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니의 죽음, 그리고 하루에 한 권

언니가 죽었다.

환하게 빛나는 우상같은 존재였던 언니가 죽었다.

어릴 때부터 언니는 똑똑한데다 직감이 뛰어나서 거짓말과 바보짓을 꿰뚫어보곤 했다. (28쪽)

예쁘고, 똑똑한 언니. 아니, 똑똑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어떤 상황이나 문제, 노력의 모든 측면을 편견 없이 보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희귀한 재능의 소유자(29쪽)였던 사람. 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설계도, 사진, 건축학적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추리소설을 읽던 사람. 부모님보다 더 인정받고 싶었던, 더 많이 좋아했던 큰언니, 앤 마리.

마흔 여섯에 떠난 언니를 잊으려 하루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던 지은이는 이렇게 해서는 언니를 잊을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더 빨리 뛰어가도 공허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녀가 선택한 건 책읽기. 하루에 책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기로 한다.

다른 설명은 필요없고, 아들이 넷이라는 거, 막내가 막 어린이집에 맡길 나이라는 정도다. 그 정도면 100% 상황 판단이 된다.

2.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

나는 반스가 조용하고 단순한 기쁨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그 구절을 정말 좋아한다. 나는 다시는 갓 태어난 내 아기를 안아보는 기쁨은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 시절은 지나갔다. 하지만 책이나 그림이 주는 즐거움, 공원에서 산책하는 즐거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미래에도 틀림없이 온다. (64쪽)

나는 이게 잘 안 된다. 나는 항상, 대부분의 일에서 후회하고, 아쉬워한다. 내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고, 아쉬움이 끌려나오는 모양은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다.

중학교 때는 초등학교 때를,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를, 대학때는 고등학교 때를, 회사에 들어가서는 대학 때를 그리워한다.

결혼한 후에는 결혼 전을, 퇴사한 후에는 회사 다니던 때를, 아이를 낳은 후에는 신혼인 때를 아쉬워한다.

딸이 네 살 된 해는 딸이 돌쟁이였던 때를, 아들이 네 살 때는 아들이 젖먹이였던 때를,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딸이 아무 기관에도 속하지 않았던 때를,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는, 아침 일찍 아들과 도서관 가던 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서른 여섯에는 서른 다섯일 때를, 다섯일 때는 넷일 때를, 넷일때는 셋일 때를, 이십였던 때를, 십대였던 때를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는 나름 괜찮았다. 학교 가는게 즐거웠다. 학교에 가면 좋아하는 애를 만날 수 있었다. 방학 때는 개학 때를 기다렸고, 학년이 바뀌면 그 애와 같은 반이 되었나 궁금해했다. 행복했다. 내 인생 최고로 순수하고, 최고로 어설펐던, 어설펐지만 어설픈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그런 때였다.

중학교 때는 초등학교 때가 아쉬웠다. 중학교에는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애가 좀 더 많았고,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 했다. 등굣길, 양쪽으로 늘어선 노란 완장의 2학년 선도부 옆엔 물이 가득 채워진 양동이가 머리에 무스나 스프레이 뿌리고 온 귀여운 중딩들의 머리를 시원하게 감겨주기 위해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가 그리웠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할 게 너무 많았고, 무거운 문제집을 비싼돈 주고 사서 풀고 풀어도 성적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전혀, 완전 전혀 없었다. 매달 모의고사와 중간고사, 기말고사. 그리고 성적표. 그래, 성적표가 있었다.

대학에 가서는 고등학교 때가 그리웠다. 교정의 잔디는 푸르렀지만, 잔디의 싱그러움을 함께 나눌 싱그런(?) 남학생이 없었다. (난 여고를 다녔기에 고등학교 때도 남학생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일단 꿈에 그리는 캠퍼스 라이프엔 남학생이 꼭 등장했다. 필수라고나 할까.) 고등학교 때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지만, 이젠 목표가 없었다. 그냥, 그냥 하는 거였다. 전공 공부를 그리고 영어 공부를. 두 개가 사실 같은 건데, 난 두 가지 다 잘 못했다. 아, 아쉽다. 그땐 그랬다.

