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골 초등학교에 감성을 키우다

 

우리 도서관에서 '동화구연지도자과정' 을 강의하시는 샘이 재능기부를 희망했다. 그녀는 이미 교원대 음대 교수님과 협연하는 공연을 하고 있었다. 우리 도서관은 규모가 작아 인근 초등학교 강당에서 전교생과 선생님, 학부모를 위한 대규모 공연을 기획했다. 도서관 부담은 현수막과 간식 조금. 제목은 '그림과 음악, 이야기가 함께하는 찾아가는 북콘서트' 로 샘이 그림책을 개작한 노래 및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오늘 보여준 그림책은 '시리동동 거미동동', '동강의 아이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였다. 교수님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작곡해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제자인 학생의 클라리넷 연주도 이어졌다. 주로 재능기부로 공연을 다니지만 지난 봄에 대전에서 유료공연을 했는데 매진되었단다.

 

교수님은 머리는 희끗하지만 우리 나이 또래의 젊은(?) 분으로 대학생들과 음악을 함께하니 여유와 온화함이 얼굴에 비친다. "어떻게 이리 좋은 일을 하시냐"고 물으니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많이 받았으니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신다. 그림책 내용으로 직접 만든 피아노 연주곡이 마치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처럼 맑고 곱다.

 

공연을 관람한 학생과 선생님은 처음 접하는 공연이 생소한듯 즐거워하며, 중간 중간 박수를 치고 아는 노래는 따라 부른다. 교수님이 간혹 질문하면 서로 대답하려고 손을 들거나 목소리를 키운다. 문화적 혜택이 적은 시골 학교에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가끔은 이렇게 학교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좋겠다. 좀 더 적극적으로 공모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예산 좀 따볼까? 우리 직원은 싫어하겠지?

 

 

 

 

 

 

 

 

 

 

 

 

 

 

2. 나도 재능기부를 한다

 

가끔은 나도 재능기부를 한다. 지역의 중학교에서 '전문 직업인 초청 특강' 관련해서 의뢰(?)가 들어오면 기꺼이 참여한다. '사서'를 전문 직업인으로 인정해주니 고맙고, 사회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음이 행복하다. 때로는 사서를 희망하는 아이도 있고, 사서라는 직업을 모르면서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지만 수업이 끝나고 난뒤 '사서에 대해 관심 있는 학생? 앞으로 사서가 되고 싶은 학생?' 하고 질문하면 몇명이 손을 드니 작은 보람을 느낀다.

 

사서를 부르는 호칭도 불과 몇년전까지는 '아저씨, 아줌마' 에서 '선생님, 사서님'으로 바뀌는 변화도 바람직하다. 도서관에서 수준 있는 독서프로그램과 인문학 강의를 개설하고, 도서관 북페스티벌, 독서캠프등에서 사서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나름 도서관의 위상과 이미지도 달라졌다. 

 

'사서' 하면 카운터에서 한가롭게 책이나 읽으며 조용한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 위에서는 유유자적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발질을 하는 백조를 연상하면 된다. 작가강연회를 기획하면 강사 섭외가 참 어렵다. 저명 강사를 선정하고 전화를 걸어 스케줄을 잡는다. 어떤 강사는 메일로만 의뢰가 가능해서 구구절절하게 메일을 보내고 난뒤 초조하게 기다린다. 한번에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강사 이름을 순서대로 지워가며 전화기를 수십번 들어야 한다. 강사 섭외가 완료되면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작가에게 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관리를 한다. 보도자료, 현수막 시안, 홍보자료등을 만들어 배부하며, 홈페이지로 등록신청을 받는다. 행사 당일에도 강사 노선 관리, 행사 접수, 진행, 사인회까지 동분서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라서 행복하다! 

물론 지금은 현장에서 직접 뛰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있는 점도 좋다. 한시적인 즐거움^^

 

 

3. 수요일엔 장미꽃 대신 책 선물

 

비 오는 수요일이다. 비 오는 수요일에 꽃 선물 대신 책 한 권 선물해도 좋겠다. 그런데 비 오는 수요일에 꽃 선물하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은 사무실에서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를 읽고 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보다 이 책이 읽기 편하다. 청소년용이라 편하게 읽힌다. 한자를 무리하게 최소화한 점이 아쉽다. 한자를 읽는 맛도 소소한 즐거움인데 안타깝다. 학생들은 한자를 모두 싫어할까?   

어쨌든 책을 읽는 여유가 좋다.

공자 말씀하시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랴!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하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랴!"

 

공자 말씀하시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느니라."

 

공자 말씀하시다. "지위가 없다고 근심할 것이 아니오, 전문가가 되지못함을 근심할 일이다. 요컨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근심할 까닭이 없고, 오로지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을 일이다.

 

공자 말씀하시다. "군자란 남에게 베풀 것을 생각하고 소인은 이익을 생각하며, 군자는 제 잘못을 생각하고 소인은 남을 탓하니라."

 

그외 요즘 읽은, 읽고 있는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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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09-25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랴!<----이거 어째 좀 틀린 거 아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나지 않아야 군자가 아니랴 아냐요???ㅎㅎㅎㅎ

암튼 청소년 용이라고 막 쓰면 안 되는데,,,

그나저나 재능기부 할 재능이 없이 지끔까지 살다가 지금도 뭐 할까 걱정하는 인생,,,좀 서글프네,,ㅠㅠ
사서라서 행복한 세실님 늘 부러워~~~거디가 미모까징~~~흥

세실 2014-09-25 14:07   좋아요 0 | URL
아니겠는가...의 뜻인듯 아뢰옵니다^^
절대 막 쓴건 아니고 한자를 최소화에서 아쉬워요.

가끔은 제 능력보다 과대평가 받는게 남의 옷 입은 것처럼 불편할때도 있지만 기꺼이 오케이 하고 있습니다.
한 때겠지요~~~~
요즘 퇴직후 뭐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헤~~~
오늘 카스엔 더 부러운 일 하고 왔어용. 카스 돌아오세요~~~~~~~~

수퍼남매맘 2014-09-2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섭외 이야기에 100% 공감합니다.
해 보니 쉽지 않더라구요. 은근히 신경 쓸 일도 많고...

희끗희끗하신 교수님의 재능 기부는 참 아름답네요.
다 읽어본 그림책들이라서 어떤 음악으로 태어났을지 궁금하네요.
˝많이 받았으니 환원한다˝ 이런 생각 가진 지식인들이 점점 많아졌음 좋겠어요.
세실님의 재능 기부도 정말 멋집니다.

세실 2014-09-28 15:08   좋아요 0 | URL
슈퍼남매맘님은 아이들 가르치면서 하려니 더 힘드시죠.
전화 혹은 메일을 처음 보냈을때 성사가 되면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5명 정도 적어놓고 줄 그어 나갈때면 서글퍼집니다. 누구를 위해서 이 고생을 하나..... ㅎㅎ

어제는 충북중앙도서관에 박웅현님 왔는데 참 좋았어요.
참여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받아 칠판에 가득 써놓고는 답변해주고는 하나씩 지워가는거죠.
저명인사니 가능하겠죠? 내심 부러웠답니다.

