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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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뱃속까지 보여주는 화끈한 솔직함

서평집은 인지도로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을 내도 괜찮은 수준에 이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나보다 인지도가 높은 분이 숱하게 있다. 하지만 그분들은 너무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고, 어쩌다 읽어도 서평 같은 걸 잘 쓰지 않는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적당히 인지도도 있으면서 서평도 봐줄 만큼은 써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 없는 탓에 내가 서평집을 내게 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2014년 이후로 방송 출연을 거의 못하고 있어 인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인물과사상사가 서둘러 서평집을 만들게 된 이유였다. (8쪽)

 

이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다. 서평을 쓰는 이유가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자랑하기 위해서라거나, 금전적 이익 때문(5쪽)이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실제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멋진 모습, 근사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그런데, 그 욕망을 인정하고, 자신 안에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을, 골몰히 생각해보면 나름 어려운 이 일을, 저자는 참 쉽게 한다. 솔직하게 말한다. 이런 이유로 서평집을 냈노라고 말한다. 그의 이런 솔직함은 저자의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급호감’을, 이미 그의 솔직함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그의 솔직함이 독자를 무장해제 시킴과 동시에 저자와 독자의 암묵적 거리를 단숨에 단축시킨다.

 

2. 이런 생각 또 없습니다, 독특한 시선

      

 

 

 

『유령퇴장』은 작년에 내가 읽었던 책 중 Best 3에 속하는 책이고, 필립 로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70대의 노인이 자신보다 40살이 어린 30대의 유부녀에게 끌린다는 이야기‘ 너머의 다채로운 빅재미를 엿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야기가 가장 매력적이다.

내가 매료된 부분은 주커먼과 에이미의 가상대화인데, 에이미의 어린 시절을 묻는 이야기, 그녀가 읽었던 책 이야기, 주커먼이 권하는 책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관심 가는 여자, 유혹하고 싶은 여자에게 독서 이력을 묻는 남자라니. 이런 남자야말로 진짜 ‘뇌색남’이다.

저자의 독특한 시선은 이 지점에서 발휘되는데,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가 재선에 성공한 2004년의 상황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연결지어 설명한 것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나도 그 생각을 했었다. (은근슬쩍 묻어가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불길한 방송 사고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그 다음날 아침까지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박근혜’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완벽한 절망. 그 상황을 저자는 이렇게 풀어 쓴다.

발기도 안 되는 노인이 왜 여자에게 집적대는 걸까? 어쩌면 이 장면은 상징적인 비유일지도 모르겠다. 발기불능은 영영 집권이 불가능해진 우리나라 좌파를, 노인이 집적대는 유부녀는 이미 새누리당과 결혼한 우리나라 유권자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집적대는 노인에게 유부녀는 그의 발기불능을 상기해준다. ... 책에서 노인은 결국 뉴욕을 떠난 원래 있던 산속으로 돌아가려고 결심하는데, 이는 저자가 한국 좌파들에게 “정치판을 떠나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27쪽)

 

부시가 당선되었을 때 에이미의 절망과 박근혜가 당선되었을 때 2030세대들의 절망은 나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었지만, 발기불능 = 한국좌파, 유부녀 = 새누리당과 결혼한 우리나라 유권자, 의 해석은 정말 창의적이다.

저자만의 독특한 해석, 특별한 독법은 『유령퇴장』을 식탁 위에 두고 짬짬히 읽어가는 내게 이 책의 재독, 삼독을 간곡히 권유한다.

 

3. 유쾌상쾌 거침없는 매서운 비판 정신

 

 

아래 인용은 존 퀘이조의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에 대한 글이다.

사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스노가 바라던 안전한 물 공급은 결국 이루어졌고, 이제 웬만한 나라에서는 콜레라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정원이 바라는 것처럼 유우성이 결국 간첩이라고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정원에도 상하수도 시설을 만들어 국정원을 망치는 더러운 물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결국 스노의 의견을 받아들인 빅토리아 여왕과 달리 우리나라 대통령은 국정원이 깨끗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괜히 간첩으로 몰리지 않게 우리가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87쪽)

 

정부의 잘못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불만의 토로이다. 누구라도 정색을 하고 물어볼라치면, 은근슬쩍 꼬리 내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부에 대한 비판, 정책에 대한 비판,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일전에 고소를 당했을 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고, 산더미 같은 자료를 준비하셨던 지혜로운 아내를 두셨으니 망정이지(42쪽), 읽을 때마다 속 시원하고 통쾌한 건 사실이지만,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고소장 한 장에 벌벌 떨면서 “앞으로 글을 좀 부드럽게 써야겠다”라고 자체 검열하는 자신을 돌아보면서도(45쪽),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 그의 용기가 새삼 존경스럽다.

