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해의 노래













작년 한 해, FRANCES 의 <Don't worry about me>를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작년 나의 테마송이었다. 먼댓글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면 나는 이 노래를 2016년의 노래라고 정하기도 했더랬다. 그 당시에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을 살려고 했는데 이 가수의 앨범은 싱글로만 나와있더라. 그런 참에 오빠로부터 이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 노래를 알려주기도 한 오빠는 이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도 알려줬다. 역시 잘 알고지내는 오빠 하나, 열 애인 안부럽다...(응?)


오늘 마침 외근할 일도 있어 버스를 타고 가면서 그리고 걸으면서 이 앨범을 랜덤으로 들었다. 아, 역시 이 가수의 음성은 진짜 좋다. 너무 좋아 ㅠㅠ 그리고 노래도 좋다 ㅠㅠㅠ 아직 다 듣지도 않았지만 ㅠㅠㅠ 진짜 반해버려가지고 ㅠㅠㅠ 나는 알라딘에 접속해 얼른 이 앨범을 구매했고, 3월31일날 출고될 거라는 메세지에 초조해하며 방금 음원 결제도 마쳤다. 아, 좋은 음악이란 얼마나 좋은 것인가. 예술은 위대해서, 좋은 앨범 한 장이라면 스무명의 애인 안부럽다. 다 필요없어...



오늘 환한 오전에 버스안에서 그리고 걸으면서 이 앨범을 듣는데,



아, 오늘이 그날이었다면, 나는 이 앨범을 선택했을 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혼자 웃음이 났다.






그러니까, 2007년 여름, 나는 한 젊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강남역으로 갔다. 알라딘을 통해 알게된 그녀와 나는 아주 간혹 이메일을 주고 받았더랬고,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개인 홈페이지에도 소식을 전하던 터였다. 우리는 언젠가 순대국을 먹자 라고 약속한 적이 있었고, 그렇게 만날 날을 정했던 거였다. 


나는 그녀로부터 받은 느낌이 좋았고,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그리고 앞으로 친근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 당시에 한창 열심히 듣던 이 앨범을 선물로 주기 위해 가방에 넣어갔다. 퇴근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늦어졌고, 비가 내렸고, 나는 그렇게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녀에게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강남역 약속장소에는 내가 생각하는 젊은 여자 대신 키가 큰 젊은 남자만 한 명 서있었다. 분명 내가 늦었고,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텐데, 어째서 여자는 안보이고 남자만 보일까? 전화를 해봐야겠다...라고 하다가,



앗??????????????????????????????????????????




설마, 저 남자인 걸까?????????????????????????????????? 하고 멘붕이 온거다. 그러고보니 나는 한 번도 상대에게 '너 여자지?' 라고 물은 적이 없었고, 또한, '너 남자니?'를 물은 적도 없었다. 그냥 당연히, 너무도 당연하게 여자라고 생각한 거다. 나와 주고받는 말투에서 그냥..당연히 젊은 여자라고만 생각했지, 남자라는 생각은 1도 끼어들지 않았던 거다. 나는 당시 온라인으로 알게되는 남자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었고, 그래서 혼자 '그런식으로 남자사람을 만나지는 말자' 같은 나름의 결심을 하고 있었던 터라, 이 예상치 못한 일에 크게 당황했다. 아니야, 설마..저 남자일 리가 없어...나는 강남역 지하도로 쏙- 숨어들어, 간혹 나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던 바로 그 번호로 전화를 했다. 그러자 상대가 받아 "여보세요" 하는데, 아아, 남자인 것이다!! Orz



나는 이거 본인 전화 맞냐고 물었고, 상대는 그렇다고 했다.



아아, 나는 여태 남자랑 메세지하고 남자랑 이메일하고 남자랑 홈페이지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오, 마이, 갓!!!



나는 고민했다. 어쩌지? 그냥 집에 갈까? 나는 남자 만날 거라고 생각하고 온 게 아닌데...아아, 도망가고 싶다...그렇지만..저 사람 우리 회사 근처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사람된 도리로써 그냥 보내지? 에라이, 만나자, 어차피 술 마시기로 했던 거니까, 술 마셔서 보내자, 그까짓 거...하고는 다시 지하철 역 바깥으로 나가 그 남자를 만났다.



가벼운 비가 내리고 있던 그날, 그 남자는 냉큼 내 우산 속으로 들어왔다. 함께 걷자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삼겹살집까지 함께 걸었고, 나는 내가 그를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음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다음에 저 또 만날거예요?"


