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000 킬로미터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마누엘레 피오르 지음, 김희진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결국은 너에게 닿기 위해 나는 그들을 보냈던걸까, 그들로부터 떠나온걸까. 여기에서 저기로 또 저기에서 다시 여기로 내가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온 것은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을까. 내가 만났던 그 사람들로부터 내가 떠나온 그 장소들로부터 또 내가 떠나온 그 시간들로부터 내가 얻게 된 것은 결국엔 나에게 주어져야 했던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 너를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 운명적으로 맺어진 것은 너라는 것을 뜻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너와 한없이 영원토록 함께 할 수 있을까. 결국은 언제고 또 너를 떠나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나에게 정착은 가능할까. 정착은 너에게 가능할까.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멈춰서서 더이상 어딘가로 가는것을,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것을 멈출 수 있을까. 멈추면 우리는 행복할까? 떠나면 행복할까?  더이상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리는 떠나고, 또 더이상 행복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때쯤 우리는 돌아오는 걸까.


나를 봐주기를 그렇게 원했건만  이제는 나를 보지 말라고 말하게 되네. 이렇게 만든건 시간일까 공간일까.


이곳에서 우린 영원한 이방인이야. 또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도 우릴 이방인으로 보겠지. 우리는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우리는 유배자, 방황하는 영혼일 뿐이야. 피에로, 올바른 선택을 하게나. 아직 할 수 있을 때 말일세. (p.107)


꽃 피는 봄이라고 모두 미소짓기만 하는건 아닌것처럼 연둣빛과 노란빛과 핑크빛이 가득한 그림들이라고 해도 그 이야기들조차 그 빛깔인 건 아니야. 이제 나는 그걸 알아. 이 책을 보고 그걸 알아. 그래서 가슴이 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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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3-1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있단 말입니까!!! (절규 ㅠ_ㅠ)
역시나 다락방님의 지름은 강력합니다. ^^ 가슴이 시리다니 흑. 약간 두려워지지만 그렇다고 읽지 않을 수 없지요. 알라딘 평에 보니깐 그림도 참 좋다고 되어있네요. 보관함으로. ^^

다락방 2012-03-14 10:3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문나잇님. 이 책 정말 좋아요. 저는 만화책이라서 읽자마자 팔아버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샀는데 다 읽고 나니 팔 수 없는 책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책장 한 구석을 기꺼이 내어줄 것이며 가끔 꺼내서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할 거에요. 하아-

달사르 2012-03-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이 책 장바구니에 들어앉은 지가 벌써 한 달째! ㅎㅎ 다락방님의 리뷰를 보니 내일은 반드시 지름신을 불러와야겠어요. 불끈!

그나저나 다락방님은 이제 시인이 되신거 같습니다. 오늘 포스팅, 너무 좋습니다. 감성적이면서도 뿌리가 깊은 그 무언가가 느껴져요. ^^

다락방 2012-03-14 10:29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은 이미 알고 계신 책이었군요. 이 책의 존재를 알고 계신거였어요!!
읽는 내내 얼마나 가슴이 스산한지 몰라요. 아, 정말 좋아요, 달사르님. 이 책에 대해서라면 지름신을 물리치지마세요. 하아-

전 이 책 읽자마자 완전 다다다닥 이 글을 썼는데요, 너무 감성에 쩔어있을 때 썼나봐요. 다시 읽어보니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글인것 같아요. orz

blanca 2012-03-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단 말이에요..

다락방 2012-03-14 10:27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블랑카님 이 책 보시면 정말 좋아하실거에요, 정말요. 후회 안하실거에요. 불끈!

웽스북스 2012-03-1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이 책 보셨군요! 전 2011년의 마지막 책이었는데. ㅎㅎㅎ

다락방 2012-03-14 10:27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웬디양님은 이 책 어땠어요? 아...전 정말 좋았어요. 흑흑

dreamout 2012-03-1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

다락방 2012-03-16 10:58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았어요, 드림아웃님.
:)
 
먼 곳 창비시선 343
문태준 지음 / 창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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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오면 바지락 씻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던 문태준이다. 그 시를 읽는 동안에 나는 얼마나 가슴이 깔깔했던가. 그런 그가 이번에는 먼 곳 에 대해 말한다. 먼 곳 이라니. 머언- 은 아주 길게 발음해줘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멀다는 느낌이 살아나니까. 머어얼다 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가슴이 저릿해진다. 먼 곳은 시인에게도 저릿한 저 너머인가.


