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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시간과 경계를 넘나드는 종횡무진 화학 잡담 묻고 답하다 4
장홍제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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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화학이 이렇게 재미있던 분야였던가?


나는 본디 문과 체질인지라 생물과 화학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으로 오로지 내게는 언어와 역사만이 재미를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화학이 재미있었다니!

학교에서 배웠던 형식적인 교과서가 재미있는 한 권의 책이라 생각하면서 공부했었더라면, 그 때 재미있게 공부했었을 것이라 자부한다.

문과생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화학의 세계로 GO!


저자, 장홍제는 광운대학교 화학과 교수이며 과학과 실험 속에 낭만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는 화학자이자 잡지식 수집가, 데스메탈 마니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플레이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평소 화학이 좋아서 화학을 공부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화학에 빠져 계속 물질의 비밀을 탐구하지만 여전히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최근에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물질의 변화를 추구하는 나노화학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낮에는 논문을 쓰고 밤에는 책을 쓴다.




Ⅰ 역사에는 화학이 있었다


"죄인은 사약을 받으라!"


사극을 보면 사약으로 처형당하는 장면을 종종 보곤 한다.

그럴 때면 한 번쯤은 사약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도 한다.

사약을 마시면 바로 죽는 건가?

곧장 기절해 죽는 건가?

사약은 곧 독약이니 구토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약은 어떻게 만들었던 것일까?


난 사약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에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다.

저 사약은 한약의 일종인 건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대부분 사약을 보면 겉보기에 한약과 같은 색을 띄고 있다.

사약의 한자 표기를 살펴보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약이 아닌 '하사받은 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참형이나 능지처참과 같은 신체에 직접적인 훼손을 주는 형벌이 아니기에 적어도 명예는 지킬 수 있어 사대부나 왕족 정도의 인물이 사약으로 처형되었다고 한다.

실제 사약으로 처형당한 인물에 대해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없어 당시 취급이 가능했던 천연물로 만들어졌을 것이며 독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사약의 주재료로 생각되는 식물은 바로 '투구꽃'이다.

관상용으로는 예쁘지만 뿌리에 강한 독이 있는 식물로 그 안에는 아코니틴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식물이 체내에서 합성한 유기 화합물 중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이며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종류를 알칼로이드라고 구분한다.

양귀비의 덜 익은 꼬투리에서 모은 유액으로 만든 아편의 중요 성분인 모르핀이나 키나나무 껍질에서 추출되어 말라리아 기생충 치료제로 사용대는 퀴닌이 대표적인 알칼로이드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알칼로이드는 매우 다양하며 벨라도나나 미치광이풀 줄기에서 얻을 수 있는 아트로핀은 신경 작용을 차단해 마비 혹은 사망을 유발하고 마전자 나무 씨앗에서 발견된 스트리크닌 또한 근육 경련 및 질식을 일으킨다.

하지만 아트로핀이나 스트리크닌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소량을 사용한다면 수술 보조제, 각성제나 위장병 치료약 등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투구꽃의 아코니틴 역시 대표적인 알칼로이드 물질로 체내에서 신경 신호를 전달해 생명 유지, 호흡과 관련한 모든 조절에 작용하는 소듐 이온 통로를 여는 작용을 한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과 신경발작을 포함한 심정지가 일어나는 것이다.

한의학과 관련된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 부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부자가 바로 투구꽃이다.

투구꽃의 뿌리는 줄기에 연결된 큰 덩이뿌리인 초오와 주위에 연결된 더 작은 덩이뿌리들인 부자로 나뉜다.

부자는 뜨거운 성질의 약초로 냉증을 치료할 수 있으며 효능을 살리고 독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법제 과정이 필요로 한다.

즉, 열처리를 하지 않은 부자 생즙을 사용한다면 사약의 효과는 더 극대화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부자가 속한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들은 알칼로이드 독을 포함하고 있어 초식 동물들도 먹지 않고 피한다는 것이다.


중드 사극을 보면 以毒制毒이란 대사가 나오곤 한다.

이독제독은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의미로, 부자도 관련되어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부자가 소듐 이온 통로를 열어 신경 손상을 일으킨다고 언급했었다.

그렇다면 소듐 이온 통로를 차단하는 약으로서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가능할까? 실제 가능하다고 한다.

