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상의 인물 나다니엘에게 건네는 이야기로 시, 일기, 여행 기록, 허구적 대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되어 산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알게 된 지혜들이 담겨 있다.


순간들! 미르틸, 너는 순간순간마다

지금-여기 있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삶의 매 순간은 본질적으로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상과 양식 P92


책은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바꿀 수 없고,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는 알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인 현재만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매 순간의 지금을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지드는 <나는 오직 이것 아니면 저것만을 했다. 하지만 이것을 하고 있으면 저것이 아쉬워, 종종 아무것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애를 태워야만 했다. P80>고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의 순간의 선택들에 의해 걸어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걸어보지 못한 길에 미련을 가진다. 선택의 순간에 우왕좌왕 헤매거나 망설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놓칠 때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 자신의 두발이 딛고 있는 지상에서 생의 쾌락과 행복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


앙드레 지드는 아프리카의 알제리와 튀니지를 여행하다 결핵에 걸린다. 이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1987년 지상의 양식을 출간한다. 생사의 기로에서 깨닫게 된 것들을 기록한 그의 비망록이며 동시에 동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탈주와 해방의 참고서>이다. 앙드레 지드는 책의 시작에 <그리고 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이 책을 던져 버려라 - 그리고 뛰쳐나가라. -중략-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을 일깨워 주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모든 도덕적 덕목들로부터 탈주하기를 간곡히 권한다.

새 양식은 지상의 양식 출간 후 38년 뒤 세상에 나온다. 지드는 나이를 먹으며 <이때부터 나는 갈증의 해소보다는 갈증 자체를, 쾌락보다는 쾌락의 약속을, 만족보다는 사랑의 끝없는 증대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다. p279>고 한다. 새 양식의 주 내용을 <만남>이다. 자신이 살아오면 만남을 통해 접하게 된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관계 등에서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그 모든 것들! 그 대체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되찾을 수 없는 그 순간순간을 붙잡지 못했기에. 결정을, 노력을, 포옹을 나중으로 미루었기에······ 흐르는 시간은 명백히 흘러가 버렸다.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새 양식 P290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이었다. <삶을 떠나야 시점에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P290>로 시작하는 글은 더 고려 해 봐야 할 것 같아서, 때를 기다리느라, 게을러서 등 남아 있는 시간이 무한한 듯 여긴다. 하지만 모든 생에는 끝이 있다. 그 끝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한 것들, 소중한 사람들과의 순간들, 가고자 했던 곳, 보고자 했던 것, 하고자 했던 것 등 모든 것들에 대하여 후회한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기에 더욱 다가오는 문장이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 P216>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를, 지금을, 순간을 원하는 것들로 채워나가야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순간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갖거나 후회를 줄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른 것을 당장 해보자. 지나가면 후회할 것이다. 나는 일요일임에도 일하러 나간 신랑에게 전화를 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 피타고리스에 의해 만들어진 고양이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사람들에 의해 실험되어지며 제3의 눈을 가지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인터넷에 접속하여 웹서핑을 하며 정보 바다를 항해하다 우연히 에드몽 웰스 교수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ESRA)>을 보게 된다. 그리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ESRAC>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약 7백만 년 전에 고양이의 첫 조상이 춣현했다니 역사가 길다. 약 3백만 전부터 큰 고양이와 작은 고양이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큰 고양이는 사자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작은 고양이는 지금의 고양이로 약 1만 년 전부터 인간과 함게 하기 시작했다. 농업 사회에서 쥐 등의 설치류들로부터 곡식을 지켜주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먹이나 잠을 잘 곳 등을 받게 되었다.


고양이의 역사와 신체적 특징, 습성 등 고양이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길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몇 권의 고양이 관련 책을 가지고 있지만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많았다. 혀로 온몸을 핥는 것이 몸을 깨끗이 하고 죽은 털을 없애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혀에 묻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는 것과 스크래치하는 행동이 발톱을 날카롭게 갈고 죽은 발톱을 떼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발바닥의 젤리에서 나오는 냄새를 묻혀 고양이 간의 소통에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수염이 코 주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다리 뒤쪽에도 다발로 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30센티미터 안을 잘 식별하지 못해 눈을 대신하여 수염을 움직이며 미세한 공기의 흐름으로 공간을 확인한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좀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는 키울 예정인 예비 집사들에게는 필독서로 권해도 될 듯하다.


