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전략 - 완벽함에 목매지 말고 ‘페어링’에 집중하라!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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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무더워져서 이제는 더 이상 긴팔을 입고 야외를 돌아다니기 힘든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6월 5일은 24절기 중의 하나인 망종이었다고 합니다. 망종은 소만과 하지 사이에 위치한 절기인데요. 망종이 되면 벼나 보리처럼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린다고 합니다. 망종은 양력으로는 주로 6월 6일 경에 드는데,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은 전통적으로 망종 즈음에 드리는 제사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날씨는 많이 무더워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반년 가까이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지 못합니다. 코로나19의 여전한 확산세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코로나19가 금방 종식되리라 기대했던 나날들이 야속할 정도로, 코로나19는 우리의 살 속에 깊이 박힌 가시가 되어버렸습니다. 작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손톱 밑의 가시가 살에 아픔을 주듯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이러한 시점에 우리는 어떠한 독서를 해야 할까요? 좌절과 절망이 일상화되어만 가는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어떤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요? 지난 6월 5일에 출간된 임춘성 교수의 '베타 전략'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기업이 어떠한 전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간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제는 근시적입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먼 앞날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5개년, 3개년 계획은커녕 연간 계획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종합계획, 마스터플랜 역시 멋지지만 멋없습니다. 엄청난 변화, 변형, 변종이 시시각각 펼쳐지는데, 대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그때그때 업데이트된 상황에 맞게 계속 계속 세워야 하는 게 계획입니다." (9쪽)

저자는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로서,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베타 전략'을 적극적으로 경영 일선에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베타 전략'은 무엇일까요? '베타 전략'은 쉽게 말하면, '알파 전략'의 반대입니다. '알파 전략'이 일류, 일등, 최고, 톱클래스를 지향한다면 '베타 전략'은 쾌속, 중독, 지속의 가치를 지향하며 고객을 기다리게 하지 않고 고객과 긴밀한 페어링을 유지합니다. 모든 것이 바삐 돌아가는 현시대에 최고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 상품은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없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타이밍에 적절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고의 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파 전략'이 기업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베타 전략'은 고객의 욕구만족을 위한 것입니다. 물론 고객의 욕구는 끝이 없기에, 기업은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독자들에게 이렇게 마지막 호소를 합니다.

"어차피 변화는 지속되고 세상은 너무나 다양해지고 다변화되는데 어느 한순간의 모습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순간의 모습을 정형화하고 그 모습에 맞게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게 일류와 이류, 최선과 차선을 구분 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순간으로 끝나고 또 변할 것이니까요. 계속 변하고, 그것도 더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아는 것보다 변화를 어떻게 쫓을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295쪽)

때때로 우리의 삶에서 완벽주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완전하게 하지 못할 바에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는 실수와 실패를 극도로 회피하는 자세를 취하곤 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원래 깔끔하게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흙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실제로 차를 운전해서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씨를 뿌려야 할 때 아무런 씨를 뿌리지 않으면 거두어야 할 때 아무것도 거둘 게 없습니다. 망종을 맞아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어떤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할까요? '베타 전략'을 통해 우리는 변화한 현실에 조금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배울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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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혼자 일하게 된다 - 프리랜서, 1인기업가, 혼자 일하는 사람들의 시대
최하나 지음 / 더블: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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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사람들에게 나의 직업을 소개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프리랜서 기자'라고 자기소개를 한다. 사실 '프리랜서 기자'는 내가 하는 여러 업무 중에 극히 일부분이다. '프리랜서 기자'라고 하기에는 내가 주 중에 하는 일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프리랜서 기자'라고 자기소개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프리랜서'임을 스스로에게 선언하기 위함이다. 나는 누구에게 지시하는 것도 싫고, 누구에게 지시받는 것도 싫다. 그저 상호 평등한 관계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길 원한다. 따지고 보면 어릴 적부터 나는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이 되는 것을 극혐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답답해 보였다. 결과적으로 프리랜서 기자가 된 나의 모습을 보니 조촐하게나마 어릴 적 꿈을 이룬 것 같다.

최근에 최하나 작가의 신작인 '언젠간 혼자 일하게 된다'를 읽으며 적잖게 책의 내용에 공감이 갔다. 최 작가는 프리랜서를 선언한지 5년 차에 접어든 기자이자 작가이며, 불규칙한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프리랜서를 선택한 자신만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려 노력 중인 인물이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졌는데, 1부는 '언젠간 혼자 일하게 된다', 2부는 '프리랜서의 월요병', 3부는 '프리랜서에게도 스승은 필요하다'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있다. 이 책은 사실 체계적인 프리랜서 입문 가이드북은 아니고 작가가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느낀 여러 단상을 에세이라 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솔직한 생활밀찰형 에세이가 내가 느끼는 여러 고민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이 책의 내용과 내가 짧게나마 경험한 프리랜서의 삶을 종합하여 혹시라도 프리랜서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 가지 조언을 한번 생각해봤다.

첫 번째 조언 1. 고정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고정수입은 반드시 확보하라!