회사에 들어가서는 대학교 때가 그리웠다. 회사일은 ABC 처음 배우듯,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거였고, 과장님의 빨간 밑줄에 “This refers to your letter of September 1, 2012.”는 ”Thank you for your letter dated September 1, 2012."로 바꿔야했다.

결혼해서는 싱글이 부러웠다. 물론 이 부러움은 32세 이후다. 왜 그렇게 결혼을 빨리 했냐고요? 왜요?

딸아이가 다섯 살이 넘어갈 때부터, 길거리 여자아이들의 프릴 달린 쫄바지만 보면 정신이 없어졌다. “아, 그래, 저걸 입혔어야 했어.”, “아, 저 치마 좀 봐. 저걸 입혔어야 했어.” 아쉬움은 프릴 달린 쫄바지에만 머무른게 아니었다.

아들의 모유수유가 끝나고 난 이후부터 젖먹는 아이들만 보면, 나도 모르게 “폭풍 집중”을 하게 됐다. “아, 저 때가 진짜 좋았지, 젖먹일 때.”

아, 내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난, 그렇게 후회하며 살았다. 지난날을, 과거를 그리고 또 어제를.

여기 아들 넷을 낳은 여자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천연자원수호위원회 담당 변호사였던 여자가, 줄줄이 낳은 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 여자가 있다. 그녀가 말한다.

나는 다시는 갓 태어난 내 아기를 안아보는 기쁨은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 시절은 지나갔다. 하지만 책이나 그림이 주는 즐거움, 공원에서 산책하는 즐거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미래에도 틀림없이 온다. (64쪽)

내게 필요한 것은 이거다. 그 시절은 지나갔다는 것.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나를 기다리는 ‘인생의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걸 기대하는 것이다. 내게 최고로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는 걸 말이다.

3. 서평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도, 하던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주말에는 밤중에 읽어야겠지만 그래도 좋다. 피자를 주문해주고, 적어도 식사 한 번은 남편에게 맡길 수 있다. 서평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도 가족을 맞아들이고 운전하고 장을 보고, 식사를 차려주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벗이 되어주고, 조언을 해주고, 규율부장 노릇을 하고 (남편을, 자주는 아니고 가끔씩) 사랑해주고, 전체적으로 이 본부의 지배자 노릇은 할 수 있을 것이다. (68쪽)

물론, 당연히 물론, 책 읽기 계획이 지은이의 예상대로 진행되진 않았기에, 그녀는 매일 밤 늦게까지 책과 노트북과 씨름해야 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제일 필요한 건 역시 체력인가. 어째요, 저는 저질체력도 아니고 바닥체력입니다.

4. 바빠요? 네, 일하는 중이에요.

“바빠요?” 전화 건 사람이 묻는다.

“네, 일하는 중이에요.” 고양이는 가까이 있고, 나는 의자에 앉아 굉장한 책을 읽고 있다. 그것이 금년의 내 일이고, 좋은 일이다. 봉급은 없지만 매일매일 깊은 만족감을 얻는다. (129쪽)

사실, 어제도 그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하시지요~.”

“아, 저.....저는.............. ”

“시간 많잖아요. 집에서 놀잖아요.”

저 안 놀아요. 아, 사실 좀 놀기도 하지요. 하지만, 항상 노는 거 아니구요. 나름 일도 좀 한단 말이에요. 유치원, 학교 다녀온 아이들이랑 이야기 나누는 것도, 사실 일은 아니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런것도 일로 치면, 저 일 많거든요. 저도 일 많아요.

저도 바빠요! 에잇!

