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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이선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마크 랜돌프(Marc Randolph)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크 랜돌프가 만든 기업 이름은 아마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마크 랜돌프가 만든 기업은 바로 넷플릭스(Netflix)이다. 그렇다. 당신이 오늘도 지하철로 오가면서 핸드폰으로 영화를 봤던 그 넷플릭스를 바로 마크 랜돌프가 만들었다. 마크 랜돌프가 넷플릭스를 만들었다면 왜 상대적으로 그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페이스북하면 마크 주커버그, 애플하면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하면 빌 게이츠가 떠오르는데, 왜 넷플릭스하면 마크 랜돌프가 연결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마크 랜돌프가 1998년 넷플릭스를 스타트업하고, 2003년 넷플릭스를 떠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마크 랜돌프가 최초의 CEO를 맡은 이후 리드 헤이스팅스가 CEO로 넷플릭스를 경영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만난 넷플릭스는 초창기 DVD를 대여하는 넷플릭스가 아닌, 인터넷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일 것이다. 마크 랜돌프는 넷플릭스가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이전에 넷플릭스를 떠났다. 그래서 우리가 그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마크 랜돌프의 자서전인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That will never work)는 그가 넷플릭스를 스타트업하기 이전부터, 넷플릭스를 퇴사하기까지의 인생 여정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그의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그가 가진 스타트업의 노하우가 많이 담겨 있어서 일종의 스타트업 가이드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전체가 460쪽이 넘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실제로 읽다 보면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그가 넷플릭스를 스타트업하는 모든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으며 다윗이 골리앗을 물맷돌 하나로 쓰러뜨리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그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스타트업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창업 이야기에 등장하는 계시의 순간은 너무 단순화했거나 완전히 지어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영감이나 천재같이 낭만적인 개념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진실은 보통 훨씬 더 복잡하다. 형편없는 사업 1000가지를 생각하다가 좋은 구상 하나를 얻는 게 진실이다. 그리고 때때로 나쁜 구상과 좋은 구상을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맞춤형 운동기구, 맞춤형 서핑보드, 맞춤형 개밥. 나는 리드에게 이런 구상을 계속해서 제시했다. 몇 달 동안 연구하고, 수백 시간 토론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 계속 생각을 진정시키다 보니 결국 넷플릭스가 되었다. 나는 어떤 사업 구상이 성공하고 어떤 구상이 실패할지 전혀 몰랐다. 나는 그저 내 회사를 시작하고 싶었고, 인터넷으로 무엇인가를 파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게 다였다." (21쪽)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넷플릭스가 아니었다. 만약 현재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저자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넷플릭스는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을 위한 맞춤형 개밥을 만드는 회사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맞춤형 개밥으로 세계 1위를 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집에 개를 키우지 않는 우리 집 같은 경우는 넷플릭스와 아무 관련이 없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무수한 시행착오와 처참한 실패를 딛고서 살아남은 기업이다. 원래 넷플릭스는 DVD 판매와 DVD 대여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아마존이 DVD 판매로 뛰어들자,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DVD 판매를 접었다. 인터넷 쇼핑의 최강자인 아마존과 DVD 판매로는 경쟁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자체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결국 넷플릭스는 DVD 판매가 아닌 DVD 대여라는 사업에 집중하여, 그들의 이윤 구조를 재편했다.
"집중하라. 이게 성공하는 기업의 비밀 무기다. 넷플릭스 역사를 돌아보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일부를 계속 버려야 했다. DVD 판매를 중단하고, 따로따로 대여하던 서비스를 중단하고, 결국 초창기 넷플릭스 팀 중 많은 사람을 내보내야 했다. 이렇게 앞뒤 가리지 않고 집중하는 게 인정사정없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도 좀 그렇다. 하지만 인정사정없는 것만이 아니다. 뭔가 용기에 가까운 일이다." (322쪽)
내가 마크 랜돌프의 신간을 읽은 이유는 최근에 '블리츠 스케일링'이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단숨에 거침없이 시장을 제패한 거대 기업들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데 넷플릭스의 사례를 종종 언급했기 때문이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제목이 부정적이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서부 개척정신이 살아있는 넷플릭스의 성공신화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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