라는 질문을 받게된다. 어므낫 깜짝이야. 나는...그러니까 어쨌든 이 자리를 얼른 파하고 집에 달려가고 싶었는데, 이것은 뭣이여......대놓고 눈앞에서 그 질문을 받게 된 나는, 네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답했더랬다. 그러면서 챙겨온 나윤선의 시디는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남자'이니만큼, 내 선물을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뭔가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거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준비한 시디는 그냥 들고 들어가자, 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렇게 우리는 1차를 파하고 2차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는 나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며 이 앨범을 자신의 가방에서 꺼냈다. 아!! 이..이건 무슨 상황이지? 나는 도로 집에 가져가려고 했던 나윤선의 시디를 꺼내어 내밀었다. 사실은 나도 널 위해 준비했다, 하고서. 시디를 선물 받고 내가 어떻게 가만있나. 준비를 안해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나는 그가 나를 위해 준비한 시디를 선물 받고, 나 역시 그(그녀..였지만)를 위해 준비한 시디를 선물 했다. 


그리고 그 2차 에서부터, 어쩌면 1차에서부터, 아니면 2차후 집에 돌아가던 길에서부터... 어디서 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날, 그 날의 어느 한 순간부터, 


그를 향한 나의 길고 긴 짝사랑이 시작됐다.




오늘 버스 안에서 FRANCES의 노래를 듣다가, 만약 그 날이 오늘이었다면, 나는 이 앨범을 준비했을 것이다, FRANCES 의 앨범은 가지고 가 선물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난 한 해 내 아픔에 항상 같이해줬던, 내 아픔을 대신 부르짖어줬던 그 가수이잖은가. 내가 그녀의 노래를 듣다가 이불을 적신 적도 여러차례였지. 볕이 좋은 날 산을 오르면서 울기도 했어. 그때 마다 번번이 FRANCES 가 있었어.....그러니 이 앨범보다 더 적절한 앨범이 어디있단 말인가! 오늘이 그날이라면, 나는 이 앨범을 들고 그 자리에 나갈거야! 그러자 그 날의 기억이 미친듯이 몰려와 나를 웃음짓게 했다. 아아, 기억이여, 아아, 추억이여, 아아, 음악이여..........




그래서 나는 FRANCES 의 앨범을 시디로도 사고 음원으로도 샀다.


아, 그래서 저 남자랑 그 뒤엔 어떻게 됐냐고?






이렇게 됐었더랬다. (과거형임을 재차 강조한다)



나는 그 사람이 내게 남겨놓은 정액을 하루라도 더 품고 있기 위해 다음 날까지 샤워를 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는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p.17)





인생...


It must have been love

But it's over now.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고, 줄리언 반스 아저씨가 그랬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7-03-2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날, 강남역에서 우산을 들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다락방님 모습이 막 그려지네요.
첫 만남이 짝사랑으로, 그리고 <단순한 열정>으로 이어지는게 너무 근사하고,
또.... 다락방님이 여자일거라 생각하고 약속장소에 나가서 남자를 만난 것도, 그러니까.
다락방님이 여자라고 추측한 것, 만나자고 이야기하고, 실제로 만나고, 그리고 남자라는 걸 알고나서,
같이 밥을 먹고, 2차를 가고, 그리고 다시 만나고 하는 그런 모든 일들, 사건들이...
그 모든 우연이,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다, 라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간만에 날이 화창한데, 저의 짝사랑도 생각나고요. 잘 지내나요? 내 사랑 ㅠㅠ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를 난... 항상 이렇게 말하죠.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다.
짝사랑.....

다락방 2017-03-29 11:27   좋아요 0 | URL
크- 단발머리님. 제 생각도 그래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은 짝사랑 인것 같아요. 짝사랑은 이별 후에도 깔끔합니다. 고통은 나혼자만의 몫이죠. 짝사랑이 최고예요....

2007년 여름은 제게 아주 특별한 해, 특별한 계절이었어요. 워낙에 여름을 좋아했는데 여름을 더 좋아하게 만든, 그런 때였어요. 만나는 순간부터 너무 놀랐고 아직까지도 놀랍기만 해요. 오래전 일인데도 많은 순간, 많은 감정들이 아주 선명히 기억나요. 그러고보니 2007년 여름에도 우린 우산 하나로 걸었고, 2015년 여름에도 우린 우산 하나로 걸었네요. 꿈같은 시간들이었어요...


