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락시아」와 「아포니아」를 추구하는 에피쿠로스 학파는 기원전 340년대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되었다. 에피쿠로스는 14살 때 문법학교 교사들이 헤시오도스의 글에 나오는 <카오스>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에 실망하여 직접 공부하며 철학에 입문한다. 그리고 32세에 아테네에 자신의 학교를 세운다. 그리고 학교의 『정원』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토론을 한다.
「에피쿠로스」가 주장하는 최고선은 아타락시아와 아포니아라는 소박하고 지속 가능한 「쾌락」을 누리는 것이라 믿었다. 아타락시아의 뜻은 마음이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평정한 상태, 즉 평정심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아포니아는 몸 고통의 부재라는 뜻인데 몸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 고통을 정신적으로 극복하여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쾌락은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 오는 카타르시스와 비슷하다. 쾌락에 대한 그리스 학파는 스토아학파도 있다. 그들은 쾌락을 멀리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절제하는 삶을 지향한다. 에피쿠니스 학파와는 반대점에 있다.
에피쿠로스는 700여 권이 넘는 책을 썼지만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신』, 『피토클레스에게 보낸 서신』,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서신』, 『주요 가르침』 4권만 현재 남아있다. 책의 1장 피쿠로스의 생애와 4장 현자론은 그의 제자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쓴 글이다.
에피쿠로스에 대한 책이니 그의 일생이 첫 장에 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갑자기 자연학과 천체학이 나오다니... 그나마 세 번째 편지는 철학에 관한 것이라 어렵지는 않았다.
2장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신은 37권으로 구성된 자연학의 소요약집이다. 문과계열이라 과학과는 친하지 않는데 <철학 체계 전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사람들도 이렇게 기본적인 원리를 요약해놓은 것을 암기해두어야 한다. P43>고 하니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읽었다. 원자와 원자 운동, 우주와 우주의 구성, 유체 등 당시 그리스의 자연과학에 대해 에피쿠로스의 주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3장 피토클레스에게 보낸 서신은 천체, 우주에 대한 글이다. 얼마 전 심채경박사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조금 읽었다. 우주라는 단어는 신비롭고 비밀스럽다.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그래서 우주에 관한 부분은 조금 더 유심히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우주는 물체와 허공이다. P46>이라는 문장과 그 당시 이미 지구의 공전, 일식, 월식들의 개념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과 그들이 그것들을 어떤 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짧은 지면에 모두 다 적지 못하지만 8장 중 가장 많은 밑줄을 그었다. 이 장에서는 인텍스를 붙이다 붙이다 지쳐 연필로 밑줄을 그었다.
한 권의 책으로 「밀레토스 학파」부터 「에피쿠로스 학파」까지 그리스 학파의 계보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리스 철학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할듯하다. 에피쿠로스가 추구하는 아타락시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하고 있을 때 가장 편안한 기분을 느꼈었는지 고민해 봐야겠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지금 앞으로 남아있는 인생을 무엇으로 채워갈지 생각해 보게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죽음은 아무것도 아님을 아는 바른 지식은 우리 삶에 무한한 시간을 더해주는 방식이 아닌, 불멸에 대한 갈망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삶의 필멸성조차 즐길 수 있게 한다. P109
우리는 한 번 태어날 뿐, 두 번 태어날 수 없다. 한 번 태어난 후에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너는 시간의 주인이 아닌데도, 행복을 뒤로 미루로 우물쭈물하다가 인생을 낭비하며 우리 각자 쓸데없이 분주히 움직이다가 죽는다. P140
삶을 포기하기 위한 그럴듯한 변명을 많이 가진 사람은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다.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