남자들에게 무공을 연마하라고 하고 싶네요. 마음 수양도 좀 닦고... 아니면 기 수련을 하거나 주짓수를 배우거나 요가를 하거나...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관심이라고는 여자, 여자랑 같이 골프 뭐 이런 건가요... 아니면 ‘제 2의 성‘을 읽던지... 뭐 본능 본능 하는데 성욕도 충분히 참아지는 거니까요. 그러고보니 그것도 세뇌당한 거 같아요. 남자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 뭔 멍멍이 소리인지...

음.... 너무 흥분했어요. 잠시 심호흡하고, 벌써 월요일 점심이에요 ㅎㅎㅎ 곧 주말이 올 거에요. 우리 한 주 힘내요!!!

다락방 2020-01-13 13:22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제가 아직 서문도 다 읽지 못해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책의 본문에 들어가면 우리가 너무 열심히 일하도록 세뇌당했다는 내용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으면서 차차 글로 풀어보도록 하지요.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저도 저들이 제2의 성을 읽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여가를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지금과는 확실히 삶의 질이 달라질텐데요.
남자배우들하고 골프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성매매를 하는듯 하더군요. 여성의 사진 돌려보며 품평하고요. 너무 한심하죠, 너무. 머릿속에 골프랑 성매매 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보부아르를 읽는것이야말로 저들이 해야할 일인데요..

주말을 기다리며 오늘도 잘 견뎌봅시다, 꼬마요정님!

hnine 2020-01-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런 책이군요.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오래 일하는가. 일 안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일 하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일 안하면서 마음 편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living labor, 그러니까 이게 제일 이상적이란 말인거죠? 인용문 읽어보았습니다 ^^

다락방 2020-01-13 13:24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과 마르크스를 다 다룬다고 하니 엄청 흥미롭고 그래서 제대로 읽고 또 제대로 글을 써보고 싶은데, 서문부터 막혀서 미치겠어요. 이렇게 어려운 책을 과연 완독할 수 있을것인지.. 솔직히 글자만 읽을 것 같습니다 ㅠㅠ
독서근육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ㅠㅠㅠ

유부만두 2020-01-15 0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는 멋집니다. 펼치기 전입니다.
아렌트, 베버... 책 제목은 알고요;;;

다락방 2020-01-25 12:28   좋아요 0 | URL
아렌트와 베버가 아니어도 이 책은 충분히 어렵네요 ㅠㅠ 진도가 안나가요 ㅠㅠ

공쟝쟝 2020-01-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 글 다시 읽고 갑자기 작년 이맘때 캘리번과 마녀 읽으면서 대캘리번- 셰익스피어 뒤적뒤적하시던 락방님 생각나서 내적 미소 짓다가 갑니다..

다락방 2020-01-25 12:2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런 일이 있었지요!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당시에 백프로 이해한 게 아니라 하더라도 이렇게 또 비슷한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더 알게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여기에 3월 도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까지 읽어주면 뽝- 더 단단해지겠죠?
자, 읽읍시다!
 















자, 2019년 12월은 한 달 쉬어주고, 2020년 1월부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다시 시작합니다.



1월 도서는 '케이시 윅스'의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입니다.

2019년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중에 한 명이 추천한 책입니다.

방법은 기존과 동일합니다. 한달 동안 이 책 읽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글을 써주시면 됩니다. 뭐, 이건 잘 안되겠지만.. 이 책 관련 페이퍼 써주실때는 말머리 붙여주시면 됩니다.


예시: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정말 왜그렇게 일하는걸까...


뭐 이런식으로다가...




2월 도서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실 수 있도록..
















2월 도서는 '낸시 폴브레'의 《보이지 않는 가슴》입니다. 이 책 읽으려고 생각하셨던 분들은 꾹, 참았다가 2월에 같이 읽읍시다!!



자, 여러분 우리는 1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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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다락방 2019-12-25 14:13   좋아요 1 | URL
ㅎㅎ 늘 연말에 인사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

블랙겟타 2019-12-2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의 책은 집에 있구.. 2월의 책은 학교도서관에 있습니다.
남은 건.. 저의 글쓰기까지 이어지는 부지런함입니다.^^:;;
올해는 반만 따라간 것 같아요.ㅜㅜ
내년엔 완벽해질 수 있게 좀 더 부지런하게 참여하려고 합니다!

다락방 2019-12-27 08:58   좋아요 1 | URL
제가 3월의 책까지 정해두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조만간 3월의 책도 공지하겠습니다. 이러다 1년 스케쥴 다 나오는 거 아닌지 몰라요. 으하하하하.
네, 내년에는 우리 모두 좀 더 부지런히 읽고 쓰도록 해봅시다. 이왕 하는 거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야지요!
화이팅!