아아~ 오늘 밤에는 술이나 진탕 마셔야겠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7-03-2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위해 저 cd를 준비한 남자야말로 다락방님께 사랑받을만 하군요 아!
음원을 나도 사야지.

다락방 2017-03-29 13:33   좋아요 0 | URL
예쁘죠! 나 주겠다고 시디를 준비해온 남자라니. 정말 예뻐요.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히힛.
사무실에 있기 때문에 음원을 사두고 들을 수 없는 저는 넘나 슬프답니다. 흑 ㅠㅠ

레와 2017-03-2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 [집시 패션] 음반에 대한 다락방의 평도 궁금하오만. ^^

다락방 2017-03-29 15:34   좋아요 0 | URL
2007년 글이라 공개하기가 몹시 메롱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땐 이렇게 리뷰를 썼구려.

http://blog.aladin.co.kr/fallen77/150133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숨기고 싶은 글이다. 부끄러 ㅋㅋㅋㅋ 글도 아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7-03-29 16:47   좋아요 0 | URL
페이지를 찾을수가 없습니다.

ㅎㅎㅎㅎ 므여 ,. 안 보여.

다락방 2017-03-29 16:53   좋아요 0 | URL
챙피해서 비공개 해놨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풀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03-29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결론은 안 씼었다는 거죠?

버벌 2017-03-3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고 난 뒤에 내 마음속이 콩쾅거리네요. 광주는 지금 비가오는데.....

다락방 2017-04-19 08:52   좋아요 0 | URL
으으, 이 댓글 너무 늦게 봤네요. 지금 여기는 볕이 좋습니다. 광주는 어떻습니까?
 
사랑하리라 그리고 성공하리라.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기

오늘 아침 알라딘을 열고 어떤 신간이 나왔나 검색을 해보다가 제목부터 흥미로운 책을 똭- 만났다. 오오, 이거 재미있겠는데? 하고 장바구니에 넣어두는데, 어라? 저자의 이름이 낯익다? 마리..루티?


















접힌 부분 펼치기 ▼

 

[책소개]


진화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남녀에 관한 유해한 이분법을 비판한 책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꽤 진보했다고 여겨지는 이 시대에 철저하게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그 믿음을 일반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공유하고 설득하려고 애쓴다. 여태껏 우리는 남녀에 관한 유해한 이분법을 해체하는 데 수십 년을 바쳐왔음에도, 진화심리학자들은 터무니없고 유치할 정도로 단순한 근거와 논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성차이에 대한 결정은 그 자체가 이미 이념적이다. 지식 생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세운 가설이 그 주제를 어떤 틀로 바라보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조건화됨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연구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가치 판단’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지식 생산의 다른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진화심리학도 그렇다. 진화심리학은 젠더와 성에 대한 지배적 사회 이념을 강화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

 

펼친 부분 접기 ▲





마리 루티라고? 꺅 >.< 

마리 루티래!!!



그렇다. 나는 마리 루티의 책이란 사실을 알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리 루티라니,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너무나 인상적으로 읽고 인상적으로 다다다닥 리뷰를 썼던 바로 그 책, 《하버드 사랑학 수업》의 그 저자가 아닌가! 내 기억이 맞다면, 마리 루티는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거칠게!! 반박했던 바로 그 저자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마리 루티의 이름을 클릭했고, 오오, 내 기억이 맞음을 확인했다. 내가 쓴 리뷰를 다시 읽노라니(먼댓글로 연결되어 있다), 아아, 마리 루티, 역시 좋구나! 싶은 거다. 크- 마리 루티가 <진화심리학이 퍼뜨리는 젠더 불평등>에 대해 얘기한다니, 아아, 너무나 읽고싶다! 그렇지만..


오늘 집에 가면 내가 어제 주문한 책이 한박스가 와있을텐데???????????????????????????????????????????

그렇지만...이 한 권만 또 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내가 중고로 팔고서는 후회하는 책이다.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가 있어서. 아아, 마리 루티의 책이라니. 제목부터 끌렸는데 이 책이 무려 마리 루티의 책이었어! ♡

















