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꿈을 꿨다.
멍게 꿈이라니! 으으..
멍게 모양 바위랄까, 멍게 산이랄까 아무튼..

멍게를 잘 먹었는데,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일단 바위에 달라붙으면 성체로 변태를 하고 남은 평생을 거기에 눌러앉아 보낸다‘는 이야기는 너무 끔찍하다.
멍게를 먹을 때마다 그 끔찍한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
으으..
으으..


멍게는 제법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 올챙이를 닮은 멍게의 유생은 어리고 힘이 넘칠 때 바다를 헤엄치고 다니다가 경치 좋은 바위를 찾으면 휴식을 위해 자리를 잡는다. 바위에 일단 달라붙은 녀석은 성체 (관이 두 개 있는 둥근 통 모양)로 변태를 시작한다. 그러고는 남은평생을 거기에 눌러앉는다. 고무로 된 작은 백파이프같이 한쪽 관으로 물을 천천히 빨아들였다가 다른 관으로 내뱉으면서 말이다.
평생에 걸친 이런 느긋한 휴식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 어린멍게에게는 매우 단순하지만 뇌가 있고, 꼬리까지 이어지는 신경삭도 있다. 멍게는 이 신경삭을 이용해서 헤엄치면서 살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거기까지 이르는 움직임을 조정한다. 하지만 일단 바위에 닿으면, 멍게는 머리를 바위에 찰싹 붙인 후 거의 모든 신경계를 소화해버리고, 다시는 그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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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커피 2022-01-15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잘잘라님 유머에 빵!ㅋㅋㅋㅋ
덕분에 저도 멍게 볼때마다 생각나겠어요.😆😆😆

잘잘라 2022-01-16 17:35   좋아요 0 | URL
멍게를 볼때마다 잘잘라를 생각하게 되실 겁니다. 하하하하하.. 잘잘라가 생각나면 큰 소리로 한 번 웃고 넘어가주삼~~!!

라로 2022-01-16 1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멍게, 한치 전복 물회먹었어요!! 멍게 덕분에 바다가도 잘 느끼지 못하는 바나내음 물씬~~~. 멍게가 모든 신경계를 소화해서 맛있는 멍게로 변신;; 응? ^^;;;

psyche 2022-01-16 13:13   좋아요 2 | URL
앗 나 라로님이랑 멍게 먹었는데 제목에 멍게가! 하면서 들어왔는데 라로님이 먼저 오셨네요. ㅎㅎ

잘잘라 2022-01-16 17:45   좋아요 0 | URL
라로님, 프시케님! 거기도 물회 먹을 때 멍게가 반찬으로 나온단 말씀인가요? 오오~ 두 분 얘기 생각하면서 저도 다시 멍게를 먹을 수도?? ㅎㅎㅎㅎ 라로님, 프시케님 고맙습니다❤

mini74 2022-01-16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멍게를 잘 못 먹어서 ㅎㅎ 그렇지만 잘잘라님 글은 맛깔스러워요 ~~

잘잘라 2022-01-16 17:48   좋아요 1 | URL
미니님! 멍게를 잘 못 먹는데도 또 잘잘라 편들어주는 미니님!!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진심❤❤❤
 

"어제 보던 지붕, 어제 보던 길거리, 어제 보던 논밭이 하얀 바다처럼 변했을 때 세상이 얼마나 찬란한가. 눈 뜨면 달라진 세상, 그런 경이로움을 문학에서는 ‘낯설게 하기 (ostranenie)‘라고 하네. 그런면에서 눈과 비는 느낌이 아주 달라. 비는 소리가 나잖아, 밤새 비내리면 들창에 사납게 들이치거든. 비에는 경이가 없어. 그런데 눈은? 고요하지. 고요한데 힘이 세."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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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발견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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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환경스페셜 [32회] 새들이 내게 말하기를 / 2022년 1월 6일 목요일 20:30 방송을 봤다. 윤순영 작가의 얼굴, 헤어스타일, 목소리, 말투, 카메라, 차, 네 마리 재두루미 사진이 기억난다. 내용은 다 잊어도 윤순영 작가의 헤어스타일은 끝내 살아남겠지.

그리고,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표지 사진, 최승자 작가의 얼굴, 눈빛 생생하다.

이번 주,

《진리의 발견》에 입성했다.

지은이 마리아 포포바
옮긴이 지여울

초판1쇄 2020년 2월 14일
초판3쇄 2021년 1월 30일
펴낸곳 도서출판 다른
펴낸이 김한청
기획편집 원경은 차언조 양희우
마케팅 최지애 설채린 권희
디자인 이성아
경영전략 최원준

재능이란, 애정의 연소이다.
라고!

애정 활활 불타오르는,
재능 철철 넘치는,
2022년
모토,
포 미 22

훗날 에밀리 디킨슨은 이렇게 쓴다. "재능이란, 애정의 연소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성이 아니라 헌신에서 비롯되는 고양감이다. 이를 할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하여 우리는 재능을 경험한다." - 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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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강화》, 이태준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

_구판 33쪽.

˝언어는 고요한 자리에 놓고 위하기만 하는 미술작품이 아니다. 일용잡화와 마찬가지의 생활용품으로 존재한다. 눈만 뜨면 불을 쓰듯, 물이나 비누를 쓰듯, 아니 그보다 더 절박하게 먼저 사용되는 것이 언어라 하겠다.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 그러므로 잡화나 마찬가지로 생활에 필요한 대로 언어는 생기고 변하고 없어지고 한다.

