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글쓰기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의 지혜
애니 딜러드 지음, 이미선 옮김 / 공존 / 2008년 12월
구판절판


서두르지도, 쉬지도 말라.
괴테-(10)쪽

글쓰기는 한 줄의 단어를 펼쳐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줄은 광부의 곡괭이이고 목각사의 끌이며 의사의 탐침이다. 글쓰는 이가 휘두르는 대로 그 줄은 그에게 길을 파서 내준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땅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그것이 막다른 골목일까, 아니면 진짜 주제를 찾아낸 것일까? 그 답은 내일 나타날 수도 있고 내년 이맘때쯤 나타날 수도 있다.
용감하게 길을 내고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 길이 이끄는 곳으로 가다보면 길 끝에 협곡이 나타난다. 그러면 글 쓰는 이는 망치로 두드려서 보고서도 작성하고 속보도 내보낸다.-11쪽

글은 글 쓰는 이의 손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생각의 표현에서 인식론적 도구로 변해 버린다. 새로운 곳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그의 흥미를 끈다. 그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단어들을 펼쳐 놓고 온갖 각도에서 바라본다. 그러면 이전에 쓴 글이 또렷하지 않고 서투르게 보인다. 과정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온 발자취는 지워라. 길은 작품이 아니다. 무성하게 풀이 자라 글 쓰는 이가 지나온 길이 사라져 버렸길 바란다. 그가 흘려놓고 온 빵부스러기를 새들이 이미 먹어 버렸길 바란다. 그가 그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뒤돌아보지 않길 바란다. -12쪽

그렇게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쓴다. 각 책에서 작가는 절박하고 생생한 몇 가지 요점을 의도하지만 책의 형태가 굳어짐에 따라 그중 많은 것을 희생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미국 수필가 겸 시인)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애처롭게 표현했다.
"젊음은 달에 닿을 다리를 지을 재료를 모은다. 아니면 지구 위에 궁전이나 사원을 지을 재료를 모은다. 그러다 마침내 중년이 된 남자는 결국 그것으로 나무 헛간을 짓기로 결정한다."-14쪽

때로 작가는 감사하는 마음에서 이전에 쓴 장들을 남겨두기도 한다.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거나 읽을 때마다 작가는 그 단어들이 처음 떠올랐을 때 느꼈던 그 즐거운 안도감을, 어쨌든 자신이 뭔가를 쓰고 있다는 그 안도감을 다시 느끼곤 한다. 그는 그런 시작 덕분에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에게도 당연히 그것이 토대로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16쪽

한 사진작가 지망생이 자신이 찍은 최고의 사진들을 한 자루씩 들고 명망 높은 노老사진작가의 자문을 구하러 해마다 찾아왔다. 해마다 그 노작가는 사진을 살펴보고 그것을 형편없는 사진과 괜찮은 사진, 두 더미로 나눠서 쌓으라고 지시했다. 해마다 노작가는 풍경 사진 한 장을 형편없는 사진 속에 넣었다. 마침내 그가 젊은 지망생에게 한마디 했다.
"자네는 매년 이 똑같은 풍경 사진을 가져오고 나는 매년 그것을 형편없는 사진 속에 넣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왜 그 사진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 건가?"
젊은 지망생이 대답했다.
"그걸 찍으려면 산을 올라가야만 하거든요."-16쪽

뉴욕에서 택시를 탔을 때 택시 기사가 내게 여러 곡의 노래를 불러준 적이 있다. 어떤 노래는 둘이 함께 불렀다. 그는 미터기를 끄고 시내를 운전하고 돌아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그가 긴 곡을 두 번이나 불렀다. 그것은 그가 부른 곡 중에서 유일하게 싱거운 노래였다. 내가 "그 노래는 아까 불렀으니까 다른 걸 불러 봅시다."라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이 노래를 다 외우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작가가 용기를 내서 탯줄을 끊어 버리지 못했던 책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읽게 되는가? 작가가 가격표 떼는 것을 깜빡한 선물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받게 되는가? 작가가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했는지 굳이 우리에게 알려줘도 괜찮은 것일까? 그것이 예의범절에 어긋나지는 않는 것일까?-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케팅, 명쾌함으로 승부하라
잭 트라우트 지음, 김명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5월
절판


