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0 - 날아라 펭귄아, 드넓은 하늘로!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0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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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말하는 아이 9>에 이은 10권에서 드디어 펭귄의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하지만 사실 이번 9권과 10권을 통해 주요한 이야기는 펭귄들의 이야기보다는 릴리의 능력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릴리가 믿었던 그림 원장님의 행동이 의심스러운 상태로 9권에서 끝났던 터라 과연 독자들의 의심이 맞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사실 지난 9권을 읽으며 이상한 그림 원장님의 행동 때문에 읽는 내내 죄책감이 스믈스믈 올라왔다. 슈타인마이어 원장의 연인이 된 그림 원장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내가 어른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순수한 아이들이었다면 그림 원장님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10권이 시작되고 나의 예상이 맞아떨어지자 조금 슬프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권을 통해 이 그림 원장님을 흑백 논리로 가르지 않고 양심있는 어른으로 그려진 내용에 감탄하며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각자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만이 가득했던 펭귄들이 어떻게 각자의 꿈을 이루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무려 10권까지 끌고 온 작가의 탁월한 역량에 의해 이 모든 일들이 스르르 잘 풀려나간다. 심지어 예사야의 고민까지!

어쩌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 아이들이라면 책을 읽는 와중에 "꺅!"하고 소리를 질렀을지도.ㅋㅋㅋ 이제 거의 대단원의 막이 내리나보다~ 싶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는 11권을 예고하고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다음에 등장할 부엉이의 이야기도 당영히 기대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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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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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괴테의 <파우스트>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작품들. 그런가 하면 그림자라는 소재 자체로 연관된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이라는 그림책도 있다. 홀로 남은 그림자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인의 이야기인데 막상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어 보니 이 작품들 모두 연관성이 있어 모두를 떠올리며 즐겁게 읽었다.

그렇다고 쉬운 작품은 아니다. 130여 페이지의 짧은 작품으로 이야기 전개도 빠르지만 첫 시작 서문의 중의성에서부터 그림자를 판 슐레밀의 선택과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한 의미, 부자인 슐레밀보다 그림자 없는 슐레밀을 경멸하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그냥 후루룩 읽어낼 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서문부터 살펴보자면, 처음 책이 시작되면 푸케가 에두아르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슐레밀이 쓴 작품을 샤미소에게서 받았으며 이 작품을 꼭 출간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이어 샤미소가 직접 에두아르트에게 편지를 보내 슐레밀의 인생 이야기를 칭찬하며 이 재능을 썩힐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샤미소의 작품이고 주인공이 슐레밀이므로 이 편지부터 소설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장치가 얼마나 재미를 주는지~!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 슐레밀은 자신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를 구하러 욘 씨를 찾아갔다가 기이한 회색 옷 입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낌새가 좋지 않아 그 무리를 벗어나려는 와중에 쫓아온 남자에게 끝도 없이 나오는 금화자루(경제적 자립을 뜻한다)를 줄 테니 그림자를 팔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그림자를 팔아버린다. 하지만 슐레밀은 곧 후회한다. 그림자가 없는 것을 사람들이 경멸하고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슐레밀과 관계를 맺지만 책 속에선 한결같은 옳은 가치를 믿고 슐레밀을 지지해 주는 벤델과 같은 사람이나 처음엔 다른 이들처럼 사랑하면서도 슐레밀과의 이별을 택하지만 이후 슐레밀을 떠올리며 선행을 베풀며 사는 미나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후의 이야기에서 백미는 다시 나타난 회색 옷 입은 남자에게서 또다른 제안을 받은 슐레밀의 선택이다.

자칫 너무 권선징악의 구성을 띠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 선을 넘지 않는 슐레밀을 독자들은 어느새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 작가인 샤미소의 주변 인물들 이름과 같다고 한다. 앞서 보낸 편지에서부터 중의적으로 재미를 선사한 샤미소는 책 구석구석 이런 요소들을 숨겨놓아 마치 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전체 이야기만 보면 아이들을 위한 전래동화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 다양한 의견이 덧붙여지도록 한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묘미가 된다. 때문에 책 뒷부분에 있는 해석도 꼼꼼하게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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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기후 대재앙에 놓인 아이들 미래주니어노블 14
앨런 그라츠 지음, 김지인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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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숲 앞 한 아이의 모습이 강렬하다. 검붉은 표지는 바로 우리 앞 숲이 불타는 듯 보인다. 2도씨라는 제목과 더불어 "기후 대재앙에 놓인 아이들"이라는 부제목에서부터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짐작케 한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데도 숨막히듯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탄탄한 구성과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2도씨>의 주인공은 셋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사는 아키라는 영혼의 단짝인 다저라는 말을 타고 아빠와 숲을 산책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아이다. 비록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조금 엇돌고 힘들기는 하지만 아빠와 숲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는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처칠에서는 오언과 조지가 산다. 북극곰이 해빙에 다시 얼음이 얼 때까지 기다리는 곳으로 북극곰을 관광하러 오는 이들을 상대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오언은 관광객들 앞에서 지식을 뽐내는 것도, 친구 조지와 광활한 얼음 벌판 오두막에서 낚시를 하며 지내는 것도 모두 즐겁기만 하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는 나탈리가 엄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매년 겪는 허리케인이 힘들고 지치지만 엄마와 함께 더 단단히 준비하며 스스로 잘 이겨내고자 열심히 공부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각기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꺼번에 재앙이 닥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 산불이, 캐나다에서는 먹을 거리를 찾을 수 없는 북극곰의 습격이, 플로리다주에서는 대형 허리캐인이 이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사람도 살아야 하는 거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뿐이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말이야.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이니까."...298p