교수님이 저랑 동갑이라고 하더라구요. 젊은 분(과연 젊은분이라고 해도 되나.....)의 생각이 참 멋지더라구요.
저도 기꺼이 재능기부 합니다.

페크pek0501 2014-09-2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 세상임을 새삼 확인합니다. ^^

세실 2014-09-28 15:09   좋아요 0 | URL
그쵸? 재능기부 쉽지 않을텐데......
저도 봉사하며 사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저 사서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9-2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학생들은 부모세대에 비해 한자실력이 좋아지고 있더군요.한자능력시험 보는 학생들이 요 몇 년전부터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죠.우스개 소리로 어릴 때 부모 이름 못쓰는 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어 이젠 자식 이름을 한자로 못쓴다고 하죠.하지만이제 자식들이 한자 공부를 하기 시작하니 다행이긴 하죠.이러다가 부모는 한자문맹인데 자식들은 한자에 능통하게 되는 시대가 조만간 올 거에요.

세실 2014-09-28 15:14   좋아요 0 | URL
한자 공부도 고딩을 겪은 부모들이 아이 공부에 한계를 느껴서 인듯합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한글보다는 한문으로된 단어가 많아 해석이 어려우니...영어, 수학, 한자는 미리 해두어야 고생을 덜하더라구요. 어쨌든 한자 실력, 역사 실력 더 좋아질듯요^^

요즘 아줌마들이 문제여요. 목소리는 커지고, 책은 읽지 않고.....
뭘 믿고 저렇게 용감한지요. (저는 책은 조금 읽으니 포함안되는걸로~~)
공부하는 엄마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2014-09-28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8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2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2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5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9-2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동강의 아이들 중 한명이었어요.어릴 때 우리 집에서 5분만 걸어내려가면 동강이었거든요.영월!

세실 2014-09-29 14:01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러셨군요. 물 좋고, 산 좋은 동강분이셨구나. 몇년전에 동강으로 레프팅 하러 갔었어요^^
영월 참 아름다운 지역이예요. 청령포도 좋았구요. 작은 미술관, 박물관도 참 많더라구요^^
 

1. 하루키 그리고 책 선물

 

하루키는 신간이 나오면 구입하고 싶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얼마전 하루키의 <여자없는 남자들>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예약 구입을 했다. 책을 구입할 때 뜨는 '이벤트에 참여하시겠습니까'에 습관처럼 예를 클릭하고(아니오를 클릭하는 사람도 있을까?)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오늘 사무실에 출근하니 커다란 박스가 내 책상위에 놓여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박스를 여니 고급스러운 표지의 문학동네 책이 8권이나 들어있다. 난 개인적으로 문학동네를 좋아한다.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를 사랑한다.  "어머 어머 넘 좋다~ 나, 알라딘 이벤트 당첨되서 책 받았다" 직원들에게 신이 나서 자랑했다. 부러움의 눈초리를 한가득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책을 펼쳤다. 안타깝게도 이 중에 읽은 책은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뿐이구나.

 

 

 

 

 

 

 

 

 

 

 

 

 

 

 

 

 

 

 

 

 

 

요즘 도서관에서 구입한 신간중 읽고 싶은 책 빼 놓은거랑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이 낮은 산을 이루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여자 없는 남자들>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그 안에 소개된 책이라고 하니 한권씩 읽어야겠다.  이런 뜻밖의 행운이 나에게도 찾아오는구나. 사랑해요, 알라딘! 문학동네!

 

 

 

 

 

 

 

 

 

2. 규환아 공부 할래?

 

규환이는 중학교 3학년의 2학기가 시작된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마치 초등학생처럼 여유롭다. 언제쯤 규환이는 동기 부여가 되서 공부를 열심히 할까? 조금더 기다려주어야 할까? 느긋한 옆지기와는 달리 나만 조급해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규환이를 위해 요즘 도서관에서 <서울대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을 빌려주고 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기는 하지만 별 부담없이 읽는다. 그래 이 책을 읽다보면 꿈을 발견할수도 있을거야. 벌써 10권이나 읽었다.   

 

 

 

  

 

 

 

 

 

 

 

이달의 마이페이퍼와 독서지원금 덕분에 적립금이 꽤 생겼다. 모처럼 적립금으로 책을 구입하니 선물 받은 기분이다. 

 "규환아 중간고사 보기 전에 문제집 2권은 풀자!" 공부를 안함에도 불구하고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건 독서의 힘이다. 독서 분위기를 조성해준 엄마에게 감사하렴^^ 

 

 

 

 

 

 

 

 

 

 

 

 

  규환이에게 체계적인 독서를 해줄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읽게 된 책이다. 

  유아부터 초등 자녀를 둔 부모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독서 관련 책이 출간되면 의무적으로 구입하게 되는것도 직업병이다. 

 

 

 

 

 

  "미국 상위 3퍼센트의 부모들은 자녀가 태어나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3만 권의 책을 읽힌다고 한다. 그리고 3만권의 책을 읽히기 위해 끊임없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고 한다. 아들 재혁이에게 3만권의 책을 읽혀야겠다는 생각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1일 도전'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21일간 연속해서 계획을 실천해야 하는데, 만약 단 하루라도 지키지 못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울산 범서중학교 3학년 조현선양은 전교 116등을 하다가 2등까지 하게 되었다는데, 그 이유는 교과서를 열번 이상 읽고 또 읽은 덕분이라고 한다. 교과서를 소설책 읽듯이 읽었기에 성적도 그렇게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구입한 책.

  우리도서관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의 11월 도서로 선정해도 좋을듯. 

  10월 선정도서는 <책은 도끼다> 

 

 

 

 

 

 

3.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

 

오늘 후배와 수안보에 있는 <꽃자리 샘터>에 다녀왔다. 우리도서관 부모교육 강사샘이 운영하는 곳으로 팬션, 교육장, 카페까지 갖추어져 있다. 천평의 공간에 잘 가꾸어진 잔디밭과 꽃밭, 깔끔한 내부, 맛깔스러운 식사와 드립 커피는 나른한 일상의 선물이다. 샘은 이곳에서 부모교육과 아이들 진로교육, 진로캠프, 인성교육을 하실 생각으로 애정이 많다. 첫 방문이라 선물로 뜨레**에서 쿠키랑, 우리가 수다 떨며 먹을 크림 식빵(?)을 사갔는데 샘이 가장 좋아하는 빵이라며 행복해 하신다. 보드라운 빵 사이에 촉촉한 크림이 한가득 담겨있는 이 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기도하다. 우리는 빵만으로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여자 셋은 아이 교육에 대해, 요즘 재미있게 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에 대해, "책은 도끼다" 책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헤어지는 시간이 아까워 매정한 시계만 바라본다. 샘은 부모교육 전문가 답게 우리 규환이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해 주신다. 아이의 잠재되어 있는 끼를 찾고 아이의 꿈을 찾는 노력을 하라는 말씀과 함께.....수안보 지나 깊은 산속에 있는 팬션에서의 행복한 수다는 시간마저 정지된 느낌이다. 얼떨결에 찾은 꽃자리 샘터에서의 힐링 수다는 오늘, 두번째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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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9-15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오늘 하루키 저 책 왔는데..아니, 이벤트를 했었단 말입니까!!!!! Orz

세실 2014-09-15 19:04   좋아요 0 | URL
예약 신청자에 한해 이벤트를 열었나 봅니다.
저도 참으로 오랜만에 이벤트에 당첨되었답니다^^

수퍼남매맘 2014-09-1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박입니다. 축하드려요.

