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거문고를 물고 그 노인이 온다





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꽃이다
이 가지에 꽃은 피었는가 이 가지에 꽃은 피지 못한
꽃이라도 좋고 피고 지는 꽃이라도 좋다 다만 다만
이 가지에 피어나는 꽃은



나는 버짐이 돋아나도 좋지만 나는 꽃이 되어도 좋지만
피지 않는 꽃을 내가 끌어올 수 없지 않느냐 이 가지에
다만 어둠이 당기고 있는 공간만 있다 이 가지에 부서지는
영혼의 소리 들리느냐 사람 깊은 곳에
이 가지에 핀 아스팔트같은 먼 손이 떨려온다 해도



이 가지는 대부분 부서지는 햇살이 되어 웅크리고 있다
이 가지에 돋은 꽃이 그 넋이 되리라는 예감에 나는 이 가지에
옆에 있다 이 가지에는 꽃이 피어도 좋고 꽃이 쓰러져도 좋다
이 가지는 피 토하며 쓰러져 가고 있나니




詩 김태동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스윗듀 2015-06-09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멋지네요👍

AgalmA 2015-06-09 10:13   좋아요 0 | URL
😅😉

단발머리 2015-06-0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히, 매우 심각하게 Agalam님 전공이 알고 싶습니다. 혹 제1전공, 제2전공, 제3전공 해서 제12전공까지 있으신거 아닌가요?
너무 멋진 그림에 아침부터 깜짝 놀랐어요!!

AgalmA 2015-06-09 10:17   좋아요 1 | URL
😅😅😅🙏

수이 2015-06-0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좋다, 정말 좋다.

AgalmA 2015-06-09 16:04   좋아요 0 | URL
부암동, 부암동, 후후🐾

2015-06-09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6-09 17:26   좋아요 1 | URL
타자는 내게 들어가는 문이다...라는 말이 있죠.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과 종교에서도 이건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 심리적으로라야 단독자라 해도 존재로서는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사랑도 나 혼자서 가능할 수 없는 것이고^^ 가볍게 물어보신 것에 너무 큰 걸 가져와 답한 건 아닌가 싶은데 다른 말이 생각 안나서^^;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에이바 2015-06-09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양 주변에 꽃인가요? 아갈마님 정말 경이롭습니다. 시도 좋고 시화도 좋아요.

AgalmA 2015-06-09 17:23   좋아요 1 | URL
네, 태양엔 꽃이 어울리겠더라고요. 좀 더 예쁘게 그리고 싶었지만 맘이 급했어요. 저건 다음에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소재예요^^
그림을 다 그리고 제 글을 넣고 싶었는데, 갑자기 저 시가 생각나서 제 글은 포기했어요ㅎ 딱맞는 글을 쓸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1일1화 생활규칙상 오늘은 단념ㅎ

저 그림이 저는 어느 정도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그림 자주 올릴텐데 부족한 점이 보이면 말씀해 주세요. 제겐 도움이 됩니다^^

cyrus 2015-06-0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의 그림을 딱 보는 순간, 그 말이 생각났어요. ˝자연으로 돌아가라.˝

AgalmA 2015-06-10 05:08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사실 자연 아닌 게 어디 있겠나요. 다 거기서 왔는데...

CREBBP 2015-06-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그리셨군요 멋져요~

AgalmA 2015-06-10 20:58   좋아요 0 | URL
이케다 리요코 그림 베끼기까지 하셨던 guiness님도 내면에 아직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자자, 모두 그림의 세계로^^/

[그장소] 2015-06-14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사하다는 말로는 당신을 표현하기에 부족하군요.^^
그림 멋져요! 잘 느끼고 가요~^^
 

 

 

 

§

 

미안해요 여긴 가을입니다

 

 

 

 

 

 

 

§§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기형도 「어느 푸른 저녁」 

 

 

 

 

 

 

 

§§§

 

 

그렇다 예감에 사로잡혀 걷는 날이 있다

이상하게 그런 날은 마주 오는 사람도 없이 나는 홀로 걷고 있다

막 도착한 神이 된다

 

 

 

 

 

 

 

 

 

흩어져 있지만 그들의 기하학적인 모양새를 나는 알아본다

제일 눈에 띈 색깔은 차라리 마침표에 가깝다

 

 

 

 

 

 

 

 

 

