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지독한 농담

운동권의 자살이 "항거"였다면, 리뷰를 통해 본 <표백> 속 자살은 "세계에 대한 복수이자 자기 지배로서의 처단"이군요. 
이 세계의 의미없음에 침 뱉어주는 단발성이 아니라 피(血)로 균열을 내든지 장막을 드리우든지 흔들고 싶어 한달까. 이런 점은 장강명 작가 세계관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의 작품들에서 그가 세계에 가지는 증오심이 강하게 전해집니다. 장강명 작가에 대한 환호는 현재 이 한국땅 사람들의 울분과 그것이 통했기 때문일 듯.
한국 작가군에선 장강명 작가는 독특한 발성이죠. 
(미천한 제 독서 상에서) 한국 작가들의 특징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1. 속으로 끝없이 삭이거나(한, 애환, 비장미, 자연으로 동화됨, 자기애가 강한 자살, 타살 같은 자살 등 온갖 슬픔 총출동)
2. 유머 코드(과거엔 민족적 토속성, 현재는 시대성이 강함 ex)삼미슈퍼스타즈라든가 아내가 결혼했다 등등. 
    -누군가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소설은 소설 같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건 TV와 뉴스만으로도 충분하잖습니까. 저는 "현재(현상태)"와 "관계(위계와 연애사)"만 천착하는 폭 좁은 소설들이 지루합니다. 한국 문학이 이 상황인 건 (읽든 안 읽든) 결국 독자의 선호도와 관계 깊은 바이니 작가나 문단, 출판계 탓만 할 건 아니죠. 어찌 되었든 이 문젠 취향 차이와 대세론이 되겠습니다.
3. 유랑화(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글쓰기 자체로든) - 여기가 참 호불호와 비판이 많은 곳ㅎ;;

장강명 작가의 특장인 세계와 자기 파괴성은 한국적이죠. 다분히 이국적이고 스케일이 큰  "테러"나 "전쟁" 상황까진 안 나오는 걸 보면 말예요. 혹 다른 작품엔 나오나 모르겠어요? 지금 준비 중인지도;; 암튼 장강명 작가 작품에서 70년대 생들의 사고방식과 삶이 많이 보였고, 80년대, 90년대 생 작가군과 비교했을 때 뭐 랄까 딱히 꼬집긴 어려운데...발상의 신선함, 도약이 없어 보여서 아쉬웠어요. 또 모르죠. 지금 준비 중인지도;; 이건 준비한다고 될 게 아닌데 흠, 작가 역량에 달렸겠죠...
제가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는 건 장강명 작가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도전성이랄까. 문학/예술이라는 미학적 세계가 아니라 진짜 세계에 대한 승부수를 노리는 자세에 있습니다.

감이 빠른 사람이라면 장강명 작가에 대한 평론을 준비하고 있겠죠. 조만간 장강명 작가에 대한 평론으로 등단할 평론가도 탄생할 걸요. 김애란 작가 나왔을 때처럼. 
"잉여인간"의 비교 고찰로 손창섭 작가와 장강명 작가를 비교해도 흥미로울 거 같은데...

실컷 얘기하고 나니 암튼 다 헛소리 같군요. 그나마 농담을 한 건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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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답변이라기 보다, 횡설수설
    from 아무님의 서재 2015-10-17 08:46 
    먼댓글이라는 걸 처음 해봐서... ㅎㅎ 장강명 작가의 인기의 시작이 확실히 현재 사람들의 울분과 통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대표적인 게 <표백>과 <한국이 싫어서>가 되겠죠. 그리고 현재 한국문학의 특징이 저 두 가지 안에 다 들어간다는 것도 슬프지만 사실이구요. 대표적인 것이 백수죠. 혹자는 2000년대 초까지 한국문학의 지배소가 신경숙의 고백하는 문체였다면, 현재의 지배소는 백수 캐릭터라 말하면서, 한국문학사상 가
 
 
2015-10-17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10-18 13:31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붉은 색 표지가 많지 않더라구요. 밝은 계열 중엔 많은 편이지만^^ 검은 색과 회색 등 무채색이 압도적이죠. 우주 관련 책은 거의 검은색~빨간색은 자본주의, 인간 심리 분석에 꾸준히 이용되는 듯. 파란색은 사회과학 분야가 많고^^

비로그인 2015-10-1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이 시를 소설 만큼 읽으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준비하시는 것이 있나요? 농담은 결코 아닌 agalma님 말씀! 이상 끝...
재미 있네요...

