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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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는 건강하지 않은 시각과 계속 너무 많이 마주쳤다.

그러면서 여태까지 온갖 위험에 맞서는 힘이었던 반항 정신을 잃어버렸다. P235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만큼 자란다고 하였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적인 내 편이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순간이 와도 삶을 살아가는 힘을 낸다. 부모는 아이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 몇 년간 학교폭력위원회에서 활동을 하였다. 자주 열린진 않았지만 학교에서 소집 문자가 오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아이들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밖에 있으면 끊임없이 전화해서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확실하냐 확인을 하신다. 아이들은 예민하게 부모가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끝에 항상 '아이를 믿어주세요.'라고 말을 한다.


만약 여름방학 때 쿠퍼와 마주친 후 아버지가 '괜찮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낙제하더라도 다른 방법들은 많으니 걱정할 것 없다.'라고 말하였다면 어떠했을까? 사랑한 리자와의 일과 한 번만 더 심장발작이 오면 위험할 수 있는 아버지에 대한 압박감은 게르버를 짓누른다.

© te3pot, 출처 Unsplash


그는 차셰의 시체를 넘어 그 성공을 거머쥔 것이다. P346


게르버는 쿠퍼가 모든 문제를 맞힌 차셰에게 수업 종이 울린 후까지 문제를 풀게 한 후 <미흡>을 주어 분노하였다. 차셰가 쿠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 그가 사라지고 난 후 분노하는 게르버에게 쉰탈은 '수업 시간에 그랬어야지. 게르버!'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루프레히트와의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나오며 긍정적인 점수가 나오며 게르버는 기뻐한다.


이것이 게르버의 행동의 버튼이지 않았나 한다. 자신이 기뻐한 것을 쿠퍼의 제의를 덥석 수용하고 투항했다 생각한다. <11장 작은 말은 쓰러진다> 전체에 흐르는 게르버의 심리 상태에서 어쩌면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마지막 장은 충격적이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다.


<게르버>는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가 1930년 22살 때 발표했다. 프라하 출신으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게르버가 겪은 학업의 어려움, 교수와의 갈등, 우정과 사랑의 문제 등은 작가 자신이 프라하의 권위주의적 학교에서 겪은 경험이었다.


1930년의 프라하 학교와 2023년 대한민국의 학교의 모습은 데자뷰같다. 100여 년의 세월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등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아이들의 뉴스는 계속되고 있다. 작은 관심이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아이의 공부하는 등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하고 '힘들지? 괜찮다.'라는 말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올해는 더 이상 이러한 소식이 뉴스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수능에 모든 것을 올인하고 있는 수험생과 부모님들께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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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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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제 본 <알뜰인잡>의 심채경 박사의 말이 생각났다. 박사의 영문 Ph.D - Doctor of Philosophy 중 Philosophy의 뜻은 철학이라고 하였다. Doctor of Philosophy는 예전의 그리스철학자처럼이라는 뜻이며 지금의 박사들이 철학 안에 수학과 과학과 의학과 모든 게 있었던 그 시절의 그리스 고대철학자처럼 잡학 박사일까?라고 하였다.


이 책이 그랬다. 인문학자가 본 인문학안에는 생태학, 인문학, 철학, 과학 등이 모두 들어 있어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다.


<부패라는 현상이 기능적으로 말하면 분해라는 점이다. P52>라는 문장이 자본론 제4장 제2절을 거쳐 마르크스의 사고방식에는 무기질이 깔려 있다까지 이어진다. 인문학자 시선에서 분해를 보지만 여러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접근한다.


분해를 이야기하는 책에서 프뢰벨의 나무 블록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프뢰벨의 시선이 장난감을 분해하는 아이의 행동에 확실히 꽂혀 있다는 점은 확인해두고 싶다. P91>라며 하나의 완성품이 물체를 분해하고 변형하는 것이 세계에서 부분과 전체가 있다는 사실을, 논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으로 먼저 느낀다는 것이다.