 

 

왜 모든 것이 기다리는 것처럼 보일까

나보다 더 그렇고 누구보다 더 그렇다

내 속의 기다림을 책망해야 하는가

어떠한 것도 증명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사물들은 늘 궁리하는 모습이다

우리를 닮아 우리는 애착한다

 

 

 

 

 

 

 

 

 

 

 

모여 있고 흩어져 있다가 문득 탁 트인 펼쳐짐

여기 왜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도 그들도

이곳에 어떻게 도착할 수 있었는지도

두려움이 의문을 덮친다

 

 

 

 

 

 

 

 

 

 

어디로

또 어디로

나를 인도하시나이까

 

 

 

 

방심 속에는 심연이 서 있다

 

 

 

 

 

 

 

 

 

 

 

 

언제나 보아온 것이 심판대가 된다

지나갈 수 없어 한참을 서 있다

누군가 부를 것 같다

끌고 갈 것 같다

끌려 간다

 

 

 

 

 

 

 

 

 

 

 

 

뒤돌아봐도 소용없다

이럴 땐 언제나 혼자다

 

 

 

 

 

 

 

 

 

 

 

 

 

묵묵히 내 속의 심판대 마저 지나면

불빛이 나타난다

아!

 

 

 

 

 

 

 

 

 

 

헛것이다 아니다

헛것이었다 아니었다

기형도, 당신도 이걸 본 거지

모든 시인은 이걸 본 거지

 

 

 

 

 

 

 

 

 

 

 

 

 

세상은 속속들이 빛과 색으로 가득하고

이 아름다움은 성스럽다

 

 

 

 

 

 

 

 

 

 

 

 

 

푸른, 푸른, 푸른

성모 마리아의 옷이 푸른색으로 바뀐 순간처럼

오, 세상의 성수여

 

 

 

 

 

 

 

 

 

 

 

 

 

 

세상의 모든 풍경이 나를 구원하러 달려 나온 듯하다

나는 미친 것인가

 

 

 

 

 

 

 

 

 

 

 

 

 

 

낙엽과 보석의 차이는 얼마나 미약한가

색과 형태와 질감과 성분으로 구분하는 것은 얼마나 단편적인가

 

 

 

 

 

 

 

 

 

 

 

 

 

 

숲의 끝이 보인다

싫다

그러나 통과의례를 누가 거부할 수 있나

 

 

 

 

 

 

 

 

 

 

 

 

 

막는다

사방이 문으로 가득하다

울부짖는다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저 窓은 이제 없다

재작년에 헐려서 사라졌다

저 날의 窓의 저녁은 나만 가지고 있었다

이제 당신에게도 나눈다

 

 

 

 

 

 

 

 

 

 

 

 

 

 

 

지상에서는 계속 우러른다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배워간다

그게 ……

 

 

 

 

 

 

지금은 여름이고 가을도 올 것이다

그리고 ……

 

 

 

 

 

 

ㅡAgalma

 

 

 

 

 

 

 

 

 

 


댓글(8) 먼댓글(1)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그게 그러니까 눈이 올 때까지?
    from 공 음 미 문 2015-06-08 20:26 
    그게 아니고 ​ corona​개기일식(皆旣日蝕) 때 태양의 광구(光球)가 달에 가려지면서 그 둘레에 백색으로 빛나는 부분을 코로나라 한다. [두산백과] 눈이 오네 ​봄이 오듯 3집
 
 
양철나무꾼 2015-06-0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인가요, 하늘공원이가요?
전 오늘 넘 이쁜 꽃을 봐서, 파처럼 생긴 아주 이쁜 꽃을 봐서,
내 밈대로 파꽃이라고 이름을 붙였거덩요.