AgalmA 2016-02-04 04:28   좋아요 0 | URL
^^카운트로는 한국 소설보다 시를 더 많이 읽었어요. 아무래도 분량이 더 짧다보니...
요즘 나온 시집을 읽어보려 주기적으로 훑어보는데, 다 거기서 거기 같아서....언어가 억지적으로 느껴지거나 감상의 나열...이 문젠 늘 있어왔죠. 닥치는 대로 시집 읽던 시기도 지났고, 제 선호를 뛰어 넘는 시집을 골라 읽고 싶은 욕심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아요. 자만심보다 제 기호상의 만족도, 시간에 대한 아까움 그게 복잡하게 얽힌 상황입니다; 그래서 관심두는 특정 시인들 위주로 읽는다거나 예전 시집을 반복해 읽는, 갇힌 틀 상황....오히려 시보다 소설이 제 만족도와 호기심을 더 채워주고 있죠.
제가 읽고 싶은 시(소설)를 더 쓰려고 노력하는데, 일 때문에 맥이 자꾸 끊겨 우울 바다입니다. 허허

몇몇 시집과 이성복 시론집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입니다. 홀로 시에 대해선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분야 책에 관심을 가진 것도 사유와 언어의 확장 문제 때문이기도 하고요.
염려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당신 생각을 했어.
여러 사람 우울하게 할까봐 참고 참았는데, 결국 쓴다. 글의 성질은 영원히 이런 것이지.

작년부터 내 카톡, 텔레그램 프로필 사진은 노 대통령과 당신이 양손을 번쩍 들고 있는 사진이지.
무대를 그렇게나 많이 올라가 놓고도 당신은 어색하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이라서 그 절박한 진심이 잘 느껴져.
정치를 경멸했으면서도 이젠 행동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제일 잘 알았으니까 감수해야 했던거야. 아니, 이젠 자신이 원하는 것이 그것인 거 였지.

노 대통령 서거 때 나는 내 친구를 걱정했고, 당신이 사망했을 때 그 친구는 나를 걱정했지. 당신 발인 날이 하필 내 생일이라서 얼마나 서러웠던가. 내가 죽고 싶은 날로 생각하는 그 날, 당신을 보내는 게 얼마나 원망스러웠던가. 그 날, 분명 내 일부도 죽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 날, 저녁 메뉴가 생생히 기억난다. 장례식장까지 같이 동행해주었던 친구가 어떻게든 기분을 북돋워주려 노력했지만, 우리가 즐겨 찾던 식당은 프랜차이즈 카페로 바뀌어서 우린 그 주위를 한참 맴돌아야 했지. 여기가 아닌가. 마침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린 거리에서 망연했지. 모든 인간이 그랬듯 살아있는 내내 사라지는 걸 보고 또 볼 테지. 뭘 먹어도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린 찾고 있었지. 하하. 신천을 빙빙 돌다가 그냥 지쳐서 들어간 식당에서 먹은 질기고 맛 없던 냉면. 그런 것들이 다 내 인생이지. 뭘 맛있게 먹었으면 이 기억은 달라 졌을까. 죄책감에 또 울상이겠지. 지금은 맛 없는 냉면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지. 아, 나 라는 인간.

당신에 대한 내 애도가 여전히 걸음마 지경일 때, 여기서 슈만과 당신에 대해 쓴 글이 처음으로 <이 달의 페이퍼>가 됐을 때 나는 얼마나 기쁘고 부끄럽고 슬펐던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와중에, 그만두길 다짐한 사무실에서 다급하게 일 좀 해달라고 전화가 왔고 나는 NO라고 말했다. OK 캐시백에선 암보험을 들라고 전화가 왔어. OK 캐시백이 이런 것도 하나? 내가 정중히 끊는 순간까지 상대는 간절히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었지. 얼마나 비참한지,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이러지 않을 수 없는 걸까.
모두들 내게 무언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없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진짜로, 진짜로~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그 나이를 퍼먹도록 진짜 모를 수도 있는데, 진짜 라고 생각했던 게 ˝아주 오랜 후에야˝(2집 <Myself>) 아닐 수도 있는데...당신도 그걸 알았을 테지만 그 가사는 영영 고칠 수 없지. 순간의 박제, 이걸 끔찍하게 생각하면서 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걸 상대에게 원해. 그건 또 끝없이 변하고 폭주해.