세실 2014-09-16 10: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좋은 일도 생기네요~~~

무스탕 2014-09-1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시니 책도 저를 좋아하는줄 알고 세실님을 따르는군요 ^^

저기 수안보, 참 조타.. 저런데서 뭘 하지 않고 멍~ 하고 시간을 보내도 좋을듯 싶어요.
정성이도 중3. 도대체 하고싶은건 언제까지 모를지 참 의문이에요.
앞으로 뭐가 하고 싶니? 물으면 아직도 대답은 한결같이 '몰라' 에요 -_-++

세실 2014-09-16 10:30   좋아요 0 | URL
나를 따르라~~~~
책꽂이에 꽂아 두기만해도 빛이 나네요^^

어제 저 곳에 앉아 있는데 마치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었어요.
눈도, 입도 호사하던 날이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시간 필요해요.

우리의 중3을 어떻게 할까요? 그저 기다려줘야 할까요? ㅎㅎ
울 아들은 늘 '생각중'이라는 답을 한답니다^^

하늘바람 2014-09-1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운도 두드리는 자에게 오지요
전 두드리지도 않아서리.
저도 요즘 태은양 독서 떄문에 걱정이에요.
엄마가 책 좋아하는 거랑 아이 독서는 별개더라고요

세실 2014-09-17 10: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이 말을 믿어요.
태은이..책 좋아할꺼 같은데.....
엄마랑 동화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것도 좋을듯요.
하루에 30분이라도 독서타임 정해서 같이 읽는것도 좋구요.
딱 21일만 해보세요^^

단발머리 2014-09-1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아~~~ 너무 부럽습니다, 세실님.
저는 하루키 책은 안 샀지만서도, 여러가지 뜻밖의 행운 중에 뜻밖의 '책선물'이 제일 반가운거 같아요.
매우 축하드립니다^^

세실 2014-09-17 10: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전 한 권 오나 했더니 이리 많이...더군다나 문학동네 책이라니요^^
바라만봐도 행복합니다. 읽어야지!!!! ㅎ
책 선물은 언제나 즐거워요. 그래서 생일선물도 책 선물로 원한답니다.
감사합니다~~~

희망찬샘 2014-10-02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경치에 눈이 확 뜨입니다.
책의 힘! 요즘 제 생각의 중심에 이 단어가 있습니다.

세실 2014-09-28 15:24   좋아요 0 | URL
퇴직하고 이런 곳에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답니다.
책의 힘....
어제 박웅현 특강중 기억에 남는 한마디는
`많이 읽고, 많이 웃고, 많이 보고, 많이 울어라` 하는 말이었요^^
결론은 책이더라구요^^

하늘빛 꽃자리샘터 2015-01-09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쩌나!!!1
이제야 봤습니;다. 선생님의 또 다른 면을 보니 아름다우신 외모 만큼이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계시는분이시네요.
샘의 마음으로 찍어주신 장면들 너무너무 아름담습니다.
알려주신 책 또한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저는 계절마다 준비할 것이 많다보니 바쁘게, 기쁘게, 자연과의 일치에 취해서 이런 데는 속도가 늦답니다.
샘, 새해에도 멋진 한해 되시고 조만간 뵈어요.

이곳의 설경은 외로움, 달콤함, 처절함 속에서 모든 인간을 같은 이유로 다~~ 이해가 되게 이끌어 준답니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세실 2015-01-09 22:31   좋아요 0 | URL
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고운 댓글에 감동입니다.
꽃자리의 겨울 풍경도 담고 싶네요.
샘의 푸근함, 여유 부럽습니다^^
요즘 예비고딩이랑 티격태격하며 지내다보니 점점 삭막해져 갑니다.
언제 키우나요?ㅎ
추운 겨울 건강 잘 챙기시길요^^

[그장소] 2015-03-1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만권..ㅎㅎㅎ 당장 동참하고 싶네요.
일단 휴대폰부터 바꿔주고요...^^

세실 2015-03-19 13:07   좋아요 0 | URL
전 지금까지도 3만원은 못 읽은듯요. ㅜ
1년에 50권 읽기도 벅차요.

하늘바람 2015-03-1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외 식탁이 참 예뻐요

하늘바람 2015-03-18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책이 선물이라니
와우.
언제나 애정어린 책사랑은 행운도 부르나봅니다.
오늘 봄비래요.
저도 커피에 크림식빵 먹고프네요

세실 2015-03-19 13:08   좋아요 0 | URL
어제는 봄비,
오늘은 맑은 햇살에 기분까지 상쾌해 집니다.
햇살 온몸으로 받으니 캬~~~ 좋아요^^
크림식빵. 으 지금도 먹고 싶어라. ㅎㅎ

[그장소] 2015-03-18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새벽 문자로 지난번 황석영의 101 .~02 번 책 이벤트 였나..스타벅스 기프티콘 당첨이라고 알림 왔는데..올해 알라딘과 저..뭐가 있나봐요..^^

소소하게 자꾸 줍니다.거절도 못하는데..
고맙지..뭐예요.
아..크림빵에..진한 에스프레소..좋겠어요.
크림이 달테니..

