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 조사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선 후보 세 명에 대한 지지도가 추석을 즈음하여 변동이 있을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서울에서 내려온 자식들과 지방의 부모들 간에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고.

많지 않은 식구에, 제사도 없고, 손님도 없었지만, 나는 전을 부치느라, 설거지를 하느라 다른 사람들과 충돌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다. 추석엔 철수 생각.

올해 대선에서 여성이자, 30대이자, 수도권 거주자인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어떤 후보가 복지에 관심이 있는가.

2. 어떤 후보가 한반도의 평화에 관심이 있는가.

3. 어떤 후보가 교육제도의 근본적 변화에 관심이 있는가.

여기에서 관심이 있다 함은, 일어날 수 있는 최소한도의 변화가 내가 바라는, 내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즉, 복지에 대한 관심은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복지 혜택을 비롯해 복지 제도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라 함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실제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교육제도의 변화라 함은 매우 복잡한데, 학교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각 개인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 환경 및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에, 여기엔 사회 구조의 변화도 포함된다. (아, 대통령에게 이렇게까지 기대하는 것, 너무 무리다. 수퍼맨도, 배트맨도,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아주 사회를 통째로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말하는 복지/정의/평화는 많은 부분이 내가 바라는 방향과 일치한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보통의 사람들이 그의 의견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1. 복지

만 0~2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교육 지원안이 시행되고 있는 요즈음, 많은 수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전업주부 엄마들도 모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 현실적으로 그 혜택이 절실하게 필요한 직장맘의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걸까? 이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금 수혜자가 “영유아의 부모”가 아닌 “영유아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이기 때문이다. 즉,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그 아이에 대한 지원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랑 집에 있으면?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일정 연령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에 매달 소정의 현금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101쪽)는 의견은 그래서 매우 반갑다. 집에 엄마랑 있는 아이들에게도 아동수당이 지급된다면, 엄마가 전업주부인 경우 굳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도, 엄마는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면서, 아이는 엄마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0살된 딸롱이와 7살된 아들롱이를 두고 있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어서, 우리 가정에서 교육비의 지출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둘째를 가졌던 때 몇 개월첫째를 집 앞 어린이집에 보냈던 것을 제외하고는 둘 다 여섯 살때까지 기관에 보내지 않았다.

(설명이 필요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슈퍼우먼이다. 나는 친정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시댁도 가깝다. 큰애는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일주일에 이틀씩 시어머니가 봐 주셨고, 둘째를 낳고 나서는 친정엄마가 많이 도와주셨다.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집앞 어린이집에 애들을 보내야만 했을 거다.

나는 첫째가 18개월 때 회사를 그만두었다. 양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그만두었다.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한다는 신랑의 간곡하고도 끈질긴 설득에 3개월만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난 집에 있는 엄마, 전업주부였지만, 육아와 살림에 양가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은 특별한 케이스다.)

그러다, 첫째 아이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교육비 안내지를 받고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기본 교육비에 기타 비용까지 합치니 한 달에 50만원, 석 달치를 한 번에 결제하란다. 150만원. 정말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른 유치원도 알아보았으나, 원비는 거의 비슷비슷했다. 일년만 다니는 것이라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첫째를 유치원에 보냈다. 아이들 교육비가 아깝다고 말하기 조금 그렇지만, 매우, 많이 아까웠다.

둘째는 초등학교 부속 단설 유치원에 보냈다. 첫째는 10대 1의 경쟁률을 뚫지 못 했다. 둘째는 대기번호 8번으로 추첨되었고, 후에 자리가 생겨 입학할 수 있었다. 한달 원비가 3만원에, 우유값까지 포함한 급식비가 3만 5천원 정도이다. 한달에 6만 5천원. 석달에 20만원정도이다. 그것도 올해부터는 모두 정부 지원으로 바뀌어서, 요즘엔 한 달에 만원꼴이다.

일찍 끝난다. 방학이 길다. 버스 운행을 안 하니, 아침, 저녁으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 한다. 하지만, 교육내용이 좋고, 시설도 좋고, 선생님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마지막 특장점으로 교육비가 화끈하게 저렴하다. 어떻게 마다할 수 있겠는가.

