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소설 '무민의 겨울'(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마지막 장이다.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찾아온다. 감기 든 무민을 보살피느라 무민마마가 분주하다.


제목에 겨울이 들어간 무민 책이 두 권 더 있다. '무민과 겨울의 비밀'은 그림책, '무민의 이상한 겨울'은 만화책이다. 그리고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1권에 '무민의 이상한 겨울'이,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3권에 '무민 가족의 겨울'이 수록되어 있다.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은 신문연재 무민 만화 모음집이다.


Moomin-valley calendar By Lars Jansson, Gotlands museum - CC BY 4.0, 위키미디어커먼즈 * 이 그림 위 왼쪽에 앉아 있는 빨간 가로줄 무늬 상의를 입은 이가 투티키.


무민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겨울에는 왜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어? 그랬으면 위로가 되었을 텐데. 내가 여기에서 사과나무가 자란다고 말했었지. 그랬더니 네가 뭐랬어. 하지만 지금은 눈이 자라고 있다며. 그때 내가 우울해하는 줄 몰랐어?" 투티키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모든 일은 직접 겪어 봐야지. 그리고 혼자 헤쳐 나가야 하고."

투티키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뭐, 그렇지. 모험담은 늘 이런 식이지. 구하고 구해지고. 그 뒤에서 영웅들을 따뜻하게 덥혀 주려고 애쓰는 이들 이야기도 누가 한 번쯤 써 주면 좋겠어.’

무민마마는 쓰레기통 뒤에서 작은 장작을 몇 개 찾았다. 찬장 저 깊숙이 숨겨 놓았던 커런트 주스를 꺼냈고, 가루약과 플란넬 스카프도 집어 들었다.

물이 끓어오르자 무민마마는 잘 듣는 감기약에 설탕과 생강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찬장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선반의 커피 주전자 덮개 뒤가 제자리인 오래된 레몬을 섞어 넣었다. - 제6장 첫 번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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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연작소설 '무민의 겨울'(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을 계속 읽는다.


영화 토베 얀손(Tove) 30초 예고편 https://youtu.be/KKC75v34T-c


[네이버 지식백과] 토베 얀손 (해외저자사전, 2014. 5.)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7551&cid=44546&categoryId=44546

손님들은 새롭고 힘든 어딘가로 끌려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얼음 여왕이 오기 전, 그러니까 음식이 동나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하며 앉아 있는 편이 더 재미있었다. 손님들은 저마다 자기 집에 가구를 어떻게 놓았고, 누구와 친척이고 누구와 친했으며, 큰 추위가 와서 온 세상이 변해 버렸을 때 얼마나 끔찍했는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손님들은 화로 곁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고,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무민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눈이 이렇게 오는구나. 땅에서 자라는 줄 알았는데.’ 날이 포근해졌다. 쏟아지는 눈 때문에 주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무민은 여름에 바닷물을 헤치며 걸을 때마다 느꼈던 황홀한 기분이 떠올랐다. 무민은 목욕 가운을 벗어던지고 눈 더미에 풀썩 드러누웠다. 무민은 생각했다. ‘겨울! 이제 겨울도 좋아!’

골짜기가 달의 표면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눈 더미는 거대하고 둥근 빵이나 칼날처럼 날카로운 가장자리가 예쁘게 굽이치는 산등성이가 되어 있었다. 나뭇가지는 온통 커다란 눈 모자를 썼다. 게다가 숲은 어느 독특한 제과업자가 창의적으로 만들어 낸 거대한 생크림 케이크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약속이나 한 듯이 손님들이 모두 몰려나가 한바탕 눈싸움을 했다. 잼은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냈지만, 그나마라도 먹으니 팔다리에 힘이 솟았다. - 제5장 외로운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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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1-30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이 최근에 본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에도 나왔던 배우 같아요!
영화를 찾아봐야겠습니다. 한파가 끝났는데도 바람 때문인지 더 추운 느낌입니다.
마음 따뜻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래요 서곡님^^*

서곡 2024-01-30 12:21   좋아요 1 | URL
네 그러네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신작 주인공이네요 내일이면 벌써 이 달 말일 ㄷㄷㄷ 미미님 오늘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_^
 

[네이버 지식백과] 아브루초주 [Abruzzo]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48053&cid=40942&categoryId=34083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파비오 파라세콜리 지음, 김후 옮김)로부터


Spaghetti alla chitarra By fugsu -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Crespelle agli Spinaci e Funghi(Italian pancake with spinach and mushrooms in cheese sauce) By FakirNL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선대의 고향인 아브루초 지방은 내게 아주 특별한 음식으로 떠오른다. 하프 비슷하게 생긴 나무틀로 뽑아낸 스파게티, 알라 키타라alla Chitarra의 거칠고 독특한 식감이나 맑은 육수에 담근 크레스펠레crespelle(양념된 크레이프) 같은 것들.