세실 2015-03-20 09:48   좋아요 1 | URL
오홋~~~ 스타벅스 기프트콘 좋죠. 저도 신청하는데 한번도 안되었어요. 아 부러워라~~~
요즘 스타벅스 그릭요거트가 인기랍니다^^
소소하게 자꾸 주면 신나죠! 호혹시 알라딘 중역분과 지인? ㅎㅎ (농담이어요^^)

[그장소] 2015-03-1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거 은근 압박이어요..이제 책 살때 된거 아니니..하는거같아서..ㅎㅎㅎ
기프트콘 왔는데.시리얼번호랑요..
스타벅스 라떼인가..메뉴 변경 안되고 고정.. 이라서..ㅎㅎ; 양도도 안되잖아요.ㅎㅎㅎ

세실 2015-03-24 09:32   좋아요 1 | URL
그쵸. 책은 정기적으로 사야할듯한 마음이....ㅎ
전 스타벅스 그릭요거트? 병이 예뻐서 사고 싶더라구요.
스타벅스 녹차라떼 맛있어요^^ 제가 근무하는 곳엔 스타벅스 없어용. ㅜㅜ

[그장소] 2015-03-2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릭요거트봐 봐야징..ㅎㅎㅎ 녹차라떼하니까..녹차아이스크림 먹고싶어져요..^^저는 근무를 안하므로..ㅠㅠ; 일하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이젠 사회로 나가라면 조금 무섭기도..ㅎㅎ

세실 2015-03-24 14:18   좋아요 1 | URL
그릭 요거트. 지금 당장 먹고 싶네요. ㅎㅎ
녹차라떼 오전에 마셨어요. 동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어있는 삶도 좋지는 않아요. ㅜㅜ

[그장소] 2015-03-2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다닐 때는 저는 그 시간들 좋던데..ㅎㅎ
평균적인 삶..보편의 삶같아서...나머지가 보편적이지 못해도 적어도 회사있는 동안은
남들과 같은 척이라도 하며 살 수는 있으니..오래 하진 못하지만..그 가면이란게 철가면이 아닌이상..내면이 먼저 견디질 못하니..ㅎㅎㅎ
 

1.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인이 카톡으로 좋은 글을 보내주는데 "오늘 만나는 모든 이를 최고의 선물로 생각하겠어요. 불끈^^"   하는 답글을 보냈다. 50여분이 소요되는 출근거리지만 카이의 음악을 들으며, "카이는 대체 부족한게 뭘까? 외모, 키, 목소리, 학벌, 집안....뭐 하나 빠지는게 없네" 나름 질투어린 시선으로 You raise me up을 따라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오늘은 초등학생을 위한 냅킨아트와 재활용 소품만들기 방학 특강 개강일이다. 저학년이 많아 대부분 엄마가 데리고 왔다.  아는 얼굴은 반갑게 인사하고 모르는 엄마도 눈인사를 하며 맞아주는데, 한 엄마가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2층 왜 이렇게 더운거야 대체. 찜통이네 찜통!" 하며 반말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냅킨아트 선생님 왜 저래요? 아무것도 모르네. 내가 새로운 애 한명 재료 추가한다고 했더니 무조건 사무실로 가보라고 하네. 초짜 인가 원! 저렇게 모를수가 있어. 그리고 2층은 애들 쪄죽으라고 하나 왜 이렇게 더워." 한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면 안되지만 아이 엄마는 금방 잠에서 일어난듯 부시시한 커트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늘어진 갈색빛 티셔츠에 알록달록 냉장고 칠부 바지 차림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도서관에 오면서 머리는 빗고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와야 하는거 아냐? 저런 바지는 집에서나 입어야지." 중얼거렸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나는 "어머니 왜그리 까칠하세요? 걸어와서 더우신거 아닌가요? 오늘 비와서 그렇게 덥지는 않습니다만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청주에서 오신 능력있는 분입니다.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되죠" 하며 사무적으로 대하고는 쌩하고 나왔다. 뒤통수에서는 "참내원 나보고 까칠하대. 황당하네. 별..... 저 사람 누구야?" 옆에 있던 사람이 "새로 오신 관장님이야" 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어디다 지적질이야!" 할걸.

 

아이들 수업이 진행되는 2층 강의실로 올라가는 동안에 화는 가라앉고, 조금더 부드럽게 대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엄마도 관장이라는 말에 수그러졌는지 살짝 미소까지 지은채 내게 인사를 하고 아이에게는 폭풍 잔소리를 하고는 "끝나고 전화해. 데리러 올게" 한다. 나는 "2시간이면 끝나는데 도서관에서 책 좀 읽고, 교양좀 채우고 가시지" 속으로만 비아냥 거리며 겉으로는 미소 머금은 얼굴로 보냈다.

 

이런 엄마는 혜민스님이나 법륜스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독이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어야 하는데 본인의 문제점을 알지 못하니 한심하다. 조용히 해야함을 아는 도서관에서조차 목소리가 크니 식당이나 밖, 집에서는 얼마나 소리 지를까? 대화법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데....그저 유사한 부류의 아줌마들과 밥 먹고 수다 떠는 것으로 소일하겠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가 싫어하는 이용자 부류는 "처음부터 반말하는 사람, 목소리 큰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이다. 오늘 만난 이용자는 셋다 포함되는 미운 이용자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최고의 선물로 생각할까? 최악의 벌이다. 두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어글리 이용자다. 나이 들수록 어린 사람에게도 존대말 하는 습관을 갖자! 

 

2.

 

다행히 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중 하나는 읽고 싶은 책을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용자와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때면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싶어진다. 서가로 가서 정호승 시인의 여행을 읽었다. 내게 위안을 주는 따뜻한 정.호.승 시인이 좋다.   

 

 

 

 

   

 

 

 

 

 

 

속죄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나는 그만 돌을 들어 그 여자를 치고 말았다

 

오늘도 새들이 내 얼굴에 침을 뱉고 간다

 

요즘 보림이를 위해 성당에서 매일 기도를 드리고 있다. 기도를 하다보면 그동안 내가 지은 죄를 고하게 된다. 특히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다른 사람을 향한 험담은 부끄럽다. 내 허물은 모르고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속물이라니..... 시를 읽는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남의 험담이나 남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자. 험담은 내 마음이 불편할때 유난히 하게 된다. 남 살아가는것이 뭐 그리 궁금한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낫다. 얼마전에 지인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아 더욱 조심하게 된다.  

 

유난히 남이야기를 즐겨하는 친구가 있다. 우리 신랑 친구 아들은, 우리 딸 친구는....으로 시작되는 남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짜증이 밀려온다. 본인 아이, 본인 이야기를 하라고 좀! 내 가족에 관한 자랑을 할게 없을때 남 이야기를 더 하게 된다. 차라리 내가 경험한 여행 이야기, 책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끌어나가는 편이 좋을듯^^   

 

울컥하는 마음이 샘 솟은 오늘, 릴렉스 릴렉스.....