 

 

 

이때, 당신 음악 ˝질주˝가 흐른다. 참 절묘하지 않아? 아아...
당신은 없고 당신 목소리는 남아있다는 게 신기해. 아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목소리는 당신처럼 강렬하고 단단해.

 

 

 

 

 

 

˝나는 이 책을 오랫동안 썼다. 거의 20년이 걸렸다. 발전소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과학자, 의료인, 군인, 이주민, 주민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체르노빌은 그들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그들의 땅과 물 뿐만 아니라 그 속과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오염시켰다. 그들은 이야기하며 답을 모색했다. 우리는 같이 고민했다. 그들은 자주 서둘렀고, 시간이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그때만 해도 그들이 하는 증언의 대가가 삶이라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들이 반복해서 말했다. ˝적어 두세요.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이해 못 했지만 그렇게라도 남겨두세요. 누군가 읽고 이해하겠죠. 나중에, 우리가 죽은 후에......˝ 그들은 이유 없이 서두른 것이 아니었다. 그 중 많은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다행히도 살아 있는 동안 신호를 보냈다.˝

˝주변이 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어디에든 새로운 적이 있었다. 죽음은 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물, 불, 꽃,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익숙했던 색깔, 모양, 냄새가 나를 죽일 수도 있게 되었다. 낯익은, 그러나 낯선 세계였다. 몇 킬로미터나 되는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지층을 벗겨내고, 시멘트 컨테이너에 넣고 묻었다. 흙을 흙에 묻었다. 집과 자동차도 묻었다. 도로와 나무를 씻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중


하지만 우리가 글자로, 행동으로 옮겨도 삶은 무엇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절망스러워. 재레미 다이아몬드는 이 문제를 적확하게 짚고 있지. 이스터 사람들이 마지막 야자수 나무를 베어버리고 멸망했듯. 아무리 많은 정보로, 문자로 기록해도 소비와 망각에 빠져 석유파동, 가뭄, 홍수, 전쟁, 핵발전소 사고를 다시 겪듯.


재레미 다이아몬드 <왜 어떤 사회는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가>에서 진단한 ˝집단 의사 결정의 실패 요인 4단계˝는 어디에 대입해봐도 절묘하지. 핵 발전소, 인종차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정 교과서, 지구 온난화, 인터넷 악플, 북플, 내가 꾸리는 작은 사회 `인생`, 어디든...

첫째,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그 문제를 예측하는 데 실패한 사회가 있을 수 있다.
둘째, 문제가 닥쳤는데도 사회가 그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사회가 문제를 인지했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컬처 쇼크> 중



내가 제일 걱정스러워하는 건 셋째 요인 중 ˝문제를 인지하고도 불합리한 행동을 해서 문제 해결에 실패하는 이유 `심리적 거부(psychological denial)`˝ 이 부분이야.
재앙 같은 결과가 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고통을 피하기 위해 거부하거나 회피하려는 인간 심리. 홀로코스트는 이런 인간 성질에 기반되어 있었고, 여전히 이 세계의 전쟁과 악을 키우는 자양분이지. 그래서 나는 ˝개인주의˝, ˝자아˝의 강조를 매우 의심스럽게 보게 돼(˝자유˝는 너무 큰 범주라 넣지 않았어). ˝자신˝을 중요시하는 그 심층엔 회피 심리가 있는 게 아닌지. ˝나˝라는 곳에 숨어 눈을 전망대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지금 생존본능과 싸우자는 걸까.

이 모든 걸 아무리 많이, 무한히 연결해 생각하더라도 나는 이 세계도, 내 세계도 구할 수 없을 거야. `중요함`이란 아주 인간적인 기준이지. 세계 자체는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지만 모든 것에 무심하지. 실상 우리의 무심함도 세계에서 온 것일 테지.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를 들으며, 오늘은 이만 쓸께.
잠에서 깨면 언제나 꿈은 산산조각 나있지. 그런데 삶에서 그걸 매순간 이어 붙이고 있으니 울고 웃을 수밖에.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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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16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토요일, 히든싱어에서 신해철 편이 방영된다고 하더군요. 꼭 한 번 봐야겠습니다.