프뢰벨의 나무 블록은 처음 탄생 때부터 이미 분해의 장난감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무 블록을 가지고 놀고 난 후의 정리 정돈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질서의 정신도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생산과 분해와 함께 증식과 제어라는 기본 교육을 나무 블록 하나에 담았다는 게 놀라웠다.


생태학, 생물학을 넘어 이제 과학부이다. 카렐 차페크가 등장하니 문학이나 인문학인 건가. 경계가 모호해진다. 차페크는 여러 작품에서 인류의 종말과 그 전조를 이야기한다. 근데 이것과 분해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차페크는 「마크로폴로스 사건」에서 <'죽을 수 없는 인간'이 아니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 죽을 수 있는 인간'의 부서짐과 썩어감, 혹은 늙어감>을 이야기한다. 인간도 언젠가는 대지 안에서 분해되어진다.


후지이 세이치로의 「쓰레기 수거라는 노동(2018)」은 쓰레기 수거에 종사하는 행정학자가 9개월 동안 신주쿠구의 쓰레기 수거 작업을 기록한 책이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작업이었다. 책 안에는 멋대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 쓰레기 수거하는 사람을 경멸하는 모습 등 어두운 면도 적혀 있지만 쓰레기 수거가 쓰레기 분리수거의 계몽활동, 지진 후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쓰레기 수거 등 도시 미화 및 쓰레기 재활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미화원의 채용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거리를 청소하는 분들께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다.


방대한 분야에 한 권의 백과사전을 읽은 느낌이다. 하지만 총균쇠나 사피엔스처럼 시작이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은 아니다. 분해에 대하여 깊은 생태학적, 과학적등의 이해는 흥미로웠다. 그리고 인문학적 시선으로 철학적으로 분해를 해석하는 것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수 있는 책이니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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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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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물이라니 추리를 하는데 과학이나 수학이 등장하는 건가 하였다. 문과 계열이라 수학에는 엄청 젬병이다.


이 소설과의 만남이 책을 싫어하던 바보 고등학생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히가시노 게이코>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등학생이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책이다. 책의 어떤 매력적인 부분이 책을 싫어하던 히가시노 게이고를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학생들의 캠퍼스 미스터리는 다른 추리소설들보다는 가볍고 미스터리물임에도 상큼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시작부터 한 고등학생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묵직하다. 그리고 연이은 독살 사건과 살인사건으로 범인의 추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고등학생들만의 특이한 집단적 유대감은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도요노고등학교 2학 시바모토 미유키가 임신 중절 수술 도중 죽게 된다. 미유키의 아빠 겐지로는 미유키를 그렇게 만든 이를 찾아 복수를 하려 한다. 몇 명의로 좁혀진 용의자들 누가 범인일까? 미유키가 죽으면 말한 <아르키메데스>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첫 번째 용의자는 올봄 영어 연극에서 아르키메데스 역을 맞아 연기하다 조명 실수로 벌거벗은 몸을 미유키에게 보인 야규 이다. 두 번째 용의자는 시바모토 겐지로의 회사가 지은 맨션으로 일조권이 침범당해 어두워진 집에서 '어두워, 어두'라며 죽은 할머니가 있는 나이토이다. 세 번째 용의자 독이 든 나이토의 도시락을 경매로 판 다나카이다.


그 이외에도 담임인 후지와 선생님도 의심이 갔다. 야규의 독살 사건은 읽으며 혹시 범인이 야규 본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문장들 사이에 숨어있는 복선들을 찾아 연결하는 것을 즐긴다. 가끔 이야기의 마지막에 추리가 맞을 때는 짜릿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여러 사건이 얽히며 각각의 범인을 추리해야 해서 헷갈리게 했다,


미유키의 죽음, 야규의 독살 사건, 가메이의 실종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도요나카히가시경찰서의 형사 노무라는 막연히 세 사건이 이어져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얼마 후 시체가 발견된다. 세 가지의 사건은 진짜 서로 연관되지 않은 것일까?