먼 곳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지만, 먼 곳이 생겨나서 이별을 말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나의 마음이 사랑으로 그득해 먼 곳에 있는 당신에게 자꾸만 자꾸만 다가가려 해도, 당신이 그곳에서 나를 밀어내지 않아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내 발걸음은 좀처럼 당신에게 닿지 못한다. 이만큼 왔는데도 아직도 한참이 남았다고 한다. 그 길이 지치고 그 거리에 지쳐서 나는 그만 내딛기로 한다.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이 생기고, 먼 곳이 생겨서 이별을 말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이라는 시인의 말에 이별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별이 떨어지는 소리는 쿵- 하고 울린다. 입밖으로 내지 않아도 공중에 꽉 차있는 이별의 말은 나에게 와 닿고 당신에게 가 닿는다. 이별하자, 라는 말을 내뱉지 않아도 이별은 그렇게 성립된다. 멀다. 멀어서 이별이다. 이별이라서 멀다.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고, 그러나 나는 당신을 기다려야 하는걸까.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으면, 당신은 그 돌을 딛고 내게로 다가올까. 그동안 그 먼 곳에 있었는데, 우리는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었는데, 그러나 기다린다고 당신이 내게로 올까. 조금 더 오래 기다리면 올까. 당신을 기다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되지는 않을것이다. 나는 징검돌을 놓겠지만, 가끔 당신이 오나 고개를 빼꼼 내밀고 쳐다보겠지만,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이 잘 살아갈것이다. 



나는 이제 이별을 알아서

그때는 가지꽃 꽃그늘이 하나 엷게 생겨난 줄로만 알았지요
그때 나는 보라색 가지꽃을 보고 있었지요
당신은 내게 무슨 말을 했으나
새의 울음이 나뭇가지 위에서 사금파리 조각처럼 반짝이는 것만을 보았지요
당신은 내 등뒤를 지나서 갔으나
당신의 발자국이 바닥을 지그시 누르는 것만을 느꼈었지요
그때 나는 참깨꽃 져내린 하얀 자리를 굽어보고 있었지요
이제 겨우 이별을 알아서
그때 내 앉았던 그곳이 당신과의 갈림길이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나는 처음부터 우리사이에 갈림길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그냥 당신을 그 길로 걸어가게 두었어야 했다. 당신이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내가 돌아서서 당신을 보았다한들, 미소 한 번 짓고 우리는 갈길을 가야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뒤를 돌아 당신을 보았고, 웃었고, 이야기했고, 당신의 손을 잡았다. 당신의 손을 잡았을 때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린게 먼저이고 당신의 손을 잡은건 그 후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당신에게 내 손을 놓으라고 말했을 때, 그러나 당신이 싫다고 말했을 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며 웃는 대신, 나는 그 손을 억지로 뺐어야 했던걸까.  그러나 나는 이제야 겨우 이별을 알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그전에도 이별은 알았다. 그러나 이별은 언제나 할 때마다 알게 된다. 그것도 겨우, 겨우 알게된다.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얇은 시집 한 권을 펼쳐들고 책장을 넘기는데 자꾸만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조용해지고 어두워진다. 지금은 분명 밝고 환한 낮인데, 어둡고 조용하다. 들리는 거라곤 쿵, 쿵- 하는 이별이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쿵- 하고 이별이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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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3-1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쿵-하고 이별이 떨어지는 소리라니.. 다락방, 시인이 되어가는군요. 이별은 참 좋은(?) 선생님 같아요.

다락방 2012-03-12 19:08   좋아요 0 | URL
먼 곳 이라는 시를 읽는데 말이지요, 작년의 이별이 떠오르잖아요. 어휴, 그 때는 감당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나는 또 이렇게 꿋꿋하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네요. 문태준의 시를 읽는데 정말로 쿵- 했어요.