저출산의 위험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들 말한다. 2011, 2012 미래 보고서에서도 인구 감소가 각종 산업의 존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국가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짐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아기를 낳았을 때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가시적으로, 효과적으로, 재정적으로 뒷받침 해줘야 한다.

그래서! 아동수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한 달에 30만원씩 주는 거다. 누구에게? 당연히 아기 보는 사람에게. 아기 엄마면 엄마, 친할머니면 친할머니, 외할머니면 외할머니, 기관에 맡기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지급하는 거다. 둘째를 낳으면 누진율 적용해서 40만원. 셋째는 50만원. 그럼 아이가 셋 있는 집은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수입이 한 달에 120만원이다. 엄마가 일하러 가는 것만큼은 못 되도, 가정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될 거다. 노르웨이에 사는 친척 언니도 말하기를, 아이가 셋 정도 되는 집의 전업주부에게 아이들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납세 후 실소득과 거의 비슷해서 굳이 직장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말인즉슨, 일을 하지 말라거나, 집에서 애를 봐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애를 낳아서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거나, 맡길 곳은 있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거나, 집에서 애들을 건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할 때,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는 거다. 이 아기는 나의 소중한 아기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점진적으로는 고등학교 의무교육 도입, 대학 등록금 인하 (104쪽)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철수 생각에 찬성.

2. 정의

이제는 법이 가진 자들만 편들지 않고 누구에게든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정의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절망과 분노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의 하나죠. (141쪽)

여전히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반복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처벌이 미약하고 특별사면 등을 통해서 형 집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기득권층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법집서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요. (145-6쪽)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법원의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법원은 어떤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애쓰려고 하나. 아니,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키려고 하나. 기득권층, 재벌, 가진 자들, 이들 1%에게 너무 관대하지 않나. 기득권층, 재벌, 가진 자들 빼고는 모두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같을 것이다. 아, 알고 보니, 이들 1%가 법원에서 판결 내리시는 분들과 친척 분들 아니신가? 아니면, 가족?

3. 평화

단기적으로는 중단됐던 남북대화와 경제협력을 재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강산, 개성관광 등을 다시 시작하고 개성공단은 확대하며,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154-5쪽)

북한과의 대화와 공존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결국엔 우리가 풀어야할 우리의 문제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제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존립과 이익에 더 큰 관심을 가질리 없다. 물론 제일 걱정스러운 사람들은 ‘국민이 허락한다면, 3일간 전쟁을 해보겠다’라는 선동에 워~~하고 동요하는 사람들이다. 서울이 불바다 되어도 그들은 병커 속에서 안전하단 말인가. 난 병커 없는데. 아니면 ‘너죽고 나죽자‘인가. 갈 길이 멀다.

4. 일자리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유럽식으로 일자리를 나누면 현재 세계에서 최장 시간을 일하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거예요. (170쪽)

일자리 나누기, 임금피크제 찬성이다. 사회의 잠재적 불안 요소 중 가장 주요한 것이 낮은 취업률이라 생각한다. 할 일이 없을 때, 자신이 쓸모 없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겁이 없어지기 마련이니. ‘일자리 만들기’, ‘일자리 나누기’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본 받침대이다.

5. 가정

요즘도 가끔 다툴 때가 있는데 결국 제가 야단맞고 반성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웃음) (73쪽)

천하의 안철수 교수도 집에서는 와이프에게 야단맞고 반성한다니, 이것 참. 안철수 부부 참으로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MBC, 진짜 자꾸 이런 식으로, 기본을 무시하면 안 된다.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나. 취재하는 태도나, 보도하는 태도나, 사실관계는 감추고, 논문쓸 때의 기본원칙은 말하지 않고, 설명은 뒤로 뺴고, 앞에 ‘의혹’이라는 말에만 굵은 글씨체하면 어떻게 하나. 이러다 대선직전에 또 파업하는거 아닌가. 추석 후 몸살 기운에, 컨디션도 안 좋은데, 이 놈의 MBC 때문에 쉴 수가 없다.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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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0-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제 놀러오신 이모부가 무조건 ㅇㅇㅇ 찍어, 라고 말하는 바람에 아연실색했다는... 그런데 그 말에 다른 어른들은 별 말씀이 없으시더라구요. 확실히 세대 차이라는 게 있는 건가 싶어요. 어지쩌찌해서 추석은 지나갔고, 이제 찬바람이 달겨들 시기네요. 단발머리님, 모쪼록 컨디션 잘 회복하시길!