아키라의 아빠는 대형 산불이 매년 지나가는 자연의 순환 작용 중 하나라고 끝까지 우긴다. 오언은 눈 앞에서 다양한 현상들을 지켜보았지만 자신들의 생활에 이익이 된다고만 생각했지 이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까지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한다. 나탈리의 친구도 자신은 높은 곳에 사니 마치 캠핑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눈 앞의 현실을 알면서도 인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이미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2도씨>는 그런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각자가 해야 할 일뿐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하는 일 또한 제대로 짚어주며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뒷부분이 너무 교훈적이라 다소 걱정이 되어갈 때 쯤(어쨌든 아이들이 끝까지 읽어야 할 테니) 또다른 재미와 반전을 준비하며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책이다.

우리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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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모니카 구티에레스 아르테로 지음, 박세형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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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책에 관한 소설 3권을 연달아 읽었다. 하나는 읽어 보니 진짜 관련된 책은 아니었고(<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인생을돌아보라! #자신감을가져야지)

하나는 한국 소설로 최근 유행하는 힐링 소설이었으며(<책들의 부엌> #힐링 #편안한장소 )

마지막 <리빙스턴 씨의 달빛 서점>이 진짜 서점에 대한 소설이다.



정말 런던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달빛 서점은 다소 까칠한 서점 주인 리빙스턴 씨가 운영한다. 하지만 진짜로 까칠한 사람은 아니기에 이곳엔 방과후 2층 한켠에 자리잡고 천창을 통해 보이는 우주를 연구하는 꼬맹이 올리버가 있고,

1층 한 테이블엔 푸른 스탠드 아래에서 작업 중인 상주 작가가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매주 월요일, 하지만 그 전에 읽던 책이 너무 궁금하거나 다 읽어버리거나 책 속 감정에 헤어나올 수 없어 슬리퍼 채로 아무 때나 서점을 방문하는 드레스덴 부인도 있다.



이들이 이렇게 이곳을 찾는 이유는 역시나 까칠한 듯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리빙스턴 씨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요정 같은, 하지만 계속 되는 취업 실패에 한없이 우울한 아그네스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많은 면에서 <섬에 있는 서점>이 생각났다.

그만큼 편안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책이다.



나에게 안 맞을 것 같아 한국 소설은 멀리 하다가 최근 유행하는 몇 편을 연달아 읽었는데

난, 해외 작품이 잘 맞는 걸로~

나 사대주의인가? 아닌데~ 난 국수주의인데

이상하게 책 만큼은 참 안 맞는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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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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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 도전적이다. 어떻게 책을 읽지 않고 그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하고 반감부터 드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꽤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책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그렇다. 그러니 저자의 말,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처음엔 그 경계에서 어찌 해석해야 할지 몰라 꽤나 헤맸고 결국 읽으면서 메모를 시작했으며 뒤로 갈수록 많은 생각을 이끌어 낸 책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으로 남았다.

책은 총 3장으로 되어 있다. 첫 장에선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경우와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책 얘기를 귀동냥한 경우와 책의 내용을 잊어버린 경우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분류는 저자가 계속해서 책을 설명해 나가는 중 언급된 책에도 자신의 표시가 더해짐으로써 읽지 않거나 읽었지만 잊어버린 경우에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그럼 도대체 정독한 책은 어디 있단 말인가! 저자는 책을 잘 읽었어도 시간이 흐르면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리고 대강의 흐름과 책의 관념만 남기 때문에 읽었지만 잊어버린 경우가 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모두에게 알려진 책에 대한 이미지나 설명을 "집단 도서관"으로 설명하고 책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내적 변화를 "내면의 도서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갖게되는 여러 생각을 "잠재적 도서관"으로 이야기하면서 결국 처음 작가가 쓴 책은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본래의 책 자체는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책이다. 특히 좋은 책이든 좋지 않은 책이든 내게 필요한 책을 고르기 위해 모든 책을 읽을 필요는 없으며 그 과정을 통해 걸러진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내면의 도서관을 통해 각자 다른 식의 책으로 남고 집단 간의 대화를 통해 책에 대해 무한히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잘 생각해 보니 이미 그런 방식들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진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집단 도서관을 통해서이다. 또한 읽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적 도서관을 통해서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 생기고 누군가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책 모두가 내게 울림을 주는 책은 아니다. 각자의 내면의 도서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몇 년 전 김영하북클럽 대상 책이었다. 중고로 구입해 놓고 이렇게 몇 년을 보낸 후 이제야 읽었는데, 아마 그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절대 손에도 대지 않았을 책이어서 무척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름언덕 출판사의 패러독스 01번 책인데 그야말로 생각의 전환을 일깨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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