바로 사이안화 포타슘의 약 1000배에 달하는 신경독인 복어 독, 테트로도톡신이라면 말이다.

아코니틴이나 테트로도톡신 모두 수십 분 내로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독인데 실제 일본에서 투구꽃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이 아내를 독살하게 되었는데 1시간 4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증상이 발생해 독의 종류와 살해 방법을 증명하지 못하다가 투구꽃의 독과 복어의 독을 함께 복용시키는 방법으로 죽였음을 알아냈다고 한다.


이렇듯 독은 인류의 역사에서 떼어놓고 논할 수 없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약이 아닌 조금 더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상속의 가루(inheritance powders)'이다.

비상과 비소는 완전히 다른 물질이라고 한다.

비상은 산소, 황 등 다양한 원소들과 비소가 결합해 있는 형태이며 비소는 순수한 하나의 원소이자 비상의 핵심 구성요소라고 한다.

비소는 독일의 자연과학자인 알베르투스 마그누스가 웅황을 비누와 함께 가열애 처음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었다.

분리된 비소는 공기 중에서 가열하는 방법 등을 통해 산화되면 강한 독성의 산화 비소로 변화하는데, 이 때 특징이 맛도, 냄새도 없는 하얀 가루 형태라 음식에 넣어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비소, 즉, 산화 비소 화합물은 권력이나 재산 상속을 위해 암살하는데 사용되었으며 독을 이용한 살인은 로마 제국에서 성행하였다고 한다.


이렇게만 봐도 세상에는 수많은 독성 물질이 존재한다.

현재 비소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기도 하고 항암 치료제로 쓰기도 한다.

사약에 어떤 독극물을 넣었었는지 추측만 할 뿐 확신을 갖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는 당시 지식의 깊이와 기술들에 대한 기록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독이 곧 약이고 약이 곧 독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은 의외로 가장 올바른 표현입니다. 과거의 진실은 결국 드러나지 않았지만 과학의 발전과 지식의 발전은 독을 약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진보가 독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Ⅱ 화학은 세상을 어떻게 바꿨나


연금술이란 단어를 떠올려보자.

큰 책상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연금술사가 있다.

비커 안에 담긴 액체는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는 상태이다.

그 때 실린더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스포이드를 이용해 물질을 쭈욱 빨아당겨 비커 안에 소량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펑!


약 300년경 이집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연금술은 꽤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냈었다.

탄압이나 마녀사냥을 피하기 위한 비밀스러운 기호와 그림 또한 이후 원소가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깐.

그렇다면 금과 현자의 돌 그리고 증식이란 무엇일까?


금속은 '열이나 전기를 잘 전도하고 강한 힘을 가하면 넓게 펴지거나 길게 늘어나는 성질이 풍부하며 특수한 광택을 가진 물질'로 정의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금속이 존재한다.

금속으로 분류되는 원소들로 한정해도 무려 91가지로 추려지며 지금까지 발견한 모든 원소 중 75% 넘는 비율이 금속일 정도이다.

금색이라는 고유명사로 색상이 대표될 만큼 노란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금빛은 빛과 온기를 주는 태양의 색이었으며 색이나 광택에서도 산화되지 않는다는 화학적인 성질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아 신성한 금속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금은 산소와 쉽게 결합하지 않는 금속 원소이기에 금광석이나 사금과 같은 금 본연의 모습으로 바로 얻을 수 있으며, 물과 공기에 노출되면 서서히 녹스는 철과는 달리 금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다.

연금술 역시 금의 가치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낮은 가치의 금속을 귀중한 금으로 바꾸는 연구는 이후 의화학의 시초가 된 방향이었던 병든 몸을 새롭게 바꾸는 연구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였기에 이 목표에는 꼭 필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궁극의 목표이자 물질인 '철학자의 돌'이었다.


철학자의 돌은 현자의 돌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인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능력은 물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도 있게 해준다.

이 명칭은 연금술의 기본이 세상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뜨겁고 건조한 불, 습하고 뜨거운 공기, 차갑고 습한 물, 건조하고 차가운 흙 등 4원소로 세상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시작점이 된다.