AgalmA 2015-10-16 19:2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모르고 있었는데 정보 감사요!

다락방 2015-10-16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내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흥얼거렸어요.

에이바 2015-10-16 17:14   좋아요 1 | URL
요즘 마왕 생각을 많이 하고 방금 마왕에 대한 글을 읽고 왔는데 아갈마님 글이 있어 반가우면서 울적하고 또 제가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를 다락방님이 말씀하시니...

AgalmA 2015-10-16 19:29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4월, 6월, 8월, 10월...참 이 나라는 달달이 사람 애끓게 하는 사건이 많아서....

2015-10-16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6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6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6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5-10-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일 년 동안 제가 듣는 음원 리스트 중엔 `민물장어의 꿈`이 늘 빠지지 않고 있었죠..

AgalmA 2015-10-17 14:57   좋아요 0 | URL
한 번씩 신해철이 참여한 015B 초창기 앨범도 자주 듣고 그랬어요. 이사하면서 사진이랑 브로마이드, 테입들을 처분했던 게 참 뼈 아프더라는...

북다이제스터 2015-10-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일년...

AgalmA 2015-10-18 19:15   좋아요 0 | URL
replay...

나와같다면 2015-10-25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든싱어 신해철편을 봤어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네요..

2015-10-25 0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7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7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5-11-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AgalmA 2015-11-1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더 힘을 내야 하는 거야. 왜 자꾸 앞으로 가라는 거야.
두려움이 아니라 끝없는 슬픔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토록 희망과 절망을 노래 불렀던 당신.
이 展示된 삶을 균열내기 위해 계속 일어서야겠지. 그게 삶이라니...
눈물이 나서 오늘도 듣다가 끊는다,,,
힘을 낼께. 당신이 끝까지 그랬듯.
 
소멸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류은희.조현천 옮김 / 현암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

토요일에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있었다. 친구가 잘 보이는 포인트를 알려줘서 저녁을 일찍 먹고 밀린 일도 놔둔 채 나가려 했다. 그래도 모처럼의 기회인데 싶어 사무실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1. 난 불꽃처럼 일하겠어!
2. 감기 기운이 있어서....
3. 뭐, 그닥~
4. (이미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빈자리)

그래서 나 혼자 갔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 치르러 나가는 기분. 

너무 조용했다. 돗자릴 펴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 한 팀이 그나마 분위기를 내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이곳은 무언가 일어나기에도, 구경하기에도 퍽이나 동떨어진 모양새였다.
강변에 낮은 연기가 흐르고 있는 걸로 봐서 한 차례 불꽃놀이가 끝난 상황인 것 같았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언제나 그랬다. 혼자 무언가 기다리는 기분.
시작은 놀랍고 대책 없이 계속되길 원한다.

펑.
펑펑.
펑.....뚜르르르르....펑.
딱.....뚜르르르르.....펑펑........
스마일 모양
물고기 모양
하트 모양
더!
더!
더!

한 번 터지기 시작한 불꽃은 끝나기 전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듯 쉼 없었다. 핸드폰으로 아무리 잘 찍어보려 해도 흐릿했다. 화면은 간교한 거울처럼 말하고 있었다ㅡ넌 절대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거야ㅡ효과를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흑백으로 설정했다.

그 불꽃은 대공포(對空砲)였다ㅡ기분 탓이야ㅡ실제와 화면을 번갈아보며 ㅡ 넌 왜 저 아름다운 빛을 전쟁의 빛으로 덮으려는 거야 ㅡ 화면을 바꾸듯 내 맘도 바꿔 보려 했지만 점점 식어갔다. 어느 해 팔레스타인 공습을 구경하던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 떠올랐다. 의자까지 준비해 웃으며 바라보던 사람들.