단발머리 2012-10-07 07:58   좋아요 0 | URL
네. 말없는 수다쟁이님. 컨디션은 잘 회복했어요.ㅋㅎㅎ 감사합니다요~~~ 오늘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시월의 어느 날이네요. 여유로운 휴일 되세여~

순오기 2012-10-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설득력 있고 공감되는 페이퍼네요.
특히 유아들에게 지급되는 혜택을 받기 위해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내는 현상, 이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아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에 적극 찬성하는 엄마에요, 나도!^

단발머리 2012-10-08 22: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 근처엔 18개월 귀염둥이도 기저귀 차고 어린이집 차를 탑니다. 아침 9시에 가서 3시 반에 돌아와요. 저는 엄마들을 이해합니다. 저도 엄마이고, 그 또래 아이들을 돌본다는게, 아니 같이 있어만 주려 해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까요. 그런데, 요즘 주변의 모습은 좀 아닌 것 같고요. 자기 아이지만,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들에게 10만원이라도 격려금이 지원된다면,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노고를 잠시 잊을 수 있을 거 같아요. ^^
 

글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을 보통 ‘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작가’는 일반적인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즉, 표지에 자기 이름을 새긴 ‘종이책’을 출간한 사람이거나, 신춘문예와 같은 ‘등단’ 제도를 거친 사람을 말하는게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작가’란 ‘어딘가에 있는 친구에게 나름대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글을 쓸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졌고,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글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시대이니 ‘작가’의 의미가 확대되는 것도 당연하다. ‘어딘가에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작가’는 받아들이기 편안하다. 나도 작가다.

예전에 인터뷰 기자들에게 나는 크리스마스와 독립기념일과 내 생일만 빼고 날마다 글을 쓴다고 말하곤 했다. 거짓말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일단 인터뷰에 동의한 이상 반드시 ‘뭔가’ 말해줘야 하기 때문이었고, 기왕이면 좀 그럴싸한 말이 낫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간이 같은 일벌레로 보이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일벌레라면 또 모를까). 사실 나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남들이 얼간이 같은 일벌레라고 부르든 말든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쓴다. 크리스마스와 독립기념일과 내 생일도 예외일 수 없다. (어차피 내 나이쯤 되면 그 지긋지긋한 생일 따위는 싹 무시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일하지 않을 때는 아예 아무것도 안 쓴다. 다만 그렇게 완전히 손놓고 있는 동안에는 늘 안절부절못하고 잠도 잘 오지 않아서 탈이다. 나에게는 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노동이다. 오히려 글을 쓸 때가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이다. 글을 쓰면서 보냈던 시간 중에서 내 평생 가장 힘들었던 세 시간도 나름대로 꽤 재미있었다. (유혹하는 글쓰기, 186-187쪽, 59-60쪽)

나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그의 소설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른다. 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만 인정받다가, 최근에 문학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는 정도만 알 뿐이다. 다른 책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원제는 ‘On writing'인데, 책의 전반부 절반이 자서전과 비슷해서 자신의 어린시절과 고된 무명작가 시절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세탁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쉬는 시간 짬짬히 글을 써 내려간 이야기나, 그를 계속 믿고 지지해준 아내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아주, 아주 재미있다.