이 책에서 저자는 집필을 위한 작업실을 마련하려다가 결국에는 임대료가 부담스러워서 작업실을 마련하지 않고 집에서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프리랜서로서 확고하게 자리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작업실과 같은 고정지출비용을 늘리게 되면, 이는 프리랜서로서의 생명력을 스스로 단축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작업실에 대한 로망과 환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프리랜서로서 어느 정도의 고정수입이 확보되었을 때나 가능하다. 프리랜서 초창기에는 자신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냉철한 계산을 바탕으로 고정지출을 최대한 줄여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현재 나는 신용카드는 후불 교통카드를 제외하고는 일체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결제는 지역화폐 카드로 하고, 지역화폐가 안될 때는 체크카드로 결제한다. 수입이 적을 때는 지출을 어떻게든 줄여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강한 사람이 오래 남는 게 아니라, 오래 남는 게 강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생활비가 보장되는 고정수입을 프리랜서를 선언하기 직전에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프리랜서 직종과 상관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파트타임잡이 있다면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지만 고정지출을 줄이지 않고 고정 수입을 붙잡지 않았다면 그 선언은 공허하다. 국가나 기업이나 프리랜서나 적자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두 번째 조언 2. 일을 몰아서 하려고 하지 말고 소분해서 일을 하고 정해놓은 데드라인에 목숨을 걸어라!

어떤 사람은 프리랜서로 하는 일을 며칠에 몰아서 하고, 나머지 날은 일 안 하고 푹 쉬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며칠에 몰아서 할 일을 매일 할 수 있도록 잘게 나누어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프리랜서는 백수가 아니다. 그냥 노는 사람이 아니다. 날마다 수행해야 할 업무와 과제가 있어야 프리랜서다. 아무리 어려운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적절하게 소분해서 미리미리 준비하면 프로젝트에 대한 피로감과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프리랜서 업무 중에는 데드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가 있고, 데드라인을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업무가 있다. 그런데 사람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존재라서 데드라인이 없는 업무는 계속 일을 미루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의 완성도를 위해서 일을 소분해서 매일 처리하는 것과 일을 하기 싫어서 오늘 할 일을 계속 미루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다. 데드라인이 없는 업무라면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해서 그 업무를 확실하게 종결하는 것이 새로운 업무를 맞는 기본자세이다. 업무를 질질 끌고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는 프리랜서에게 남는 건 후회와 아쉬움 뿐이다.

세 번째 조언 3. 프리랜서로서 생존도 중요하지만 성장도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프리랜서를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마라!

회사는 직급이 있어서 개인의 역량에 따라 승진을 하게 된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승진이 없다. 스스로 프리랜서의 직함을 바꾸고 '셀프 승진'을 할 수 있겠지만, 프리랜서는 애당초 승진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나아지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프리랜서로서 돈을 많이 벌면 성장한 것인가? 일감이 끊이지 않고 바쁘게 살면 성장한 것인가? 프리랜서는 어떠한 기준으로 스스로의 성장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것은 정답이 없고, 프리랜서 스스로 자신의 성장을 위해 고민하면서 절차탁마해야 할 부분이다. 프리랜서는 직장동료도 선후배도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사람이 다 잠재적 경쟁자일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사명과 소명을 위해 프리랜서를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은 실력을 반드시 겸비해야 한다. 전문가는 자신이 별로 내키지 않을 때에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프리랜서는 불철주야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

프리랜서는 낭만적인 직업이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인 직업이며,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사람은 많지만, 프리랜서로서 확고하게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사명을 위해 프리랜서의 길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프리랜서의 길을 추천한다. 언젠간 혼자서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나 1인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최하나 #언젠간혼자일하게된다 #프리랜서 #1인기업 #프리랜서작가 #프리랜서기자 #freelancer #더블엔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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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기준 - 비밀 규약에서 벗어나 최초로 밝히는 애플의 아이디어 창조론
켄 코시엔다 지음, 박세연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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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조금 다른 내용을 만날 때가 있다. 특히 국내 저자가 아닌 번역서를 읽을 때 그런 경우를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책의 영어 원제에서 많이 벗어나 한국의 실정에 맞게 책 제목이 번역되면 한글 책 제목과 책의 원래 내용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이번에 청림출판에서 출간된 '잡스의 기준'이야말로 이러한 느낌의 대표적인 경우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이 책에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어떻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만의 창조적 원칙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보다는 애플의 프로그래머였던, 켄 코시엔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더 실망스러운 건, 켄 코시엔다는 스티브 잡스와 개인적인 친분도 거의 없었고, 부하직원으로서 스티브 잡스 앞에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데모를 보여준 게 거의 전부였다. 솔직히 말해서 스티브 잡스가 켄 코시엔다라는 저자에 대해 얼마만큼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책에 대해 기대했던 것과 실제 책의 내용이 불일치한 것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잡스의 기준'이라는 한글 제목이 아니었을까?. 실제 이 책의 영어 원제는 'Creative Selection'으로 '창조적 선택'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켄 코시엔다는 이 책에서 잡스에 대해서 할 말도 많지 않았고, 잡스와 개인적으로 친밀하지 않았다. 저자는 그저 자신이 애플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했는지 그 개발과정에 어떠한 '창조적 선택'이 있었는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이 '잡스의 기준'이란 한글 제목으로 번역됨에 따라 독자 입장에서는 왜 잡스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는 것이지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저자의 원래 집필 의도와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 잡스에 관한 내용이 아예 없지는 않다. 책의 초반부에 잡스의 까탈스러운 성격에 대해 언급하며 그가 어떠한 목표를 지향하면서 살았는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티브의 생각과 기분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제품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히 일관적이었다. 그는 위대한 애플 제품을 원했고, 데 모 회의를 통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스티브 앞에서 데모를 시연하기 위해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스티브는 내 최근 성과를 확인하고, 피드백과 제안을 통해 결과물이 이상에 보다 가까워지도록 밀어붙이고자 했다." (19쪽)