독서가 주는 편안함과 책 한 권을 들고 내 보랏빛 의자에 앉는 즐거움을 고대하고 있었고, 그것을 일이라 규정했다. 일이라 부름으로써 그것을 신성하게 만들었다. (50쪽)

그래, 나도 그렇게 할거야.

(전화 좀 걸어주세요~)

“바빠요?”

“(책을 읽으면서) 네, 일하는 중이에요. (좋~~~~!았어.) 무슨 일인지는 안 가르켜 주~~~지!”

5. 읽고 싶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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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9-11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이런 페이퍼라니!!
저도 최근엔 '혼자 책읽는 시간'을 가질 수가 없네요.
영양가 없는 일이 줄줄이 쏘세지라서...ㅜㅜ

단발머리 2012-09-11 07:32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요즘 '시간'은 좀 있는데, '혼자 책읽는 시간'이 없는 거 있죠? 그 많은 시간 다들 어디 간 겁니까......
순오기님, 너무 보기 좋아요. 숲해설가 일도, 늘푸른 작은 도서관 일도, 척척 해 내시잖아요. 인제 '혼자 책 읽는 시간'만 찾으시면 되겠어요. ㅋㅎㅎ

비로그인 2012-09-1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읽고 싶은 책들' 목록이 제 맘에 쏙 들어요. 몽글몽글하면서 기냥 좋아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일 것 같아요. 물론 저는 바쁘지 않아서! 조만간 어린이 도서관에 행차하게 될지도... ( '')

단발머리 2012-09-12 05:44   좋아요 0 | URL
오호호~ 그래요? 전 <잭 파일>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구요, <탐정 해리엇> 먼저 읽고 싶은데, 영어로 읽을까, 한글로 읽을까 쫌~~ 생각 중이랍니다. 저두 바쁘지 않아서 도서관 자주 가거든요. 각 도서관, 각 층 사서분들을 다 알고 있다고 할까요. ㅋㅎㅎ 말없는 수다쟁이님, 즐건 하루 되세여~~

이진 2012-09-1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를 보니 초등학생 시절이 마구마구 떠올라요. 와, 저 책 정말 되게 오랜만이다. 친구랑 이 책 읽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었는데. 그 추억이 생각나면서 왠지 가슴이 아릿하네요.

단발머리 2012-09-13 06:50   좋아요 0 | URL
와우, 소이진님, 멋진대요.

워터십을 읽은데다가 친구랑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었다고요? 전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제목에 혹해서 올려 본 건데, 이거 완전 읽고 싶네요. 대기자 명단에 넣어야겠어요.ㅋㅎ
비가 올 거 같아요, 소이진님. 아, 날씨가 꾸물꾸물하네요.
 

 

기나긴 초등학교 방학이 끝났다. 정확히는 월요일이 개학이었고, 유치원은 수요일이 개학.

아, 참, 길고도 길었던, 덥고도 더웠던 여름 방학이 드디어 끝났다.

 

여러 가지 일들을 다 잘 하는 사람들, 많고도 많다.

 

일도 잘 하고, 애도 잘 돌보고, 음식도 잘 하고, 정리도 잘 하고, 아이들한테 다정하고, 남편을 잘 챙기고.

 

근데, 나는 기본적으로 저질체력에다, 인터넷으로 옷 사기를 좋아하고, 백화점을 사랑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잠이 많은 관계로, 아이들과 북적일 때, 책 읽는 시간을 도대체 찾지 못 한다.

 

화요일 저녁, 영어책을 읽고 있던 딸롱이가 말했다.

 

“엄마, 내일부터 방학이네~!”

“그렇지. 그럼!”

 

유치원 엄마들에게 말했더니, 언니의 한 말씀.

“자기, 너무 티낸거 아니야?”

 

그러게, 나는 눈치도 없는데다가, 마음도 잘 못 숨기는 그런, 그런 사람이었나보다.

 

아무튼, 방학은 끝났고, 이제는 내 방학이다. 오전에 3시간을 확보해야지. 크흐흐.