 

        

 

 

 

저번주 토요일에는 교보문고 명강의 BIG 10에 다녀왔다. 마태우스님의 책은 무척 재미있지만, 강의는 5배 정도 더 재미있었다. 초등학생들이 적지 않게 참석했는데, 이 아이들은 마태우스님의 책을 다 읽었는지, 퀴즈란 퀴즈는 죄다 아이들이 맞혀 좋은 책선물을 많이 받아갔다. 기술이 부족해 마태우스님의 멋진 모습을 잘 포착하지 못 해 아쉬울 뿐이다. 사인을 받을 때, ‘단발머리’라고 써달라고 부탁드렸더니, 그 바쁜 와중에도 단발머리는 아니시잖아요, 라며 깨알개그를 선사하셨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네팔 어린이 돕기 팔찌는 아롱이 선물로 재탄생했다.

간만에 즐거운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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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6-29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저 팔찌 받았어요!
끝번호가 0,3,6인가 맞죠? ㅎㅎㅎ

마태우스님 싸인 바뀌셨네요.
그전엔 멋진 말그림이였는뎅

그나저나 우리는 왜 일면식도 없으면서
두리번 거리면
알라디너를 알아볼수 있을꺼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6-29 19:50   좋아요 1 | URL
앗!! 아무개님도요? 그럼 우리 팔찌 받는 줄 앞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겠군요. ㅋㅎ
저는 3으로 끝났어요.

아무래도 말은 그리려면 시간이 좀... 그래서 바꾸신것 아닐까요?

그게 저의 가장 큰 의문이죠. 저는 왜!!! 알라디너들을 만나면 단박에 알아볼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이마에 `알라딘`이라고 써 있지도 않는데 말이죠.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다음에는 ˝알라딘˝이라고 써서 등에 붙이고 나갈까봐요. 진짜로요~~~~~

AgalmA 2015-06-29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유령퇴장>이랑 존 쿳시 <추락>이랑 비교해 읽어보고 싶어요...늘 그랬는데 시간이 없는 걸까요. 제 맘이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한 걸까요ㅎ

서버가 해외면 못 잡는다고 푸념하듯이 대통령, 나라 질타를 맘껏 하려면 해외에서;; 쿨럭)) 젠장)))

˝단발머리는 아니시잖아요˝ ㅋㅋ 마태우스님 유해진 닮았어요. 실례는 아니겠죵ㅎ;;
하트머리ㅋㅋ 보슬비님 유머 실력도 상당한데!
그래! 유머를 서재에서 배우는 거야!!ㅎㅎ

단발머리 2015-06-29 19:55   좋아요 1 | URL
아하... 저는 그래서 또 존 쿳시의 <추락> 검색 들어갑니다.
Agalma님 많이 바쁘시고 시간도 없으시니까, 한가한 제가 비교하면서 읽어볼께요.^^

마태우스님을 실제로 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릴께요.
유해진보다는 마태우스님이 더 멋지구요.

유머를 서재에서 배우시고, 갈고 닦으세요~~ 보슬비님 같은 고수분들이 아주 많구요.
참고로 저는 Agalma님 유머 스타일도 좋아합니다^^

icaru 2015-06-2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오~ 단발머리님이시닷,, 하트 치워주세요 미투요!

단발머리 2015-06-29 19:56   좋아요 0 | URL
우하핫....
마태우스님을 봐주시구요.
저기 줄 서서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 보면서 느낀 건데요. 마태우스님이 머리가 작으세요.
그래서 사진 옆의 사람이 대두처럼 나옵니다.
김수현 옆 일반인처럼요.
제 사진도 그런 식으로 나왔구요. 공개 못 하는 진짜 이유는....

제가 너무 명랑하게 나와서요.
저, 명랑한 여자로 나왔어요. 흐흑...................................................

다락방 2015-06-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단발머리님의 저 하트 안에 숨겨진 초미모의 포쓰가 느껴져요!! >.<

단발머리 2015-06-29 19:58   좋아요 1 | URL
진짜, 다락방님도.... 히히힛...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다락방님이 완전 초미모시죠. 저는 아닙니다.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마태우스 2015-07-04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런 멋진 서평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ㅠㅠ 제 강의도 들으시고, 흑, 뭐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앞으로 나오는 책은 꼬박꼬박 보내드릴게요! 글구 저도 페미니즘 공부 한창 했었는데, 그때 읽은 책 중 하나가 행복한 페미니즘이었지요. 저도 님 서재 가끔 들러서 인사 올릴게요.