[명쾌함을 찾아서]

세계를 여행할 때마다 나는 흔히 이런 질문을 받는다.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
자, 이제부터 나만의 비밀을 당신에게 살짝 공개하도록 하겠다. 내가 읽은 최고의 마케팅 관련 서적은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인 1916년에 쓰여진 책이다. 이 책과 관련된 기쁜 소식은 이 책이 겨우 40쪽밖에 되지 않으며, 어려운 전문 용어나 그래프 또는 복잡한 연구 내용들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책이라기보다는 팸플릿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면, 이 책은 수집가용 아이템이라고 부를 만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로버트 업디그래프(Tobert R. Updegraff)가 쓴 《명확한 애덤스ㅡ어느 성공한 사업가 이야기》(Obvios AdamsㅡThe Story of a Successful Businessman)라는 책이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고, 뉴욕타임즈의 서평란에는 다음과 같은 호평이 실리기도 했다.
"광고 업계에서 성공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명확한 애덤스》만한 입문서는 없다. 꼭 광고 분야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이 작은 책에서 나온 여러 비즈니스 관점의 통찰력과 상식들이-19~20쪽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 책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어떤 마케팅 전략이든 결국에는 명쾌해야 하고 명확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명쾌함'(obvious) 또는 '명확성'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생각해 보자. 'obvious'에는 '이해하기 쉬움, 단순함, 명료함' 과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정의를 보면 왜 명쾌한 전략이 그토록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고 명로하단 말이다. 그러니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기업 고객들에게 단순 명쾌한 전략을 제시하면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뭔가 아주 번드르르하고 딱히 명쾌하지도 않은 아이디어를 원하곤 한다. 그들은 종종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건 저희도 이미 알고 있는 겁니다. 해결책이 그렇게 간단하단 말입니까?"
그러면 나는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답변하곤 한다.
"맞습니아. 이 해결책은 매우 명쾌합니다. 만약 이것이 여러분들에게 명쾌하게 들리나면 여려분의 고객들에게도 역시 명쾌한 답변이 되겠지요. 바로 그래서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겁니다."
-20~21쪽

업디그래프는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고 책에 다음과 같이 썼다.
"문제는 명쾌함이란 보통 너무나 단순하고 상식적이어서 굳이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점심을 먹으면서 함께 이야기해 볼 만한 뭔가 번드르르한 아이디어와 정교한 계획들을 좋아하는데 말이다. 명쾌함이 가진 문제는 바로 너무 명확하다는 것이다!"-21쪽

[명쾌함을 확인하는 다섯 가지 테스트]

_해결하고 보면 문제는 단순하다
_인간의 보편적 사고방시겡 맞는가?
_종이에 적어보라
_사람들의 전폭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_시기는 적절한가?
-21~26쪽

_해결하고 보면 문제는 단순하다

명쾌함을 확인하는 첫 번째 테스트는 데이톤(Dayton)에 소재한 제너럴 모터스의 연구소에 걸려 있는 케터링(Kettering)의 말에서 가져 왔다. (중략)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과학, 예술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들은 결국 복잡한 문제에 직면한 인간들이 단순한 결론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실수를 겪어 나가는 이야기이다.-21~22쪽

_인간의 보편적 사고방식에 맞는가?


(중략)... 이런 사람들(주변의 모든 사람들, 예를 들어 당신의 어머니, 아내, 형제자매, 사촌들, 옆집 이웃,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일하는 동료, 수리공, 목사님, 이발사, 아내가 쇼핑하는 식료품점 주인, 구두닦이, 비서, 퇴근길 통근열차에서 옆에 앉은 사람,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답변해 주는 친구까지...)은 인간의 보편적인 사고방식만으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판단하게 되는데, 이런 인간의 보편적 사고방식이야말로 어떠한 계획과 해결책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는 삶, 비즈니스,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지배적인 요인이다.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일,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일, 사람들이 어떤 특정 행동을 따라하게 하는 일, 오래된 습관을 고치게 만드는 일 등 그 일이 어떤 일이든 당신의 방법이 인간의 보편적 사고방식을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시간과 돈,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것이다.