연애지침서에서는 남녀가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연애에서 성공하려면 남자의 심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내가 가장 먼저 풀고자 하는 오해입니다. 나는 '남성 심리'란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남자를 유혹하는 불변의 테크닉이란 없습니다. 서점에 이런 테크닉을 가르치는 책들이 넘쳐난다고요? 그것은 이런 테크닉이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보다 남녀가 각기 다른 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편이 훨씬 더 쉽기 때문입니다. (p.15)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자신의 책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인생에는 작은 기쁨과 큰 기쁨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작은 기쁨을 예로 들며 도넛 가게의 점원이 내 취향을 기억해주는 일을 언급했는데,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식도 역시 작은 기쁨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하루종일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들로 피곤했다. 퇴근 후에 동료랑 순대국에 소주를 마시면서 밝은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의 미래를 즐겁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같은 것들. 그래도 좀처럼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지, 동료는 내게 '오늘 피곤해보여요' 라고 하더라. 응 몹시 피로해, 라고 말한 뒤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샤워를 하기 전, 이대로 잠들면 아침까지 우울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 우울함을 끌어안고 자는 것 같아. 나는 샤워하고 침대에 들려했지만, 침대에 드는 대신 거실로 나가 스트레칭을 했다. 팔을 쭉 펴고 다리를 쭉 펴고 허리를 쭉 펴고.. 내가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남동생이 나왔다. '내가 옆에서 티븨 봐줄게' 하더라. 나는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남동생은 텔레비젼을 틀고 소파에 앉았고, 나는 그 앞에서 또 팔을 쭉 펴고 다리를 쭉 펴고 허리를 쭉 폈다. 내친김에 복근운동도 좀 했다. 몸이 좀 풀렸다고 생각한 후에 남동생에게 '나 이제 잘게' 하고는 들어가 잤다. 몹시 피로했던 까닭인지 아니면 스트레칭의 영향인지, 아침 다섯시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잤다. 


음..어쩌다 또 이런 얘기까지 하게됐지?


어쨌든! 그래서!! 마리 루티의 신간이 나왔다는 거고 나는 넘나 신난다는 거다. 집에 가면 와있을 한 박스를 푸는 것도 작은 기쁨이며, 아아 좋아하는 작가의 새 책이 나왔어 하고 흥분하는 것도 역시 작은 기쁨이다. 작은 기쁨들이 삶을 계속해서 앞으로 끌고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7-03-1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페이퍼를 읽는 건 나에게 큰 기쁨!!!!


다락방 2017-03-15 11:07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________^

아무개 2017-03-1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트윗에서 보고는
오오오! 했지만
당분간은 숨막히게 쌓여있는
녀석들부터 처치하는걸로!

다락방 2017-03-15 11:14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ㅠㅠ 오늘도 집에 가면 한 박스가 와있을 예정이라 또 사면 안돼요 ㅠㅠ 아니 돈은 어디서 샘솟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 읽을 시간은 또 어떻고. 페미니즘 책도 안 읽은 게 계속 쌓이고 있어요. 엉엉 ㅠㅠ

머큐리 2017-03-2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간 진화심리학의 편견에 빠진 자신을 치유하고 있는 중이죠.... 널리 소개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다락방 2017-03-21 15:25   좋아요 0 | URL
아니, 아직 저는 구매전인데 머큐리님은 벌써 읽고 계신단 말입니까! 빠르십니다. ㅎㅎ
저는 조만간 구입하려고요. 구입은 조만간 하겠지만 읽기는 언제 읽을지....( ˝)

머큐리 2017-03-22 13:38   좋아요 0 | URL
정희진 선생의 서문만 읽어도 그냥 쭈욱 빨려들어갑니다. 본문도 얼마나 매력적인데요..락방님 덕분에 ‘하버드 사랑학 수업‘도 읽어 보려구요..ㅎㅎ

다락방 2017-03-22 14:25   좋아요 0 | URL
우어어어엇 그렇단 말입니까?
저 매일매일 ‘내일까지만 참자‘ 이러면서 지름을 미루려고 했는데 아아, 머큐리님 덕에 오늘 지를 수도 있겠네요. 위기다, 위기!
마리 루티의 하버드 사랑학 수업을 저는 매우 좋아했으므로 이 책도 당연히 좋을 것 같지만, 이렇게 머큐리님이 직접 오셔서 좋다 말씀해주시 뭐랄까, 막 뿌듯하고 좋고 그러네요? 히히히히히 히죽히죽 ^__________^

버벌 2017-03-3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얼~~~ 장바구니 장바구니.. 내 통장 이미 텅장 ㅠㅠ 하지만 장바구니 ㅠㅠ

다락방 2017-03-31 11:27   좋아요 0 | URL
저는 이미 샀어요. 그렇지만 언제 읽을지는 역시나 알 수가 없어요. 아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연필 굿즈로 판다는 걸 버벌님 덕에 알게 되어 장바구니에 가득 넣었습니다만??
 