책읽는나무 2012-03-1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쿵~ 이소리는 떨어지는 이별소리가 아니고 님의 가슴에 내리박히는 소리입니다.
항상 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드는 생각들이지만 참 사랑스럽게 글을 쓰신다는 것!
이별이야기도 슬프지 않고 왜이렇게 사랑스럽게 읽히는지...@.@

다락방 2012-03-12 19:10   좋아요 0 | URL
우앗, 책읽는나무님! 너무 구질구질한 글을 쓴 건 아닌가 해서 등록하고 좀 신경쓰였는데 구질구질하게 읽히지 않는것 같아 다행이네요. 설사 구질구질하다 해도 또 그게 저이니 어쩔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고 잘 지내봐야겠어요.
:)

2012-03-13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3-1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론테님의 페이퍼에 이어 락방님의 이 페이퍼로 전 어제 구매해버렸고
내일 올거에요. 제게 주는 봄선물이랄까요.ㅎㅎ
문태준은 참 온유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봄이 오긴 왔나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2-03-14 10:39   좋아요 0 | URL
봄이 오긴 온건지 모르겠어요, 프레이야님.
오늘은 좀 얇게 입고왔는데 출근길에 춥더라구요.
저 어제 새벽에 잠에서 깼다가 프레이야님 페이퍼 보고 그런 생각했어요. 프레이야님의 따님은 앞으로 한 2년간 세제 안사도 되겠다, 하고 말이지요. 하핫

프레이야 2012-03-15 07:57   좋아요 0 | URL
헤헤~~ 그러게 말에요. 퍼실 그거도 다락방님이 지름신 불러주신 거에요.^^
저도 집에 구매했구요.
 
언 손 창비시선 320
이세기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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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별점을 주는 일은 어렵다. 내가 잘 읽지도 못했으면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 영 내키질 않는다. 리뷰를 쓸 때 별 점 없는 리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별 셋을 연두색으로 색칠해두고 내가 잘한건지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매사가 그렇다. 이게 잘한걸까, 잘하고싶다, 이런 생각들의 반복.


엊그제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길, 택시를 탔다. 술자리는 열 시쯤 파했으니 지하철을 타도 충분하고, 나는 술을 마셔도 지하철 타고 귀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집에 조카가 와있었다. 나는 조카가 잠들기 전에 얼른 들어가서 조카를 보고 싶었고, 그래서 택시를 타고, 이내 후회했다. 차가 너무 막혀.. 택시 안에서 친구랑 통화를 했다. 친구와 통화를 했다고 해서 답답한 나의 마음이 해소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전화를 끊고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기사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


나는 내가 그렇게 커다란 한숨을, 기사님께도 들릴만한 한숨을 내뱉었다는 걸 기사님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고, 적당히 술을 마셨으며 또 이 기사님을 다시 보지는 않을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주 편하게 말했다. 답답하다고. 일상이 답답하고 지겹다고.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기사님은 우리 모두가 그렇다고 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 라고.



부채


왜 이리 사는 게 힘드냐

아내가 모로 누운 채

어젯밤에 한 말이다


나는 딴청을 부리듯

부채를 부친다


여울물을 거슬러올라가는

물고기 먹점 찍힌

부채는 팔랑팔랑 바람을 일으킨다


왜 이리 덥냐며 딴 시늉을 걸지만

달력에 기일이며 약속들이

밤고양이마냥 오는 게 아닌가


부채야말로 내 더위쯤 우습게 아는가

악귀라도 쫓는 양 부채는

바람을 일으킨다


덥기로 따지자면 모로 누운 아내의 

침묵이 더 더운 법

나는 또 부채를 찾는다


머리맡에 가까이 둔

부채로 나는 또

소리가 나도록 바람을 일으킨다

아내의 입에서 생활이 더 나오기 전에



일상의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택시 기사님에게도 삶은 때로 답답한것 투성이었고, 시인의 아내에게도 삶은 힘든것이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만나야 할 때를 제대로 잘 알고 만나는 시는 가슴을 파고든다. 이 시집은 내가 가지고 있던 시집이고 2년전에 이미 한번 훑어봤던 시집이다. 나는 시를 외우지 못하고 이 시의 분위기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출근준비를 하다가 책장에서 이 시집을 그냥 무작정 빼들고 나왔다. 무슨생각 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바로 지금이 이 시집이 나를 만나야 할, 아니지, 내가 이 시집을 만나야 할 적당한 때였다. 바로 그 때.