어쩌면 말하고자 하는 네 원소는 변질되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결국은 원소가 변화하고 물질이 변화할 수 있다면 당연히 금속도 변화할 수 있을 테니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철학자의 돌을 만드는 첫 단계이자 일반 금속을 금으로 변화시키는 첫 단계는 수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수은은 금과 가까이 있는 금속 원소이자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유일하게 존재하는 금속으로 이는 연금술의 상징인 헤르메스 Hermes 의 또 다른 이름으로 통하기도 한다.

수은에 금속을 넣어 액체 상태의 합금으로 만드는 과정이 첫 단계이며, 이를 땅에 묻거나 보관해 부패시키는데 이는 실제로 부패하는 것이 아니며 검은색으로 변화하는 흑색 작업 단계로 파괴를 통해 균일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후 정화가 이루어져 백색 단계를 거쳐 태양 빛과 같은 황색에 이른다.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철학자의 돌과 같은 붉은색 물질이 탄생하는데 흑, 백, 황, 적의 네 가지 물질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위대한 작업이라고 불리며 이 때가 가장 고귀하고 중요한 단계라고 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단계가 바로 증식이다.

증식은 만들어진 물질의 양을 증가하도록 하는 것인데, 발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증식까지 도달했다면 연금술의 마지막 단계인 투영이 뒤따르게 된다.

투영은 철학자의 돌을 다른 물질이나 인간의 몸에 덮어씌워 금을 만들어내거나 영생을 이뤄내는 최종 단계를 의미하며 위대한 작업의 종착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후 연금술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유는 금의 양이 늘어난다는 결과 때문이었다.

간단한 이유지만 사회 경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주 원인이 될 수 있어 사전에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만들었어도 누군가는 악용하기 마련이니깐.


연금술은 마술과 과학, 신앙과 신비주의가 뒤섞였기에 역사 속 과학 분야 중 가장 흥미로울 수밖에 없으며 특히 문학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었다.

지금은 화학과 과학의 진보로 금의 영원함, 반짝임의 원리나 표면적 의미 등을 이성적으로 보고 있다.

즉, 물질적인 집착을 넘어 보다 실용적이고 유용한 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살바도르 달리가 말했다. 모든 위대한 예술은 연금술에서 태어나고 죽음을 초월한다. 하지만 나는 초의식을 통해 내면을 초월하여 금을 만든다고.




Ⅲ 인간은 화학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죄 없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지금 이 시대에 전쟁이 웬 말인가.


인간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여러 형식의 무기를 만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과학이 발전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순 없다.

과거 단순히 화살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 물리적인 대응을 넘어 간편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규모의 불꽃, 화약 그리고 폭발물이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필요한 희생 없이 타인을 제압할 수 있는 목적으로 마비나 혼절 등을 가능케 하는 무기도 개발되었고 진압을 목적으로 최루 또한 만들어졌다.

최루는 눈물이 흐르도록 만든다는 뜻으로, 자극적인 향과 맛을 가지는 물질이 가루의 형태로 눈이나 코의 점막에 접촉하게 되면 고통을 느끼는 동시에 눈물과 콧물을 흘리게 된다.

이렇듯 최루의 최종 목적은 참고자 하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눈물이 흐르게 만들어 시야를 차단하고 행동을 봉쇄하는 것에 있다.


화학은 인류의 삶과 세상에 양면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학무기 또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학이 이렇게 재미있었다니!


교과서가 아닌 책 한 권은 얇든, 두껍든 간에 마냥 재미있게만 느껴졌었다.

그 습관이 이어져 언어와 관련된 국어, 영어 그리고 한국사, 세계사를 그렇게 좋아했었나 보다.

과학에서 딱 한 분야만 좋아했었다. 바로 지구과학이다.

지금도 지구과학과 관련된 책은 꾸준히 보고 있지만 화학과 생물에는 그다지 손이 안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내가 이렇게 화학을 재미있게나 읽다니!

