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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Martha Vogeler - Paula Modersohn-Becker - WikiArt.org
이효석문학상 2021 작품집에 수록된 최윤의 '얼굴을 비울 때까지'는 2020년에 대상을 탄 기수상작가 자선작으로 실렸다. 한 초상화가가 담담하게 삶의 여정을 돌이켜보는 가운데, 다 밝혀지지 않은 친구 서영의 사연과 다가올 미래가 궁금해진다. 2021년1월1일 문장웹진에 발표한 단편소설. https://munjang.or.kr/board.es?mid=a20103000000&bid=0003&list_no=2276&act=view
아래 발췌글 속 '말타'의 뜻도 그렇고, 그녀의 이상문학상 수상작 '하나코는 없다'에 나오는 여성 '하나코'의 작명을 봐도 그런데, 최윤에게는 특유의 감각과 재치, 비의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하나코는 없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5740&cid=41708&categoryId=4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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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영과 아이들을 가르치던 이 년여의 기간을 대체로 매우 평화로웠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공간은 작은 건물의 삼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가끔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보듯이 밖에 지그재그로 설치된 꽤 가파른 쇠 층계를 통해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삼층에 있던 창문의 자리에 벽을 부수고 문을 내고 층계를 설치한 것은 서영의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서영은 그 층계에 말을 주제로 한 알록달록한 모티브로 색칠 장식을 했기에 누구나의 눈에 띄었다. 매우 이국적으로 들리던 학원의 이름 〈말타〉의 의미가 ‘말타듯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라’는 뜻임을 알고 조금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오는 학원생들에게 전화로 길을 알려줄 때는 늘 ‘알록달록한 말장식이 있는 층계집’이라고 설명을 곁들였다.
지금은 외부 층계를 설치한 건물을 때때로 만나지만,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팬시한 매력을 풍기는데다 어딘지 도발적인 멋이 있었다. 층계는 가파르고 좁았기에 오를 때보다는 내려갈 때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 했다. 특히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미끄러지다 층계 난간에 매달리는 때도 있었다.
나는 서영에 대한 무수한 소문을 들으면서 이따금 질문을 던져 본다. 한 재능 있는 예술가가 어떻게 그 재능을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서영에게 어머니라는 악재는 늘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그녀가 미술판을 떠나 제주도로 내려간 것도 그렇지만 엉뚱하게 약재상집 아들과 만난 것도 서영이 엄마의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인생에서 만나는 악재는 약이 되기도 한다. 악재로 인생에 근육이 붙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지 않던가. 그런데 서영은 그 엄마라는 악재에 지고 말았다. 그녀는 늘 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모녀 관계와는 다른 어떤 관계의 패턴이 서영과 서영의 엄마 사이에는 형성되어 있었다. - 얼굴을 비울 때까지 | 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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