어제 주문한 책을 배송받아 박스를 풀었는데, 아아, 나는 오늘 또 책을 사고 싶다. 계속 참고 있는데 '마이클 로보텀'의 신간 소식을 알게된 것이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라니, 나 그 시리즈 너무 좋아, 이건 사야되는데... 하고 장바구니를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아아, 참을것인가 말것인가.... 왜때문인지 갑자기 또 《페미니스트 모먼트》도 사고 싶다. 텀블벅 후원에 참가해서 페미니즘 후드집업티도 받을 예정인데, 그러다보니 페미니즘책 또 사고 싶어졌고, 이미 준비해두고 읽지 못한 페미니즘 책도 수두룩한데 어째서 나는 왜 때문에 이 책도 사고 싶어지는가. 게다가 흑 ㅠㅠ 이승우 신간도 나왔어.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게다가 영화로 너무 재미없게 보았던 《레이디 수전》도 궁금해... 인생... 아니, 지름이여...지름, 너는 무엇인가?


난 어쩌지?






















어째서 책은 사고사고 또 사도 계속 사고 싶은걸까. 어째서 읽고 싶은 책은 계속 나오는걸까? 게다가 1,2,3권 늘어놓으면 표지가 기막히게 예쁜, 그리고 야하다는! 《에로티카》도 사고 싶다! 읽고 싶어!

아주 오래전에 내가 즐겨 가던 사이트에 한 여성이 글을 올렸었다. 여행 갔다가 이탈리아 남자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졌는데, 그래서 그를 또 만나러 간다, 지난번에도 만나서 호텔에 갔다가 안나왔는데, 이번에도 우리는 아마 그럴 것 같다, 라는 것이다. 몇 개월만에 만나게 되는 거라는데, 아아, 너무 좋지 않은가, 몇 개월만에 단단히 사랑에 빠진 남자를 만나서 호텔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시간들...그래서일까. 이탈리아가 배경인 에로틱한 소설이라니, 이건 어쩐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것보다 훨씬, 훠어어얼씬 재미있고 야할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 표지 너무 예쁘다... 궁금하다.....읽고싶다...아니, 사고 싶은건가? 아니, 읽고 싶은건가? 글쎄, 잘 모르겠다...



나는 이제 '책을 사지 않겠다'는 결심을..잊은건가? 인간은 원래 이렇게 쉽게 잊는가? 아니, 나는 이렇게 쉽게 잊는가?




어제는 퇴근길에 여덟살 조카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아빠가 혹시 아빠나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지면 전화하라고 집에 전화기를 놔줬는데, 전화기 밑에는 이모의 전화번호도 써있는 거다. 그거 보고 스스로 전화를 하는 거다. 본인의 의지로! 본인의 마음으로!! 이모 어디냐고 물어 지하철이다 라고 답했더니, 이모네 집에 가면 자기랑도 같이 지하철을 타잔다. 응, 근데 이모랑 지하철 타면 이모 손 꼭 붙잡고 다녀야해! 했더니 응! 한다. 아 진짜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런 얘기 하다가 뜬금없이



이모, 나는 깍두기랑 김치가 매워.



한다. 아아 뜬금없이 깍두기 김치 얘기는 왜나오는걸까? 어디서 먹었냐 물으니 학교에서 먹었단다. 다른 반찬은? 물으니 안매워,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조카의 목소리가 진짜 너무 사랑스럽고 이렇게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분이 좋아진 나는, 너랑 통화를 해서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 타미야, 이모가 타미랑 전화를 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

- 응, 그럼 이모 내일 또 전화할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 아이는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사람 마음을 들었다놨다들었다놨다 하는구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조카야 완전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는 하루가 몹시 길었다. 집에 돌아가 엄마랑 둘이 앉아 와인을 마셨다. 냉동실에 있던 수육을 데우고 오렌지와 치즈를 준비해서는 술상 앞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 포르투갈 편을 보았다. 아아, 난 역시 저기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나는 저기 가서 살거야, 나중에 진짜 저기서 살거야, 라고 말하자 엄마가 '왜 나중에 가,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가서 살어' 하시는 거다. 아, 엄마 그러고 싶은데 저기 가서 뭐해먹고 살어...돈 벌어서 가져가야지...... 

그래, 내가 포르투갈에서 살려면 먹고 살 수단이 필요한데, 그걸 어떻게 마련할지 내가 알 수가 없으므로, 일단 돈을 모아 그 돈을 들고 가져가야겠다. 얼마나 모아야할까...나는 저기 가서 살거야. 집에 들어와있지 않은 남동생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나 포르투갈 가서 살거야. 말리지마."