그랬더니 친구가 `알리움 카라타비엔세`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더라구요.
왠지 과잉 친절이 싫었지만,
그래도 파꽃보다는 있어보이지 않아요?ㅋㅋㅋ

근데, 여름의 문턱에서 벌써 가을타령인가요?^^

AgalmA 2015-06-08 18:54   좋아요 0 | URL
다른 지역 가봐도 평균적으로 저 정도는 되던데, 요즘 웬만한 동네공원은 다 저런 식이잖아요^^. 하늘공원의 생태공원 인기로 저렇게 퍼진 격이죠

알리움 카라타비엔세! 와, 이름 완전 럭셔리다! 이름 때문에 찾아봄. 진짜 파꽃이랑 닮았네요@@ 헌데 이런 어려운 이름을 아는 친구라니! 셜록의 왓슨만큼 멋진데요~

저는 시공간 감각 장치가 고장난 사람같아요ㅎㅎ;;

수이 2015-06-08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쓸쓸함! ㅠㅠ

AgalmA 2015-06-08 18:55   좋아요 0 | URL
야나님 순천만 가을 사진 찍어 올리면 저도 그 소리 할 걸요ㅎㅎ 제가 순천만 갔을 때 사진도 어째 다 그래서...빛으로 가득한데도....내가 이상한 건가....

혜덕화 2015-06-08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범히 지나쳤을 일상의 풍경이
사진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나는군요.
여린 불빛이 참 좋아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AgalmA 2015-06-08 20:48   좋아요 0 | URL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는 걸 한탄하며 더 진지하게 사진을 배워봐야 할텐데 생각은 하면서도 늘 여의치가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전해져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

cyrus 2015-06-08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절하게 더우면서, 적절하게 선선한 날씨가 유지되는 가을이 참 좋습니다. ‘적절하게’라는 표현을 오랜만에 써봅니다. 전 프로게이머 김대기가 스타크래프트 공략을 가르칠 때 항상 많이 쓰는 단어가 ‘적절하게’입니다.

AgalmA 2015-06-08 20:53   좋아요 0 | URL
그것참 적절하네요. 제가 cyrus님의 치열한 탐구 속에서 늘 느끼는 게 ˝적절하게˝이니 말입니다
 

§

어디에서 그쳐야 할 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림이든, 글이든.
어느 순간 막힌다.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두려워지기 시작하는 거다.
한동안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림이든, 글이든.
모든 걸 검정으로 혹은 감정으로 덮어 버릴까봐 두렵다.
왜?
한낱 종이인데.


끝도 올 때처럼 간다.
자신 있게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래도 그리고 쓴다.
우리는.



ㅡAgalma

 

 



[재료]

A4, 파스텔, 오일 파스텔, Faber Castell pencil H, Tombow pencil Red
약 30분 소요

※목탄이 더 나았을까...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fledgling 2015-06-0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아이디를 보면 amalgam이란 단어가 떠오르는건 저만 그럴까요~^^ 공음미문 뜻이 궁금합니다. 한자성어로도 검색이 안 되던데..! 헐~ 그림 자세히 보니 잔인하네요... 심정을 표현하신건지..?

AgalmA 2015-06-07 21:33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durepos/7316208
agalma에 대해선 어느 이웃분과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위 글의 댓글을 보시면 해결되실 듯~

공음미문은 제가 조합한 거예요. 각각의 단어에서 앞자를 따와 조합했지만 한자음으로 모아 해석도 가능하게 만들었죠^^ ˝음˝은 예상대로 ˝음악˝입니다. 나머지 추리는 fledgling님의 재미로 남겨둘께요^^
일요일 잘 보내셨나요? 금세 밤이군요.

AgalmA 2015-06-07 22:15   좋아요 0 | URL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린 거라....여긴 이게 좋겠다 해서 그렸어요. 제 무의식이 뭔가 죽이고 싶은 걸까요ㅎ;;
의도는 검은 머리를 많이 그리고 싶다! 였는데...음, 갑자기 손이 튀어 나와 가지곤....

2015-06-07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fledgling 2015-06-07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어제부터 어지럼증때문에 주말이라 병원도 못가고 고생했네요... 이제 좀 살아나서 활동중입니다. 몸아프면 진짜 마음이 울적해질수 밖에 없나봐요. 질병공포ㅠ 몸관리 잘 하시길~

AgalmA 2015-06-07 21:47   좋아요 0 | URL
아니, 어쩌다...요며칠 밤늦게까지 못 주무신 여파가 몸 전체에 무리가 된 듯 싶은데요. 날도 더운데 삼계탕 같은 보신용 음식이 필요하실 듯. 이 말 해놓고 내가 먹고 싶네. 쩝))

fledgling 2015-06-08 00:52   좋아요 0 | URL
야식땡기는 밤이죠~ 후아... 운동 정말 시작해야겠어요. 몸이 약해지니 마음까지 약해지고 참... 바보같이 또 몸 괜찮다 싶으면 운동미루거나 안 하게 되고... 아프면 아 운동왜 안했나 싶고. 책을 헛으로 읽었나봅니다ㅠ