스티브 잡스가 죽은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영향력 아래 살아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에 관해 더 알고 싶은 게 많은 나로서는 이 책 한 권으로 그에 대한 연구를 만족할 수 없고, 다른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책을 더 찾아봐야 겠다.

#잡스의기준 #아이폰 #아이패드 #켄코시엔다 #청림출판 #apple #실리콘밸리 #맥북 #stevejobs #ipad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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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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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이란 제목과 코끼리가 그려진 표지가 상당히 특이한 책. 코끼리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표지에 코끼리가 그려진 것을 보면 이 무례한 시대를 코끼리처럼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일까?

이 책의 저자 악셀 하케는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타인을 향한 혐오 발언과 품위 없음에 대해 언급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독일도 저질스러운 인터넷 문화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은 분명히 인류에게 좋은 유익을 끼치지만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왜곡된 정보와 불편한 내용이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많은 폐해를 끼친다. 인터넷에 있는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에 충격을 받고 자살한 사람의 숫자는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악셀 하케는 이 시대의 천박함에 대해 이 책에서 때로는 탄식하며 때로는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마지막 장은 '그럼에도 품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목이 달려있다. 천박한 시대에 저자만큼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포기하지 않고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다짐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이 책이 약간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박한 역사책도 아니고, 깊이 있는 영성책도 아니고, 재미있는 에세이도 아니고 저자의 논지가 지나치게 평범해서 이 책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었다. 아마도 내가 느끼는 애매함은 일종의 거리감일 수도 있다. 즉 저자가 경험한 세계와 내가 경험한 세계의 머나먼 거리감 말이다. 나는 동양인이자 한국인으로서, 유럽인이자 독일인으로서 그가 그곳에서의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독일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 너머의 결코 번역될 수 없는 저자의 경험이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는 그리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은 것 같다. 저자가 처음부터 나와 같은 한국인을 위해 이 책을 쓴 건 아닐 테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악셀하케 #무례한시대를품위있게건너는법 #차별 #혐오 #배제 #쌤앤파커스 #휴머니즘 #공존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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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되는 법 - 내 안의 창조력을 깨우는 63가지 법칙
제리 살츠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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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자인 제리 살츠(Jerry Saltz)의 신작 '예술가가 되는 법'(How to be an artist)은 '내 안의 창조력을 깨우는 63가지 법칙'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제리 살츠는 예술 평론가로서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접하고, 동시에 수많은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예술가로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깨달았던 것 같다. 이 책은 100쪽 남짓의 얇은 책이지만, 예술가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그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이 말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14쪽)

예술가는 실제로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기 전까지 실제로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알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구상과 모티브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손을 움직여 시도해보기 전에는 예술이 아니다. 이 책에서 제리 살츠는 만약 예술가로서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것에 도전하라고 말한다. 비록 사람들이 그것을 예술 작품으로 온전히 인정해 주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이 책은 전체가 여섯 개의 스텝으로 나누어졌는데, 스텝 1은 '당신은 완전 아마추어다', 스텝 2는 '실제로 시작하는 방법', 스텝 3은 '예술가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라', 스텝 4는 '예술계로 들어가라', 스텝 5는 '예술계에서 살아남으라', 스텝 6은 '은하계의 뇌에 도달하라'라는 소제목이 각각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55번째 조언인 '가족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였다. 나는 지난 3월에 아이가 태어나 육아에 정신이 없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술가로서 육아를 하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평가한다.

"로렐 나카다테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예술가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항상 무거운 것을 끌고 다니고, 혼돈 속에서 살며, 이해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하거나 두려운 일들을 하는 것이다. 예술과 마찬가지로 아이는 매일 당신을 화나게 만들고 평화로움과 조용함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러다 어느 시점엔가 금세 당신은 아이에게 강한 사랑을 느낀다. 이를 통한 가장 큰 보상은 예술가의 아이들이 놀랍도록 다양하고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126쪽)

사실 나는 예술가가 아니기에, 나의 아들도 예술가의 자녀는 아니다. 다만 나는 나의 자녀가 깊고 넓은 예술의 세계를 어릴 적부터 풍성하게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예술가는 아니지만, 나의 자녀는 예술가적 심미안을 가지고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예술가가 되는 법'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가벼우면서도 가장 흥미로운 책이었다. 육아에 지친 나에게 이 책의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다. 예술에 관심 있거나 예술가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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