날이 꾸물한데, 기분이 좋다. 크흐흐.

 

읽어달라 기다리는 귀여운 아이들, 사진이라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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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2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아이들의 개학은 엄마의 방학이군요... ( '')
몰랐단 진실을 발견해낸 듯 새삼 놀라워서 웃었네요.
모처럼 주어진 방학을 마음껏 만끽하시길 바랄게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2-08-27 19:49   좋아요 0 | URL
그런데, 어떡해요. 내일 유치원, 초등학교 휴업이네요. 태풍이 미워요. 이름이 뭐랬더라. 나는 어쩐대요. 엉엉.......
 

어떤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사는 것이 그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고, “그 사람이 읽는 것이 그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도 그만큼 많이 들어봤다. 나는 이 책을 읽었고, 지금 이 책에 대한 페이퍼를 쓰고 있으니,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조금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다.

주목받는 위치일수록 개인의 믿음이 더욱 중요하다 - 찬양 팀의 리드 싱어 역시 주목받는 리더십의 중심에 있게 된다. 이처럼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영적으로 민감하고 찬양과 기도로 회중을 인도해 나갈 수 있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어야 하며 역동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에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자질을 갖는 것이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51쪽)

주목받는 위치일수록 개인의 믿음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잊으면 안 되는 것.

찬양팀 보컬이 솔로로 부를 때처럼 독특한 스타일로 노래하는 것은 회중의 찬양을 방해할 수 있다. - 보컬 리더는 회중이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서, 기본 멜로디를 안정감 있는 톤으로 풍부하게 부르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174쪽)

난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독특하고 독보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런데! 그러면 전체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단다. 많이 듣던 말이고, 그렇게 많이 들으면서도 항상 귓등으로 듣는 말이지만, 이제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아하, 이것이 바로 전문가의 힘?

찬양팀 싱어는 자신이 찬양 인도를 하지 않는 날이라도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리스도께 헌신해 삶의 열매가 보이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람들 앞에 설 때나 회중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을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예배드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음악적인 역량이 뛰어날수록 믿음은 더욱 중요한 사안이 된다. (176쪽)

여기에 대한 나의 지론 한 가지. 같이 노래할 때도, 다른 사람과 같이 하기에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치 솔로 파트를 노래하듯이,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 노래한다.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 찬양한다. 나의 하나님 앞에서.

시작, 마침 그리고 전환부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연습하라 -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부분에 집중에서 연습하라. 빠르기가 정확해야 하고 도입부가 안정적이어야 함을 강조하라. 각 곡마다 다른 구성 요소들을 확인시켜 주라. 곡 사이의 전환과 조바꿈을 연습하고, 보컬이 안정적으로 들어가는지 들어 보라. 각 곡의 끝 부분에서 끝맺음이나 리타르단도를 연습하라. (285쪽)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아님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팀과 맞춰볼 때, 나는 이렇게 연습한다. 나는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ㅋㅋ

인내하라. 그리고 성실하라. 하나님이 당신을 찬양 사역으로 부르셨다면, 그 분이 인도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당신을 적합한 교회로 인도하고, 예배에서 하나님의 백성을 인도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주실 것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하나님이 당신에게 주신 은사를 성실히 가꾸라. 말씀을 공부하고, 새로운 음악적 기술을 익히며, 찬양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우라. ... 케빈 나바로 (Kevin Navarro)는 ‘완성된’ 찬양 인도자의 네 가지 영역을 신학, 제자도, 예술적 재능, 리더십이라고 했다. ... 불신자들조차 그 재능의 근원을 궁금해할 만큼 놀랄 만한 연주자가 되기 바란다. 또한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며 겸손히 섬기는 리더가 되기 바란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멜로디와 믿음으로 가득한 가사를 쓸 수 있기를 기도한다. 무엇보다도 홀로 영광 받으실 삼위일체 하나님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찬양 받으시기를 기도한다. 아멘! (302쪽)