그러자 남동생으로 부터 답이 왔다.



"안말려."



아하하하하하 아무도 안말리는데 나는 왜 못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는 요즘 좋아하는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포르투갈에 정착하면 아주 가끔 나 보러 놀러와요."



그러자 이런 답이 왔다.



"네! 그럴게요!"



우어어어엇 어서 빨리 포르투갈에 가 정착해야겠다. 내가 살 곳은 거기여..... 그 삶은 완벽할 것 같다. 예쁜 하늘 보면서 시도때도 없이 프란세진야와 와인을 먹고 그러다 어느날엔 훌쩍 좋아하는 남자가 날 보러 오는 삶..... 아 졸 퍼펙트....♡




아니, 그나저나 이 의식의 흐름은 왜 '책사고싶다' 에서 '포르투갈에 가서 살겠다'로 끝을 맺게 되는것인가. 왜때문에... 



신이여, 책 지르지 않게 도와주세요! -0-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케 2017-03-0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르투갈에 가시면 로까곶에 꼭 다녀오셔요.

저는 10년 전에 그 어느 바위틈에 보물 하나를 숨겨두고 왔죠.
그거 찾으러 가는 상상이 요즘 저의 페인킬러...
마치 쇼생크 탈출같네요 ㅎ

책지름병 치유를 위한 비방은
서가 맨 왼쪽 아래 첫 번째 칸에 숟가락을 뒤집어 얹어놓으세요.
영험한 비방입니다. 진짜 !!

다락방 2017-03-08 14:31   좋아요 0 | URL
네, 다시 포르투갈을 가게 된다면 로까곶을 꼭 가보겠습니다!
포르투 가서 프란세진야 질리게 먹고 오고 싶어요. ㅎㅎ

그나저나, 서가 맨 왼쪽 아래 첫 번째 칸에 숟가락을 뒤집어 얹어놓으면, 책지름병..이 치유가 된다 그 말씀이시죠, 지금? 영험하다고요??????????? 흐음...그렇단 말이죠??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7-03-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지름신에게는 그냥 굴복하는 수 밖에는ㅠㅠ;

다락방 2017-03-08 19:07   좋아요 0 | URL
일단 오늘은 참고 넘겼습니다, 문나잇님! 후훗 그렇지만 저 에로티카를 곧 지를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2017-03-09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9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
















크-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나왔다,


라고는 하지만 예약판매중이다. 3/28 배송예정이라고..넘 길어..넘 멀구먼... 어쨌든, 이 책이 나왔다. 이 책으로 말하자면 일전에 내가 읽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절판되었다고 아쉽다고 땅을 치던 바로 그 책, 《행복한 페미니즘》의 개정판이다!1



















그 때 이 책을 읽고 싶은데 절판이라 못읽어서 아쉽다고 페이퍼를 썼더니, 친절한 알라디너분이 이 책을 내게 보내주셨고, 나는 재미있게 잘 읽고나서 읽고 싶다셨던 다른 분께 또 보내드렸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갖고 싶었고, 또 이 책을 다른 사람들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우하하하하. 출판사에 근무하는 나의 친구에게, 이 책이 절판이던데 개정판 만들어주면 어떻겠니? 제안했더랬다. 그러자 친구는 다다다닥 일을 진행시켜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이건 벨 훅스의 책이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신간 소식임에 더불어 내 잘난척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누구 덕이다? 내 덕이닷!!!!!!!!!!!!!!!!!!!!!!!!!!!!!!!!!!!!!



이 책 개정판 나오면 한 친구에게 선물하겠다 약속한 적이 있어 방금 선물로 보냈다. 훗. 그리고 예약판매 풀리면 내 것도 구입할 예정이다. 개정판으로 다시 읽어봐야징. 훗. 



오늘 아침에 업무적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았더랬다. 단시간에 너무 뽝- 스트레스 받아서 오전에 쓴 페이퍼를 급하게 마무리했는데, 내가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 기빨려, 라고 남매 단톡방에 말했더니 나의 사랑 남동생이 쌍욕을 해줬다. 차마 이미지관리상 그 욕이 뭔지는 쓸 수 없는데, 내가 저렇게 쓰기만 했는데 누구 때문인지 바로 캐치하고 바로 쌍욕을 내뿜어준 동생 덕에 웃었다. 아 너무 사랑해. 럽 ♡ 이 녀석은 나의 분노에 공감하기 위해 태어난걸까?