대중의 반응은 이상스러울 만큼 명쾌하다. 대중의 마음이란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그다지 정교하지도 않기 때문이다.-22~23쪽

_종이에 적어 보라


(중략)...
종이에 아이디어나 계획을 대략적으로만 적어두어도, 가끔은 그 안에서 그 아이디어나 계획의 약점과 복잡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가끔은 당신의 생각에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찾아내고, 좀 더 쉽게 단순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얻어 내기도 한다. 물론 종이에 적어둠으로써 당신이 무엇을 갖고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도 있다.-23~24쪽

_사람들의 전폭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당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거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을 때 또는 당신의 계획이나 프로젝트, 프로그램 등을 설명했을 때, 상대방이 "왜 우리는 전에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라고 말한다면 이는 아마 당신에게 꽤나 큰 격력가 될 것이다. 명쾌한 아이디어들은 이처럼 상대방의 '전폭적인' 호응을 이끌어 낸다.

대개 바로 그 순간부터 더 이상의 어떤 설명이나 논쟁 없이도 모든 일들이 다 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너무나 명쾌해서 더 이상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중략)

사람들은 한 번 명쾌하게 아이디어를 파악하게 되면 얼굴 전체에 환하게 빛이 퍼진다거나 눈빛에 승낙의 표시가 드러나는 등의 '전폭적'인 공감의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반응은 당신의 아이디어가 명쾌하다는 틀림없는 증거이다.
-24~25쪽

_시기는 적절한가?


세상에는 사실 명쾌한 아이디어와 계획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들이 시기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시기가 적절한가를 확인하는 일은 때로는 아이디어나 계획 그 자체를 확인하는 일만큼 중요하다. (중략)

적시성은 어떤 계획이나 프로그램의 명쾌함을 확인하는 데 있어 단순해야 한다는 첫 번째 기준 다음으로 중요한 기준이다.
에머슨(Emerson)은 그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적시성은 가장 기본적인 가치들 중 하나이다. 마차를 만드는 나의 이웃은 여름에는 겨울을 대비하여 줄곧 썰매 형태의 마차를 만들었고, 겨울에는 여름을 대비하여 줄곧 밝고 화사한 마차들을 만들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계절의 첫날부터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적절한 시기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25~26쪽

[상식은 당신을 이끌어 주는 안내자]

에이브러햄 링컨은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세울 때는 언어와 논리 그리고 간단한 상식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불행히도 기업 경영진들은 그들의 상식을 종종 주차장에 놓아두고 일하러 가는 듯하다.

상식이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지혜이다. 즉 한 사회에서 명쾌한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아이디어는 그 단순함 안에 진실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명쾌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단순한 본능을 믿지 않곤 한다. 뭔가 숨겨진 더 복잡한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당신에게 명쾌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명쾌하다. 바로 이 때문에 명쾌한 답변은 시장에서 큰 효과가 있는 것이다.-27쪽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드릐 비밀 중 하나는 단순하고 명쾌한 답변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타임스》에 실린 스티븐 코비의 책에 대한 서평은 이를 잘 지적하고 이싿.
"그는 명확한 것을 복잡하게 꾸며내는 데 천재적이다. 그래서 그의 책들은 시각적으로 매우 화려하다. 표화 도형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하고 보조 자료와 글상자들이 각 장을 조각조각으로 잘라 놓고 있다. 그의 글은 '권한부여, 모델링, 결속, 변화의 요인' 등과 같은 유행어들로 가득한데, 만약 이런 유행어들이 없다면 마치 바람 빠진 타이어와 같을 것이다. 그는 글을 쓸 때 사춘기 소녀보다 더 많은 느낌표를 사용한다."

상식의 사전적 정의는 '감정적 편견이나 지적 난해함이 없는 자연스럽고 옳은 판단'이다. 상식은 또한 특정한 전문 지식과도 상관이 없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어떤 것을 볼 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게된다는 의미이다. 결정을 내릴 때 감정적인 면이나 이해관계를 떠나서 오직 논리만을 따르는 것이다. 이보다 더 단순한 것은 없다.-28쪽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마음이란 눈, 귀 그리고 다른 감각 기관들을 통해 자료들을 수집하는 연구실이며, 그 자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채널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상식이란 우리의 다른 감각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초감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초감각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우리는 이 부분을 고쳐야 할 것이다. 단순한 상식을 무시하는 사람은 비즈니스 세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2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품절