2019-12-26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2-2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예! 두권다 읽고싶어요 목록에 있어서 반가웁니다😭

다락방 2019-12-30 00:05   좋아요 0 | URL
저 3월 도서까지 다 정해두었습니다. 또 페이퍼 쓸게요. 우후훗~

2020-01-04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1-05 22:26   좋아요 0 | URL
오, 환영합니다. 열심히 읽고 쓰는 걸 우리 함께해요! :)
 

어제 토요일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들과 처음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내가 생각했을 땐 멤버중 두명쯤은 수줍은 성격이라 어색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그 자리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잘했고 만나는 긴 시간 내내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두명이 장소를 못찾아 헤매는 바람에 처음에 네명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와, 보부아르와 제2의 성에 대해 다다다닥 이야기하는 시간이라니, 너무 짜릿한거다. 나중에 두 명이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 우리가 같은 책을 함께 읽었고 그래서인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꽤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고, 어제 전까지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만나서 무언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건 우리가 같은 책을 읽었기에 가능했고, 이 과정을 같이 해왔기에 가능했다. 아, 진짜 너무 좋지 않은가. 나는 모두에게 몇 번이나 함께 읽어줘서 그리고 이 먼길에 와주어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실제로 한 명은 부산에서 오고 한 명은 대구에서 온것이야.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부러 그 먼길을 나선것이다. 아, 정말이지 감사하지 않은가.


우리는 아주 많이 웃었다. 다같이 크게 웃을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함께 크게 웃다니. 내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와 자리로 돌아가는 그 찰나에도 다른 멤버들이 함께 크게 웃고 있었다. 크- 우리는 1차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했고, 2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 이야기했고, 2차에 자리잡고 앉아서도 계속 이야기했다. 술잔이 오고갔고 내기가 오고갔다. (응?)


밤이 깊었고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자며 다들 일어섰다. 각자 가는 길이 달라 지하철 역을 앞에 두고 헤어졌는데, 나를 비롯한 지하철을 타는 멤버들 모두 지하철이 중간에 끊겨버렸다. 내려서 누군가는 버스를 타고 가고 누군가는 택시를 탔는데, 나 역시 왕십리역에서 전철이 끊겨 나가서 택시를 잡아야 했다. 술 마시고 늦은 밤에 택시타는 건 정말 싫지만, 어쩔 수없지. 그렇게 무사히 집에 도착하고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한 시가 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놀랍게도!



멤버중 두 명이 책상 앞에 앉아 제2의 성을 펼쳤노라 했다. 우리중 완독하고 온 사람이 세 명이었고 세명은 다 읽지 못한 채로 왔는데, 그 중 두 명이 올해 안에는 반드시 완독하겠노라 다짐을 하고 약속을 하고 또 내기도 한거다. 그들은 그 시간에 집에 돌아가서 새벽 한 시가 넘은 그 때! 제2의 성을 펼쳐놓고 인증 사진을 올렸어. 아놔 ㅋㅋㅋ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같이읽기를 해서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이끌어주어서 고맙다고도 해줬고, 그 자리에서 나는 정말이지 많은 칭찬을 들었다. 진짜 넘치도록 들었어. 그자리에서 나는 진짜 졸라 멋진 인간이었다. 흑 여러분 ㅜㅜ 나 멋지게 만들어주어 고마워요 ㅠㅠㅠ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라는 얘기도 듣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일단 12월 한 달은 쉬고, 여러분 어때요, 이걸 또 해야 할까요? 또 하는 게 좋을까요?



놀랍게도 모두가 다 계속하자고 말했다. 계속하자고. 모두들 다, 그렇게 말했다. 아 여러분... 한 명도 빠짐없이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우리는 이걸 계속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계속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가 1월에 함께 읽을 책도 정했다. 멤버의 추천이 있었다. 그 책은 이 책이다.


















1월이 오기 전에 다시 한 번 페이퍼로 예고하겠지만, 2020년 1월 같이읽기 도서는 '케이시 윅스'의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입니다. 



히히, 여러분 반가웠어요. 그리고 정말 즐거웠어요.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해요. 독서로도 오프라인 모임으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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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7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1-18 08:20   좋아요 0 | URL
2020년 1월부터 새로이 시작할것이니 그 때부터 열심히 읽고 쓰시면 됩니다!!

단발머리 2019-11-18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 좋은 이야기 감사했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혼자 많이 큭큭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년 책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책, 여성주의와 함께 시작하는 2020년이라니. 최고예요!!!

