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 책 <산딸기 크림봉봉>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윤혜신(요리전문가, 동화작가)

 

철저한 고증과 확인으로 그려 낸 그림 동화,

아니 너무 예쁜 역사책!
『위니를 찾아서』로 익숙한 소피 블래콜의 아름다운 그림에 반해 책장을 넘기니 4세기에 걸친 ‘산딸기 크림봉봉’ 이야기가 펼쳐진다. 300년 전에는 덤불을 헤치며 산딸기를 따고 젖소의 젖을 직접 짜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나무 젓개로 휘저어 부드럽고 달콤한 산딸기 크림봉봉을 엄마와 딸이 만들어 맛있게 나눠 먹는다. 그리고 200년 전, 100년 전, 드디어 현대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마켓에서 구입한 재료로 휘리릭 만들어 먹는 과정을 그렸다. 철저한 고증과 확인으로 그려 낸 그림 동화, 아니 너무 예쁜 역사책이라고 할까.

 

넋이 나가서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아, 우리에게도 이런 디저트가 있는데….’ 싶었다. 바로 몇 백 년 전부터 만들어먹던 조청! 할머니는 겨울방학 때마다 광에서 농사 지어 갈무리해 뒀던 쌀과 보리를 꺼내서 보리를 물에 담가 싹을 띄워 엿기름을 만드셨다. 쌀로 밥을 지어 엿기름에 삭혀 가마솥에 불을 때서 고면 서서히 엿이 만들어졌다. 할머니 곁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다 맛보던 그 은근하고 부드러운 단맛이란! 작은 종지 안에 따스한 조청을 손가락으로 쪽쪽 빨아 먹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의 어머니는 더 이상 가마솥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찬밥을 전기밥통에 넣고 반나절 만에 조청을 만드셨다. 나는 마트에 가서 쌀 조청을 한 병 사 들고 와서 그걸로 정과도 만들고, 강정도 만들고, 예전에 할머니가 해 주시던 대로 가래떡도 푹 찍어 먹는다. 그러면서 늘 할머니 조청을 그리워한다.

 

세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로 변해도 아날로그로만이 해결할 일이 있다. 문명이 발달해도 우리 마음속에 깊은 문화적인 공감은 그대로다. 기구는 변해도 정성스럽게 만들고 맛있게 먹는 그 사람들은 여전히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딸애가 오는 주말에 함께 만들어 봐야겠다. 양푼에 남은 걸 싹싹 긁어 먹는 게 딸애 몫이니까!

 

전문가가 선택한 8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