어제는 집에 가니 남동생이 아직 들어오기 전이었다. 나는 씻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열시가 되기 전 남동생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식구들이 들고날 때 다녀와, 다녀오셨어요? 나가서 알은 척을 하곤 하는데, 어제는 그냥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도 가만 책을 읽었더랬다. 거실에서 남동생이 엄마한테 '누나 안왔어?'묻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는 왔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누나 왜 안나와 샤워해? 물었고, 엄마는 아니라고 하셨다. 그러자 ㅋㅋㅋ 녀석이 내 방문을 노크했다. 나는 들어와~ 했는데, 문을 열고 침대에 가만 앉아 책을 읽는 나를 보더니,



"뭐냐, 동생이 들어왔는데 인기척도 안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어?"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빵터져서 웃었더니 갑자기 거실로 가서는 엄마한테 자식 교육 어떻게 시킨거냐, 동생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는다, 혼내줘라,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엄마가 내 방으로 또 들어와서


"너 왜 동생왔는데 아는 척도 안해, 엄마가 너 그렇게 가르쳤어?"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엄마랑 나랑 쓰러져서 웃었는데, 그러자 남동생이 자기 방에서 소리쳤다.



"때려줘, 열 대 때려! 말로만 혼내지 말고 열 대 때려줘!"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웃다가 울뻔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근데 이 얘기가 여기서 왜나왔지??? 알 수가 없네?? 의식의 흐름이란....



어쨌든, 벨 훅스의 페미니즘 책이 나왔다는 거다. 개정판으로 나왔다.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내가 일전에 페이퍼 썼었는데, ' 이런 책이 나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던 그 책. 자세한 글은 먼댓글 링크를 타고 가면 되겠다.



아 그나저나 나는 이래저래 좀 짱인 것 같다..나 좀 짱인듯!!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17-03-0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어보겠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17-03-07 14:15   좋아요 0 | URL
네! 아무쪼록 즐겁게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하핫.

레와 2017-03-0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알았어요! 땡투는 다락방에게!!!

다락방 2017-03-07 16:42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땡투 받아 또 책 사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걀부인 2017-03-07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세에 5퍼센트는 락방님께 가는 건가요? ㅋ 짱인거 인정하면서 저도 땡투 할게요.

다락방 2017-03-07 16:43   좋아요 1 | URL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흐흣. 인세는 제게 안오지만 여러분의 땡투가 제게 옵니다. 후훗. 만세~!!

붕붕툐툐 2017-03-0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 진짜 좀 짱이세요!! 죽은 책을 살리시는 기적을!! 덕분에 저도 잘 읽겠습니다.

다락방 2017-03-08 08:06   좋아요 0 | URL
히힛. 그렇지요? 붕붕툐툐님, 제 생각하시면서 즐겁게 읽으세요! >.<

clavis 2017-03-0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그런데 먼댓글은 어케 타고 가는건가효???친절한 락방님!!♥♥

다락방 2017-03-08 08:06   좋아요 1 | URL
북플로 보시면 먼댓글은 안보이고요, 피씨로 보시면 제가 링크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책 바로 위에 회색으로 먼댓글 링크가 있어요. 그걸 누르시면 이동합니다. 뿅- 하고요!!

clavis 2017-03-0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마음의소리 2017-03-2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가 너무 유쾌해요 ㅎㅎㅎ

다락방 2017-03-29 17:1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 그렇습니까?

frytang 2017-03-3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 엠마왓슨이 추천했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요번에 구매하게 되었네요ㅎ
다락방님이 절판된 이 책의 재발간에 기여하신 분이었군요! 감사합니다ㅎ

다락방 2017-03-30 11:48   좋아요 0 | URL
네,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제가 이 책이 다시 읽히도록 애썼습니다. 우하하하핫 ^^v
 

어제 트윗에서 정미경 소설가의 부고를 확인했다. 그의 암투병 생활을 알지 못했던 나는 갑작스런 소식에 놀랐고, 집에 돌아가는 내내 마음이 안좋았다. 언젠가 그의 소설 《장밋빛 인생》을 읽고는 너무 좋아서, 그 책 한 권을 달달 외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출간된 그의 소설을 다 읽어야지 생각하고 신간 나올 때마다 부지런히 읽었는데, 다른 작가들과 함께 실린 작품집이 아닌 단행본은 내가 다 읽었더라. 그러고보니 《프랑스식 세탁소》였구나. 그 뒤로 단행본이 나오지 않았어. 몇 년간 가장 좋아하는 국내 작가를 물으면, 나는 거침없이 정미경의 이름을 댔더랬다.