단발머리 2015-07-04 22:48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저자 직접 방문 완전 감사드립니다. 저, 가족들한테 막 자랑하고 이 화면 캡쳐했어요~ 마태우스님의 역작과 야심작들은 제가 모두 차곡차곡 사 모을테니 걱정마시구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하며 감동까지 주는 좋은 책들 많이 쓰시기를 바래요~~~ 마태우스님과 아리따우신 사모님, 그리고 귀여운 기생충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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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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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완전 좋은 점은 내가 신청한 책이 선정되어 내게로 오는 일이고, 나름 좋은 일은 내가 신청하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저자, 새로운 책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박상미 에세이, 『나의 사적인 도시』는 나름의 즐거움을 준 책이다.

미술에 대해서는 모르는 내가, 더더욱 현대 미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술술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예술을 다루는 사람의 진솔한 속이야기를 듣는 재미는 솔솔했다.

여기 그려진 뉴욕은 나만의 특별한 뉴욕이다. 그 안에서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은 모두 뉴욕이란 도시의 일부이고, 나만의 사적인 뉴욕이다. 사적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하니까. (서문)

그녀만의 사적인 이야기, 뉴욕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미술을 공부하기에 여러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내게는 생소한 작가들이고, 처음 보는 작품들도 많았지만, 그녀의 설명과 함께 하니 조금 더 쉽게 이해된다.

 

 

 

<뉴욕 부류>의 글도 재미있었는데, “서울과 별로 다를 게 없던데? 더럽기만 하고”라고 말하며 뉴욕을 좋아하는 않는 사람들은 보스턴 백인 동네를 아주 좋아한단다. 깨끗하고 예쁘고 안전하다면서 말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뉴욕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란 공항에서 맨해튼으로 들어오는 미드타운 터널을 통과할 때부터 흥분했다는 사람들이다. (215쪽)

그런 사람들이 뉴욕을 즐기는 장소는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그리고 밀도가 높은 빌딩 숲이라 한다. 뉴욕에 가게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인생에 놀랄 일만 있다면 그것 또한 별로겠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일들도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뉴욕에 가게 된다면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그리고 밀도가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서 보겠다. 마천루가 그리는 밀도의 미학과 1점 소실 원근법의 드라마(216쪽)를 경험해 보고 말테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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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6-25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상미의 <뉴요커>라는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어요. 그당시에 읽었던 책 팔할은 중고로 내놨던 거 같은데, 뉴요커는 갖고 있어요.. ㅎ 책이 나름 예뻐서...

단발머리 2015-06-25 15:32   좋아요 0 | URL
나름 유명한 필자군요. 전 이번에 처음이었는데 담백함 느낌이 좋았어요. 많이 어렵긴 했지만요^^

다락방 2015-06-25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는 십년전에 타임스퀘어, 엠파이어스테이트, 센트럴파크에 다녀왔습니다! 히히히

단발머리 2015-06-25 17:4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께는 십년전 추억이고, 저한테는 미래 계획이네요. 우앙~~~~~부럽습니다.

AgalmA 2015-06-2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 신청하고 싶다가도, 워낙 책을 이것저것 읽는 제 습관과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 회피증 때문에;_;)
평가단이 원하는 책을 건의하고 의견조율을 하나 보죠? 알라딘에서 일괄적으로 정해서 주는 줄 알았어요.

단발머리 2015-06-27 20:52   좋아요 0 | URL
네~ 신간평가단이 신청한 책 중에서 출판사와 연락이(?) 되는 책으로요. 저는 풀이 좁아서 신청한 책이 많이 선정되었다죠~~ 저도 아직 적응이 안 됐는데 벌써 6개월이 지났다는..... 슬픈...

AgalmA 2015-06-2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와 연락이 안되는 경우도 있어요? ㅎㅎ재밌다. 그러게, 벌써 6개월이군요. 흥미로운 신간이 많은 시즌이라면 신간평가단 대박이겠군요! 신기신기

단발머리 2015-06-27 21:22   좋아요 1 | URL
연락은 되는데, 책은 공짜로 못 준다~~ ㅋㅎㅎ 그런 경우가 있겠죠. 네~ 좋은 책이 많아서 좋았어요. 다음에도 하고 싶은데... Agalma님은 인문/사회쪽으로 하시면 딱이신데요~~~^^

AgalmA 2015-06-27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번에 인문/사회쪽에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신간평가단 책인 거 보고 얼마나 땅을 치며 부러워 했던지;_;))...