AgalmA 2015-06-08 01:16   좋아요 0 | URL
왜요. 책도 그렇잖아요. 읽어야지 해놓고 미루다가 잊고;;
운동에 대해선 저도 뭐라 할 입장이;;

2015-06-0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7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7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5-06-08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주가 많은 사람은 삶이 고단하다는데... 안녕하신거죠오~??ㅎㅎ 재주가 많기에 삶이 고단한 것인지.. 삶이 고단하다보니 재주가 많이지는 것인지.. 문뜩 의문스러워지는 밤입니다.^^;;

아는 그림작가님이 비슷한 말씀을 했었어요~ ˝끝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 끝낼지가 중요하다˝라고요~~
하아... 저는 그래서 쓰기가 너무 어려워요~ 무섭습니다..
그러면서도 쓰고있는(댓글을?ㅋㅋ) 이 아이러니함이 삶일까요...^^;;?? 하하;;;

AgalmA 2015-06-08 01:57   좋아요 0 | URL
닭이냐, 알이냐 언제나 그것이 문제^^;

죽음처럼 공포도 늘 함께 있는 거겠죠. 나를 다그치며 참 많이도 괴롭혔던 거 같아요. 먹고사는 일 자체도 너무 고된 일이고....그저 짬이 나면 내가 뭘 하고 싶나 귀 기울이고 조금씩 움직이는 거 그게 최선 아닐까 한다는 :)

비로그인 2015-06-08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스스로를 다그치고 괴롭혔던 순간이 그리 먼 과거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늘 과거형이지만 늘 새롭게 반복하고 사는 저와 비슷하신 것은....^^?? ㅎㅎ;;;

삶이 시지프스의 형벌에 비유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은 너무 피로해요. (흑흑;;) 그렇지만 삶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Agama님의 말씀처럼 나를 위로하는 것에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인지도 늘 헤매고 있는 처지이지만...ㅋㅋ

문뜩 궁금해서 여쭙는데요....Agalma님은 무엇에 삶이 위로가 되시나요?
(혹시라도 이런 질문이 불편하시다면 답은 안하셔도 괜찮습니다.^^;;그림을 보니 궁금했어요. (응???^^;;))

AgalmA 2015-06-09 05:05   좋아요 0 | URL
잘 아시네요. 늘 새로운 걸 찾지만 그게 또 꾸준한 반복이죠^^; 아무리 좋은 음악을, 아무리 많은 영화를, 사람들이 안읽는 책을 찾아읽고, 심야기차를 타고 돌아다녀도 이상하게 한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거 같잖아요?
말씀처럼 먹고사는 게 제일 형벌같아요...
응급처방이라는 거 알아도 좋아하는 걸 계속 찾는 게 위로가 돼요. 이것도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같은데, 위로가 되어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찾아요. 떠돌이 개처럼.

비로그인 2015-06-08 0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번, 감정의 양면성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뭔지모를 공감대에 위로와 아픔을 동시에 느껴요. 반갑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한 것이 웃을 수도 울수도 없게 만드네요..^^;;

권태와 허무라는 것이 각기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봤으면서, Agalma님의 댓글을 보고 어쩌면 둘은 연결되어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응??;;^^;;)

좋아하니깐 위로가 되고, 위로가 되니깐 좋아한다라...ㅜㅜ그런거였어요.......(깊은 밤 감정과잉을 주의 하는 중입니다만) 어떤 것이든 나는 방황하는 인간이었던 거...?ㅎㅎㅎ


양철나무꾼 2015-06-0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민 손은 마주 잡으면 되지, 저렇게 `싹둑~!` 단절을 하실 것 까지야, ㅋ~.
전 이어서 그리고 싶어요.
손을 그릴 실력이 안되면 더듬이라도 그릴 거예요~ㅅ!

AgalmA 2015-06-08 18:45   좋아요 0 | URL
제겐 죄가 없어요(단호히). 제 무의식에게 전해 줄께요ㅎ;;

더듬이ㅎㅎ 아이고, 양철나무꾼님 오늘 개그 성공!

나와같다면 2015-09-1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마크로스코 작품앞에서 느꼈던.. 그 슬픔과 두려움을 느꼈어요..