다락방 2019-11-18 09:25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시간이었죠! 제 생각보다 더 좋았어요.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 뭐에요! 진짜 짜릿한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업되어가지고 술을 많이 마신 모양입니다. 아, 막판에 빈 술병 사진찍는다고 했는데 깜빡했네요. 아이구 바부팅이.. ㅠㅠ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마지막에 화장실 따라와주신 것도요...(감동의 눈물 ㅠㅠ)

공쟝쟝 2019-11-18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권하고 좋은 이야기 나누는 좋은 사람들🥰 애정합니다!

다락방 2019-11-19 07:44   좋아요 1 | URL
히히 너무 좋아요!! >.<

psyche 2019-11-1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읽는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책 이야기라니... 아 부럽네요! 이럴 때는 정말 한국에 살고 싶어요 ㅜㅜ

다락방 2019-11-20 10:28   좋아요 0 | URL
사실... 책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게 함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우리 모두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그 느낌은 짜릿했어요!! >.<

블랙겟타 2019-11-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이어진 인연이라니
뭔가 대단한 듯(!) 해요. (˶′◡‵˶)

다락방 2019-11-20 12: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님 이모티콘 보니까 또 엄청 웃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모티콘의 비밀을 이제 우리는 아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11-20 19:00   좋아요 0 | URL
매번 엄선해서 내놓습니다 ㅋㅋ 🤗
 

2018년 11월 《백래시》-수전 팔루디

2018년 12월 《페미사이드》-다이애나 E.H. 러셀, 질 래드퍼드

2019년 01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밀러

2019년 02월 《캘리번과 마녀》,《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2019년 03월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2019년 04월 《여자전쟁》-수 로이드 로버츠

2019년 05월 《여자는 인질이다》- 디 그레이엄, 에드나 롤링스, 로버타 릭스비

2019년 06월 《성의 변증법》-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2019년 07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고정갑희 外

2019년 08월 《시녀이야기》, 《허랜드》-마거릿 애트우드, 샬롯 퍼킨스 길먼

2019년 09월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시몬 베유

2019년 10월~11월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2018년 11월부터 1년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진행했고 나는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완독함으로써 제 때에 마쳤다. 정말이지 놀라운 것은, 내가 매달 해당 도서를 기간 내에 다 읽어냈다는 것.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위 도서들 중에는 읽어내기 힘든 책들이 무척 많았다. 성의 변증법은 읽었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고, 제2의성 역시 다시 읽어보고 싶다.


매달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숙제처럼 주어진 이 책들을 읽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자가 말을 했으면 지켜야지, 게다가 내가 시작했잖아, 그러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나는 진짜 멋진 캐릭터야. 오늘 트윗에서 '원스탑잉글리쉬'가 이런 문장을 트윗했다.


<행동은 그 사람이 누군지를 입증하고, 말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만을 입증해줄 뿐이다>


크- 나는 1년간 충실하게 제 때에 해당도서를 읽어냄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입증한것이다. 졸라 멋진 사람인것이야.. 내가 했지만, 진짜 멋지다.. 어떻게 세상에 이런 캐릭터가 존재하지? 맥켄지 데이비스 이후로 이런 캐릭터는 없었다.



책들 진짜 다 너무 좋았고, 가장 인상적이고 놀라웠던 건 《여자는 인질이다》였다. 소설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 해당도서들이 모두 읽을 때는 '작가들 천재천재'를 내뱉게 만들었어. 위의 모든 도서가 페미니즘 추천도서인데, 혹여라도 아직 페미니즘 도서를 잘 읽지 못해서 쉽게 접근하고 싶다면, '샬롯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로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허랜드는 표제작인 <허랜드>도 좋지만, <누런 벽지>가 압권이다. 마침 며칠전에 본 영화 《툴리》가 이 누런 벽지를 생각나게 한다. 툴리는 아메리칸 김지영이면서 동시에 누런 벽지의 영화화라고 볼 수 있어. 샬롯 퍼킨스 길먼은 무려 백년전에 이 책을 써냈다.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

저 책들 모두 완독해서 뿌듯하지만, 내가 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모두 완독했을 책들은 아닌것 같다. 아마 중간에 놓고 중간에 놓고 그러면서 대부분의 책들을 다음으로 미뤄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좋은 기회였고 좋은 시간이었다.



