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루시아 벌린 소설집 '내 인생은 열린 책' 수록작 '루브르에서 길을 잃다'가 출처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묘소 (2023년3월) By ManoSolo13241324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 페르 라셰즈 묘지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87XX39500287


Atmosphere and Environment X, 1969 - Louise Nevelson - WikiArt.org


이튿날 나는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로 프루스트 무덤을 보러 갔다. 화창한 날이었다. 오래된 무덤들이 니벨슨*의 조각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늙은 여자들이 벤치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고 사방에 고양이들이 보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묘지기들과 뜨개질하는 할머니들, 파란 윈드브레이커를 입은 땅딸막한 남자 한 명 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 Louise Nevelson(1900~1988). 우크라이나 태생의 미국인 조각가.

프루스트는 그의 부모와 동생과 같은 자리에 묻혔다.** 가여운 형, 하고 말했을 동생을 상상해보라. 프루스트의 검은 무덤 위에는 파르마 바이올렛 꽃다발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반들반들한 검은 돌로 된 묘석은 세월의 풍파에 닳아 허옇게 된 다른 묘석들과 대비되어 저속해 보였다.

**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와 동생 로베르 프루스트(1873~1935)는 매우 우애가 깊은 형제였다. 로베르는 어렸을 때 형이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고 훗날 부친의 뒤를 따라 의사가 되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폐렴으로 동생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 루브르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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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1-30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묘지는 거의 100년 전에 조성되었는데도 오래된 것 같지 않네요. 생화도 있고, 묘지석도 오래된 것 같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니벨슨의 조각도 사진 잘 봤습니다.
서곡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곡 2024-01-30 20:40   좋아요 2 | URL
1922년 몰이니 진짜 백년 넘었네요 관리를 잘 하나 봅니다 팬들도 늘 꾸준히 찾나 보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굿이브닝되시길요! ^__^

페넬로페 2024-01-30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작품을 읽기로 했는데
발자크도 페르 라셰즈 묘지에 안장되었더라고요^^

서곡 2024-01-30 23:55   좋아요 1 | URL
이 묘지에 많은 대단하신 분들이 계시더군요 우리 나라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발자크! 열독 즐독 응원합니다!! ㅎㅎ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주디스 버틀러 지음, 양효실 옮김) 5장을 마친다. 

Declaration of State of Israel 1948 By Rudi Weissenstein -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아렌트는 유럽에서 파시즘이 발흥한 이유 중 하나를 1차 세계대전 후 무국적 민족이 엄청나게 증가한 데서 찾는다. 민족주의는 법의 지배를 압도하고, 소수 인구는 국적박탈, 축출, 근절에 내몰리게 된다.

아렌트의 표현을 빌린다면 "국적박탈은 전체주의 정치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아렌트가 보기에 국가 없는 민족이 폭력적으로 되몰리는 자연 상태에는 어떤 보호 장치도 어떤 권한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 상태에서 그녀가 그들의 "인간성"이라 부르는 것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1948년에 유엔이 이스라엘 국가를 승인한 뒤 아렌트는 이렇게 예언한다. "유대인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 끝에서 …… 시온주의가 이룩한 것이 파괴될 것이다. …… ‘승리감에 찬’ 유대인들은 완전히 적대적일 아랍 인구들에 둘러싸여 살아갈 것이고, 위협이 끊이지 않을 국경 안쪽에 격리된 채 다른 모든 관심사와 행동이 불가능해질 만큼 물리적인 자기방어에 급급하게 될 것이다"

평등에 근거한 적법한 정치체는 아렌트가 재발하는 무국적성과 고통에 대항해서 추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안전장치다. 소속은 인간 삶의 필요조건이지만 결코 한 정치체의 적법한 토대로 사용될 수 없다. - 한나 아렌트와 민족국가의 종식? (5장 유대주의는 시온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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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작품집 '쾌락과 나날'(최미경 역)을 다 읽었다. 오디오북으로 프루스트의 '어느 소녀의 고백'(이지혜 낭독)을 들었는데 그 단편이 실려 있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한 젊은 아가씨의 고백'). 읽다가 솔직히 지겹기도 했지만 아나톨 프랑스가 쓴 서문과 후반부의 '회한, 시간 색의 몽상들' - 옹플뢰르와 실스마리아가 등장하는 - 은 읽을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Cécile Chaminade - 6 Romances sans Paroles, Op. 76: II. Elevation https://youtu.be/6T9bPOPm0jY '쾌락과 나날' 수록작 '화가와 음악가의 초상'에 나오는 여성 작곡가 세실 샤미나드의 곡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세실 샤미나드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10748&cid=40942&categoryId=40464

6 Pièces humoristiques, Op. 87: I. Réveil · Mark Viner (Chaminade: Piano Music) https://youtu.be/qu0_7auZ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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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씁니다 - 프랑스에서 온 심리치유 운동법, 소프롤로지 121'(플로랑스 비나이 지음, 박태신 옮김)이란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무조건 일단 읽기 시작,몸이 찌뿌둥해서 작은 운동이라도 자주 시도해야겠다.

The Pump Standing Sophrology Exercise https://youtu.be/rzwHtw3l_xQ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과 상상력이다. 독자들은 느리고 깊게 호흡하면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대부분 기법에 상상력이 요구된다.

역자는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에 나오는 일정 부분을 반복해 읽으면서 상상에 빠지곤 했다. 예를 들어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 황량한 벌판에 서있는 오두막집에서 그 집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며 안심하는 대목을 현재 내 상황에 접목해 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플로랑스 비나이 역시 ‘나만의 안정된 공간’을 강조한다. 실제로 그런 장소가 있으면 좋겠지만 상상만으로도 가능하다. - 역자 추천사

넬슨 만델라가 매우 훌륭하게 말한 것처럼, 우리가 바로 우리가 탄 배의 선장이라는 견해를 나는 늘 좋아했다. 내 삶의 실천은 그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 저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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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 이주영 옮김)의 마지막 편 '삶으로부터 잠시 물러나다'의 첫 글이다. 


사르가소 해 By Élisée Reclus (1873)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사르가소 해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1s0012a


지구의 모든 바다 중에서도 유난히 특별한 바다가 하나 있다. 바로 사르가소sargasso*의 바다다. 사르가소의 바다가 독특하고 묘한 바다인 데는 이유가 있다. 해안도, 바람도, 파도도 없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겨우 바다의 행색만 갖추었을 뿐 넓고 큰 바다의 모습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사르가소의 바다는 움직임도, 밀려오는 파도도 전혀 없는 ‘해양 사막’이라고 할 수 있다. * ‘모자반’이라고 불리는 해조류다.

우리도 바람과 해안이 없는 사르가소의 바다처럼 에너지와 희망을 잃어버린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다. 마치 바람이 없어서 움직일 수 없는 배처럼 말이다. 사르가소의 바다는 우리의 삶에 비유하자면 ‘후회’와 같은 것이다. 후회에 사로잡히는 순간, 머리는 복잡해지고 행동은 느려진다. 그래서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고 정처 없이 서성이게 된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없다. 사막을 건너려면 그저 묵묵히 걷고 걸어서 건너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걸어야 한다. 쓸데없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항해를 한다는 것은 길을 정해 따라 가는 것이니 확신이 들지 않아도 묵묵히 따라 가보는 것이다. - 사르가소 _ 피해야 할 후회라는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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