AgalmA 2015-09-11 21:59   좋아요 1 | URL
아마 외곽 테두리선 때문이 클 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마크 로스코 전시 다녀온 후 그린 그림이라 테두리선에 대한 충동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 효과라든지 등등. 신기하네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부족한 그림이라 나와 같다면님 평을 칭찬으로 넙죽 받기엔 무리라 생각되고, 제가 전달하고픈 인상이 느껴지셨다니 고맙네요.
마크 로스코 전시 보셨다니 반갑습니다. 제가 그때 마크 로스코 전시 관련해 선전글도 열성으로 올렸던 터라;;

덕분에 한동안 손놓고 있던 그림 습작을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2015-09-1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보슬비님 페이퍼(http://blog.aladin.co.kr/boslbee/7582075) <콩고양이>그림책 보고, 고양이가 엄청 그리고 싶어서 간만에 습작을 해봤다. 키우지 못하면 그리기라도! 헌데 모처럼 내 그림 그리려니 쉽지 않다.
고양이를 그린다는 게, 멋진 말이 눈에 먼저 들어와 말을 그리다 헉; 원래 계획이 어디로! 다시 고양이로.
주인공은 고양이었는데, 고양이가 제일 맘에 들지 않는다. 원했던 귀여운 새끼 고양이가 아니었다ㅡㅜ!

하루에 한 장, 매일 고양이 그림을 그릴까.
하라는 외국어 공부는 안 하고 매일 딴짓이야. 뭐 될래?
몰라. 그림 그리는 게 뭐 어때서!
낼 폭탄이 떨어져도 나는 그림을 그릴테다. 흥.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낼 지구가 망해도 과실수를 심겠다고 한 사람이 스피노자가 처음이지도, 유일하지도 않았다. 그 이전 키케로 <노년에 관하여>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다고 한다.
스피노자를 강조하는 것은 자유의지에 방점을 찍어서일까. 하지만 스피노자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그런 명언과 핵심만 알아서야... 나조차도 그런 주입식 암기로만 공부했으니. 다시 한번 교육의 시기와 방식이 제대로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뭐야, 고양이 그림 얘기하다 뜬금없는 급진지 모드;

사드는 자기 무덤에 과실수를 심어달라고 유언했다던데(당연히 세계를 위해서가 아니다;), 흔적이 지워지기는커녕 명성이 승승장구~ 그는 작전이 성공했다고 지하에서 회심의 미소 짓지 않을까.

생각 짓지 말고 그림이나 그려라. Agalma 씨.

 

 

 

 

ㅡAgalma

 

 

 

 


 

 

 

 

 

 

 

 

 

 

 

 


댓글(35)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ledgling 2015-06-06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걸 소묘라고 했던가요. 재능이 있으시네요!

AgalmA 2015-06-06 03:49   좋아요 0 | URL
소묘는 따라 그리는 거라 꾸준히 하면 늘죠.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

fledgling 2015-06-06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예쁘네요~ 소개 좀 시켜주세요~^^ 잠이 안 와서 뒤척이고 있는데 반가운 답글이! 즐거운 주말이죠?

AgalmA 2015-06-06 04:16   좋아요 1 | URL
저 소녀는 제게도 그림의 여인입니다ㅎ; 책이 갑자기 안 읽히고 영화도 눈에 안 들어와서 그림삼매경 잠깐 갔다왔죠. 억, 벌써 4시...fledgling님은 어쩌다 이리 늦게까지 안 주무시고.

fledgling 2015-06-06 04:04   좋아요 0 | URL
낮과 밤이 바뀌어서 큰 일입니다. 요즘 자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요... 메르스때문에 방콕모드까지.. 책읽기 딱 좋죠~? ㅠ

AgalmA 2015-06-06 04:12   좋아요 0 | URL
저는 강제백수라...돈도 없고...아녀도 늘 부엉이 신세였지만ㅎ 읽을 책은 많은데, 갑자기 공황상태라 난감한 새벽입니다

2015-06-06 0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6 0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6 0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6 0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6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6 0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6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6 0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5-06-06 0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림 잘 그리시네요^^ 제 눈에는 고양이.. 충분히 귀여운데 말입니다~?? 그림의 선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따뜻하고 좋아요! ^^