게으름을 물리치고 글쓰기 작업에 들어가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 방법을 찾아 내지 못한다면 설거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또 무엇이든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핑계를 잡아 수시로 옆길로 새게 될지도 모른다.-52쪽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은 입을 굳게 다물고 앉아서 쓸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글쓰기 작업은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이며, 엄숙한 일이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해서 고독한 글쓰기에 전념하기보다는, 친구와 멋진 식당에 앉아 인간의 인내심에 대해 토론하거나 글쓰기의 고통을 위로해줄 상대를 찾아가는 데 마음이 이끌리게 마련이다. 이렇게 우리는 지극히 단순한 임무를 스스로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선가禪家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말할 때는 오로지 말 속으로 들어가라. 걸을 때는 걷는 그 자체가 되어라, 죽을 때는 죽음이 되어라."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쓰기만 하라. 열등감과 자책감으로 중무장한 채 자신을 학대하는 싸움은 하지 말라.-53쪽

다음은 예전에 글이 잘 써지지 않았을 때 나 자신을 달래던 방법들이다.

1. 한동안 글 한 줄도 쓰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일주일 후 작품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친구에게 보여 줄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 것이다.

2.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좋아, 나탈리, 너는 오전 10시 전까지는 마음대로 해. 하지만 10시 이후부터는 반드시 펜을 잡고 있어야만 해."
나는 스스로에게 내가 있을 시간과 공간을 할당하고 제한을 두었다.

3.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어떤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곧자 책상으로 달려가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해버린 것이다.

4. 작문 교사 일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글을 쓴다는 일은 정말 귀찮아진다. 그런데 집에서 세 구역 떨어진 곳에 직접 구운 맛있는 초코칩 쿠키를 파는 제과점이 있었다. 손님용 식탁도 마련된 이 제과점 주인은 손님이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어도 아무런 눈치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지 한 시간쯤 지나면 이렇게 -53~54쪽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나탈리, 지금 그 크로와상 가게로 가서 딱 한 시간 동안만 글을 쓰는 거야. 그 동안 너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초코칩 쿠키를 두 개는 먹을 수 있잖아."
맛있는 초코칩 쿠키에 매우 약한 나는 대개 15분 안에 집을 나섰다.

5. 나는 한 달에 노트 한 권 정도는 채우려고 애를 쓴다. 글의 질은 따지지 않고 순전히 양만으로 내 직무를 판단한다. 그러니까 내가 쓴 글이 명문名文이든 쓰레기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노트 한 권을 채우는 일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25일이 되었을 때 노트가 다섯 장 밖에 채워져 있지 않다면, 나는 나머지 5일 동안 전력을 다해 나머지 노트를 꽉 채우고야 만다.

여러분도 자신에게 편리한 방법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54~55쪽

눈앞에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

미네소타 주 엘크톤, 이른 4월, 학교 주변에는 아직 파종을 하지 않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하늘은 진한 잿빛이다. 스물 다섯 명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랍비'의 철자법을 묻는다. 나는 대답을 해 주면서 내가 유태인이라는 사실까지 말한다. 학생들 모두가 생전 처음 유태인을 보았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이들에게는 내가 '유태인'의 대표로 보일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나는 사과를 먹으며 걷고 있다 : 모든 유태인이 지금 사과를 먹고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살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 유태인들은 모두 도시에서 살고 있다.
학생 한 명이 혹시 포로 수용소에서지낸 친척이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우리는 독일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학생들 대부분이 독일계 후손이다. -58쪽

케이크가 구워지고 있을 때 오븐 안의 열기는 그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열심이다. 이 열은 "아, 난 이것이 파운드 케이크가 아니라 초콜릿 케이크가 되면 좋겠어" 라는 생각을 하며 가열하지는 않는다. 글을 쓸 때 당신의 임무도 똑같다. '오, 난 내 인생이 싫어. 뉴욕이 아니라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식의 생각으로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말라. 그저 당신의 상황과 진실을 적어 내려 가라
또, 당신이 만약 글을 쓰는 중간중간 자주 시계를 보는 사람이라면, "나는 공책 다섯 장이 다 채워질 때까지 즉, 케이크가 완전히 구원질 때까지 계속 글을 쓰겠다"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라. 열을 가다하 중단한다면 그것은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89쪽