오후에 조퇴하고 소피 마르소의 '어떤 만남'이나 보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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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8-1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관장님, 화도 어쩜 이리 귀엽게 내는 거에요?? 응?ㅎㅎ
별 사람이 다 있어요 그쵸?
그 엄마, 젊고 센스있는 관장님 때문에 도서관이 얼마나 달라진 줄도 모르고 참..
정호승 시인의 '여행'은 나도 도서관에서 좀 업어왔어요. 통했네요.
오늘 이곳은 비오고 바람 불어요. 마음 습습해지기 쉬운 날인데 오히려 개운하네요^^
오후시간도 잘 보내시구요^^

세실 2014-08-15 13:32   좋아요 0 | URL
프야언니 아잉....부끄부끄~~~~~
어제 서울 나들이로 힐링이 되었어요. 겉으로는 규환이를 위했지만 진정 나를 위한 나들이였어요^^
뮤지컬 드라큘라는 최고!! 드라큘라의 치명적인 사랑이 맘 아팠어요.
그 엄마 안왔으면 좋겠어요. 미워!! 하지만 그러면 안되겠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야죠.
정호승 시인 참 좋아요. 겸손하면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네요.
오늘은 매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화창한 날씨예요^^
편안한 주말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4-08-1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뜸 반말하는 사람, 목소리 큰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 이런 사람 좋아하는 분이 있을까요?
아유, 언니 고생하셨어요... ^^

영화 보고 릴렉스 잘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여름이 이렇게 다 가고 있어서 넘 반가와여, 밤낮으로 서늘하더라구요.

세실 2014-08-15 13:34   좋아요 0 | URL
같은 부류의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까요? ㅎㅎㅎ
서로 경기하려나? ㅋ

어떤 만남.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개방적인 프랑스 남자가 가족을 위해 마음을 다독이는 모습에 짠했어요. 코믹, 멜로......가 유쾌했어요!
밤엔 이제 문 닫고 자도 되겠더라구요^^

순오기 2014-08-15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 마을 도서관에 열정을 쏟는 관장님께 무조건 반말이라뇨?ㅠ
상대가 매너없이 나오면 사람인지라 자동적으로 고운말이 안 나가죠.
잘 하셨어요~ 세게 나가야 다소곳해지는 사람도 있으니까요.ㅋ
돌이켜보면 나도 까칠한 짓을 많이 하고 살았어요.
이제는 나이도 나이지만 어디든 가면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니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세실 2014-08-15 13:3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요. 매너 완전....으악!!
저보다 한참 젊어보이는데 말이죠^^ 우왁스러운 아줌마 같았어요.
강자들이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겐 금방 수그러지죠. 그런 마인드도 참......
언니. 그랬어요? ㅎㅎ
당당함이었겠죠?
요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보면서 겸손, 소탈함을 배우게 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8-1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갖춘 예의 바른 남자죠.어린이나 청소년에게도 깍듯이 말을 올리는...세실 님이 들어보셔야 하는데...

세실 2014-08-17 16:40   좋아요 0 | URL
으 완전 제 스타일인걸요^^ 목소리 좋고, 예의바르고....혹시 현빈? ㅎㅎㅎ
문득 노이에자이트님 나이가 궁금합니다.
아줌마, 아저씨 넘 구박하지 마세용~~
나이 드는것이 내가 원해서 된건 아닐진대........ 아 슬프다! 제가 이런 소리를 해야하는 나이라니. ㅜㅜ

노이에자이트 2014-08-17 23:12   좋아요 0 | URL
흐흐흐...아줌마 아저씨 구박하고 놀리는 재미로 산답니다...

자연스럽게 살기로 해용~

세실 2014-08-18 10:20   좋아요 0 | URL
에구...노이에자이트님과 놀지 말아야겠다~~~~ ㅎㅎㅎ
저 나름 까칠한 아줌마^^
행복한 한주 되세요~~~~

다크아이즈 2014-08-19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어디서 많이 듣던 어디서 지적질이야!
간만에 알라딘 들어 왔더니 세실관장님도 시아님도 순오기 언냐도 열 활동 중이시네.
프레님과 나만 동참하면 오공주 전원 출석되는 거야요?

도서관 프로그램은 사무실에서 관장하는 게 원칙이고 그게 맞는데, 애용자들은 강사와 뭐든 소통하려 드니
말이 안 되지요. 그래서 저도 도서관에서 가르쳐준 대로 뭐든 '사무실에 가서 여쭤보세요.' 라고 말한답니다.
훈련의 결과이지요. 관장님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페이퍼이옵니다.^^*

세실 2014-08-20 14:06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렇죠? 문득 생각났어요^^ 어디서 지적질이야~~~~
팜므언니 글은 더 좋아졌어요!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깊어요~~~

가끔 이런 이용자땜에 맥 빠져요. 나름 능력있는 강사 모시려고 노력하는데 그런건 몰라주고 그저 대우 받기만을 바라니.......우물안 개구리 같아서 안타까워요.
언니 맞아요. 무조건 그렇게 말씀하셔요. 프로처럼~~~ ㅎㅎ
 

1.

 

시댁이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지만 직장을 핑계로 주말에 잠깐 가게 된다. 지난 주말에 갔더니 아버님이 유난히 수척해지셨다. 등도 굽으셨고 팔 다리가 새처럼 가늘어지셨다. 한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교육청의 한 획을 그으셨던 분인데(교육감은 아님) 지금은 그저 연로한 힘없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보림이도 할아버지 보고 싶어해서 함께 갔다가 눈물만 글썽거렸다. 문득 "돌아가시고 난뒤에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진리가 떠올랐다. "그래 결심했어!"

 

난 집으로 오자마자 어제부터 불린 누런 콩이랑 서리태 콩을 삶기 시작했다. 끓기 시작할때부터 2분만 삶으라고 했으니 타이머 돌려놓고 기다리자 하얀 거품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불을 끄고 콩물은 따로 놓은뒤에 찬물에 씻기 시작했다. 바가지에 비비면 콩껍질이 벗겨진다고 해서 살살 문지르니 껍질이 동동 떠오른다. 벗겨졌나 만져보니 껍질은 대부분 그대로 있다. 이런....결국 한개씩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고 내 인내심은 점점 한계에 다다랐다. 꼭 이렇게 해야돼? 하고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까야 한단다.

 

힘들었지만 아버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생각으로 긍정의 힘을 모아 껍질을 다 깠고, 따로 남겨둔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믹서기에 곱게 갈았다. 서리태 콩물이 섞여서 국물은 연한 연두빛을 띄며 먹음직스러웠다. 한 수저 입에 떠 넣으니 "와 바로 이 맛이야!" 첫 작품치고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래 음식은 정성이야.

 

기쁜 마음으로 콩국물과 생칼국수를 들고 시댁으로 뛰어가 "제가 아버님 드리려고 콩국물 만들어 왔어요. 콩껍질 까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하며 온갖 생색은 다 냈다. (나 스무살 새댁인거니?) 어머님도 기특한지 "콩껍질을 힘들게 어떻게 깠어. 아버지 콩국물 좋아하시는데 잘했다...." 하며 기뻐하셨다. 므훗!

 

그리고, 주말내내 삼계탕 끓이고 갈비 김치찜, 요구르트 만들고 더치 커피도 내리고, 야클님이 자랑한 양파 와인도 만들어 냉장고에 한가득 쟁여 놓았다. 싸구려 레드 와인에 백원짜리 양파 4개 넣고 만들었다. 모처럼 엄마 노릇, 며느리 노릇 열심히 한 주말이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앉아 있을 틈도 없었다....... 많이 힘들긴 했다.