학창 시절, 누군가가 생각의 전환에 대해 뇌리에 박힐 만큼 조언해 주었다면 더 재미있게, 더 깊게 공부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역사와 화학의 조합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몰입하게 만들었고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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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08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구과학 좋아하시는 하나의 책장님 ㅎㅎ제겐 사진 잘 찍으시는 책장님 ~ 축하드립니다 *^^*

하나의책장 2022-07-31 20:27   좋아요 1 | URL
매번 예쁜 말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그렇게 덥고 습하네요; 태풍때문에 종일 비도 내리고요.
월, 화 내내 비오고선 수요일부터 폭염이 다시 시작된다고 하더라고요ㅠ
습해서 더 힘든 여름, 건강 조심하세요!
행복한 저녁되세요♥

이하라 2022-07-08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행복한 주말되세요.^^

하나의책장 2022-07-31 20: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하라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셨나요?^^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08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2-07-31 20: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새파랑 2022-07-08 1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부자 하나님 당선 축하드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하나의책장 2022-07-31 20:3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도 저 못지않게 책부자이실 것 같아요!
내일부터 비 소식에 이어 수요일부터는 폭염까지 이어진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랄게요♥

러블리땡 2022-07-09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하나의책장 2022-07-31 20: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 행복한 저녁 되세요♥

thkang1001 2022-07-10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7-31 20:38   좋아요 0 | URL
(댓글이 너-무 많이 늦었지만ㅠ)
항상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 거짓과 미신에 휘둘리지 않고 과학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힘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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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은 없어서는 안 될 학문이다.

직감이 아닌 과학적 사실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과학이 꼭 필요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Ⅰ 과학을 믿을까, 직감을 믿을까?


v 직감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

v 이성적인 사람이 잡아먹혀 버리기 쉬운 이유

v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스스로 엄청 똑똑하다고 여기는 이유


-> 우리는 직감과 과학을 구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서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우리는 대부분 직감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생각해 보라, 직감에 의한 일상생활을.

몇 분만 얘기해도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읽는다던가, 생화학적 측정 기기가 없어도 맛을 보지 않아도 감에 의해 요리 하나 뚝딱 만들어 낸다던가 그리고 공식을 동원하지 않아도 생일 선물로 양자 역학 책을 선물하면 상대방이 좋아할지 싫어할지 예측할 수 있다던가.

이렇듯 우리의 감은 참 대단하기에 직감을 신뢰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감은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가끔 믿을 수는 있겠으나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맨손으로 손목시계를 수선할 수도 없고 맨손으로 고장 난 컴퓨터를 수리할 수도 없다.

눈으로 우주를 관찰할 수 있는가? 눈으로 우주를 관찰할 수 없기에 수학공식과 망원경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직감이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신뢰성을 필요로 하는 현대사회! 이러한 사회에서 살고 있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Ⅱ 팩트를 바탕으로 논쟁해야 한다


과학과 직감을 구별할 수 없거나 아예 구분 짓지 않으려고 한다면 이는 문제 될 수밖에 없다.

과학은 오롯이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기에 누가 믿건 안 믿건 과학에게는 전혀 상관없기 일이다.

코로나에 대해 황당한 기사를 하나 본 적이 있다.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에서는 소의 소변을 마시면 코로나가 완치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떠돌아다녀 그것을 마을 사람들끼리 마신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와 관련하여 말도 안 되는 완치법들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논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세상에는 수많은 논쟁들이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평화로운 공존은 논리적, 이성적으로 기본 규칙을 준수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공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종류의 논거를 신뢰할지 먼저 합의해야 한다.

민주적인 토론의 경우 건설적인 기여와 파괴적인 행동을 구별지어야만 하는데, 절대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 궤변들이 꼭 나오곤 한다.

이번 대선 또한 초반부터 다들 네거티브하다 보니 신뢰할 만한 후보가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자신들이 옳다고 느끼며 자신들이 우수하다고 확신에 차 그런 네거티브를 펼친 것이겠지만 우리는 사실 그러한 견해를 인정할 순 없다.

어떤 의견들은 단순히 팩트를 무시한 모호한 감정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이런 의견들의 차이를 구분할 때에만 기능할 수 있는데, 이렇기에 과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어떤 단어의 정의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되기도 하고 변질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으로 민주주의, 페미니즘 등이 이에 해당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누군가 무엇을 믿어야 한다고 자신 있게 설파한다면 그것은 과학이라 할 수 없다.

혼자서만 알고 있는 사실이 옳다고 판단하는 성급한 확신은 진실 추구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즉, 과학은 우리 모두 공동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가는 활동이다.