불꽃이 환할수록 밤은 깊어갔다. 전쟁이 끝난 후 사람들은 얼마나 지나서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었을까. 장담하건대 그리 길지 않았을거다.
2차 세계대전 때 보병대 설문 조사에서 군인의 4분의 1은 격전시 소변을 지렸다고 한다(참고로 대변은 12%). 신참 전쟁 특파원들도 자신이 총구 앞에 섰을 때 소변을 지릴지가 첫 궁금증이라고 한다.(스콧 스토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참조) 
그렇게 어딘가에서 환호하면서, 또 어딘가에선 공포에 떨면서 우리는 치른다. 

30분도 채 못 보고 건물에서 내려왔다. 
사무실로 돌아와 1시간도 못 채우고 퇴근했다. 내 속에서도 무언가 자꾸 터지고 있었다.

늦은 밤, 거리도 축제 분위기였다ㅡ오늘 따라 왜 이렇게 시끄럽지ㅡ1시간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인 걸 알고 있었지만 이 땐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모두가 모두에게 뭐라고 소릴 지르고 있었고 나도 모두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갇히는 게 싫어 버스도 탈 수 없었다. 또 전쟁이군. 
전화를 걸었다.

난 네가 기분 좋아지라고 그런 건데.... 나도 그래. 사람 얼굴 안 보고 다닌 지 꽤 됐어.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서고 아는 체나 할 때 인사를 하게 돼.

주택가로 접어들기 전까지 내내 통화는 하울링이 심했고 수신 감도가 좋지 않았다. 토요일이 아닌 진짜 전쟁 때는 이보다 더 하겠지. 무료통화를 다 쓰고 나서야 집에 도착했다. 진짜 전쟁이 터진다면 그땐 똥오줌이나 다급한 통화로 끝나지 않을 테지.

누군가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죽는다. 

이번 서울세계불꽃축제 공식 집계로 사망자가 있었다. 조명 설치 작업자가 강물에 빠졌다가 시신이 되어 발견됐다. 이 날만 투입된 비정규직이었다고 한다. 43세. 아이가 있지 않았을까....

공중엔 환한 불꽃과 환호가 가득한데, 누군가는 그렇게 검은 물속에 가라앉는다.


한밤에 나는 우두커니 기다린다. 불꽃은 또 어딘가로 갔다. 







* 나는 이 글을 소설로 써 볼까 하다가 이렇게 버리고 싶어졌다. 태우지 못하는 게 분하다.




ㅡAgalma



p 89~90


˝(중략), 이에 비하면 전쟁으로 인한 파괴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지요. 그 어떤 나라도 오스트리아만큼 끔찍하게 파괴된 곳은 없습니다. 유럽의 그 어떤 나라도 이처럼 파렴치하지는 않지요, 국민들은 기만당하고 온 나라가 훼손당해 소멸돼 버렸지요. 사람들은 수십 년간 몰취미하기 짝이 없는 것만을 설교하고 전파시켰지요, 통치자 중에는 지난 수십 년간 비열하게도 아무 거리낌 없이 뒷거래를 일삼은 수많은 장관들,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주(州)를 소멸시키고 우리나라를 소멸시킨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들이 장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경치 파괴와 도시 파괴를 보편화하고 촉진한 사실을 생각하면 참을 수 없지요. 그러나 수십 년간 비열함과 몰취미가 극도로 만연해 있던 우리나라가 이제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짓누른 결과를 갖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요, 권력을 쥔 사람들이 경치와 도시를 파괴하고 소멸시키면서 민족의 영혼마저 망가뜨렸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혼은 망가졌고 그들의 기질은 비열하고 야비해졌지요. 어디에서나 음흉한 분위기만 감돌지요, 당신이 어딜 가든 이렇게 음흉하고 비열한 사람과 부딪치게 될 겁니다. 당신이 이전에 착하다고 여겼던 누군가와 얘기하다 보면 그 사람이 몹시 비열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성격이 바뀐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전에 착했지만 그새 비열하고 야비해지고 말았던 거지요, 그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비열함과 야비함을 암시하면서 억누를 생각은커녕 노골적으로 드러내지요, 당신이 아주 우호적이며 개방적이라고 기억하는 마을을 찾아가 보면 그곳이 악의적인 마을로 변해 버려 개방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고 비열하게 의심만 일삼는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될 겁니다, 오스트리아 전체가 돈벌이에만 급급한 장사판이 되어 버려 모든 것이 흥정의 대상이고 모두가 사기당하고 있지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당신은 아름다운 나라를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상점을 돌아다닐 뿐이지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당신은 문화의 나라를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딜 가나 유치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아서 황당할 겁니다. 이렇게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분위기 때문에 처음부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겁니다. 그것은 마치 지난 세기만 하더라도 어디든 널려 있던 동상들이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안긴 형용할 수 없는 카오스를 굽어보고 있는 모습 같다고나 할까요.˝