나는 글쓰는 이들에게 집필을 일과로 할 것을 권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이들 뿐 아니라 부업 정도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도 집필을 일과로 할 것을 권한다. 먼저, 집필 시작 시각과 마치는 시각을 정해 놓은 후, 어떤 방해가 있든 유혹이 있든 상관없이, 매일 글쓰기를 일과로 삼고 그 시간을 지키면 많은 글을 써낼 수 있게 된다. (논픽션 쓰는 법, 16쪽, 63쪽)

난 간단한 리뷰를 쓰는데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저녁엔 잘 안 써진다. 오전을 이용해야겠다. 아니면, 아침. 아니면 새벽. 새벽? 새벽.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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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9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9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10-05 21:50   좋아요 0 | URL
크크, 당연히 읽을 수 있지요 ㅎㅎ
추석은 잘 쇠셨지요?(쇠다... 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ㅎ)

단발머리 2012-10-07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이궁 답이 늦어서. 추석은 잘 지냈어요. (쇠다가 맞는 건지 저도 잘~~~ ㅋㅎㅎ) 이젠 가을이네요. 가을, 아~~ 가을.
 

 1. 친구 같은 작가, 김애란

지난 주말, 현대백화점에서 딸롱이 청바지를 하나 사고, 8층 영풍문고로 향했다. 김애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펼쳐져 있었다. 띠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친구 같은 작가,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도 김애란 작가 작품이었지?

2. 너의 여름은 어떠니?

비행운의 첫 번째 단편이다. 대학 선배와의 기억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처음 야구장에 데려가 주고, 홍대 인디 문화가 뭔지, 대학로 소극장의 서늘함이 얼마나 기분 좋은 건지 알려준 사람. 어느 집단에나 있는 친절하고 인기 많은 남자. (11쪽)

어느 집단에나 있는 친절하고 인기 많은 남자, 대학 선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멋있고, 너무나도 근사하다. 완벽에 가까운 선배의 모습에 주인공은 선배의 파트너가 되기를 소망하기 보다는, 선배의 그녀까지도 사랑해 버린다. 그런데, 그런 선배의 갑작스런 전화라니.

선배를 돕기 위한 그녀의 순수한 마음은 ‘푸드파이터와의 녹화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녀가 뚱뚱하다는 것은 그녀의 잘못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그녀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녀는 자신의 외양적 특징을 선배는 몰라 봤으려니, 아니 모르고 있겠거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선배는 그녀의 특징을 모르는 척 해왔던 거다. 간만에 연락해 그녀를 간절히 찾았던, 그렇게 좋아하던 선배가 그녀에게 요구한 것은 한 치수 작은 레슬링복 바깥으로 몽실몽실한 살들을 드러내며, 핫도그를 꾸역꾸역 밀어넣는 모습이다. 그녀는 부끄럽다. 그런데, 고개까지 들어야 한다니. “고개 좀 들어라, 이 녀석아.” 

선배가 그녀의 감정을 몰랐을 수도 있다. 원래 친절하고 인기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던가.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친절히 대우받는 것을 당연시 하고. 세상이 편하고, 세상이 즐겁고.

당장 눈 앞에 큰 일이 벌어지니, 선배는 그녀가 생각난 거다. 첫째로는 지금 당장 그녀의 외양적 특징이 필요했던 거고, 둘째로는 그녀라면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그로 하여금 그녀에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한 거다. 아무것도 모르고 선배 앞에 선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은 레슬링복 때문에 너무 부끄럽다. 이젠 선배와의 기억이 아름답지 않다. 오늘 참석하지 못한 병만이의 장례식이 떠오르고, 그 옛날 그녀를 잡아주었던 병만이의 손길이 생각나 엉엉 울어 버리고 만다.

3. 다행이다.

나도 그런 적이 없었는지 생각해 봤다.

나에 대한 호의를, 내가 편한 대로 이용한 적은 없었는지.

모르는 척, 무심한 척 하지는 않았는지.

다행이라 해야겠지.