페이퍼를 찾아보니 나는 2006년에 장밋빛 인생은 읽은 걸로 되어 있다.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아프리카의 별》을 읽고, 김을 먹는 장면에서 내가 한 남자를 그리워했던 기억까지도 주르르, 쏟아진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언젠가의 여름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를 걸으면서 읽기도 했었다. 너무 좋아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참 선물도 많이 했었는데..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래, 소용없는 게 있다. 젖어버린 신발처럼, 범람하는 제방처럼, 누군가에게로 흘러가는 마음의 강물은 도저한 양츠강의 범람처럼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 (장밋빛 인생, p.48)



몇 시에요?」
「여덟시」
「이제 돌아가요」
「지금은 상인의 시간, 장사치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죠」
민의 얼굴은 이제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상인의 시간을 견디며 말없이 물풀이 스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윈드 브레이크 하나로 견디기에는 분명히 싸늘한 날씨였는데 민은 춥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재킷을 벗어주자 민은 고개를 저었다.
「옷을 줄 때가 아니라 돌아갈 시간이에요. 벌써 여덟시 삼십분이네요」
어둠에 눈이 익은 민이 몸을 기울여 내 손목시계를 읽는다.
「여덟시 삼십분이라. 그건 수학자의 시간이죠」 민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
「언제 가려구요?」
「시인의 시간에요」
「그건 언젠가요?」
「알 수 없는 일이죠. 난 지금 이 순간 시인이 됐으니까」
 (장밋빛 인생, p.50-51)




"당신이 날 사랑하게 되는데 풀배팅하겠어요."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p.247)




"5월이 아름다운 거 같아요? 눈으로밖엔 풍경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5월을 아름답다 하죠. 전 6월을 좋아해요. 6월은, 거의 폭력적인 생기를 뿜어내잖아요. 무심히 흘러가던 강물에도 관능이 금가루처럼 녹아 흐르고, 그 물을 탐욕스럽게 빨아마신 식물까지 숨결이 가빠지는 게 6월이에요. 사랑 없는 섹스를 한다면 6월이 적당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꼭 죽여야 한다면 6월의 저녁에 그 일을 해치워버리세요. 6월은, 어떤 죄악도 용서받을 수 있는 계절이에요." (내 아들의 연인, p.180-181)



나는 버림받았다. 그 생각이 몸 안에 꽉 차올라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오면, 김을 먹었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을 한 조각 입에 넣으면 찝찔한 맛이 혀에 감기면서 사정없이 나부끼던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바닥이 날 때까지 자꾸만 집어먹게 된다. 나는 버림받았다. 나는 집이 없다. 이 공간은 집이 아니다. 집이란, 지켜야 할 어떤 것들이 모여 있는 곳. 여긴 지켜야 할 게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그저 김 하나, 나 하나. 김 둘, 나 둘. (아프리카의 별, p.50-51) 



"그럼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있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막 뜨기 전,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라면 그를 사랑하는 거란다. 사랑이 내 전부를 가득 채워버린 거지." 
(아프리카의 별, p.201) 





"밤에 텐트 바깥으로 나가실 땐, 한 가지만 잊지 않으시면 됩니다. 꼭 광주리를 들고 나가세요. 크고 작은, 푸르고 흰 별들이 밤새 무더기무더기 쏟아져내릴 겁니다. 담고 싶은 만큼 마음껏 담아가세요. 많고도 아름다운 별을 오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메르주가의 밤은 소란스러워요. 이곳의 별은 어깨까지 내려와 떠들어댑니다." (아프리카의 별, p.123)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7-01-1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미경 작가가 돌아가셨군요... 안 그래도 우울한 심경에 스산함까지 더해지는 아침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아무 2017-01-1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배수아 작가가 페북에 한 작가의 부고에 대한 글을 올려서 누구일까 생각했는데 그게 정미경 작가였군요.. 전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만 읽었었는데, 이번 달에 유독 부고 소식을 많이 접하네요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장소] 2017-01-1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작품으로 그녀를 기억하겠네요 . 이번 스파링 책 뒤에 심사위원 심사평을 한참 들여다 봤어요 . 어쩌면 공식적인 마지막 말이었을 ...그 말들 ..

푸른희망 2017-01-1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멍복을 빕니다.
나의 프랑스식 세탁소를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