AgalmA 2015-06-06 12:49   좋아요 1 | URL
소녀와 비례 비교했을 때 6년 이상된 장년 고양이죠. 얼굴은 동안;; 그리기 쉽게 크게 그린 판단착오가; 그림그리며 또 이런 걸 배우게 되죠^^;
따뜻하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헤헤

단발머리 2015-06-06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도 고양이 허리선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Agalma님 글 찾아 읽는데 댓글 달고 싶어도 내용이 어려워서 포기... 할 때가 많았어요. 오늘은 고양이 그림이라 용기내서 달아봅니다~~

AgalmA 2015-06-06 20:02   좋아요 0 | URL
음... 제가 혼잣말 안 되려고(그러나 상당히 혼잣말을 하고 있다;) 소통의 노력을 하는데, 여러모로 참....용기까지 내야 하나요ㅡㅜ;
고양이 인기 덕에 단발머리님과 즐거운 대화를^ㅇ^! 담엔 동물농장 그려야겠어요ㅎㅎ!

북다이제스터 2015-06-06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화에 모두 능하시군요^^ 신영복 선생님이 글쓰는 사람도 그리기에 관심 갖고 소양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

AgalmA 2015-06-06 16:42   좋아요 0 | URL
글보다 산수보다 그림을 먼저 시작했죠. 지금까지도 다행히 산수보다는 실력이 좋습니다. 과연 이것은 자랑이라는 소린가;
그림그리기가 창의성도 길러주고, 심신단련에도 좋은 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생활이라는 육체적 결박까지 겪으셔서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더 잘 아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보슬비 2015-06-06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진자 잘그리셨네요. 고양이도 소녀도 보는내내 행복해지는 느낌이예요.
이제보는 글뿐만아니라 그림도 잘 그리시는 만능 재주꾼이셨네요.

AgalmA 2015-06-06 15:08   좋아요 0 | URL
다 보슬비님 덕분이에요^^ 보슬비님 페이퍼 보면 그림그리기 충동이 ((((뭉게뭉게)))
글보다 그림을 더 잘 하고 싶어요...언제나...

돌궐 2015-06-06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혹시 다빈치하고 미켈란이하고 라파엘하고 친구 먹다가 온 르네상스인 아닌가요?

AgalmA 2015-06-06 16:58   좋아요 0 | URL
저는 고딕예술 장르쪽이 더 적성에 맞더라고요^^
르네상스인이 되기엔 수학때문에 다 틀어져버렸어요. 흑흑;;
저 그림도 원근법 무시한 게 팍팍 티가 나죠;;

AgalmA 2015-06-06 19:17   좋아요 0 | URL
어느 서커스에 팔려고 이 분들이...;_;)...당나귀로 변하기 싫은데;;

돌궐 2015-06-06 19:38   좋아요 1 | URL
원근법이 뭐죠? 먹는 겁니까? 아... 피카소가 발라버렸다던 그 진부한 상징형식 말씀하시는 건가요?
21세기가 됐는데 아직도 그런거에 연연하시면 르네상스인도 중세인도 아니지요.^^

AgalmA 2015-06-06 19:56   좋아요 0 | URL
제 궁극의 목표는 초현실주의자였습니다만 그것도 한참 전에 유행지났대요. 뭐 좀 하려고 하면 이미 다 했대니 거참;

만화애니비평 2015-06-0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원피스 좋군요

AgalmA 2015-06-06 19:26   좋아요 0 | URL
항상 색을 칠하고 나면 후회돼요. 다른 색으로 칠하고 싶어져서...아날로그와 디지털 표현 방식을 이 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돼요. 디지털은 아주 쉽게 바꿀 수 있으니까 말이죠. 하여간 이제 바꿀 수 없게 되었어요^^;

CREBBP 2015-06-07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에서 튀어나올 듯한 소녀인데 아무것도 안보고 그리셨다면 완전 소질 있으신 듯.. (고양이는 뒷전)

AgalmA 2015-06-07 00:49   좋아요 1 | URL
고양이가 주인공인데ㅜㅜ...네, 소녀는 오로지 제 머릿속에서만 나왔습니다. 머릿속에 뭐가 더 있는지 자주 그려야겠어요...