가끔 이런 이들도 있다. 아무런 재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열만 믿고 케이크를 구우려는 이들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아무도 그 결과물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세부 묘사가 빠진 추상적인 글쓰기에서 대개 이런 허점이 발견된다. 분명히 아주 웅장한 생각과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쓴 글이지만 누구도 읽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세부 묘사를 사용하면 당신이 느끼는 환희나 슬픔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전달하려는 감저이 어떤 맛인지 정확하게 표현해 준다면, 그것을 맛보고 싶어 하는 미식가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독자들이 '아, 이거 파운드 케이크잖아' 또는 '가벼운 레몬 푸딩이잖아' 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아주 맛있어요. 일품이야!" 라는 말에는 에너지가 없다. 어떻게 대단한 것인가? 독자에게 그 대단함의 냄새를 맡게 하라. 바꿔 말해서 세부 묘사를 이용하라. 세부 요사ㅑ말로 글쓰기의 기본 요소이자 단위다.-89~9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품절


차례

추천의 말 4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12

첫 마음, 종이와 연필 19
'첫 생각' 을 놓치지 말라 24
멈추지 말고 계속 써라 29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아니다 35
예술적 안정성을 얻는 과정 40
습작을 위한 글감 노트 만들기 45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는 법 51
편집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라 56
눈앞에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 58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63
작가와 작품은 별개다 66
사고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려라 70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74
강박관념을 탐구하라 78

세부 묘사는 글쓰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82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라 84
케이크를 구우려면 87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 91
글쓰기는 육체적인 노동이다 94
잘 쓰고 싶다면 잘 들어라 97
파리와 결혼하지 말라 102
글쓰기는 사랑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105
꿈에 대해 써라 110
문장 구조에서 벗어나 사유하라 114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 117
그냥 '꽃' 이라고 말하지 말라 120
몰입하기 124
평범과 비범은 공존한다 126
이야기 친구를 만들라 131
작가들은 위대한 애인이다 135
현상을 넘어 사물 속으로 파고들라 139
-8~9쪽

먹잇감을 응시하는 고양이처럼 141
자신을 믿어라 145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일에 대하여 148
작업실에 대하여 154
성, 그 거창한 주제에 대하여 157
자신니 사는 마을을 순례하라 161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163
충분하다고 느낄 때 한번 더 166
삶을 사랑하라 168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173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다 176
장대 위에서 발을 떼라 178
왜 글을 쓰는가 181
관통하는 글쓰기 187
작가로 살아남기 191
자신이 쓴 글에서 떠나라 194
문학의 형식, 삶의 형식 199

익숙한 초원을 떠나라 204
규칙적인 연습은 창조력을 마비시킨다 209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216
음식에 대해 써 보라 220
외로움을 이용하라 223
스스로에게 넌덜머리가 났을 때 226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라 228
이야기 모임 만들기 234
벌거벗은 자만이 진실을 쓸 수 있다 238
누구에게나 천재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244
작품을 평가하는 스스로의 잣대를 가져라 249
사무라이가 되어 써라 252
고쳐 쓰기 256
나는 죽고 싶지 않다 263

에필로그 266
옮기고 나서 269
-9~10쪽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야 비로소 나는 소설을 읽고 시를 암송하는 것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친구 세 명과 함께 미시간 주에서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순수 자연식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그때가 70년대 초반이었고 나로 말하면 ㄹ스토랑 개업 1년 전에야 난생처음 아보카도라는 열매를 먹어 보았던, 그야말로 음식에 관한 한 문외한이었다.


아침이면 나는 건포도나 검은 딸기를 넣은 머핀을 구워야 했다. 간간이 마음이 동하는 날이면 땅콩버터를 넣을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만든 머핀을 고객들이 맛있어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정성을 기울여 만들 때만 정말 맛좋은 음식이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 레스토랑의 창조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레스토랑의 음식 맛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노력에 달린 일이었다.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학창 시절 A학점을 받았던 답안지처러 기가 막힌 답이 나올 수는 없었다. 이때가 내가 자신의 마음만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 최초의 시기였다.