상쾌! 룩쌕에 가을을 지고
산천돌이하는 좋은 씨ㅡ즌
현대적 주말휴양을 위한 토요특집

이것은 1937년 가을 어느 토요일, 조선일보에 실린 산책지 특집기사의 제목이다. ‘룩쌕(rucksack)‘과 ‘씨즌(season)‘은 외래어다. ‘주말휴양‘이나 ‘토요특집‘도 한자어이긴 하나 전 시대에 없던 새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외래어나 한자어를 쓰지 않고는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것인가? 한번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길이 없기어든 가지야 못하리요마는 그 말미암을 땅이 어데며 본이 없기어든 말이야 못하리요마는, 그 말미암을 바가 무엇이뇨. 이러므로 감에는 반드시 길이 있고, 말에는 반드시 본이 있게 되는 것이로다. ㅡ김두봉의 《말본》에서]

외래어나 한자어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시험해보느라고 만든 것 같다. 더구나 그 《말본》의 본문에 들어가

[쓰임

ㅏ, 몸은 다른 씨 위에 쓰일 때가 있어도 뜻은 반드시 그 아래 어느 씀씨에만 매임

ㅓ, 짓골억과 빛갈억은 흔히 풀이로도 쓰임]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암호로 쓴 것같이 보통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거의 저자 개인의 전용어란 느낌이 든다. 개인 전용어의 느끼을 주며라도 무슨 내용이든 다 써낼 수나 있을까가 의문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북플에서 쓸 때, 이미지를 넣으면 밑줄긋기가 안된다. 그럼에도 본문에다 이렇게나 길게 밑줄긋기를 해 놓는 이유는,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는 문장을 내 머리에 새기기 위해서!

※ 생활용품에 착안하여 출판사 이름을 하나 지었다. 마트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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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26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생활용품, 오늘도 잘 사용해야겠어요.ㅎㅎ
낭비하지도 말고 인색하게도 굴지 말고요.
저도 노란색 구판을 가지고 있어요.
마트마트, 괜찮네요!! ㅎㅎ
잘잘라 님 닉의 탄생유래도 재미있어요.
추운 날이지만 따뜻하게 보내세요.

잘잘라 2021-12-26 11:18   좋아요 4 | URL
넵. 프레이야 님! 오늘 더 춥다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날 보내시길요!! 😄

mini74 2021-12-27 14: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 글씨 넘 귀여움 ㅎㅎ 마트마트! 허를 찌르는 출판사 이름입니다 👍

잘잘라 2021-12-27 15:58   좋아요 3 | URL
ㅎㅎㅎ 쳐저 있다가 미니 님 댓글 보고 웃네요. 2022년은 잘(자주) 자르고 가끔 (허를) 찌르면서 살아보겠습니다! 미니 님 감솸돠!!! ♥♥♥

페크pek0501 2021-12-28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 문장강화를 정독했어요. 글을 쓰는 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알았지요.
그중 생각나는 게 ‘미운 간호부‘라는 글이에요.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던 기억이 있네요.

잘잘라 2021-12-28 13:36   좋아요 2 | URL
저도 ‘미운 간호부‘ 읽고 울었습니다. 세월호 생각나서 울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더.. 가슴이 미어집니다. ‘미어지다‘라는 말 뜻을 진짜 몸으로 실감합니다.

페크 님 감기조심하세요~!!!

scott 2021-12-28 1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의 시각이 담긴 문장 강화 해석본이 더 좋습니다 !^^

잘잘라 2021-12-28 14:04   좋아요 2 | URL
scott님! 점심 드셨어요? 잘잘라는 오늘도 왕뚜껑을 깠습니다. 특별히 종갓집 갓김치도 하나 곁들였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갓김치에 왕뚜껑을 곁들인 것이지만요. 다 먹고 최승자 님 책 시작할 겁니다. 최승자님 책은 뭔가 쫄리고 들어가는 느낌이라.. 뭐를 든든히 먹어야겠어요! ^________^
 

재능을 가질 수 있는 재능?

흠.. 말장난이다 싶다가도, 그래 뭐 어차피 사는 게 다 말장난 아녀? 하면서 뒤로(옆으로) 장바구니에 척 허니 던져넣는 이눔의 손버릇 허구는!

재능을 가질 수 있는 재능은 몰라도
책을 가질 수 있는 재능은
👍아주 그냥 죽여줘요~~~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김호연/2020/행성B

김호연 작가가 뽑아 놓은 문장 때문에 인용한 책 또 사게 생겼다. 어으 진짜. 🎵얄미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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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0 1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가질수 있는 재능이 있는것 같아요 ^^

잘잘라 2021-12-20 19:02   좋아요 1 | URL
그 재능 옳소! 옳소! 옳구말구요!!! ㅎㅎㅎㅎ😄

레삭매냐 2021-12-20 1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살 수 있는 재능을...
아 참 그리고 산 책을 잘 쌓고
보관하는 재능도...

잘잘라 2021-12-20 19:05   좋아요 1 | URL
책에 관해서라면! 어느 하나 빠지기 싫은 재능입니당..!!👍

mini74 2021-12-20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사는 재능을 가진거 같아요 빙하기가 오면 책을 태워서 남들보다 조금 더 길게 생존할 수 있을거 같아 기뻐요 ㅎㅎ

잘잘라 2021-12-20 19:39   좋아요 1 | URL
ㅎㅎㅎ 낮엔 좀 풀리나 싶더니 해지니까 으슬으슬 춥네요. 빙하기가, 영화 투모로우에서처럼, 어느날 갑자기 빙하기가 닥친다면 차라리 제일 먼저 죽고 싶은 1인..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