 

수제 요구르트, 양파 와인, 더치커피, 콩물 

 

 

 

 

2.

 

시골 도서관이지만 무언가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인과 뜻을 모아 '인문학 서평쓰기' 과정을 개설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우리도서관 프로그램 강사 중 관심이 있을 듯한 두 분도 반강제로 포섭(?)하고, 나름 열심히 홍보한 결과 첫 모임에 11명이 참석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이다. 참여 이유를 들어보니 "아이 교육이 아닌 나를 위한 교육을 받고 싶었어요.", "그동안 인문학 책읽기에 목말랐어요.",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에 오니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깊이있는 책읽기였어요" 등 기대 이상의 대답이 나온다.

 

모임중 유일한 남자이면서 나의 자랑스러운 지인이기도 한 이센터장님은 인문학에 대한 개론적 설명을 한다. 인문학의 기본은 '중용'입니다. .....(중략)......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용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되요. 그래서 첫 책은 중용으로 했으면 합니다.  자기 소개 시간에 우리도서관 우쿨렐레 강사인 샘은 즉석에서 플룻 연주를 들려 주신다. 그렇게 우리 모임은 단번에 수준이 높아졌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로서 역사적 존재성이 확실한 자사라는 대사상가에 의하여 일관된 의도를 가지고 지은 역저.

 

  '중용'을 읽고 "일상적 삶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은 결코 '중용'을 읽지 않은 것이다.

 

 

 

 

 

제1장 천명장(天命章)

 

희노애락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태를 중이라 일컫고, 그것이 발현되어 상황의 절도에 들어맞는 것을 화라고 일컫는다. 중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라는 것은 천하 사람들이 달성해야만 할 길이다. 중과 화를 지극한 경지에까지 밀고 나가면, 천과 지가 바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고, 그 사이에 있는 만물이 잘 자라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

 

탁월성은 이성적 선택과 결부되어 굳어진 품성의 상태이며, 중용, 즉 우리 삶과 상관관계에 있는 중용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이 중용은 어떠한 합리적 원리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은 그 이성적 원리에 의하여 그리고 행위와 관련하여 결정함직한 방식으로 중용을 결정하게 된다. 중용이란 어디까지나 두 악덕 사이의 중용이다. 하나의 악덕은 과도함에 의존하고, 또 하나의 악덕은 결핍에 의존한다. 그리고 또 그것이 중용인 까닭은 악덕은 우리의 감정과 행위에 있어서 옳은 것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넘어서지만, 탁월함(덕)은 중간의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함은 그 실체와 그 본질을 규정하는 정의에 있어서는 중용이지만, 최선의 것과 가장 옳은 것을 추구 한다는 점에서는 정점(극단)을 따르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이란 이런 것이다.

 

용기는 비겁과 만용의 중용이며, 너그러움은 낭비와 인색의 중용이며, 긍지는 허영과 비굴의 중용이며, 기지는 익살과 아둔의 중용이며, 겸손은 수줍음과 몰염치의 중용이다.  

 

Now in everything the pleasant or pleasure is most to be guarded against

 

제22장. 천하지성장(天下至誠章)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이라야 자기의 타고난 성을 온전히 발현할 수 있다. 자기의 타고난 성을 온전히 발현할 수 있게 되어야 타인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가 있다. 타인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어야 모든 사물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어야 천지의 화육을 도울수 있다. 천지의 화육을 도울 수 있어야 비로소 천과 지와 더불어 온전히 일체가 되는 것이다.

 

제23장. 기차치곡장(其次致曲章)

 

다음으로 힘써야 할 것은 치곡致曲의 문제이다. 그것은 소소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리하면 소소한 사물마다 모두 성이 있게 된다. 성이 있게 되면 그 사물의 내면의 바른 이치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형상화되면 그것은 외부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드러나게 되면 밝아진다. 밝아지면 움직인다. 움직이면 변한다. 변하면 화한다. 오직 천하의 지성이래야 능히 화할 수 있다.

 

* 역린에서 인용한 명대사라 더 와닿는다.  

중용. 어렵긴 하지만 이제라도 읽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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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7-24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은 주말에 그냥 쉬고 싶을텐데...가족을 위해 쉬지도 못하고 정성을 들였네요.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넉넉하고 뿌듯한 기쁨으로 가득 찼어요.
짝짝짝~ 역시 수퍼우먼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세실 2014-07-24 09:54   좋아요 0 | URL
쉬고 싶지만 2주에 한번 나오는 보림이도 걸리고, 방학 맞은 규환이도 걸리고, 연로하신 시부모님도 걸리고...... 이래저래 바쁜 주말이 됩니다.
맞아요. 콩껍질 벗기면서 마음을 비웠답니다. 콩껍질채 믹서기에 돌리면 먹기 힘들다네요.
수퍼 우먼....아 슬퍼라^^

라로 2014-07-24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 구박먹어서 잊지 않고 공감먼저 누르고,,,ㅎㅎㅎ
세실님의 긍정 에너지를 품고서 껍질을 까셨으니 다른 콩물보다 더 좋은 효과를 아버님게 전달할거같아요~~~~.ㅋㅋㅋ
생색에 애교까지~~~며느리 새로 맞으신 기분 들으셨겠네!!ㅎㅎㅎㅎ
나도 양파와인 만들어서 회사에다 놓고 마실까봐~~~~ㅋ
암튼 한국인들 수준이 높아져서 즉석에서 플릇도 부는 분도 계시고,,,암튼 음악을 배워 놓는 건 남는 장사보다 더 훌륭한 듯!!!
나도 뭐 하나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좀 많지??ㅋㅋ

세실 2014-07-24 09:59   좋아요 0 | URL
잘했져요 시아님~~~ 공감 팍팍^^
하긴 공감 많아도 우수 페이퍼에는 당선되지 않는 슬픈 현실. 대체 우수 페이퍼는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ㅎㅎ
요즘 시엄니께 전화 드리면 30분 통화시간......임에도 마음 비우고 있습니다.
저 사실 오래 통화하는거 힘들어해용. 그저 만나서 수다떠는거 좋아해요. 직장생활 오래한 사람의 눈치?
시아님도 이해해 주세요^^ 아잉~~~
이분은 결혼해서 음대를 다니셨다네요.
중산층의 기준이 1인 1악기, 1운동이라는데 저도.......볼링은 쪼금 치는데...ㅎ 우쿨렐레 배워야 겠어요^^

단발머리 2014-07-24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아아아~~~~ 세실님 너무 멋지세요.
주말에 아침 9시부터 7시까지... 아버님도 세실님 정성 가득한 콩국물에 기운 펄펄하시겠네요. 거기에다 야클님 양파와인을 더하면.... ??
순오기님 말씀처럼 세실님 진짜 수퍼우먼이세요.
혹시, 5공주 다섯분 다 수퍼우먼이신가요?*^^*