스핑크스 고양이는 특이하여 교배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외로움을 잘 타고 사교적이며 집단에서 리더십을 발휘는 성격이다. <행성>에서 탑 안의 고양이의 우두머리가 스핑크스 종이었던 게 이해가 되었다. 다른 종에 비해 사람에게 살갑게 구는 편이다. 그리고 온몸에 털이 없기 때문에 햇빛에 무척 민감하고 겨울철에는 체온 유지와 에너지를 체내에 저장하기 위해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보통의 고양이와 다른 돌연변이 같아 보이지만 다른 고양이들과 같다. 특이하거나 보여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바스테트는 고양이, 문명, 행성 3부작 시리즈를 읽으며 만나게 되었다. 고대 이집트에 같은 이름의 고양이 신이 있었다고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20대 때 꿈이 하나 있었는데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글을 쓰는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도미노라는 암고양이를 키우면 30권이 넘는 책을 내어 꿈을 이루었다.


지루한 백과사전이 아니라 신화 속 옛이야기 같은 책이다. 자리에 앉아 시작하니 순식간에 훅! 읽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 몰랐다. 바스테트와 에스메랄다, 볼프강, 펠릭스, 안젤로, 네부카드네자르, 누누르등의 이름을 닷 보게 되어 반가웠고 그들의 품종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좋았다.


이 책을 읽으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도 무척 궁금해졌다. 어떤 새로운 지식들이 담겨 있일을 지 기대가 되어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도미노와 함께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귀여운 냥이와 함께 책은 읽을 수 있는 행복은 누리고 있다. 이 행복감에 동참해 보기를 권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로마 신화 9 : 이아손 아르고스 코르키스 황금 양털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그리스·로마 신화 9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금 양털을 찾아 떠나는 용기있는 영웅들,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이다. 이올코스의 원래 왕이 되어야 했던 크레테우스 왕의 아들 아이손에게서 태어난 이아손은 아버지의 배다른 형제인 펠리아스를 피해 케이론에게서 키워진다. 케이론은 이아손에게 역사, 지혜와 함께 창, 활과 검술 등 육체적 힘과 용기 등도 가르친다.


한 가지 엄숙히 명세해 다오. 아무리 싸움이 힘들어지더라도 절대로 명예를 더럽히는 짓은 하지 마라. -중략- 난 네가 불명예스럽게 이기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패배하는 것을 보겠다는 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9 P49


이아손이 케이론에게 모든 학문을 배우고 때가 되었을 때 케이론은 그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준다. 케이론은 이아손에게 마지막으로 가르침을 준다. 그는 싸움은 명예롭게 하라 당부하며 불명예보다는 폐배가 더 나은 선택이라 이야기해 준다. 앞으로 다가올 숱한 싸움들에서 이아손이 케이론의 가르침을 기억하였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이아손은 이올코스의 펠리아스를 찾아가 자신의 것이었던 왕의 자리를 요구한다. 그러나 교활한 펠리아스는 코르키스에 있는 황금 양털을 가져오면 왕의 자리를 준다고 한다. 자지 않는 두 마리의 용이 지키고 있고 메데이아라는 마법을 쓰는 아이에테스의 딸이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이아손은 <용기>를 내어 함께 갈 사람들을 모은다.


이에 찾아온 이들이 쟁쟁하다. 가장 먼저 헤라클레스가 왔다. 그리고 그의 동행으로 힐라스라는 젊은이도 왔다. 테세우스, 쌍둥이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 용감한 전사 텔라몬등도 왔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린케우스, 티피스, 에키온, 제테스와 칼라이스도 동행에 참여하려 왔다. 그리고 오르페우스와 이 모든 이들을 태우고 항해할 배를 만들 아르고스도 왔다.


펠리아스는 아르고스에게 포세이돈이 말하길 배를 만들 때 못을 아껴 쓰도록 명하였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아르고스는 오히려 보통 때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못으로 튼튼한 배를 만든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 이아손과 일행들은 배의 이름을 아르고라 이름 붙인다.

이제 이아손과 영웅들은 황금 양털을 가지러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그들 앞에 험난한 고난들이 펼쳐지겠지만 그들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는다. <용기>는 함께 할 때 더욱 단단해지는진다.