단발머리 2015-06-28 07:37   좋아요 0 | URL
이번에 또 모집하거든요. 6개월에 한 번씩이요. 저는 신간평가단을 연속으로 5번 하신 분도 보았어요. 성실하게 활동하면 오래 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인터넷서점 신간평가단은 책 그냥 줘도 읽고 싶지 않은데 일단 알라딘은 그 쪽으로는 탑입니다^^ 선정된 책들이 와우!!! 앗! 사은품도 탑인가요? ㅋ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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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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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외곽을 그리는 소설이 의미를 잃는 시대에 나는 소설가로 살고 있다. 변방의 삶을 그들의 언어로 쓴 소설이 나오면 으레 고색스러운 방 하나에 한꺼번에 모아놓고 체크인 해버리는 게 요즘 풍토이다. 토속적이다, 질펀하다, 한마디 내뱉어주면 된다고 여긴다. 평론가들의 모국어 기피, 근친 혐오. 그 배경 속에서 쓰고 있다.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욕망과 만나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은 피할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대중 속의 고독도 사람의 일이라 작가가 그곳으로 손을 뻗지 않으면 안 되지만, 너무 많이들 어두운 카페로 걸어들어가버렸다. 개인의 우울이 사회의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버린 것. 이른바 문학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108쪽)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 서울이 고향인 나에게 한반도 저 끝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리, 냄새, 정취, 풍경은 오히려 이국적이다. 그럼에도 그 토속적이고, 질펀하며, 끈끈한 그 무언가는 계속 내 마음을 끈다. 더 많이 듣고 싶다. 더 많이 읽고 싶다. 하나의 완벽한 우주, 하나의 완전한 세계, 한창훈이 만드는 우주, 한창훈이 만드는 세계를 말이다.

돌아올 준비를 하는 잠깐 동안 서둘러 낚시를 던진다. 기다렸다는 듯이 뭔가가 물어댄다. 노래미, 용치놀래기 따위다. 뭐라도 좋다. 운좋으면 감성돔과 문어도 문다. 아주 커다란 동갈치를 낚은 적도 있다.

오후 새참으로 충분하다. 잡은 생선 회 뜨고 대가리와 껍질에 점심때 남은 김치를 넣고 소금 간하여 앉은뱅이 냄비 하나 대충 끓여놓으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되들이 소주병이 빛을 발하는 것도 그 때이다. (32쪽)

 

근래에 젊은 작가들의 발랄한 문체와 최첨단 소재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이들이 나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존재함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나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가들이 살고 있음을 느낀다.

이 책에서는 예전에 상상했던 시인, 소설가, 작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시인은 가난해야 한다거나, 소설가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전국을 떠돌아야 한다거나, 작가는 깊은 동굴 속에서 격력한 기침을 참아가며 인고의 순간들을 창작의 재료로 삼는다는 생각들이 꼭 상상만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환상적인 모습’으로 상상했던 작가의 ‘원형적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생소하면서도 놀랍다. 작가님이 좋아하는 형, 유용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다.

사건사고 많았다. 오해 때문에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뜯어말리고 달래서 들쳐업고 들어온 날도 많았다. 풀어낼 방법이 없는 슬픔. 제멋대로 돌아가는 상황. 파멸되어버리고 싶은 충동. 그게 수시로 얼굴을 디밀었다. 피는 더 데워지고 주먹 불끈거려졌다. 껍질은 삭풍에 벗겨지는데 용광로 같은 마음속 불길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한겨울 이불도 안 덮고 밤을 새우곤 했다. (185쪽)

 

마음에 불꽃을 품고 사는 일이 어디 쉬울까. 시를 쓸 수 밖에 없는 삶을 산다는 건 또 어떨까. 시시때때 안현미, 곤두박질 안현미, 그리하여 한번 더 안현미를 외치는(260쪽) 작가님이 말한다.

그럼 됐지 뭘 더 바라겠는가. 그러니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시인의 성공은 세상의 실패를 증명하는 척도이다. 좋은 세상에는 아픈 시인이 있을 리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걱정 없는 것은, 계약의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근사한 자세를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262쪽)

 

이제는 그의 소설을 읽어야겠다.

수필의 말이 아닌, 소설의 언어로, 한창훈을 읽고 싶다. 읽어내고 싶다.

그가 들려주는 바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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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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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애청하는 모든 드라마에는 매번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등장하기에 우리는 불치병이 우리 생활과 매우 가깝게(?) 존재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불치병은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병에 걸린 사람도 찾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처럼, 파킨슨병과 같은 불치병 진단을 받게 될 때, 누구나 이렇게 물을 수 밖에 없다.