오쌩 2015-06-0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보니, 갑자기 은하철도의 메텔이 생각나네요ㅎ

AgalmA 2015-06-13 18:03   좋아요 0 | URL
오, 우리의 현명하고 아름다운 메텔여사~ 지금의 저보다 더 어린 나이일 거 같지만ㅎ 만화 속 성숙한 여인 캐릭터로는 top

나와같다면 2015-09-1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마.. 고양이를 키우지는 못하는 여린 마음.. 알 수 있을것 같아요..

AgalmA 2015-09-14 00:35   좋아요 0 | URL
여러 가지로 공감대가 많아서 그럴까요....고맙습니다...
 

 

 

말을 증오하며 입을 닫았다. 손님이 도착했다. 어머니였다. 하루 전에 반찬을 한가득 보내고서도 3리터나 되는 매실진액을 들고 있었다. 졸음에 겨운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그 사람은 내 어머니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보자기에 번진 얼룩이 옷에 닿지 않길 당부하며 내게 매실진액을 건넸다. 총총 걷다가 어머니는 집까지 택시비가 얼마냐고 물었다. 나는 이 정도는 짐도 아니라며 호언했고 우리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 밤이면 가난은 덜 누추해질까.

 

어머니에게 자기 전의 식사는 좋지 않다고 만류하고서 나는 밥을 먹었다. 끝내지 못한 일을 해야 한다는 핑계였지만 어쩐지 나는 말 대신 밥을 먹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당신에게 먹어보란 소리도 안하고 혼자 먹는 나를 나무라며 잠들었다. 해야 할 말도, 들을 말도 잠드는 밤. 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다. 내 말만 삼키면 되는 것인데, 내 말만 씹고 잠들지 못하는 밤. 좁은 방, 얕은 숨소리, 내 눈 앞에 당신은 분명 있는데, 당신은 어디로 가시나이까.

 

한국에서 제일 큰 시장. 말없이 존재할 수 없는 곳. 나는 빈속에 그곳에 도착했다.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는 어머니. 어머니 앞에선 흥정이 어렵다. 내 애정을 깎기 싫어서다. 새상품이어도 상점에 걸려있는 어머니들 옷은 비슷하다. 화려하고 품이 크고 편하게 만들어진 옷. 검정 비닐봉투가 하나둘 늘어났다. 약국에서 어머니를 위해 파스를, 나를 위해 타이레놀을 사며 정수기에서 찬물을 받아 마실 때, 아차, 어머니에게 시원한 생과일주스를 사드리지 못한 내 궁색함을 상기했다. 약국을 나오자마자 이리저리 권해도, 내가 이 달 부로 실직자가 된다는 것을 안 어머니는 화장실 가는 일이 귀찮아서라고 도리질했다.

 

중국집. 맛집에 문외한인 사람이 고르는 메뉴는 대개 실패다. 몇년 만인 우리의 외식. 어머니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앞으로 언제 또 먹을지 알 수 없는 동파육을 시켰다. 입맛도 닮아버린 우리는 그저 시장기로 그 음식을 먹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중국 관광객도 우리와 같은 메뉴를 시켰다.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어머니가 계산을 끝냈다. 싼 자장면이나 시킬 걸. 한국은행 앞에서 필리핀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그게 무슨 소용일까, 소심하게 웃었고 그늘을 찾아 걸었다. 사지 못한 것, 살 수 없는 것을 두고서 우리는 항상 돌아간다.

 

수박. 어머니가 올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과일이었다. 더 큰 수박으로 바꾸자 상인이 다시 고르면 100원 추가요농담을 했다. 서로 웃을 수 있는 말, 좋은 말이었다. 집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 체리도 못 먹어봤다는 어머니 말에, 진작 얘길 했으면 같이 샀을텐데 나는 낙담했다. 가난한 땡볕에 지쳤던 우리는, 이래서야 해외여행 하겠냐며 한담했다. 어려서도 커서도 수박은 시원해야 맛이라 얼른 썰어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또 어머니 저녁을 거르게 만든 못난 자식. 언제나 그게 부담이었고 나는 늘 그랬다. 그렇게 우리는 한밤중에 일어나 찬 수박을 먹었다. 달고 시린 수박 같은 말들이, 증오가 없었으면 하는 말들이 잠깐,

 

다음날, 냉장고에 어머니가 두고간 천혜향 두 개를 보고 나는......

 

 

 


댓글(6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2015-05-31 0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31 0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