생계 줍는 아침


할멈 둘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살얼음 갯바위 틈새

얼어죽은 한 마리 주꾸미라도 주우려


갯바위를 걸어서 

굴바구니 들고 갯티에 가는


생계 줍는 아침



아! 생계를 '줍는' 아침이라니! 오늘 아침의 내가 그랬는데. 출근길 버스안에 지독하게 사람이 많아서 지쳤었는데. 나야말로 생계를 줍고 있었던게 아닌가. 생계를 줍고 있다. 내가, 그리고 어느 먼 곳의 할머니들이. 우리는 모두 생계를 줍고 있다. 아침마다 혹은 밤마다. 


엄마가 팔 수술을 하시고 깁스를 하고 계셨을 때, 퇴근후의 설거지는 내 몫이었다. 먼저 퇴근한 남동생이 할 때도 있었고 아빠가 할 때도 있어서 실상 내가 설거지를 한 날은 몇 날 되지 않지만, 나는 설거지가 무척 스트레스였다. 내가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나서도 또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것이 좀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질 않았다. 그러나 나만 그런것은 아닌데. 아빠도, 남동생도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다 돌아온건데. 왜 나는 유독 이러는가. 하루는 설거지를 하다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설거지를 끝내고 잠깐 나갔다온다고 말한뒤에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집 앞 시장으로 갔다. 무작정 걸었다. 이제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상인들이 보이는 그 길을, 여전히 무언가를 사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그 길을. 시장을 두 바퀴 돌고 나니 나는 진정이 되어 있었다. 



굴봉 까는 저녁


물때에 젖은

야윈 손이


한 종지

강굴을 까서

앞에 놓고


공양하듯

모시고 앉아


돌부처마냥

웅크리고 앉아서


시장통을 

오가는

어둠을 바라보는


굴봉을 까는 저녁




저들도 그럴까. 웅크린채로 어둠을 맞아들이며 앞에 놓인 물건들이 다 팔리기를 바라는 저들도 지금은 답답한 마음일까. 후딱 팔리고 얼른 들어가고 싶다는 초조한 갈망이 섞여있겠지. 나는 답답하다고 뛰쳐나와 시장에 나왔는데, 이미 시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답답하면 어디로 뛰쳐나가지? 그들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위로가 되는걸까?



연애편지에 꾹꾹 옮겨담을만한 시들은 아니지만, 나 혼자 가만히 읽기에는 적당한 시들이 이 시집 안에 있다. 이 시집안에 있는 건 삶이고 생계이다. 소설과 영화와 음악이 그러한것처럼 시가 하는 역할도 다양하다. 사랑을 고백할 때 빌려올 수도 있지만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두가 가장 흔하게 내뱉는 위로 -너만 그런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어-, 그것을 이 시집도 하고 있다. 시인은 시로써 위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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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2-03-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생계줍는 아침이라니 제목 정말 끝내주네요 +_+ㅋ
저는 오늘 분리수거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쓰레기만 잔뜩 주웠네요 ㅋㅋㅋㅋㅋㅋ
행복한 금요일 보내세요 다락방님 :D

다락방 2012-03-09 16:07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생계 줍는 아침이라니. 속이 쓰려요. 뭔가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아 핑키님 ㅠㅠㅠㅠㅠㅠㅠ 분리수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쓰레기 ㅠㅠㅠㅠㅠㅠㅠㅠ생활인의 고단함이 묻어납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중고샵에 시디 산 예치금이 오늘 입금되서 완전 신나요! 엊그제 주문했는데 오늘 또 할 수 있겠어요. 꺅 >.<

차좋아 2012-03-0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세 개. 애매할 때 저도 세 개 줘요 ㅎㅎ

여자들의 설겆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살림 전담의 인식에 대한 푸념을 들을 때마다 경각심이 들어서 좋고 뜨끔하고 찔리고 그래요. 고마워 할줄 모르는 남자들. 고마운거 다 아는 가족들.