아직 11월은 남아있고, 다른 멤버들은 열심히 읽고 있다. 단톡방에 몇페이지까지 읽었는지 보고하기도 하는데, 다들 조금씩, 단 몇장씩이라도 읽어서 늘어난 페이지를 말하려 할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아직 다른 멤버들은 읽기가 진행중이고, 11월까지 완독이 불가한 멤버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는 완독하겠느라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다음에 더 늘어난 쪽수를 말하기 위해 한 멤버는 전날 제2의성을 베고 자기도 했단다. 읽으려다 잠들어버려서... 아아,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 아닌가. 이렇게나 성의를 보여준다는 게, 이거 한다고 누가 상준다는 것도 아니고 칭찬듣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단지 우리의 약속이므로 성의를 보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기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만나서 그간의 수고를 좀 다독다독 쓰담쓰담 해주기로 했어. 으하하하.

좋은 시간이었고 좋은 기회였지만, 이걸 또 진행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소설 읽는 거 개꿀.. (응?)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우리가 이걸 계속 이어나갈지 그만둘지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얘기해봅시다. 으하하하.



아, 그리고 우리가 제2의 성을 같이 읽기 때문에 '타자'로 농담할 수가 있다. 어제는 멤버 한명이 내게 그랬다. 한 번에 푸시업 30개를 못하는 남자라면 남자가 아니라 타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육성 터졌네. 내가 다람쥐라고 하자 다른 멤버가 그랬다. '나는 타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는 타자다. 제2의 성을 읽으면 왜 우리가 자꾸 타자타자 거리는지 알 수 있다. 진짜 보부아르가 얼마나 타자 타자 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에, 타자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라니. 겁나 멋져 ㅠㅠ



단톡방의 타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 곧 만납시다! 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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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1-1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많이 읽었단 말이에요? 책을 주욱 링크해 놓으니 정말 근사하네요.

다 완독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따라왔던 본인조차 뿌듯해지는 순간이에요.
다락방님이 으샤으샤! 앞서 가주셔서 오늘의 영광이 있었네요.
진짜 진짜 수고많으셨어요.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눈 모든 순간이, 참 좋았어요.

다락방 2019-11-17 15:3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저 역시도 이렇게 책 늘어놓고 나니 너무 우리가 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책들을 다 읽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앞으로도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좋은 순간들을 공유하도록 해요!

초록별 2019-11-1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저의 초록별입니다~~^^ 저도 기운을 받아 열독할께요...축하드려요...

다락방 2019-11-17 15:40   좋아요 0 | URL
네, 열심히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퍼론 2019-11-1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9-11-17 15:40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드려요! 뿌듯합니다. 으하하하

블랙겟타 2019-11-1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페이퍼에서 다락방님이 11월이면 1년이다라고 언급하셨을때
(엥? 11월인데 왜 1년이지? 11개월했는데?) 라고 잠시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금새 그 해답을 찾았지요. 저는 11월부터 시작한게 아니라 1월부터 읽었더군요! 하하...
(처음부터 같이 읽은줄....(민망))
그래서 위에 나열해주신 책에서 백래시(예전에 알라딘에서 e북 50년? 대여로 빌려서 있음 ^^)랑 페미사이드는 제가 따로 읽어봐야겠어요.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함께 읽은 모두들에게 ^^

다락방 2019-11-17 15:42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너무 감사해요. 함께 해주셔서, 여기까지 와주셔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책들을 함께 했기 때문에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힘겨운 제2의 성을 다 읽은 것도 너무 멋집니다. 장합니다.
자, 이제 우리 12월 한 달 쉬고 새해에 또 열심히 함께 읽고 씁시다!!
 

열심히 읽고 계십니까! 저는 까페에서 사십오분쯤 읽고 갈 생각입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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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11-0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도 부지런히 읽고계시네요!! (역시.)

다락방 2019-11-09 22:31   좋아요 1 | URL
몇 장 못읽었어요 ㅜㅜ 그치만 지금 읽는 부분들이 재미있네요. 저는 지금 음주중입니다. 꺅 >.<

블랙겟타 2019-11-09 22:45   좋아요 0 | URL
그럼 저도 그 재미있는 부분을 읽기위해 부지런히 따라가야겠네요! (•̀ᴗ•́)و

다락방 2019-11-0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9-11-09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1-11 09: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터미네이터 보셨습니까? 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공쟝쟝 2019-11-11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도 하셔라~!! 제2의 성이여! 😓🤤

다락방 2019-11-11 09:22   좋아요 1 | URL
토요일도 일요일도 터미네이터 보러 다녀오느라 생각보다 많이 못읽었어요. 우엉 ㅠㅠ

공쟝쟝 2019-11-11 09:3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영원한 1등이십니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