세실 2014-07-24 10:03   좋아요 0 | URL
음 멋지긴요^^ 콩물은 첫 작품(?)이었답니다. 저 완전 날라리 주부예요^^
아 그러고보니 양파와인은 제가 마실려고 했는데 시부모님도 해드려야겠군요. 땡큐~~~~
음....수퍼우먼은 맞는듯요. 지금까지 23년의 직장생활을 쭈욱하면서 아침밥은 꼭 해먹이고 있으니까요.
요즘 조금씩 지쳐가고 있기는 합니다.
가끔 신랑이 제가 쏜 화살에 맞아요~~~~
5공주 다들 열심히 살고 계시니 진정한 수퍼우먼입니다^^

무스탕 2014-07-2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어야 할 휴일에 휴식대신 선택한 콩국물!! 커피!! 와인!! 요구르트!!
회사에서 또리또리한 며늘이가 집에서 어설픈 경우는 별로 없더라구요.
여기 또 한 분이 증명해 주시네 :)

세실 2014-07-24 12:59   좋아요 0 | URL
반가운 무스탕님^^ 많이 바쁘군요.
행사는 보는 사람은 즐거운데 주최측에선 정말 힘들죠.
행사 며칠전부터 잠도 안오고.......
게으를땐 한없이 게으름 피워요.
몸도 챙기면서 여름 나시길요^^

프레이야 2014-07-2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생활 안 하는 나도 안 하는 일을 저렇게나 많이 하루에!!!
세실님은 정말 대단한 능력자에요. 다 마음과 정성의 문제이겠죠 ^^
중용, 저 책 집에 있는데 지금이라도 자세히 읽어봐야겠다요.
도서관 프로그램도 알차고 수준있게.. 이게 다 센스쟁이 관장님의 능력.
지역주민들도 복이지요.

세실 2014-07-25 09:44   좋아요 0 | URL
평일엔 시간이 안되니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됩니다.
에이....그냥 음식할땐 다른 생각안하고 음식에만 집중해서 최대한 단시간에 끝내려고 합니다.
이 책 박식한 도올선생의 해석이라 좀 어렵긴 하지만 몇 구절만 기억해도 좋을 책이랍니다.
'역린'의 구절을 다시 되새기는 기회도 좋았답니다.
생각보다 높은 관심에 놀라웠습니다. 시골...아직 살아있어요^^
편안한 주말되세요, 프야언니^^

페크pek0501 2014-07-2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의 착한 며느리 세실 님...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며느리 노릇 하셨군요.
배우고 갑니다. 따뜻한 미소가 번지게 만드는 글을 읽고... ^^

세실 2014-07-25 09:47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을 워낙 살뜰히 챙겨주시는 두 분이라 더 해드리고 싶지만 제 실력이 미천하여........
엄니가 해드리지 않는걸 골라서 해드리려고요. 김밥, 잡채도 좋아하시더라구요^^
오늘은 벌써 주말 전야입니다. 전 금요일이 제일 좋아요~~~~ 토요일도 일요일도 쉴수 있으니 ㅎㅎ
편안한 주말 되세요^^

oren 2014-07-2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역린에 나오는 '중용'의 저 대목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마음 깊이 다가오더군요. 저도 세실 님의 글을 읽고 중용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별다른 일정이 없는 주말이면 동네 도서관엘 습관처럼 들르는데, 세실 님처럼 의욕이 넘치고 유능한 도서관장님이 좀 더 많이 활약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늘 하게 되더군요. 관장님 힘내시고 늘 파이팅하시길~~

세실 2014-07-28 10:38   좋아요 0 | URL
그쵸? 역린의 중용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몇번을 되새겼지요.
인문학의 기본은 중용이라는 지인의 말이 와닿았습니다.
제 수준에 좀 어렵긴 합니다만 몇개만 기억해도 좋을듯 합니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시는군요^^ 요즘 도서관은 에어컨도 잘 틀어주고, 신간도 많고.....좋지요.
님의 격려에 힘 입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어제 당일로 무창포해수욕장 다녀왔더니 눈꺼풀이 무거워요^^ 오늘은 잠시 충천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괜찮겠죠? ㅎ


희망찬샘 2014-08-03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에 대한 정성-항상 반성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저도 돌아가면 어머님 모시고 워터파크 한 번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끼리만 놀러를 다녔더라고요. 워터파크 가시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가끔 어른들 모시고 오는 효부, 효자들이 계시더라고요.

세실 2014-08-04 11:10   좋아요 0 | URL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찾아 뵈어야지 하는데......10분 앉아있다 나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우선 순위인점도 죄송하지요. 워터파크.....저도 날 선선해지면 제천 리솜에 모시고 가야 겠어요. 친정엄마가 특히 좋아하시는데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내리사랑은 쉬운데 올림 사랑은 참 어려워요.
 

1.

 

'관장님 안녕하세요~~'

K가 도서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조용하던 공간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한다. '관장님 잘 지내셨어요? 계장님, 전선생님도 잘 지내셨죠? 보고 싶었어요! 오늘 제가 정말 좋은 선물 가져왔어요' 이렇게 K의 방문은 시작된다. 고향은 음성이지만 결혼하면서 서울에 살던 그녀가 5년전에 딸만 데리고 음성에 다시 내려왔다. 얼굴도 예쁘지만 목소리가 특히 예쁜 그녀는 지난 선거때 '여러분 훌륭한 *** 군수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진정한 일꾼 *** 님을 선택해 주세요' 하면서 M.C로 맹활약을 했다. 그리고 다시 화장품 방문 판매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성격이 호탕하고, 웃음이 많아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흔의 나이에도 짧고 화려한 컬러의 미니 스커트와 나시를 즐겨 입는 그녀는 주홍빛 립스틱이 트레이드 마크다. 나도 어울릴까 하고 똑같은 립스틱을 샀는데 별로다. 사소한 대화에도 '하하하하~~' 하면서 마치 전원주가 웃는듯한 숨이 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낸다. 마치 주홍빛 환타처럼 화려함과 톡 쏘는 청량함이 그녀의 매력이다.

 

늘 즐거움과 유쾌함을 주는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이야기만 나오면 '우리 **이 불쌍해요. 받아쓰기도 잘 못해요. 전 빵점엄마예요' 하면서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나는 친구들에게는 다소 얄미운 깍쟁이지만 모성애가 발동하면 바다처럼 넓은 마음이 된다. '이런.....걱정하지마! 도서관에 잘 왔네. 이제 **이랑 같이 매주 도서관에 와서 책 열권씩 빌려가라. 내가 골라줄게. 그리고 책 읽어줄땐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읽어줘.'