다락방 2012-03-09 16:10   좋아요 0 | URL
오, 차좋아님 설거지 안하고 사십니까? 요즘에는 설거지는 당연히 남자 몫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설거지 하는 남자들 엄청 많잖아요. 아닌가? ㅋㅋㅋㅋㅋ 전 집안 살림은 너무 힘들어요. 육체적 소모가 엄청나요. 정신적 스트레스도 대박이고. 그래서 밖에서 일하는게 더 나은데, 이건 아마도 제가 그동안 살림은 안하고 바깥에서 일하는 것만 해서 그런것 같아요. 그게 습관이 되어서. 어쩌다가 설거지 한 번 하면 녹초가 되요. 그냥 한 식구가 밥 먹은 거 설거지만 하는데도...하아- 스스로가 모자라게 느껴지네요.

차좋아 2012-03-13 12:42   좋아요 0 | URL
종종 해요! ㅋㅋㅋ 때때로라고 해야하나 ^^

숲노래 2012-03-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서로 즐겁게 어울릴 힘이 남을 만큼
하루하루 보내지 못하니까
설거지조차 힘들 수밖에 없어요.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회사에서
이른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기운을 다 빼앗기잖아요.

다락방 2012-03-12 08:53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기운을 다 빼앗겨요. 그렇지만 그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일텐데..저만 유독 설거지에 대해서 엄살이 심한가봐요. 저만 이렇게 사는건 아닌데 말이죠.

moonnight 2012-03-0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의 입에서 생활이 더 나오기 전에.


슬퍼요. -_ㅠ


내가 하는 고민들은 뭔가 복에 겨웠구나. 하는 죄책감(?) 같은 게 들어요. 나름 괴로운데도. 응차. 하고 힘내서 살아야겠어요. 어제 맥주 너무 많이 마셔서 아직도 머리가 아픈 달밤 올림. -_-;;;;;

다락방 2012-03-12 09:50   좋아요 0 | URL
저는 토요일에 와인을 뚝딱 한 병 다 마시고 헤롱헤롱 거리다 잤어요. 그래서인지 일요일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침대에 콕 처박혀서 나올줄을 몰랐네요. 하하하하.
월요일이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으니 생계를 줍는 날들이란 생각은 뒷편에 밀어둔채로 힘을 내서 살아봐야겠어요. 그런데 어깨가 뭉친것 같아요. 흑흑. 매일매일이 고단해요. 흑흑.

이진 2012-03-0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문학으로서의 시가 아닌 공부로서의 시를 읽어야할 처지가 되었는데 예전부터 쭉 제겐 시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나마 다락방님이 올려주시는 시가 딱 제 감성에 맞는, 수준에 맞는 시들이라 마음에 엄청난 감동을 품으면서 읽지요. 윤동주 시인이나, 이육사 시인의 저항시들은 도저히 제게 감당이 안됩니다. 크... 제게도 시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는걸요 ㅠㅠㅠ

다락방 2012-03-12 09:52   좋아요 0 | URL
시를 읽는것도 그림을 보는 것도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보다는 잘 감상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림 볼줄도 모르거든요. 그림을 보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느끼는 것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제 가슴에 잘 닿지를 않더라구요. 시도 그래요. 함축과 은유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때부터 제 머리는 핑핑 돌아가죠. 제가 어려운 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생각하느라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공부로서의 시를 읽지 않아도 문학으로서의 시를 접하다 보면 공부는 저절로 될텐데,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는게 아니라서 씁쓸해요. 시는 그저 학문이 되어버리고 말지요.

마노아 2012-03-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냥 꼭 안아주고 싶어요. 우리 서로를 위로해요.