나를, 나를 그렇게나 좋아했던 여자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는 부가설명이 좀 필요하겠다. 나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다. 나도 여자지만 여자들하고만 지낸다는게 짜증 날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중, 여고에서는 보이시한 여자애들이 인기가 많다. 그 애들은 키가 크고, 얼굴이 희고, 머리가 짧다. 한마디로 예쁘장한 남자 애 같다. 책상 위에 음료수도 올려져 있고, 다른 선물들도 많이 받는다. 꼭 외모가 보이시 하지 않아도 인기 있는 애들도 있다. 공부도 잘 하고, 성격도 좋고, 말도 잘 하고. 이런 애들은 인기가 있어서 옆자리에 앉아보려 다들 노력하고 난리다. 내겐 보이시 하진 않지만, 문과와 이과를 아우르는 인기짱 친구가 있었다. 나는 일학년 때 그 친구랑 친구가 되어, 고등학교 삼년 내내 나름 가까이 지냈는데, 인기짱 친구에 대한 고민, 정확히는 그 친구와 특별한 친구 사이가 되고 싶어하는 여러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게 나의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다시 돌아와서.

역시나, 나를 그렇게나 좋아했던 남자 친구도 없었다. 나를 그렇게나 좋아한 사람이 없었다. 헛. 헛웃음이 나오네.

다행이다.

일단 나는 선배 같은 실수를 할 확률이 매우 낮은 사람이다.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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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9-2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씀하신 단편을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에서 읽었는데, 어우, 막 가슴이 아파가지고. 마치 제가 그런일을 당한것마냥 자존심 상하고...수치스럽고 그렇더라구요. 어휴.. 저는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단발머리님께서 언급하신 단편만큼은 참 좋았어요.

단발머리 2012-09-21 11:35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이 작품이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에서도 나왔었군요. 다락방님 얘기 듣고 알았어요. 그러게요, 저도 제가 레슬링복을 입은 것마냥 기분이 별로였어요. 단편 하나에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거, 대단한 거 같아요. 작가들은 진짜 다 천재인가봐~~~~~


비로그인 2012-09-2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생각해보면 저를 그렇게 좋아했던 남자친구/여자친구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다행인지는 그렇지만 모르겠어요! 일단 선배 같은 실수는 안 하겠지만 끙... 사랑 받으면서 실수 안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오랜만에 서재 들려서 반가운 애란씨를 만나고 갑니다 ^ㅡ^ㅋ
 

알랭 드 보통이다.

다음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예정.

 

 

 

 

 

앨리스는 에릭이 언제 분통을 터뜨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149쪽)

그러니까, 앨리스는 에릭이 언제 화낼지 알 수가 없었다는 거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버럭 화를 내던 에릭은 금방 세상에 다시 없는 부드럽고 다정한 남자가 되기도 했다. 앨리스는 자신이 그 남자를 아는지 모르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에릭은 초조한 앨리스가 점퍼 소매를 잡아당기는 일은 도저히 참아낼 수 없어했지만, 그의 신용카드를 잃어버린 일에 대해서는 앨리스를 위로하고, 상황을 해결해줬다.

공개석상에서는 앨리스를 우연히 알게 된 사람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그녀와의 저녁약속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물론, 에릭도 일면 이해가 된다. 휴가지에서도 “우리 둘의 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하고 새초롬한 얼굴을 들이대며 물어대는 여자는 별로다. 그래도, 나는 앨리스에게 말하고 싶다.

바보야, 갠 그냥 나쁜 남자야.

사랑의 권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 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 게 많은 사람에게 힘 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 (176-7쪽)

어느 누구와의 사랑이든, 어느 때의 사랑이든, 이 말은 맞는 것 같다. 슬프게도,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말은 맞는 말이다.

집에서 통조림 토마토 수프를 혼자 먹으며 앨리스가 꿈꿔왔던 사랑은 “당신이 ... 하면 정말 좋아.”하고 말해주는 사람과 함께 있는 거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는 있겠으나, 그 사랑이, 그 마음이, 그 태도가 계속되리라는 믿음을 가져선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내 마음의 방향과 흐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나와 함께 하는 그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일지 아닐지 알 수 없을테니까.