“왜 하필 나인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단 말인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 수상, 경희의대, 성균관의대, 인제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의대 초빙교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포함해 모두 다섯 권의 책을 펴내어 12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베스트셀러 작가.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녀(‘저자 소개‘). 열심히 살아온,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온 그녀에게 닥친, 말도 안 되는 불행. 이런 경우 보통은 절망에 빠지거나 삶에 대한 희망을 잃기 쉬운데, 저자는 이 어려움을 이겨나간다.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가족의 따뜻한 사랑으로, 친구들의 살뜰한 보살핌을 버팀목 삼아 그녀는 한 발짝, 또 한 발짝을 내딛었고, 파킨슨병 진단 후 15년을 살아왔고, 그리고 이 책을 썼고, 나는 이 책을 ‘알라딘 신간 평가단’을 통해 받았고,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평범한듯 보이는 그녀의 조언은 진심이 담겨져 있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내 경우 오른쪽 다리가 먼저 약해지기 시작해 그 다리를 끌게 되었는데, 어떻게든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고 움직여 보려고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대신 튼튼한 왼쪽 다리에 힘을 줘서 움직이면 오른쪽 다리도 같이 따라갔다. 그때 새삼 깨달았다. 힘이 남아있는 강한 쪽을 더욱 강화시켜서 움직이면 약한 쪽이 따라가는데, 약한 쪽에 포커스를 두고 움직이려고 하면 죽어도 안 움직인다. 즉 약한 부분인 단점을 고치려고 애쓰는 것보다 오히려 강한 부분인 장점에 집중해 그것을 강화시키는 게 낫다.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하면 낭비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그러니 단점을 그냥 두고 그 시간에 장점을 더 키워 나가면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뛰어난 장점이 단점을 커버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단점 때문에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고, 남들이 그 단점을 공격해도 끄떡하지 않을 수 있다. 탁월하게 잘하는 게 있는데 뭐가 두렵겠는가. 그래서 약한 부분을 두려워하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라고들 하는 것이다. (45-6쪽) 

 

위의 글은 거꾸로 적용될 수도 있는데, 이를테면, 나는 "난 00을 잘 못 해.“라는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 하는 편인데, 생각해보니 탁월하게 잘하는 게 없는데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참에 "난 00을 잘 못 해.”라는 이야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드러내기 위해 ‘탁월하게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것 말고도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그녀는 파킨슨병을 얻게 된 후, '물방울 같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 세상의 이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안쓰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쓰리 아워 우먼 (3 - hour woman)‘ 유머를 날리는 여유가 생겼다고도 이야기한다.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손가락 하나, 발걸음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의 절망은 어떠할 것이며, 팔순 노모의 병수발을 받는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용기를 가지세요.’, ‘힘을 내세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세요.’라고 누가 말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그녀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이 쉬운 문장들은 그렇게 쉬운 문장이 아닌 것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 문장들을 지켜낸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처했을 때, 평소에 손가락과 팔다리,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한다. 몹쓸 병에 걸렸지만 병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이 다행이라 말한다. 파킨슨 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치매가 진단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기적이라 말한다. 남편에게 고맙고, 아이들에게, 친정 엄마에게 고맙다고, 자신을 돌봐준 참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고 말한다.  

가냘픈 육체의 그녀가 건강한 몸을 가진 나에게 용기를 준다.

더 나이 많은 그녀가 더 젊은 나에게 꿈을 가지라 한다.

더 고통 받는 그녀가 덜 고통 받는 나를 위로해 준다.

용기 백배의 그녀에게, 내가 고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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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ghty Avengers: The Story of the Avengers (Paperback)
Mike Norton / Marvel Press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한 슈퍼히어로급 인기 영화다. 5월초에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는데, 아이들은 아주 좋아라 했고, 나도 아주 재미있게 봤다.

 

 

 

이 책에서는 Iron Man, Hulk, Thor, Captain America 등이 어벤져스 팀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내가 “이런... ‘캡틴’이 ‘아메리카냐?”고 묻자, 딸아이가 그렇다며, 별명은 ‘아메리카노’라고 말해줬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했으면...

 

 

 

CD가 같이 들어있는데, 성우 목소리가 아주 근사하다. 그림이 위주인 책이라, 많은 영어 표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흥미를 가지고 영어를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벤져스를 좋아하는 어린이들, 특히 남자 어린이들, 자신을 어벤져스 캐릭터 중의 하나로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남자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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