다락방 2012-03-12 09:53   좋아요 0 | URL
지겹고 지긋지긋한 시간들은 지나가기 마련이죠. 그게 시간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죽음의 손길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1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름만 듣고 신뢰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것이 그 이름의 가치일 것이다. 하루키가 썼다고 하면 무조건 읽어보고 싶고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주연이라면 그 영화를 보고 싶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라면 당연히 그 영화를 찾아보고 싶고. 그들이 작가, 배우, 감독이었다면, 캐릭터로는 수키가 있다. 나는 수키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99프로 공감하고 동의했던 바, 수키의 이야기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읽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금요일이었는데, 우울했고, 그래서 좀 걸었다. 한 시간 가량을 걷는 동안 바람은 몹시 찼고 손은 시려웠다. 그날따라 유독 발바닥도 아팠다. 그리고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는 책이 많고 온기가 있었다. 스르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마침 그날따라 알라딘에서 7만원어치의 책을 결제해둔터라, 서점에서는 그저 구경만 하고 나오려고 했다. 그러다가 이 책, 『죽음의 손길』을 보게 됐다. 우앗, 이게 뭐야. 언제 나왔어!! 나는 거침없이 손에 들었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었다. 아까 알라딘에서 결제했잖아, 왜 또 사려고 그래. 그러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수키잖아, 수키라고!


수키는 그간의 시리즈에서 나를 울리고 웃겼다.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수키가 냉장고에서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려다가 울어버렸을 때, 그때 나도 지하철 역 벤치에 앉아 함께 울고 싶었다. 수키가 일상을 살면서 느끼는 실망감과 사랑, 그 모든게 온전히 내게도 스며들었다. 수키가 사랑하는 남자를 나도 사랑했고, 수키가 좌절하고 실망하면 나 역시 좌절하고 실망했다. 수키가 힘들 때 나도 힘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너무도 잘 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수키는 자신의 감정에 얼마나 솔직한가. 자신이 상대에게 느끼는 욕망을 그대로 뱉어내고, 누군가가 싫을 땐 거침없이 욕도 한다. 그런 수키의 새로운 이야기라니. 내가 아무리 알라딘에서 책을 샀어도 어쩔 수 없다, 이건 사야 한다. 앗. 그러나 책을 살펴보니 이 이야기는 단.편.집. 이다. 단편집이라고? 그게 가능해? 가능한가보다. 작가는 수키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집을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사지말까 잠깐 또 고민했다. 그러다가 역시 수키의 이름이 이겼다. 이야기는 가벼웠다. 전혀 어려울 것 없는 이야기들 다섯 편이 실려있는데, 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수키는 여전히 수키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가장 재미있었을지도 모를 마지막 단편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어떻게 수키를 기쁘게 했는지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실망시켰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은 중딩을 위한 것인가 싶어졌다. 책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수가 현저히 적다. 이걸 기존의 포인트, 기존의 행간으로 했다면 책의 두께는 엄청나게 줄었을 것이고 책 값 역시 저렴해지지 않았을까. 수키를 사랑하는 기존의 독자들이라면 마치 소품처럼 이 책을 장식해두어도 좋겠지만, 그리고 이 속에서도 수키는 충분히 톡톡 튀며 살아있지만, 소품은 그저 소품일 뿐이고 나는 소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읽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을 소품 같은 이야기가 한 페이지에 몇 개 안되는 글자로 넓적하게 들어가있다. 열린책들에서 이런 행간을 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ttb 광고를 읽지 않은 책이나 보지 않은 영화로는 하지 않겠다는 주의였고 그것들 중에서도 스스로 매긴 별점이 별 넷 이상인 것만 걸어두고자 했었다. 그러나 수키는..수키니까, 내가 읽기 전에 해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이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내 ttb 광고가 부끄러워졌다. 앞으로 다시는 읽기전에 광고 하지 말자.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말자.