이아손이 이올코스로 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 강을 건너게 도와줬던 더럽고 추한 늙은이가 헤라였다. 헤라는 이아손의 도움으로 강을 건넌 후 그를 도와주기로 약속했으며 이후 이 일행들이 고난에 빠질 때마다 도와준다. 하지만 코르키스에서 메데이아를 만나며 케이론의 가르침을 잊은 후부터 신들의 분노를 사게 된다. 황금 양털을 가지고 이올코스로 돌아왔지만 과연 명예로웠다 할 수 있을까? 황금 양털이 부와 명예를 가지고 온다고 하였지만 이아손에게서는 모든 것을 잃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인간들의 일에 신들이 개입하면서부터 열까? 사랑의 마음을 에로스의 화살로 강제로 이어주어서일까? 사람의 욕심 때문이었을까?


지혜로운 스승의 가르침은 언제나 가슴 깊이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한다. 황금 양털이 이올코스에 부와 명광을 가지고 오지는 않았지만 이아손과 그 일행들이 세 개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 한 용감했던 행동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언가 이드몬은 여정 중에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했다. 그들은 마땅히 그들의 용기에 보내는 찬사를 받을만했다.


<용기>는 아주 어렵고 큰일을 할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며 얻는 작은 성취들의 만족감을 학습하고 배우면 나중에 그동안 쌓인 용기들이 더 큰 힘을 낼 수 있게 한다. 용기 있는 사람 옆에서 그의 모습을 직접 보고, 관찰하며 배우는 것도 용기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파랑새 출판사의 9번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용기>있는 행동의 결과로 배운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지 읽어보길 추천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
카테르지나 추포바 지음, 김규진 옮김, 카렐 차페크 원작 / 우물이있는집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세기에 <로봇>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러나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00여 년 전이다. 그래픽 노블로 접한 R.U.R 은 지금 출간된 책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노동자가 가장 훌륭한 노동자일까요? 헌신적인 노동자? 정직한 노동자? 아니요! 가장 값싼 노동자지요. 부려먹기에 가장 경제적인 노동자요. 로봇입니다.

R.U.R 로숨 유니버설 로봇 P6


체코의 대표적인 작가 카렐 차페크는 체코어 robota(로보타) - 중노동, 부역 노동 -에서 따와 <Robots(로봇)>이라는 단어를 만든다. 19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자본이 모든 것의 우선순위에서 최고에 오르며 노동력의 가치는 금액으로 매겨지기 시작한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해진 유럽의 나라들은 식민지에서 노예들을 데려오거나 도시의 빈민들에게 일을 시킨다. 이에 비평가이기도 한 그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풍자한다.

자동화의 발달로 사람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로봇의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늘려주었다. 그런 면에서 노동은 로봇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잠을 자고 움직이고 자신을 가꾸고 하는 모든 것에는 돈이 든다. 그리고 노동 = 돈이라는 공식이 지배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해 나가지 못한다.


로봇에게 모든 노동력을 일임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해결하여야 하지 않을까? 스위스처럼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두 국가에서 책임을 진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 또한 노동을 통해 받은 월급에서 떼어낸 세금으로 움직여진다.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카렐 차페크가 생각하는 로봇피아는 어떤 모습일까? 모두가 만족하는 유토피아는 실현 가능할까? 머지않은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섬뜩함을 가져왔다. 알파고는 지금도 데이터를 갱신해가고 있으며 인간보다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하게 되었으며 인간과의 시합에서 이기고 있다.


로봇의 영역과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이 자신을 만든 창조주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혜성의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던 것과 같은 결과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카렐 차페크는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넘어 인류를 말살 할 수도 있는 로보칼립스를 경고하며 로봇이 인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세상인 로보토피아를 향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고전문학에 속할 수도 있지만 현대문학이라 해도 충분히 납득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내용이다. 과학의 발달과 윤리적 문제가 어떻게 어우러져야 할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된 지금 필요한 책일 것이다. SF와 그래픽 노블이 취향인 분들께는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


100년 전에 이러한 내용을 예견한 카렐 차페크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너무 궁금해진다. 평범한 인생이 3부작이라고 하니 호르두발(1921년)과 별똥별(1924년)도 국내 번역본이 있는지 찾아 읽어봐야겠다.


뮤리엘 상을 수상한 체코의 신인 애니메이터이자 만화가 카테르지나 추포바의 그림으로 만나 시각적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어지니 내용의 이해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소설로 읽게 된다면 만화영화 한 편이 눈앞에서 상영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덜란드 왕립 증기선 메데이아호에서 책은 시작된다. 왜 배이름이 신화 속 마녀일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배 안에 탑승자들이 향하는 곳이 악몽 공화국인 지옥의 아이티이기 때문일까......