나 또한 그러하기를 간절히 빌어 마지 않는다. ‘완성된’은 아니더라도, '성숙하‘고, ’예술적으로 잘 훈련된‘ 찬양인도자가 되기를,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예배하는 사람이 되기를, 내가 그런 사람 되기를, 꼭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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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교회 오빠들 가정 네 팀이 가까운 계곡에서 아이들 물장구라도 치고 재미있게 놀리라 했던 계획이 취소됐다. 한 아기가 아팠고, 오늘 밤부터는 비가 많이 내린단다. (여기에서 오늘밤은 이젠 어제밤이다. 14일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화를 끊으려던 ** 오빠가 말했다.

“그래, 잘 지내고. 내일 태극기 잘 달아라.“

“태극기요? 태극기..... 태극기, 어딨지?”

1. 국가는 내 편인가.

여기 노동자가 있다.

10년, 20년을 몸이 아플 때도, 고단할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내 회사, 우리 회사라 생각하며 열심히 현장을 지켰던 사람들이 있다. 회사를 사랑하는 순박하고 순진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정리해고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쌍용자동차 2,646명의 해고자. 전체 노동자의 37%, 현장직 노동자의 43%. 우편을 통해 해고통지서가 전달되기도 했지만,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전달된 경우도 있었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에 순진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퇴직금을 내놓고서라도 회사를 지키고 싶어했다. 회사와 함께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미 회사는 그럴 의지도, 그럴 능력도 없었다.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다.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회사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용역을 동원한다. 경찰이 배치되어 공장을 봉쇄한다.

단수, 단전, 의료진 출입 봉쇄, 볼트 새총, 경찰 헬기, 10년된 최루액 2041.9 리터 살포, 완전무장한 경찰과 용역의 무차별적 진압.

말하자면 용산에서 간을 본 것이었는데, 의외로 저항이 거세지 않자 이번에도 그걸(컨테이너) 사용한 것이다. 국민이 용산에 대해 국가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 참사는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 (46쪽)

작가님의 말처럼, 쌍용자동차에 대한 무차별적인 진압과 인권 유린의 현장은 1980년 광주와 꼭 닮았다. 폭력적, 폭압적 국가 권력 앞에 개인은 테이저건 한 방으로 쓰러뜨려야 하는 “외부 세력”, “빨갱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사람들, 평택에서 돈 잘 쓰기로 소문났던 쌍용자동차 조합원들, 대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과 회사에 대한 애정으로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이어가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볼트 새총에, 최루액에, 테이저건에 그냥 그렇게 쓰러져간다. 회사에서 “이제 나가라!”고 말할 때, “네” 하고 순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를 살리고 싶어했던 것이, 일터를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것이 그들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

박노자 교수의 말이 맞다.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2. 너희는 참 좋겠구나

오직 서류상으로만 2008년 9월말까지 168%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561%로 증가한다. 또한 당기 순손실 역시 2008년 9월까지 980억 원이었으나 3개월 만에 7,100억 원으로 치솟는다. 이제 누가 봐도 부채비율 600%, 당기 순 손실 7,000억 원의 문제기업이 되는 것이다. (75쪽)

‘먹튀’를 방조한 국가권력, 산업은행, 그리고 기술 유출을 눈감다시피 한 검찰, 엉뚱한 사람이 내놓은 근거로 기술 유출 무죄를 선고한 무성의한 법원,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 (167쪽)

건실한 기업 쌍용자동차가 보고서 하나로 부실기업이 되고,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게 정리해고다. 다른 방법을 생각지 않는다. 어짜피 외국 자본이 필요로 하는 건 기술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고급 기술이 유출되는데도, 우리의 근로자가 그렇게 정리해고 되는데도, 아무도 돕지 않는다. 국가도, 경찰도, 검찰도, 법원도 그리고 언론도. 아무도 그들을 돕지 않는다.