작가가 단편을 쓴 것은 좋다. 그러나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수가 이정도인 것은 실망이다. 물론 가장 큰 실망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수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해 어.떻.게. 행복했는지의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건,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터, 부족하다, 부족해. 수키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내가 삼십 년 이상을 살아오며 받았던 그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우월했는데, 최상이었는데!! 수키는 정말 좋은 할아버지를 두었다. 이런 할아버지는 내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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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2-2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작가님 왜 그랬어요! ㅡ.ㅜ


다락방 2012-02-20 15: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것만 잘 해줬어도 야한 단편 하나쯤은 탄생할 수 있었다구요!!! 아, 아쉬워...orz

비로그인 2012-02-2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에서 이런 행간을 쓰다니! - 그 행간을 저도 보고 싶네요 ㅎㅎ 불끈! 할 것 같은~ 시리즈물은 함부로 손을 못 대겠어요. 지금 셜록 홈즈를 읽고 있는데, 두 권 빌리려다가 다른 책들도 빌리느라 딱 한 권만 빌렸어요. 재미와 놀라움이 보장된 책은 한 권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에요~

그나저나 다락방님도 우울할 때 걸으시는구나... 우울할 땐 찬바람 맞으며 손 시릴때까지 걷는게 최고인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저절로 잊혀지기도 하지만요 ^^

다락방 2012-02-20 15:50   좋아요 0 | URL
저는 상심했을 때 우울할 때 슬플 때 모두 걷는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잘 못찾겠더라고요. 온전히 혼자인 시간이 필요한 데, 걸을 때 그럴 수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걸어도 좋고 그냥 걸어도 좋고.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혼자 걷는 시간이 제게는 참 위안이 되요. 물론 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되구요. 자고 일어나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어있더라구요.

그렇지만 손 시린건 싫어요.

2012-02-20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2-20 15:50   좋아요 0 | URL
우울은 요일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진 2012-02-2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 수키라는 여성이 그런게나 좋으시단 말인가요.
다락방님의 엄청난 수키사랑에 저도 한번 수키를 만나보고 싶어요.
이 중학생을 위한 책같다는 책은 피..피하는게 상책이겠죠?

다락방 2012-02-20 15:52   좋아요 0 | URL
네, 수키는 정말 좋아요. 솔직한 여성이죠. 내숭을 떨지 않아요. 하하하하. 상처받으면 울고 욕망하면 드러내죠.
소이진님이 수키를 만나신다면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아요. 제 남동생도 한 권 읽더니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게 놀라운데, 그게 우리 누나라니 미치겠대요. ㅎㅎㅎㅎㅎ 혹시라도 이 책을 읽으실 생각이라면(안그러실것 같지만)당연히 시리즈 첫번째,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를 권합니다. 이 책은 말구요.

moonnight 2012-02-2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나빠요. 다락방님을 이렇게 실망시키다닛! -_-++
근데 진짜. 저도 열린책들 참 좋아하는데 왜 그랬대요. 그런 행간이라니 -_-;;;; 이건 자존심의 문제라구요. ㅠ_ㅠ
다락방님 수키 시리즈 사랑하시는 거 잘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두 개라니. 슬프셨겠어요. 토닥토닥;

다락방 2012-02-20 16:54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이 별 다섯이 되지는 않을거란걸 살 때부터 알고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장에 몇 개 안되는 글자를 박아넣다니...오우오우오 실망이에요. 그리고 내용도 너무 ... 성인용 같지 않아요. (읭?) 팬써비스 차원의 작품이니, 써비스로만 만족해야겠죠. 수키의 단편이다, 라는 정도로. 흐음.

에일레스 2012-02-2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다 사모으고 있는데, 새책 나온거 보고 살까 하던 중에 이 리뷰를 보게 되었네요~
이 글을 읽으니 사기가 망설여지는군요 ㅠㅠ

다락방 2012-02-21 17:45   좋아요 0 | URL
pemares님, 이 책은 일단 서점에 가서 한 번 들춰보고 사시는게 어떨까요? 저는 수키를 좋아하는데도 이 책에 대해 실망했거든요. 그렇지만 수키의 팬이시라면 사지 않고 넘기기도 서운하잖아요. 그러니 서점에 가서 한 번 들춰보시고 구입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서점에서 읽으셔도 좋을거구요. 이거 서점에서 서서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달사르 2012-02-2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최근에 수키 시리즈 나왔는데 다락방님 이전 리뷰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저는 이제 1, 2권 읽었는데요. 아직까지는 짱~ 재미나더이다. 일요일에 새벽 2시까지 눈 뻘개지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이..캬..정말 좋더이다. 다락방님 읽으신 편까지 읽으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다음에 나오는 수키 신간은 같이 읽어보고 싶네요. 이번 단편 말고도 아직 시리즈가 남아 있지여?