관계를 맺는다는 건 상상하고는 다르리란 말을 하는 거라구. 그건 힘든 일이야. 기저귀를 갈아 채우고, 가계부를 맞추고, 두 사람 다 고단하고 짜증날 때도 감수해야 하고. 거기에 매혹 따위는 없어. 남녀가 관계 맺는 게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키스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꿈이나 꿔. (23쪽)

결국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만이 계속될 수 있는 사랑인가.

짝사랑. 짝사랑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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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네하라 마리

요즘 관심 작가다. 난 이렇게 항상 한 템포 느리다.

'요미우리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에세이스트, 고르바초프 등 러시아 주요인사의 방일 때, 직접 그 이름을 거론하며 수행 통역을 하게 했던 일류 동시통역사, 하루에 7권씩 읽어치운 책들을 기록한 서평집 <대단한 책>의 저자,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올가의 반어법>을 쓴 소설가.

2. 사랑의 법칙

마리는 (그녀는 일본 사람인데도, ‘마리’하고 부르면, 웬지 그녀는 백인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만의 느낌일까?) 중학교 후반부터 ‘사랑의 법칙’을 연구했다. 그녀의 의문은 이것이다.

세계 명작에서 남자가 주인공일 경우에는 여자들을 모아 전부와 섹스를 하는 전개가 되는데,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에는 남자를 모아서 기예를 겨루게 하여 제일 뛰어난 남자와 결혼하는 전개가 된다. (34-5쪽)

그 이유는 뭘까?

그러고 보니 그렇다. 한 명의 남자주인공은 여러 명의 여자를 상대(?)하고, 상대하려 하고, 실제로도 상대하는데, 왜 한 명의 여자는 여러 명의 남자를 상대하지 않는가. 제일 훌륭한, 테스트에 통과한 승자 오직 한 명만을 상대하는가. 서구만 그런 것도 아니다. 유럽엔 ‘돈 후안’, 일본엔 ‘겐지 이야기’ 그리고 우리나라엔 ‘구운몽’이 있다.

마리의 결론은 이렇다.

가능한 한 많은 암컷과 섹스를 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 지상과제인, ‘출산할 수 없는 성’인 남성과, 가능한 한 우수한 수컷과 섹스를 해서 질적으로 우수한 자손을 남기고 싶은 ‘출산하는 성’인 여성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34쪽)

꽤 설득력있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 일부일처제에 정착한 남자들은 이러한 본성을 감추고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여자는? 아니지, 일단은 섹스가 우수한 자손을 남기겠다는 목적 이외에도 다른 기능과 역할이 있음을 전제하고 생각해 봐야겠지. 그렇다면, ... 흠...

아, 모르겠다.

3. 외국어 배우기 - 독서야말로 가장 좋은 학습법

내가 지금 모국어인 일본어와 제1외국어인 러시아어를 그럭저럭 자유롭게 구사해 그 사이를 오가며 돈을 벌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 두 언어로 多讀다독과 濫讀남독을 한 덕분이다.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고 유지할 때도 독서는 가장 고통스럽지 않은 학습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통역사가 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어학 실력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독서를 즐길 정도의 어학 실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외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어에도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118쪽)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멀리는 미국에 나가 페이퍼백으로 영어 소설을 무지막지하게 읽어가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영어가 모국어처럼 술술 읽혀지기 시작했다는 일본 작가가 있고, 가까이는 ‘책을 많~~~이 읽어야 돼.“ 하며 자신의 영어 비결을 독서로 들었던 과친구가 있다. 다만, 나는 궁금할 뿐이다. 많~~~이란 얼마큼이냐. 얼마큼이 많~~~이냐.

4.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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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9-1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데, 원서를 좀...읽어봐야 될까요? 그런데 그건 읽는게 아니라 그냥 '보는'거 아닐까요..뭘 알아야 '읽죠' ㅜㅜ. 그렇지만 가장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2-09-13 06:47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다락방님. 저도 뭐, 득도의 단계가 아니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그냥 알고 있기로는, 원래의 실력보다 조금 쉬운 책으로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원래 내 실력으로 읽을만한 정도요.

너무 소박한가요? 가장 좋은 방법 맞겠죠? ㅋ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