3. 지식인의 책무

내가 무력하게 느껴질 때, 어떤 노력도 부질없을 때, 세상이 모두 내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 눈물이 터지기 직전, 아마도 그때가 신이 나를 부르는 시간이리라. 나는 아침이 올 때까지 그냥 중얼거렸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어떻게든 도와주세요, 제발요, 제발......(62쪽)

어렵게, 어렵게 읽어 나갔다. 중간 중간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답답하고, 먹먹하고, 미안했다. 공지영 작가님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아니다. 나보다 열배 더, 백배 더 힘들고 괴로웠을 것이다. 나는 한 번 읽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이 많은 문장들을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치고 했을 그 많은 시간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작가님의 눈물과 수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4. 결심 그리고 용기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처럼 나도 평범한 사람이다. 운전을 하고 가다 저 앞에 경찰차가 있으면 안전벨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아무리 정권 말기라 하더라도 이런 글을 써도 괜찮나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하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 생각이 불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누가 날 감시하지는 않는지.

비가 내린다.

마이클 샌덜이, 슬라보예 지젝이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직노동자 분향소를 찾았을 때, 사진을 보며 반가워하기만 했던 내가 부끄럽다. 시간을 내 찾아가 봐야겠다, 결심을 한다. 결심하지 않으면, 용기내지 않으면 가기가 쉽지 않을테니.

내일은 비가 온단다. 비가 온다니, 다행이다. 차라리 비가 오는게 낫겠다. 어차피 태극기도 못 찾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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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8-15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우, 좋은 글이예요.
저희 집은 태극기를 달았으려나요...

단발머리 2012-08-16 01: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소이진님. 저흰 끝내 태극기 못 달았는데요, 앞으로도 쭈욱 못 달 것 같네요. T.T
 

 

덥다. 진짜 덥다.

내 기억에 서울 36도는 태어나서 처음인거 같은데, 아빠는 뉴스에선 94년도에 더 더웠다고 하더라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그 때도 더웠다. 보충 끝나고 12시 20분, 땡볕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엔 그늘 하나 없었고, 땀흡수 안 되는 여름 교복은 몸에 쩍쩍 달라붙어 버렸다.

고교 시절에 나는 소설가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내가 언젠가 제대로 된 글을 쓰게 되리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아니, 책 담았던 상자의 냄새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은 당연한 얼굴로 뭔가 거들먹거리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139쪽)

항상, 이런 식이다.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도 무라카미 하루키, 내가 아는 그 무라카미 하루키가 된 거다. 작가도 그냥 작가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작가 말이다.

1987년에는 2012년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작 《노르웨이 숲》을 발표하여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6년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상’을, 2009년 이스라엘 최고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했다. 전세계 40개 이상의 언어로 50편 이상의 작품이 번역 출간된 명실상부한 세계적 작가이며,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알라딘, 작가 소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는데, 언젠가 제대로 된 글을 쓰게 되리라고도 생각지 못했다는데, 그저 책을 읽기만 했는데, 그런데, 이런 작가가 되었다. 쓰고 싶은 작품을 20년이상 쓰고 있고, 문학적으로 인정받고,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

물론, 읽었던 양이 가히 엄청나기는 하다.

인쇄된 활자는 뭐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각종 문학전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했다. 중고교 시절 동안 나보다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136쪽)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읽는 대로, 읽는 양대로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순서가 정해진다면, 그렇다면, 나도 오늘부터 책을 읽어보겠다. 각종 문학전집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문학동네를, 펭귄 클래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닥치는대로 읽어보겠다. 그런데, 그건 아닐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읽은 만큼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어떻게...

열아홉, 친한 친구 책장에 꽂혀 있던 <상실의 시대>를 보았을 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읽었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최고의 작가 중 하나다. 그는 최고다.  

아, 그 다음이 진행이 안 되네. 신랑이 방금 에어컨을 껐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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