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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상처를 주지 않고 도움을 주고받는 성경적인 방법
스티브 코벳 & 브라이언 피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4년 3월
평점 :
"실상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일을 하면서 그들에게 또 심각한 해를 끼치기도 한다"(17).
이 책은 먼저 성경 말씀 한 구절을 상기시킵니다. "누가 이 세상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 줄 마음을 막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할까 보냐"(요일 3:17). 그리고 이 책의 한 구절이 제 마음을 아프게 찔렀습니다. "행동하라! 교회 안에서조차 고통스러운 빈곤과 유례없는 부가 공존한다면 복음에 대한 모욕이다"(24). 이 책은 "이제껏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유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북미 그리스도인들을 1차 독자로 하고 있습니다. 지구 인구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30억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하루에 2달러가 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며, 그 가운데 10억 명 정도는 극심한 가난 속에서 지내는 이때에, (북미)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복음에 대한 모욕이며, 그런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능력에 대한 증인으로서 교회의 진정성도 위태롭다"(25)다고 경고합니다.
<헬프>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일깨우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이 사명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를 심각하고 성실하게 고민한 책입니다. <헬프>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심각한 문제 하나는, 많은 교회가 가난한 이웃을 돕고자 많은 돈을 투자하며 열심을 내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을 해롭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우려는 사람도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낙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도우려는 노력을 몇 배로 더 하되 즉시 그리하라.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보려고 노력하라(25).
선한 의도로 일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헬프>는 먼저 "가난"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가난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가난이라고 하면 물질적 결핍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직접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난으로 인한 수치심과 열등감, 무기력, 두려움의 문제를 함께 안고 있습니다(70-71). 그들의 문제는 물질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도 물질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헬프>는 먼저 가난을 재정의해줍니다.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벗어나게 하는 방법들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헬프>는 창조에 기초한 4가지 관점에서 가난을 정의입니다. 4가지 차원은 "하나님과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나머지 창조세계와의 관계"이며, 이것은 곧 "영적 친밀감의 빈곤", "존재의 빈곤", "공동체정신의 빈곤", "주체성의 빈곤"을 초래합니다.
가난의 성경적 관점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중요 포인트는,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만일 물질적 가난만을 가난으로 보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신(神) 콤플렉스"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움도 해가 된다"(86).
<헬프>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앞서 그들을 도우려고 하는 "나의 동기"는 무엇인가를 먼저 점검하게 해줍니다. 잘못된 동기로 접근을 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위축시켜, 결국은 빈곤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헬프>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때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신 콤플렉스라는 존재의 빈곤이 심화되고, 경제적으로 약자인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등감과 수치심이라는 존재의 빈곤을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87).
교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이야기가 나오면 보통은 "재정(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없어서 그렇지 돈만 있으면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헬프>는 우리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큰 오산이며 오만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대부분 빈곤은 아주 만성적이며 구제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개발이 필요하다"(258).
<헬프>는 이런 이유로 교회가 저지르고 있는 중대한 실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헬프>는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도움을 주는 3가지 단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것은 "구제, 복구, 개발"입니다. 구제는 긴급한 상황에서 취하는 응급조치와 같은 도움입니다. 복구는 구제 단계의 사람들에게 응급조치를 취한 후, 그들의 회복의 위해 일하는 단계입니다. 개발은 계속적인 변화를 통해 "물질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은 일을 하고 그 일의 소산으로 자신과 가족들을 돌봄으로써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그들의 소명을 더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단계입니다(138-139).
<헬프>는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돕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많은 교회가 "절박한 구제의 대상에만 관심"을 갖거나, "복구나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 구제를 적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무조건적인 베풂보다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로 사람들을 회복시킨다는 최종목표를 잊지 않는 지혜와 절제를 사용하라고 명한다"(298).
<헬프>는 매서운 책입니다. 빈곤에 대한 잘못된 정의, 잘못된 동기, 잘못된 접근, 잘못된 방법이 어떻게 도움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을 어떻게 잘 도울 것인가를 진지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하도록 이끌어줍니다.
마음에 깊이 새긴 가장 놀라웠던 가르침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 할 때,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헬프>는 그들의 필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질문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자 할 때, "필요가 무엇입니까?를 묻지 말고, 다른 질문을 하라는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보고,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그 질문이 무엇인지는 책을 읽으며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지만 그 질문이 가진 힘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교회가 열심을 가지고 가난한 지역을 찾아가 많은 돈을 들여 기계를 사주고, 수확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많은 헌신을 하지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기증한 기계들을 사용하지 않아 녹술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만들어준 공중화장실은 한 번도 사용한 흔적이 없고, 봉사단체들이 마을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설립단체들이 모두 해체되는가 하면, 프로젝트들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185-186). 좋은 의도로, 선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일인데 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이처럼 슬픈 결말을 초래하게 될까요?
처음 <헬프>라는 책을 보았을 때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성경적 지침 몇 가지를 배울 수 있겠구나 정도의 기대감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헬프>를 읽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헬프>는 가나한 사람을 돕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또 얼마나 신중하고 집중력 있는 행동이 필요한가를 알게 해줍니다.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은 일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어려운 과정을 한 발 한 발 디뎌가는 일입니다. 어쩌면 그 방법을 배우다 지쳐서 그냥 그만 둬 버리고 싶은 심정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지혜롭게 해야 할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읽어야 할 책이지만, 특히 선교사님들과 단기선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교회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들을 성장하게 하고 개발을 돕기 원하는 교회들에게도 중요한 지침이 되어줄 책입니다. 교회가 이렇게 성실하게 이웃을 돕고자 한다면 교회를 환영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