독재자 파파 독에 의해 관광객이 끊겨 트리아농 호텔의 영업이 어려워진다. 브라운은 호텔을 팔기 위해 매수자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배에서 미국 대선 후보였으며 채식주의자인 스미스 부부, 자신을 월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소령이라는 존스, 그리고 미스터리한 페르난데스를 만나게 된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마주하게 된 것은 사회복지부 장관이었던 닥터 필리포의 시체였다. 그 순간 배에서 만났던 채식주의자 스미스 부부가 찾아온다. 팽팽한 긴장감은 브라운의 <아마 거지일 겁니다>라는 말에 탁! 끊어졌다. 그렇게 위기를 넘긴 브라운은 과연 비밀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누가 내 아들 아니랄까 봐. 지금은 무슨 역을 연기하고 있는 거니? "

어머니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 P105


어머니에게 받은 엽서 한 장에 아이티로 온 브라운에게 그의 어머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그녀는 트리아농 호텔을 유산으로 남긴다. 유언장을 찾다 발견한 레지스탕스 훈장에 진짜 수여받았을지, 훔쳤을지, 사랑의 징표로 받았을지 의구심을 가진다. 그리고 백작부인이라는 것도 진짜일지 의심을 한다.


그는 어머니의 모든 것을 연기로 본다. 그의 어머니가 마르셀을 사랑한 것도 레지스탕스 훈장을 받은 것도 백작부인인 것도 연극이었을까? 그녀는 왜 브라운을 아이티로 불렀을까?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들을 남길 이가 아들인 브라운뿐이라서? 그렇다기에는 <기분이 엉망이야. 네가 여기로 와주면 좋겠구나. 엄마>라는 문장이 애매하다.


우리는 믿음이 없다. -중략- 우리는 그저 계속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지구가 매일 운행하는 궤도를 따라 돌았다. 바위와 돌과 나무와 함께.' P406


죽어가는 자의 마지막 부탁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 한 가지 믿음을 버렸다 해서 모든 믿음을 버리진 마십시오. 우리가 잃은 믿음에는 언제나 대안이 있기 마련이랍니다. 아니, 다른 가면을 쓴 같은 믿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P418


자칭 존스 소령이 말하는 것들은 의심스럽다. 월남전 참전도, 물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도 의심스럽지만 그는 유쾌하여 주위의 모든 이들을 웃게 한다. 메르 카트린네의 탱탱, 브라운의 연인인 마르타, 그녀의 남편 루이스와 아들 앙헬, 그들의 계 등 모두 존스의 우스꽝스러운 연극의 관객과 같은 모습이다. 존스의 희극은 언제 끝이 났을까? 아니 끝난 적이 없었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배우 모습이었을 듯하다.


믿음이 없다는 브라운과 믿음을 버리지 말라는 존스의 문장의 대비가 인상 깊었다. 모든 것을 잃은 것은 같은데 왜 두 사람은 이리 다른 것일까? 오히려 브라운의 상황이 존스의 상황보다 더 나으며 스미스 부부를 비롯해 필리포 등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은 브라운이 믿음이 없다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당신은 믿음을 잃었군요.>라는 닥터 마지오의 말에 <믿음에도 한계가 있잖습니까?>로 답하는 브라운의 대답을 깊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믿음의 한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누구의 문제일까? 상대는 진실을 말하는대 '나'는 의심을 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잃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설득하지 못한 이? 확신을 주지 못한 이? 그동안의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돌아보게 하였다.


<잃은 믿음에는 언제나 대안이 있다>는 말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폭력은 불완전한 자비이고, 무관심은 완벽한 이기심이니까요. P413>이라는 문장이 그레이엄 그린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아이티의 상황에 대한 기사를 몇 번 발행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책의 글 안에서도 미국의 원조를 바라는 파파 독과 득실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미국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레이엄 그린은 저널리스트로의 능력보다 소설가로 아이티의 독재와 불합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내었다.


<무관심>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투명이 된다. 불합리에 맞서기보다 모른 척 지나가는 것이 현재는 피해를 덜 보는 것 같겠지만 그 이기심의 대상이 어느 순간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다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