완전범죄가 될 수 있었던 사건은 사소한 일로 인하여 밝혀지게 된다. 자신의 의도와는 전현 다른 의도로 행동이 해석된다. 가끔 무심코 했던 말이나 행동이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지고 와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기도 한다. 해결 방법은 <솔직함>이다.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사건을 해결한 열쇠이기도 하다.


형사라는 직업상, 노무라는 현실 사회의 인간성을 짓밟고 이익만을 앞세우는 추악한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법률상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도덕적으로 더 지탄받아야 할 때도 헤아릴 수도 없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았다. p229


미유키의 아빠 겐지로는 나이토의 집 앞에 새로운 맨션을 지을 때 법률상 하자가 없었다. 하지만 나이토의 집은 햇볕이 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토의 할머니는 죽어갔다. 그럼에도 겐지로는 충분한 보상을 하였고 원래 6층으로 지을 건물을 4층으로 내려지었기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힘이 있는 회사는 법률적으로 어긴 것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때가 있다. 그러면 당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억울할 이를 토로할 수가 없다.


<아르키메데스>에 대한 비밀은 책의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들이 단죄하고자 한 방법이 합당한가라는 물음에는 <아니요>라고 하겠지만 복수를 한 이유는 납득이 되긴 했다. 


이러한 일이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비난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사회통념과 법률이 상충될 경우 무엇을 우선시하여야 할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고미네 하지메』는 제1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작가로 탄생한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가 란포상 수상 후 제24회 구리모토 가오루의 「우리의 시대」와 제31회 히가시 게이고의 「방과 후」등으로 청춘 미스터리의 수상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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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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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몇 년도에 개봉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검색하니 1999년도에 개봉이었다. 그 당시 2000년 밀레니엄을 얼마 앞두고 한쪽에서는 종말이 다가온다는 종말론과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기대감이 뒤엉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분명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것은 기억이 나는데 누구와 같이 갔는지는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엽서며 편지지 등을 잔뜩 사 모았었다. 한동안 편지지 모으는 게 취미여서 상자 가득 모아두었었는데 결혼을 하고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러브 레터 P202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TV에서 다시 보여 주는 영화에 꼭 등장한다.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아도 마지막 장면이 멈추면 긴 여운을 남긴다. <오겡끼데스까> 라는 말이 TV에서 패러디되며 한동안 유행이었다. 1인 2역의 <나카야마 미호>의 연기도 좋았다. 비슷한 듯 다른 두 명의 모습으로 한 사람에 대한 기억 속 모습을 이야기한다. 두 명의 히즈키가 등장하지만 고메의 히로코와 오타루의 이츠키가 기억하는 <한 명의 후지이 이츠키>로 기억되어지는 것은 왜일까?


아픈 후즈키를 엎고 가려는 할아버지와 말리는 엄마가 다투며 그 사연이 나오는 부분은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후즈키의 아빠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폭설이 내려 미끄럽고 추운 날씨에 병원까지 뛰어가며 엄마와 할아버지는 예전에도 지금도 간절했을 것이다. <아냐. 정확하게 말해 줄까? 집에서 나가 병원 현관에 도착할 때까지 삼십팔 분 걸렸다.> 할아버지는 아빠를 엎고 걸은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는 그 순간에 무엇 때문에 시간을 기억했을까?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뛸 거야.>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아다. 눈 내리는 겨울은 반복될 것이고 언젠가는 엄마나 이츠키에도 똑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출처- sbs 특선영화 러브레터 리마스터링 마지막 장..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서평을 쓰려 정보를 검색하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러브 레터의 마지막 장면이 오역이었다는 것이다. 개봉 당시 마지막 대사는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이다. 하지만 직역을 하면 <역시 쑥스러워서 이 편지는 못 보내겠습니다.>된다. 일본이들은 개인을 우선시하며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표현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익숙하여 오역이 나왔다. 출처의 글에서는 굳이 이렇게 <감상주의로 보태 확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라고 하였지만 러브 레터의 마지막 문장에 눈물을 흘리는 입장에서 각 나라의 정서에 맞게 번역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는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러브레터>는 마지막 문장의 오역에 영화가 더 사랑받지 않았나 한다.