 

그녀는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와서 책을 열권씩 빌려간다. '관장님이 골라주신 책 다 재미있어요. 그런거 어떻게 골라요? 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한다. '나 사서라구~~~' 그렇게 그녀와 나의 만남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음성 장날인데 그녀는 파라솔을 펴놓고 화장품을 판다.

 

2.

 

'소독하러 왔어요'

다소 투박한 말투,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우리도서관 화장실을 소독 해준다. 보건소에서 위탁받아 하는 듯한데 딱 화장실만 해주고 간다. 며칠 전, 음료수를 따 주면서 '안녕하세요. 혹시 사무실도 소독해 주실수 있을까요?' 그는 난색을 표하면서 '화장실만 하게 되어 있어요' 한다. 그리고는 잠시후 사무실에 들어와 묵묵히 구석구석 소독해준다. '어머 감사합니다. 혹시 자제분 있으세요?' 하면서 말문을 여니 7살 딸아이가 있다는 말에 '도서관 회원 가입하시고 책 빌려가세요. 제가 골라드릴게요' 했다.

 

다음날 그는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도서관에 왔다. 나는 아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이름이 뭐야? 예쁘게 생겼네. 이제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꼭 오기' 하면서 책을 골라주고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읽어 주었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윽 냄새! 뿌지직.....'하면서 즐거워한다.

 

'제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딸내미랑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도서관에 오네요' 하면서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바빠도 아빠가 딸에게 하루에 2권씩 읽어주세요.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읽으면 한글도 빨리 깨칠수 있어요' 하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는 재미다.

 

3.

 

두 아이에게 요즘 우리 아이들이 읽었던 책 열심히 골라주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기 도서는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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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7-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관장님 최고에요.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애정 담긴 눈으로 담아내시고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저 그림책들 진짜 불후의 명작들이네요. 다 가지고 있어요 저도 아직.
우리 아이들과 보았던 그때의 감정들을 간직하고 싶어 조카들한테 넘기지도 않고
다 가지고 있는 그림책욕심쟁이랍니다. 가끔 들춰 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림책들이죠^^

세실 2014-07-07 13:37   좋아요 0 | URL
오늘은 도서관 휴관일이라 직원 삼겹살 파티 했어요. 도서관 로비에서 구워 먹는 재미를 알아버렸습니다.
K도 와서 한바탕 웃음보따리 풀어 놓고 이제 가네요. ㅎㅎ
전 우리 아이들이 보던 그림책들 조카 주었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어릴때 추억을 생각하면서 가끔 읽어도 좋을텐데.....
우리 드디어 수욜!! 두근 두근^^

섬사이 2014-07-0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관장님이세요. 글을 읽으며 제 마음까지 따뜻해져요. ^^

세실 2014-07-08 10: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 마음이 쭉 이어지도록 노력해야겠죠?
요즘 시골살이에 푹 빠졌습니다.
이러다 도서관 화단에 상추, 오이 심는건 아닌지....ㅎㅎ

울보 2014-07-0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관장님 참 잘어울리세요,류랑 제가 다니는 도서관 관장님도 여자분인데 처음에 오셔셔 이런저런 문제로 몇번 엄마들과 모임에서 뵙고 한번도 뵌적이 없는듯 한데,,
저도 그림책 다가지고 있어요 이상하게 그림책은 누군가를 주기 그렇더라구요 제가 류랑 하나둘 정말 열심히 고른책들이라서,,그런데 작은 집을 넓게 사용하려면 치워야 하는데 , ㅋ 옆지기가 그냥 두라고 하네요,,ㅎ

세실 2014-07-08 10:11   좋아요 0 | URL
세실관장이라 정관장보다 백배는 나아요~~ 땡큐^^
저는 그래서 프로그램이나 열람실, 자료실에 수시로 들락거린답니다. 싫어해도 어쩔수 없어~~
그림책 아이들 초딩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조카들 줬어요.
아깝긴 하지만 쌓아둘 공간도 부족하거든요.
사무실에, 집에 책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ㅜㅜ

순오기 2014-07-0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도서관이라 더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거 같아요.
아니 멋쟁이 관장님 덕이겠지요!^^

세실 2014-07-08 10:11   좋아요 0 | URL
언니. 그렇죠?
샘이 집에서 직접 기른거라면서 토마토, 호박, 오이도 갖다 주시네요.
그냥 여기서 천년만년 살까봐~~~
낼 뵈어요! 왜이리 설레이는지...ㅎㅎ

난티나무 2014-07-0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안녕하세요???? 넘 오랜만에 인사 드리네요....^^;;
관장님, 이라니, 넘 멋져요~~~~~^*^

세실 2014-07-11 10:06   좋아요 0 | URL
어머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고즈넉한 프랑스 생활 멋집니다~~~~
자주 뵈어요!!

라로 2014-07-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사에 기고 할까봐~~~~. 음성 시골에 미모의 관장님이 있는데 멋지고 귀엽기까지 하니까 취재좀 하라고!!!!

세실 2014-07-18 17:29   좋아요 0 | URL
음 그러고보니 아직 취재한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ㅎㅎ
나를 귀엽다고 해주는 분은 우리 오공주밖에 없는듯요.
오공주 포에버~~~~알 라 뷰~~~
근데 시아님 공감 안 눌렀다.....................흥!!!


단발머리 2014-07-2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장님, 정말 너무 멋지세요. 계신 곳이 음성인가봐요.
아.... 저도 도서관 자주 다니거든요. 요즘엔 좀 뜸하지만, 예전엔 동네도서관 6군데를 다니면, 6군데 직원분들을 다 알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말 몇 분은 아이들을 그렇게 예뻐라, 하시고... 이름은 모르시는데도, 인사를 건네시고 하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구요. 그런데도, 책을 골라주시는 분은 없었어요. 아마도 다들 바쁘셔서 그런시겠지만.
책을 골라주는 관장님이라니요.... 우앙.. 부러워요^^

세실 2014-07-24 10:07   좋아요 0 | URL
네 충북 음성에 있는 시골 도서관이랍니다^^
이곳에도 한번에 15권씩 빌려가는 엄마들 계세요. 6군데를 도신다니.....대단하세요.
아이들 이름 불러주면 좋아하는데 매일 잊어버려요. 밤새 제 머리는 리셋 되나 봅니다. ㅎㅎ
요즘 아이들 만화책을 많이 읽어 만화책 한 권 읽고, 다음엔 줄책 한권 읽자...하면서 유도하지요.
벽에 붙여놓은 권장도서목록도 애용하네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거겠죠?
응원 감사합니다~~~~~ 님의 응원에 막 힘이 납니다.
오늘도 오후 4시에 자료실에 놀러가려고 합니다^^

희망찬샘 2014-08-0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누군가에게 주신 작은 친절이 이 다음에 크고 예쁜 꽃으로 피어나겠지요?

세실 2014-08-04 11:21   좋아요 0 | URL
부모들이 의외로 독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더라구요. 시골 아이들일수록 도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큰 힘이 될텐데....아이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