Ⅲ 논리학은 여전히 옳다


괴델이 불완정성 정리를 발표한 이후부터 수학의 세계가 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수학적 논리학을 일상에서 부르는 '논리'와 동일시하면 안 된다.

무언가 자명하고 간단할 때 논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논리학은 수사학의 한 분야로서, 옳은 논증을 궤변과 구별하게 해주는 학문이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 O

'기발한 생각은 언제나 모순에 부딪힌다. 내 생각은 모순에 부딪힌다. 따라서 내 생각은 기발하다.'             -> X

전자는 맞고 후자는 틀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논리적 추론을 하는 '삼단논법'에 몰두했었다.

반면 수학적 논리학은 일상적 발언에 국한된 학문이 아니다.

수리 논리학자들은 특수 문자와 기호를 사용한 형식 언어를 개발해 새로운 원리를 도출해냈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단순한 기본 규칙을 따르지만, 마지막이 되면 의외의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수리 논리학이 현대 정보과학(컴퓨터 과학)에 특히나 중요해지게 된다.

주어진 논리 규칙에 따라 특정한 수학적 진술을 증명해 내는 컴퓨터 프로그램, 다른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를 찾는 컴퓨터 프로그램, 특정 코드가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건에서 올바른 결과를 제공하는지 증명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즉, 이 모든 것이 형식 논리학 덕분에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참인 진술이 있고 거짓인 진술이 있다.

우리는 참이지만 결코 증명할 수 없는 진술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Ⅳ 일반화는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v 두루 일반화하는 것이 문제인 이유

v 체리의 까마귀스러움을 테스트해야 한다면?

v 칼 포퍼와 더불어 착각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 무언가를 증명할 수 없을 때, 대신 반박해 볼 수는 있다.


규칙을 찾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일반화'이다.

다수의 까마귀를 관찰한 뒤, 그들의 색이 모두 검은색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규칙을 내린다.

"모든 까마귀는 검다!"

이것이 바로 여러 개별 사례에서 일반적인 원리는 이끌어내는 귀납적 추론이다.

반대로 일반적인 원리에서 개별적인 경우를 유추하는 것을 연역적 추론이라고 한다.

귀납법, 연역법, 귀추법은 모두 다른 추론들로, 신뢰성에서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까마귀가 검고 제이슨이 까마귀라고 한다.

그렇다면 제이슨은 분명히 검을 것이다.

주어진 전제를 의심할 순 있겠지만 앞서 열거한 두 가지 가정이 진실이라고 인정되면 제이슨이 검다는 것은 믿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연역적 추론이다. 셋 중에서 연역적 추론이 가장 명확한 추론이다.


그럼 귀추법은 어떤 추론일까? 귀추법은 연역적 추론과 달리 매우 불안정한 추론이다.

믿을 만한 진실이 아닌 그냥 있을 법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지 않은 아이가 독감이 유행하는 기간에 고열과 감기 증상을 보이면 독감일 수도 있다.

'-수도 있다'라고 했으니 이는 물론 추측일 뿐이다.

이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게 되면 더 확실해지는데, 이후 다시 연역적 추론을 적용하게 된다.

'독감에 대한 항체가 있는 사람은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이 아이는 독감에 대한 항체가 생겼다. 따라서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귀납적 추론 역시 논리적 정확성을 놓고 볼 때 신뢰할 순 없다.

큰 나무 하나가 있다. 까마귀 나무라 불릴 정도로 까마귀들이 둥지를 틀고 앉아있어 오래전부터 매일같이 보았다.

그런데 내일 새빨간 까마귀 한 마리가 나타나 둥지 위에 앉아있을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매일같이 앉아있던 까마귀들이 어느새 참새로 둔갑해있을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귀납법은 경험적 지식에 근거하기에, 모든 종류의 경험적 지식은 신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신뢰해야만 한다. 왜일까? 다른 수가 없다.

개별 사례를 바탕으로 귀납적으로 일반 규칙을 추론하는 것은 우리에게 지극히 평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귀납적 추론을 신뢰하는 이유는 과거부터 개별적인 경험에 근거하여 일반적인 규칙을 도출했고 이러한 규칙들이 잘 통했기에 미래에도 잘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귀납적인 결론이긴 하다.