다락방 2012-02-27 13:20   좋아요 0 | URL
완전 재미있죠, 달사르님! 제가 실망한게 10편 부터였으니 달사르님은 아직도 충분히 많은 재미를 확보하고 계신겁니다. ㅎㅎ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아요.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안보여요. 마지막에 수키는 과연 누구를 옆에 두고 어떤 마음으로 사랑을 할지 궁금해요. 그래서 실망하긴 했지만 수키의 이야기는 계속 읽어볼거에요. 수키의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고 싶어요. 헤헷 :)
 
마더 앤 차일드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 나오미 왓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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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녀 주위에 쌓아둔 단단한 벽 때문에 가장 슬픈 영화가 되었다가, 두 손을 꼭 잡으며 "누가 나에게 당신을 보내준걸까요?" 라고 말했기 때문에 가장 행복한 영화가 되었다가, 37년만에 쓴 편지 때문에 가장 용기있는 영화가 되었다가, 그러나 너무 늦게 전달 된 편지 때문에 가장 안타까운 영화가 되었다가, 잃었다고 생각한 사람을 또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되서 가장 아름다워진 영화.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님, 이토록 섬세한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내 가슴을 두번 쳐서 당신에게 나의 진심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감독님. 고마워요, 이 영화를 있게한 모든이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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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2-1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 짧은데 짧아서 더 좋아보이는 리뷰를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흑흑

다락방 2012-02-16 15: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이렇게 짧게 쓰지 않으면 엄청 길어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다 쳐내버렸어요. ㅎㅎ

moonnight 2012-02-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네트 베닝이랑 나오미 와츠 +_+ 좋아하는 배우예요! 예전에 티비에서 예고편 본 듯 한데 잊고 있었네요. 다락방님이 이렇게도 감동받으셨다니 꼭 봐야겠어요. >.<

저 어제 웰컴 투 마이 하트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흑흑흑 ㅠ_ㅠ 스트립걸에다가 욕을 입에 달고 살아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청순해보이더라는. 마지막에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며 더그에게 전화걸었을 때요. 라스베가스 간다고 그랬는데.. 화장기도 없고 머리도 깔끔하게 묶은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눈물 찔끔 났어요. 배우들이 다들 최고. ㅠ_ㅠ;

다락방 2012-02-16 16:45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이 영화 너무 좋아요. 제목이 너무 뻔해서 그다지 관심갖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아 좋으네요, 좋아요. 흑흑. 문나잇님도 보시면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인상적인 대사가 아주 많이 나와요.

웰컴 투 마이 하트 보셨군요! 크리스틴 완전 짱 예쁘죠! 나이를 거꾸로 먹나봐요. 진짜 열여섯살 처럼 보이더라구요. 말씀하신 버스 기다리며 통화하는 그 장면에서 와, 머리가 제 주먹만하더라구요. 아 예뻐. 게다가 그 영화 자체도 좋았어요. 아..좋았어요, 좋았습니다. 흑흑.

레와 2012-02-1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안타까워서..

다락방 2012-02-16 17:22   좋아요 0 | URL
아네트 베닝이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이 됐잖아요, 그래서 남자의 접근에도 완전 날을 세우고. 그런 장면들이 너무 속상하고 슬프더라구요. 물론 자신이 낳은 딸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나오미 왓츠 때문에 안타까움이 완전 폭발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Kir 2012-02-1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려다가 무지무지 울 것 같아서 접었던 영화인데, 리뷰를 보니 또 마음이 동합니다^^;

다락방 2012-02-17 09:10   좋아요 0 | URL
오, 이게 '무지무지' 울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아프기는 해요. 보세요. 이 영화는 보시는쪽이 훨씬 나을것 같아요, Kircheis 님!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