-14쪽

그리고 여러분에게 안정된 삶의 방식을 가지려고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하고 싶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시작할 때 이미 당신은 끝까지 그 일을 따라갈 깊은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평생 안정될 거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16쪽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글쓰기 공부는 일차원적인 과정이 아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A에서 B를 거쳐 그 다음은 C로 가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없다. 이것이 내가 글쓰기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진실이다. -17쪽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 전체로 이 책을 흡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읽는 데서 끝내지 말라. 부디 써라. 그리고 자신을 믿어라.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배우라. 나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쓰임새 있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18쪽

첫 마음, 종이와 연필

나는 첫 번째 수업을 무척 좋아한다.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글 쓰는 사람으로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던 그 '첫 마음' 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첫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돌아가야 하는 자리일 것이다.

두 달 전에 꽤 괜찮은 글을 썼다고 해서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솔직히 나는 새로운 글을 쓸 때마다 전에 어떻게 글을 완성했었는지 의아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
-19쪽

글쓰기는 정신적이면서 동시에 육체적인 작업이기에 사용하는 도구와 장비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나는 감정적인 글을 쓸 때는, 적어도 처음에는 직접 손으로 쓴다. 손으로 쓰는 것이 심장의 운동과 더욱 가깝게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22쪽

책상을 마주했을 때는 최소한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나에게는 세사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 라고만 하자. 그저 많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 미래의 위대한 소설가가 되리라 결심을 했으면서도 정작 단 한 줄도 쓰지 못하는 학생들을 나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만약 당신이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무언가 위대한 작품을 쓰리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커다란 절망으로 끝나기 쉽다는 걸 명심하라. 이런 기대감이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나는 한 달에 노트 하나를 채우는 것으로 내 임무를 다 한다(나는 작품을 쓸 대마다 나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 안내서를 항상 새롭게 만든다). 그저 이 노트를 채우면 그만이다. 이것이 내가 정한 나의 글쓰기 훈련법이다. -32쪽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아니다

우리가 경험한 일이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잡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한창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이 사랑에 빠진 상태를 글로 적절히 표현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오직 "난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 있어" 라는 소리만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막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온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은 아직 그 도시를 몸으로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 알 수 없다. 그는 주변 환경에 익숙치 못해서 물건을 사러 편의점에 나갔다가 길을 ㅇ맇어버릴 수도 있다. 아직 그 도시에서 겨울을 난 적도 없고, 청둥오리가 가을에 호수를 떠났다가 봄이면 다시 호수로 찾아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35쪽

헤밍웨이는 그의 작푸 <움직이는 사육제A Moveable Feast>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파리에서 미시간 이야기를 썼듯 어쩌면 나는 파리를 벗어난 후에야 비로소 진짜 파리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내가 파리를 충부히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리를 떠난 후에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릭의 지각 능력이나 판단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각과 판단력은 우리의 의식과 육체를 거쳐서 나온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을 '퇴비를 섞는 과정' 이라고 부른다. 인생이 남긴 쓰레기더미는 자꾸 쌓여 간다. 우리는 그 안에서 특정한 경험들만을 수집하기도 하고, 때로는 버린 것들을 섞어서 새로운 경험으로 삼기도 한다. 우리가 버린 계란 껍질, 시금치 이파리, 원두커피 찌꺼기 그리고 낡은 마음의 힘줄들이 삭아, 뜨거운 열량을 가진 비옥한 토양으로 변한다.
이 비옥한 토양이 우리의 시와 이야기를 꽃 피워 주는 자원이다. 하지만 비옥한 토양은 단시일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필요하다. 유기적으로 이어진 인생의 모든 세부 항목들을 계속 뒤집고 또 뒤집어서 쓸데없는 찌꺼기들을 걸러 내야만 기름진 토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36쪽

이다.
똑같은 시간을 주었음에도 남모다 많은 분량의 글을 써내는 학생을 보면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긴 글이라고 해서 우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그런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36쪽

하나의 재료로서 탐색하고 있는 게 보인다. 이런 학생들이야 말로 그저 '나도 글을 써 보겠다' 는 소망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훈련 과정을 충실히 거쳐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무래로 흙을 파내듯 자신의 마음을 자꾸 써레질해주고, 얕은 개울 같은 생각을 자꾸 뒤집어 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든 일이지만, 이런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고 해서 신경증적인 위험에 빠진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는 자기 내면의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안에 들어 있는 그 풍요의 정원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동안 나는 쓰고 싶은 주제가 늘 똑같았던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1983년 8월부터 12월까지 내 습작 노트를 보면, 거기엔 내가 여러 달 내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글을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때 나는 이 주제에 매달려 거기에 맞는 퇴비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12월에 접어들어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미네아폴리스에 있는 제과점인 크로아상 익스프레스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내 앞에는 아버지의 죽음에 -37쪽