농부가 모이를 주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닭은 농부가 자신에게 매우 잘해준다고 생각하는 확신에 들어차게 된다.

그렇게 그 확신이 절정에 달한 순간 농부는 닭을 닭고기로 만들어버린다.

지난 몇백 년간 행성들의 궤도 운동에 근거하여 다다음 주 목요일에 일어날 행성의 운동을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의심할 순 없다.

모든 기술 발전이 장기적으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였다고 말한다면 지금까지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는 확신할 수 없다. 이미 인간이 일으킨 환경 문제는 인류의 존속에 위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진하게 귀납법을 믿는다면 앞서 얘기했던 닭과 같은 신세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온 인류는 우정을 나누고 협동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너른 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과학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내는 세심하게 연결된 진리의 망이다.


사실 내게 과학이라 함은 단순히 학창 시절에 배우는 학문에만 불과했다.

딱 거기까지였는데, 대학교 때 칼 세이건의 책을 계기로 과학의 의미를 확장시켰으며 지금은 낯설면서도 굉장히 익숙한, 더 알고 싶어지는 학문이 되어버렸다.

(이런 마음가짐을 중, 고등학교 때부터 가졌어야 했는데;)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하는 것,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본성이듯 우리는 과학을 놓치고 살 순 없다.

어느새 '거짓'으로 얼룩진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합리적 증거가 무시되고 진실 또한 왜곡되다 보니 우리는 음모론을 시작으로 가짜 뉴스에 계속해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합리적 증거에 도달할 수 있게끔은 해준다.

그것이 과학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 우리의 다음 생각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두고두고 영향력을 발휘한 착상, 역사에 길이 남은 정신적 영감, 대단한 진리는 어느 날 '별로 나쁘지 않은데?' 싶은 작은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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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4-09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2022-06-27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하라 2022-04-09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2022-06-27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4-09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 축하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독서 많이 하세요 ^^

2022-06-27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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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과학은 분명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한 분야인 것 같다.

특정 소재를 가지고 펴낸 세계사가 요새 줄지어 출간되면서 역사책에 한동안 푹 빠져 지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신간 소개에서 보게 된 균과 관련된 과학서에 대해 흥미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책을 펼친 나는 균이 만드는 생태계의 경이로움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저자, 멀린 셸드레이크는 식물학, 미생물학, 생태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지식을 갖춘 생물학자이자 작가이다.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의 전임 연구원으로 파나마 열대 우림의 지하 균류 네트워크를 연구했으며, 이 연구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열대 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과 인간 외 유기체 사이의 관계에 매료되어 균류생물학, 아마존 민족식물학의 역사 등을 연구한다.




버섯과 곰팡이가 퍼져나가는 방법


사람의 눈은 수백만 가지의 색을 구분하고 귀는 오십만 가지의 톤을 구분한다.

인간의 감각 중 시각, 청각보다 더 뛰어나게 발달한 것이 있으니 바로 후각이다.

무려 코는 일조 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분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코는 매우 섬세한 기관으로 식물, 곰팡이, 동물 모두가 비슷한 수용체로 화학 물질을 감지한다.

동물이 냄새를 맡기 위해서는 하나의 분자라도 후각 상피에 닿아야 한다.

(사람의 경우, 그 막이 코 안쪽 윗부분에 위치해있다.)

냄새 분자가 수용체와 결합하면 신경이 자극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식별된 화학물질에 반응하여 뇌가 개입하게 된다.

코나 뇌는 갖고 있지 않지만 곰팡이도 여러 가지의 다른 기관을 갖추고 있다.

표면 전체가 후각 상피와도 같아 분자 하나만 수용체와 결합해도 무수한 신호를 보내 곰팡이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수많은 화학 정보의 밭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버섯 그리고 곰팡이는 자기들끼리 의사소통할 때 이러한 화학 물질을 이용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냄새를 통해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분자를 이용하는 곰팡이의 대화법을 엿볼 수 있다.


트러플은 오래전부터 섹스와 연관지어졌다고 한다.

나 또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트러플 truffle 이라는 말은 여러 언어에서 '고환'으로 번역된다고 한다.

태초에 트러플은 동물을 한껏 들뜨게 만들도록 진화되어 왔다. 그래야만 종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러플이 동물을 흥분시킬 순 있지만 동물이 트러플을 흥분시킬 순 없다. 마치 일방통행하는 것과도 같다.