토마스 베른하르트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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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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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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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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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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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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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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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0-06 18:32   좋아요 0 | URL
새벽에 집에 들어가다가 골목에서 폐지를 모으고 있는 할머님과 마주쳤는데,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나 큰 수레에 자신의 무게보다 더한 짐을 싣고....이런 것이 세상의 정교한 질서라야 한다면.....그 수레를 어디까지 밀어 드려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며 그 곁을 지나갔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0-0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는 불꽃놀이가 예쁘기만 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불편해지기 시작하더군요. 누구는 쌀 한가마니다 라고 말하면서 경제적인것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저는 그 소리가 꼭 포탄소리같아서 인듯 합니다. 집 주변에 군부대가 있어 뒷산에 가면 가끔 훈련하는지 포탄소리가 나거든요. 그때부터 인듯 합니다.

AgalmA 2015-10-06 18:33   좋아요 0 | URL
양면성...참 판가름하기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살아가면서 계속 부딪히고 쌓이고....

2015-10-05 1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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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0-06 18:38   좋아요 0 | URL
그날 관람자 중 보트 충돌 사고로 한강에 빠진 사람은 잘 구조되었다던데, 두 사건을 비교하니 더 심란했습니다.

아름다운 걸 마냥 아름답게만 느끼려하지 않는 저도 참...

북다이제스터 2015-10-0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하던데, 성격을 바꾼 사람도 있군요. 그사람 운명은 바뀌었겠네요.

AgalmA 2015-10-07 02:34   좋아요 0 | URL
북 다이제스터님 되풀이해서 읽어봐도 뭔가 이해가 안 됩니다-_-?
하지만 굳이 설명은 안 하셔도....제가 좀더 알아 들을 수 있도록 공부할께요...;

그런데요, 바꾸는 것조차 운명 아닐까요...
 










§

낯선 곳에선 풍경, 그 중에서도 하늘이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이질적이면서도 가장 유혹적인 건 적막(寂寞)이다

밤이면 밤대로, 낮이면 낮대로.

벽이면 벽대로, 바람이면 바람대로.

움직임은 붓질처럼 가볍게 머물렀다 다음 약속도 없이 사라진다

끝없이 달라진다고 말할 때 주체는 누구인가. 나는 그 점에서 결정적으로 자신 없다.

풍경 안, 순간 속에서만 확신한다. 곧 사라질 것이란 믿음.

가만히 주시하고 있을 때 나는 잠시 동물이 된다.

이를테면 어느 해 내가 기르던 토끼나 , 날다람쥐의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나는 다시 죽음을 생각한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미셸 우엘벡 소립자의 엔딩과 지도와 영토에서의 제드 마르탱의 최후는, 내게 비트겐슈타인이 말년에 홀로 서성여야만 했던 북유럽의 외딴 풍경과 오버랩이 된다.

우리가 최후에 원하게 되는 적막은 진화적인 도태 결과인가, 자유 의지인가.

내 궁금증은 언제나 무용하다.

 

서울에 도착하며 처음 눈에 띈 것은 어떤 현수막이었다.

실종된 송ㅇㅇ를 찾습니다.”

이 도시에서의 상징이다.

우리가 원하던 상태로 찾을 수 있는 게 있을까.

 

나는 정확히 무엇을 깨길 원하는 걸까.

가능(可能)은 삶 보다 소멸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그 의미가 더 잘 보인다.

두 권의 책 앞에서 나는 또 망연하다.




Agalma









 


















앞으론 제 글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시다시피 이런 뜬구름 같은 얘기만 해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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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30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저는 그 뜬구름에 끌려 좋아요 누르고 말았네요.ㅎㅎ
문득 아갈마님의 서재 책장을 봅니다. 저로선 상당한 책들이 포진하고 있군요.
몇 권은 겹치긴 하지만요. 읽고 사유하고 변화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시월이 다가옵니다.