대한 장시 한 편이 놓여 있었다. 내가 말해야만 했던 모든 것들이 갑자기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하나의 통일된 실체를 이루어낸 것이다. 퇴비에서 한 송이 붉은 튤립이 피어난 순간이었다.-37쪽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비료를 마련해 놓은 다음, 갑자기 당신은 한 순간 별과, 또는 당신 머리 위에 걸려 있는 거실 샹들리에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연대가 이루어지면 당신의 몸이 열리게 되고, 이제는 그 몸이 말을 하게 된다.
글쓰기에 이런 과정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모든 불안을 잠재우고 인내심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경영할 수는 없다. 우리는 심지어 자기가 쓰는 글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을, 결코 편하게 앉아서 사탕이나 먹으며 살겠다는 핑계거리로 삼지 말라. 우리는 계속해서 비료가 될만한 자료를 수집하고, 발효시키고, 비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비료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우리의 근육이 되어 준다면 우리는 위대한 조류를 타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면 다른 사람의 성공도 인정할-38쪽

수 있으며 쓸데없는 욕심에도 빠지지 않게 된다.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것은 그저 사람마다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세에서 그 때를 만날 수도 있고, 죽은 후에야 찾아올 수도 있다. 빠르고 늦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계속 써라. -39쪽

그러나 나는 내 인생의 밑바닥에서 무언가가 나를 지탱하고 키워주고 있다는 믿음만은 늘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야 할 나만의 길이 하나 있을 거라는 신념은 놓치지 않았다. 비록 마을은 아무런 감흥없이 무감각하게 가라앉아 있거나 잡념들로 산만하게 채워져 있곤 했지만, 그 시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그런 산만한 마음과 그 동안 살았던 인생이 전부였다. 나는 거기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이 노트를 통해 내가 전보다 발전하고 있음을 안다. 이 노트는 한 인간의 존재 증명이다."
이처럼 당신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것들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쓰레기 같은 글만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세월 동안 글쓰기를 멀리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게으르며 불안정하고 자기혐오나 두려움에 쌓인 존재, 정말 말할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직면하는 순간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때 당신은 더이상 어디로도 도망을 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것이다. 이제 당신은 별수 없이 자신의 마음을 종이 위에 풀어 놓아야 하며, -42~43쪽

그 가련한 목소리가 들려 주는 말을 경청해야 한다.
이런 쓰레기와 퇴비에서 피어난 글쓰기만이 견고한 글이 된다. 당신은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망치지 않게 된다. 당신은 예술적 안정성을 지니게 된다. 안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바깥에서부터 쏟아지는 어떤 비평도 무섭지 않다.
실제로 옛날 습작 노트를 다시 읽고 나서,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너무 많이 응석을 부렸으며 정리되지 않은 생각 속에서 너무 오래 방황햇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이런 인식이 생긴 되에는 아름다움과 다정한 배려, 명료한 진실을 선택할 수 있는 튼튼한 갑옷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려움을 등에 진 채 무작정 아름다움을 좇아 거칠게 달려가지 않게 된다.-4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e You! - 성공을 부르는 자기 PR
자비네 아즈고돔 지음, 송경은 옮김 / 바움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능력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내 능력을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나 자신이 스스로를 잘 드러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무대에 내보내야 합니다. 물론 이때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겠지요. /5p. 「한국 독자들께 드리는 편지」에서..  
   

'무대'에 올라가 본 경험이 얼마나 되나?
무대에 올라간다, 무대에서 내려온다..
'무대'라는 말 속에 들어있는 또 다른 말들, 관객, 객석, 조명, 공연 시간, 시작과 끝, 커튼콜, 무대 뒤, 땀, 숨소리, 실수, 박수, 갈채, 야유, 꽃다발, 텅 빈, 꽉 찬, 뜨거운, 냉랭한, 정열, 심호흡... 무엇보다 무대는 한시적이다. 내일 다시 공연을 할지언정, 시작과 끝이라는 확실한 시간 구분이 있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께 드리는 편지」에서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이 말이 '무대에 올라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떨쳐버리라'는 말로 들린다.  