트러플은 조상 곰팡이가 만들어낸 가장 덜 복잡한 의사소통의 경로로, 곰팡이의 균사가 균사체 네트워크가 되는 데 두 가지 핵심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가지치기와 융합이다. '입으로 준비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균사가 얽혀드는 과정을 융합이라 한다.

균사가 가지 치지 못하면 하나의 균사가 여러 개의 갈라지지 못하는데, 반대로 균사가 다른 균사와 융합하지 못한다면 복잡한 네트워크로 확장되지 못한다.

그러기에 융합 전에 먼저 다른 균사를 찾아야 하는데 이 때 서로를 끌어당기는 현상을 귀소성이라 한다.

자기정체성은 중요치 않다. 유전적으로 충분히 유사하다면 언제든 다른 균사체와 융합할 수 있는 것이다.



함께 뒤엉켜 진화한 미생물


지의류는 살아 있는 수수께끼로, 정체성의 개념을 혼란스럽게 하고 하나의 유기체가 끝나고 다른 유기체가 시작되는 지점이 어디인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식물학자 시몬 슈벤데너는 지의류가 한 종류의 유기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유기체가 섞여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여기서 두 종류의 유기체란 곰팡이, 즉, 균과 조류였다.

지의균인 균류공생자가 물리적 보호 기능을 하고 자신과 조류 세포를 위한 영양분을 획득한다고 밝혔는데 그의 관점에서 곰팡이 파트너는 '지도자의 지혜를 가진 기생생물'을 의미했다.

두 종류의 유기체가 합쳐져 가시적 형태를 가지게 되었으니 결국 함께함으로써 혼자서는 살 수 없었던 곳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후, 수년 간 여러 과학자들이 새로운 공생설을 내놓기도 했는데 수년 후에는 박테리아 내부에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미세지의류'라 이름을 붙였다.

어느새 지의류는 공생이라는 아이디어로 가는 통로 유기체가 되었다.


지의류의 우주 생존 능력은 여러 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는데 대부분 연구 결과는 비슷했다.

예로서, 방사능으로서 지의류를 죽일 순 있었지만 지의류 세포를 파괴하는 데 필요한 방사능 양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번식 능력에 장애가 나타난들 끄덕없었고 심지어 광합성 하는데도 문제가 없었으니깐.

한 과학자는 이렇게도 말한다. "지의류가 우리를 가르친다니까요."

식물의 조상은 광합성 능력을 가진 박테리아에서 획득했던 것이 아니라 광합성을 할 수 없는 유기체와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유기체의 결합으로 발생했다.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이제는 어느 한 쪽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이렇듯, 곰팡이 균사가 융합 또는 접합되었듯이 진핵세포 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나무의 가지들이 서로 얽혀 분리 불가능한 새로운 계통으로 녹아들게 된 것이다.

지의류가 진핵세포의 기원을 정확하게 재현하지 않더라도 진핵세포의 기원과 '보조'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깊다.




분명한 것은, 집중하면서 읽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팡이라는 소재가 매우 독특해 첫 장부터 충분히 매력적인지라 금세 매료될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보이지 않는 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쩌면 세상에서 수적으로 제일 많은 것이 곰팡이일지도 모르겠다.

돌을 먹고 흙을 만들며 식물을 자라게 한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주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으며 지구 대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관심있게 봐야 할 이유가 있는데, 바로 우리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

잦은 장마와 가뭄 등 심각해진 지구 온난화 그리고 플라스틱 급증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 등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를 '곰팡이'를 이용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큰 나무를 보면 흙 바로 아래에는 엄청난 나무뿌리가 존재하고 있다.

지표면 바로 아래 얽히고 설킨 가늘고 굵은 나무뿌리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 있다.

복잡하게 퍼진 나무뿌리는 곰팡이, 즉, 균의 네트워크가 그대로 이어져 있다.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거미줄이 없다면 나무는 살지 못했을 것이고, 나무가 살지 못하는 땅은 곧 죽음의 땅이며, 결국 인류 또한 살지 못하게 된다.

이렇듯, 흙 속의 뿌리부터 대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관련있는 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문득 생물이 이렇게 재미있는 분야였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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