AgalmA 2015-10-02 00:27   좋아요 1 | URL
현실 속 서재처럼 다 읽진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지향하려는 삶에 좋은 지침을 주는 책들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부둥켜 안고 있네요;
글을 쓸 땐 대체로 서재 통해서 오는 터라 제 만족을 위해 꾸미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섹션의 의미도 나름 있고요. 프로필 아래에 있는 책은 문학 & 최근 관심두는 책, 그 아래 섹션은 예술과 문화 관련, 대문에는 늘 주시하는 작가와 철학자들(얼굴이 잘 나온 책 위주;;), 하단부엔 통찰을 위해 꼭 필독하자~하는 책들.
색상별로 꾸며보고도 싶은데 그건 정말 짝 맞추기가 어려워서 보류중입니다;

네, 이 모든 책들이 다 저를 변화시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힘든 숙제죠...
곧 이 해도 다 가겠지요. 맘이 복잡합니다.

2015-09-30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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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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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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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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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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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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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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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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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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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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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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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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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0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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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baal 2015-10-0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더욱 좋아요를 누릅니다.

AgalmA 2015-10-01 21:0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 맘이 편하려고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도 맘을 나눠주시니....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15-10-02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 마라고 하면 더더 하고 싶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어떤분이 합리적인 사고로 더 많은 자료를 분석하여 통계적잇 사고방식을 하라고 열변을 토하시네요!
근데 저는 줄곧 하품중입니다
오히려 아갈마님의 뜬구름 잡는다는 사고방식이 더 좋으네요^^
적으면서도 상반되는 이상황이 왜이리 우스운걸까요?

AgalmA 2015-10-03 01:25   좋아요 0 | URL
그런 효과가 있다는 걸 또 깜빡했어요ㅎ;
아무리 많은 통계와 자료가 있어도 그 해석이 또 각자의 주관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온갖 수사까지 동원해 자기 주장에 맞추려는 걸 모두 경계해야겠죠. 애덤 샌델 <편견이란 무엇인가>도 그런 점을 집중해 파헤치고 있는 거고요.
뜬구름 잡는 이 버릇...평생 못 고치고 안 고칠 제 병이자 앎의 자세인 듯합니다. 밖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머릿속 굴이라도 많이 파야지 하는 나름의 방도라...

많이 웃으시고 생각하는 순간 갖으시길~ 제가 19금 노래도 잘 찾아보고 그럴께요ㅎㅎ;;
 

§

이름은 좁고 몸은 복잡하다. 거의는 더럽고.


로또를 한 번도 사 본 적 없는 K는 뇌일혈로 쓰러진 채 한밤 내내 거리에 누워 있었다. 어떻게 아냐고? 본인에게 들었다. 그는 아직도 한밤 내내 도망친다. 내가 봤다.

사춘기 때부터 시작된 또 다른 K의 가출은 탈영을 해도 결혼을 해도 교도소를 가도 고쳐지지 않았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아는 사람이다. 가족이어도 면회를 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위선자인가. 누가 뭐라든 나는 나다. 너와 연결된. 네가 아는 내가 나라고 어떻게 믿어 주지? 증명해 봐. 내게 증명을 떠넘기지 말고. 네가 말한 책임을 져 봐. 네 말 뒤에 찌질하게 숨지 말고. 말로 그럴 듯하게 화장하지도 말고. 칸트를 가져와도 소용없어. 칸트도 욕에 당할 재간은 없거든. 산책처럼 정확하게.

한밤, 음악이 지나간다. 차를 타고. 기억보다 빠르게.

C는 일찍 죽었다. 또 또 다른 K도 일찍 죽었다. C, K (Calvin Klein 말고)....이름 마저 똑같을 정도로 무수하게 많지만 누군가에겐 기억되고 기억되지 않는다. 그들이 음악이었다면 아름답게 오래 기억되었을까. 인간은, 존재는 위대하다며? 定義와 正義는 다르다. C와 K처럼. 같다면 C와 K가 인간이듯 언어라는 것. 그러자 넷 다 닮아간다. 모두 다.

