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투표, 종이 한 장의 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현주(어린이책 작가&세이브더칠드런 스쿨미유닛 팀장)


“빨리 배워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미국은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 투표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대선을 앞두고 초등학교에서는 ‘모의 선거 (Mock Election)’를 실시한다. 아이들은 선거인 등록부터 투표, 개표 과정을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치르며 후보들의 공약을 살핀다. 빈민층을 돕는 버니 샌더스에 투표하겠다는 아이, 장애인을 비하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각자의 주장을 편다. 진지함만큼이나 결과도 흥미롭다. 아이들의 모의 선거 결과는 실제 선거의 예상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다.

 

정치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여기는 나라는 또 있다. 의무투표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 가운데 세계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은 스웨덴이 그렇다. 2014년 스웨덴의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85.8퍼센트로 한국의 2016년 20대 총선 투표율 58퍼센트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스웨덴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민주주의와 투표의 개념을 배우고, 초등학생이 되면 정당의 역사와 철학을 배운다. 덕분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저는 중도당을 지지합니다. 커서 자영업을 하고 싶은데 중도당은 자영업에 투자를 하거든요.”라며 발언할 줄 알게 된다. 일찍이 정당정치와 자신의 삶을 연결해 사고하는 법을 익힌 결과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EBS <e지식채널>이 소개한 세계의 정치 교육 현장이다. 다섯 살부터 투표를 경험하고 초등학생이 되면 정당의 역사와 철학을 배우며 그 지식을 자신의 삶에 녹여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아이들. 어려서부터 투표와 선거의 의미를 배운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바로 ‘투표’를 꼽는다.

 

한국은 어떨까? 2016년 20대 총선의 투표율은 58퍼센트였다. 생애 첫 유권자 자격을 얻은 19세의 투표율은 53.5퍼센트에 그쳤다. 높은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저임금, 분단, 징병제 등 자신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연계되는 사안 앞에서 이들은 낙담하거나 오히려 냉소적이 된다.

 

바로 그래서, “빨리 배워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아직 사회적 경제적 테두리에 갇히거나 길들여지기 전에 민주주의의 의미와 도구를 익히고 경험해 봐야 한다. 다섯 살은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어릴수록 좋다. 어렸을 때 알려주면 투표가 얼마나 가치 있고 꼭 필요한 일인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낙담, 냉소, 체념에 앞서 옳음, 숭고함, 정의의 가치를 먼저 배우게 된다.

 

《투표, 종이 한 장의 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정치 교육의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부터 EU 구제금융 수용 여부를 묻는 2015년 그리스 국민투표까지, 2500여 년의 시간을 여행하며 선거와 국민투표가 확대되는 과정을 살핀다. 투표권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으로 거둔 소중한 결실임을 보여 준다. 역사의 주요 장면을 살펴보며 주로 선거와 투표의 역사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곧 민주주의 그 자체라는 점에서 좋은 민주주의 교과서 역할을 한다.

 

나아가 이 책은 선거와 국민투표만으로는 민주주의가 꽃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균형 있게 짚는다. 다수결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간접 민주의주의 단점을 보완하는 국민소환, 국민투표, 국민발의 등의 장치를 알려준다. 오늘날 직접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지역 사례도 소개한다. 100년 전까지는 투표권을 얻는 것이 과제였다면, 이제부터는 투표의 허점을 메우는 것이 우리들의 숙제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이들이라고 정치 뉴스의 진공 공간에서 살아가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아이들도 어른들의 세상을 보고 듣고 경험한다. 아이가 ‘미국의 대선은 클린턴과 트럼프, 누구의 승리로 끝날까?’ 하고 궁금해 한다면 이 기회에 ‘투표에서는 이겨도 선거에서는 질 수 있는’ 미국 대선 제도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토론해 봐도 좋겠다. 시민의 뜻을 거스르고 일을 안 하거나 싸움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어떻게 시민의 힘을 보여 주면 좋을지 논의해 봐도 좋겠다. 《투표, 종이 한 장의 힘》이 충분히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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