   
 

  나는 '자기 홍보(PR, Public Relations)'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자기 PR 방법을 보급시켰다. 이 말은 내가 아는 한 세상에 없던 용어였다. 1996년 처음으로 에콘(Econ)출판사에서 『성공을 위한 자기 PR 전략』을 출간했으며, 같은 주제로 실습 세미나도 열었다. 그뒤 수천 명도 넘게 자기 PR 훈련 과정을 거쳐갔다. 내가 연구해 책과 기사로 내보내고 난 후, 오늘날 이 용어는 독일의 일상어가 되었다. 그동안 나는 수많은 학회와 행사장에서 자기 홍보 방법을 강연했다. 그러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은 나 자신도 이 방법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즉 자기 홍보만으로도 내가 고객을 찾아나설 필요없이 고객이 나를 찾아오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7년여 동안 언론인으로 종사하면서 여기저기 강연과 세미나를 열다가 1999년 '아스고동 라이브(ASGODOM LIVE)' 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최단기간 만에 매출과 지명도에서 독일 동종 업계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중략).....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이 이런 이야기(자기 PR)를 하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사실이란 걸 알기 때문에 나 자신을 인정한다. 외부로부터 정기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내적인 능력과 삶의 기쁨이 우러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진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근거를 말해준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과 교제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나를 인정할 수 있다. (14~16p.)

 
   

 책 초반부다. 저자는 먼저 확실하게 '자기 PR'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거기에 다음과 같이 인상적인 이야기를 덧붙여서. 

   
 

얼마 전 아프리카의 짤막한 이야기를 기분 좋게 읽은 적이 있어 소개해보려 한다. 

한 남자가 탐부와 라피키라는 두 아들에게 초원을 지나 마을 하나를 둘러보고 오라고 시킨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마을로 가는 길에 각자 흔적을 남겨놓고 오너라." 

아버지의 말을 들은 두 아들은 초원지대를 향해 걸어갔다. 몇 걸음 지나면서 탐부는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자취를 남겨놓기 시작했다. 높은 풀덤불로 매듭을 지어놓았고, 몇 걸음 더 지나 나뭇가지를 꺾어놓았다. 또 조금 지나 다시 풀덤불로 매듭을 지어놓았다. 이런 식으로 가는 길마다 매듭을 짓고 나뭇가지를 꺾어놓아 완벽한 흔적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탐부는 사람들과 마주치려 하지 않고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반면 라피키는 길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 대신 첫 번째 마을에 이르자 마을회관을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그들과 같이 먹고 마시며 자신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마을에서는 젊은이들과 어울리다가 그들의 집에 초대받아 마을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세 번째 마을에서 라피키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한 소녀로부터 마실 것을 얻기도 했고 마을 축제에 참석하라는 제안도 받았다.  

탐부는 자신이 해놓은 일에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열심히 풀덤불로 매듭을 짓고 나뭇가지를 꺾어놓은 게 전부였다. 어느덧 두 아들이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경험을 아버지에게 얘기하자 아버지는 그날로 두 아들과 함께 같은 길을 가보기로 했다. 어느 곳에서나 라피키는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탐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뭇가지 하나 꺾어놓지 않은 라피키에게만 사람들이 친절하자 탐부는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아무도 날 모르는 거지?"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얘야, 풀덤불말고도 이 세상에는 다른 흔적이 있는 거란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거야. 그 사람에게 다가가 이야기하고 친분을 쌓으면 말이다. 라피키는 바로 그런 흔적을 남기고 돌아온 거란다. 그러니 사람들이 다시 온 라피키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한 거지. 사람의 마음속에 남긴 흔적은 남아 있지만, 네가 두고 온 풀이나 나뭇가지는 짐승들이 먹었을 수도 있고 바람이 불어 어딘가로 날아갈 수도 있단다." 

"라피키가 했던 것처럼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흔적이 있다는 걸 저도 배웠어요." 

탐부가 말했다.  

-루돌프 봘터, 『평정을 찾아서』 (1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