한밤의 잠처럼 잠깐 머물다 가는 것, 나쁘지 않잖아. 그런데 다들 뭔가 남기려 기를 쓰지. 꿈의 기록마저. 낙태된 꼬라지더라도. 왜? 생명 존중 운운하고 싶어? 내가 위에서 말했지. 말로 화장하지 말자고. 그렇다고 내가 말을 똥으로 쓰고 있는 건 아냐. 정신이 있다면 제대로 좀 들어봐. 가장 멋진 사과를 고르듯 들으려 하지 말고. 그래봐야 먹고 똥 싸고 한참 이렇게 지껄이고 고르다가 에이씨, 잘 거잖아. 내 몫의 인생을! 자아를! 멋지게 만들어 보겠다고. 자아는 잠꾸러기~일어나봐, 제발! 제발! 과연 있다면! 

시시해 그래 시시해. 오늘은 ˝병신 같은˝ 이란 말을 두세 번 내뱉었는데, K도 맞장구치며 ˝@&&₩&& 같은˝ 인간들을 끄집어냈지. 우리는 (술 안 먹었어) 제정신이었어. 제정신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끝나지 않는 낮과 밤을 이리저리 오가며 대화를 했지. 결국 잊을 거면서. 거의 다 失語에 失意였어. 알면서도 그러는 거야. 우리는. 모르는 너에겐 경의를 표한다. 안다고 말할 때 가장 경멸스러운 어조이고 표정인 걸 알아?

내 유일한 재산은 가까스로 제정신이라는 것. 앎이 내 지갑은 아니라는 것. 


더러워 더러워 어느 날 어머니의 이 말씀이 유산처럼 남아 있다. 


잠처럼 더러운 물을 마신다 달다
많은 처음이 그랬다 그렇다



버려 버려
꿈 속에서라도.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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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9-13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주한다 나라는 이름의 너를.

책읽는나무 2015-09-1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에요!!
심란해 보이네요?제 눈에만??^^

가을이네요!!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가을하늘이 이쁘구나!!여길터인데~~
저도 이제 즐겨보려 노력중이어요!!
님도 맘껏 즐기기 시작!!
입니다^^

AgalmA 2015-09-14 00:55   좋아요 2 | URL
마음병이 또 심각해지는 거 같아요. 햇볕이 제겐 A4 용지로밖에 안 와닿는 듯 느껴지니 말입니다.
물론 즐길 준비는 해 두었습니다. 다음달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갈 거니까요. 우울해도 가야합니다. 표까지 이미 받았으니;

발랄한 격려 고맙습니다. 이런 글에 이런 댓글을 달아주는 이웃이라니! 이것도 복인데....

수이 2015-09-14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 나도 자라섬 가는데!!! 하루만 가지만_

AgalmA 2015-09-14 00:53   좋아요 1 | URL
전 금토 이틀~ 이젠 3일은 힘들더라고요. 끙))) 여유가 있으면 일요일은 대낮 무료공연 잠깐 볼 지도. 하이파이브 해야겠네요ㅎㅎ
그런데 가게하는 사람이;; 물론 좋은 자세입니다ㅎb

수이 2015-09-14 00:52   좋아요 2 | URL
거기 가려고 오픈 날짜도 미뤘는걸 ㅋㅋㅋㅋㅋㅋ 마주치면 인사하기 찌찌뽕!

AgalmA 2015-09-14 01:29   좋아요 2 | URL
당신이랑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맥주를 같이 마시고 싶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때 웃음이 터지려나요. 물론 영영 아니 되어도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요. 이래도 인생, 저래도 인생.

물론!이 왜 이렇게 많아! (그러면서 끝내 안 고친다) 무른!

물고기자리 2015-09-1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음악과 더불어 햇볕의 편애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2015-09-24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9-2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자와 포우, 카프카가 한 책장에 꽂혀 있는게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타당한 듯 합니다. 배경 갈색 염색 머리도 잘 어울리고..^^ 어느 서점인가요? ㅎ

AgalmA 2015-09-30 13:50   좋아요 1 | URL
책을 모으며 기쁜 건 그렇게 나란히 두면 아, 이들도 그랬었지...눈물겹게 위안이 되는 점이랄까요. 책 모으는 사람들 다 알겠지만.
제 맘대로 책배열을 하기 좋은 서점이지요 :) 부시시한 머리로 아무 책이나 빼서 읽어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