마지막 문장 안의 <내가 좋아하는>이라는 단어에 이츠키의 감정이 느껴져서 영화보다 책의 마지막이 좋았다. 책을 읽으며 꺼내어지는 기억들과 글자들 사이사이에서 전해지는 느낌들이 어우러져 향수와 그리움이 느껴졌다. 기억 속에는 자전거를 타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던 이츠키가 목도리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맞는지 영화를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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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미 다이어리 I&ME - 인문학과 경영철학이 담긴 성장일기
스타북스 편집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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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기억보다 희미한 기록이 낫다는 말이 있다.

퓨처미 다이어리


해마다 다이어리를 구입한다. 올해는 꼭 다 채워야지 다짐을 하지만 연말이 되면 듬성듬성 비어있는 곳이 많다. 그럼에도 매년 다이어리를 사는 건 무슨 심리일까? 다 채워지지 않는 다이어리지만 넘기다 보면 아! 그래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추억에 젖는다. 우리 집 냥이의 병원 접종일, 흔하지 않은 신랑의 주사, 집순이의 드문 외출, 아들의 중간고사 날 아침 풍경, 눈이 소복이 오던 날을 냥이와 빼꼼히 내다보던 일등 기억하고 있었거나 아주 사소한 일이어서 잊혔던 일들이 떠오른다. 


<기억은 블랙박스 같다지만 그것은 오류나 조작을 동반한다. 또한 기억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추억을 편집하기도 하지만 기록은 진실을 말한다.>라고 한다. 같은 장소, 같은 날, 함께 했던 이들을 같은데 시간이 흘러 이야기를 나눠보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은 것을 보았어도 느끼는 감정들이 다르기 때문일까? 내가 맞니 네가 맞니 티격태격하며 기억의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것 또한 추억이 될 것이다.

스타북스의 퓨처미 다이어리는 4년을 쓸 수 있는 다이어리이다. 한 페이지에 날짜는 같은데 다른 4년을 기록할 수 있다. 첫해의 기록이 끝나고 다음 해의 기록을 하다 보면 전년도의 같은 날에 있던 일을 읽을 수 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나면 4년의 기록이 한 권에 쌓인다. 그리고 각 날짜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애플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등이 남긴 명언과 사자성어가 적혀있다.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세계문학 중에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꼽힌다. 이 세 권이 전부 한 권의 다이어리에 담겼다. 처음 책 소개에서 보았을 때는 일부분만 담겨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용 전부가 실려 있어 조금 놀랐다. 어린 왕자와 노인과 바다는 읽었지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읽어보지 못하였는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올해 초부터 5년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어 용도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호디에>님의 글을 보고 독서 목록으로 정하게 되었다. 읽은 책과 기억 남은 문장이나 한 줄 감상평과 그날 문득 생각난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적을까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나 1년이 지나 다시 볼 때 적어놓았던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읽었는지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4년의 독서기록이 한 권에 정리되어 생각날 때 가끔 꺼내 읽으면 다른 서평을 쓸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이어리는 원래 매일매일 써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깜빡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다. 하루 이틀 쓰지 않고 지나가면 어느 순간 방치하게 된다. 하루, 이틀, 한 달을 쓰지 않았더라도 다이어리가 눈에 들어와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빈 페이지는 무시하고 쓰면 된다. 빈 공백 역시 기록이다. 다시 하고 싶을 때가 리셋을 하고 다시 시작할 때이니 그냥 쓰면 된다.

일단 써보라!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낙서하듯 써보면 때로는 로또보다 더한 기적이 찾아올 것이다.

퓨처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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