아브루초 지방의 파라 산 마르티노 마을은 세계적인 파스타 제조사 코코, 델베르데, 데체코가 위치한 곳이다.

1943년 7월 이탈리아의 도시에 대대적인 폭격이 가해지고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하자,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재위 1900~1946는 무솔리니를 해임하고 아브루초에 수감했다. 9월에는 피에트로 바돌리오1871~1956 원수가 이끄는 새 정부가 연합국과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그러자 독일군은 즉각 이탈리아 북부와 중부, 로마까지 점령했고, 연합군과 이탈리아 정부의 통치 권역은 라치오와 아브루초 이남으로 한정되었다. 무솔리니는 석방되어, 가르다 호숫가에 있는 살로를 수도 삼아서 꼭두각시 정부를 세웠다. 독일군에 점령된 지역에서 이탈리아인들은 당파를 초월하여 국가해방위원회를 결성하고, 파르티잔 민병대를 소집해서 나치와 파시스트 잔당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내가 어릴 적에 아브루초의 할아버지 댁에서 방학을 보내면서 친숙해졌던 아로스티치니arrosticini(양고기 꼬치구이)나 벤트리치나ventricina(돼지고기와 비계를 갈아 양념해서 돼지 방광에 채워 넣은 것)를 내 로마 출신 친구들은 얼마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 댁이 있는 도시는 로마에서 불과 16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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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와인 반 병을 작은 주전자에 붓고 귤과 계피설탕과 생강차 분말 한 봉과 견과류를 넣어 끓였다. (견과류 넣기는 북유럽 레시피에서 보았다.) 지금은 진하게 마시고 싶지 않아서 물을 더 섞고 레몬을 장식으로 걸쳤다. 사진을 찍은 후 레몬은 주전자 속으로 퐁당!


'작은 캠핑, 다녀오겠습니다'(생활모험가 저)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Delirium Musicum & Etienne Gara –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 The Four Seasons: Winter 1] https://youtu.be/GJp9o0NHZdE

뱅쇼는 다 끓고 나면 와인이 거의 반으로 줄어들고 알콜도 날아가 진한 쌍화차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해요. 어쩐지 사라져버린 반절의 와인이 아쉽지만, 그만큼 깊어진 뱅쇼의 맛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뱅쇼를 마시려면 재료를 준비하고 끓이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요. 와인이 바글바글 끓어오르길 기다리는 시간, 주전자를 가만히 응시하기도 하고 이따금 뚜껑을 열어보기도 합니다. 와인이 과일에, 과일이 와인에, 서로가 서로에게 배어드는 촉촉한 시간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거죠. 과일이 아예 보랏빛으로 물들어버린 모습은 신기하고 재밌어요. - 겨울의 차, 뱅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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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산문집 '작은 미덕들'의 첫 글 '아브루초에서의 겨울'에 그 지역의 파스타 요리가 나온다. 

'sagne' with tomato sauce from Abruzzo https://youtu.be/HS--d1DUBuI Sagne https://dict.naver.com/itkodict/#/entry/itko/89a2d794fa03482ea89cdaefea0ec429


[네이버 지식백과] 아브루초 요리 [Abruzzo] (정통 이태리 요리, 2011. 1. 10., 한춘섭, 염진철)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31211&cid=48195&categoryId=48195





가끔 재봉사가 와서 사뇨콜레●를 만들어주었다. 그녀는 허리에 천을 두르고 계란을 깨고 크로체타를 마을로 보내 큰솥을 빌려줄 사람을 찾게 했다. 불그레한 얼굴로 그 일에 몰두했는데 두 눈은 단호한 의지로 빛났다. 사뇨콜레를 잘 만들기 위해서라면 집이라도 불태울 기세였다. 그녀는 옷과 얼굴에 새하얗게 밀가루를 뒤집어썼고 남편이 글을 쓰던 타원형 탁자에 사뇨콜레가 놓였다. ●아브루초 지방의 전통 파스타. - 아브루초에서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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