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와 멜빌 / 빌리 버드

전에 임솔아 작가의 단편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를 읽고, 허먼 멜빌의 소설 '선원, 빌리 버드'까지 찾아 읽었더랬다. 임 작가의 이 단편은 멜빌의 이 소설을 리라이트한 작품. 악스트 2020.11.12호의 임솔아 인터뷰에 있는 관련 내용을 옮겨둔다. * 빌리버드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0b3895a

영화화된 멜빌의 '빌리 버드' 1962 By Reynold Brown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강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다는 것의 무게감이 커지는 것 같죠.

임 네, 맞아요. 그 무게감을 제대로 실감하기 시작한 것은 허먼 멜빌의 「선원, 빌리 버드」라는 단편을 읽을 때였어요. 그 소설에서 빌리 버드가 선인으로 나오거든요. 악인으로는 클레거트라는 인물이 나오고요. 이 소설의 결말은 빌리 버드에게 클레거트가 맞아서 죽고, 빌리 버드는 재판을 받아서 죽어요. 소설의 화자는 빌리 버드를 처음부터 교묘하게 옹호하는 시선을 갖고 이야기를 전개시키고요. 화자의 목소리에 동일시되어서 이 이야기를 따라간 독자들은 빌리 버드를 당연히 선인으로만 인식하게 되고요. 만약 화자가 클레거트를 옹호했더라면 클레거트를 선인으로 인식하면서 이 이야기를 소화했을 거고, 선인과 악인이 뒤바뀌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소설은 큐큐출판사에서 고전 리라이팅을 해보라는 청탁을 받아서 읽게 된 소설이었고요. 화자의 관점에 따라 인물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다르게 조종할 수 있다는 소설의 특징을 그때 좀 더 명확하게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 완성본 이전에, 여러 버전으로 초고를 써보았어요. 줄거리 자체는 변한 것이 없는데,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이 많은 이야기 중에 결국 제가 선택한 이야기는 하나인 거잖아요. 나머지 이야기들은 제 컴퓨터 파일 속에만 남아 있게 되고요. 그 이후로 배제된 이야기들에 대해 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임솔아+강화길 미래의 나에게 전해질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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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The Flood), 1660 - 1664 - Nicolas Poussin - WikiArt.org


애니 딜러드의 책 '작가살이'(구 '창조적 글쓰기' 원제 'The writing life')를 올려둔다.





수많은 나쁜 글의 원인은 어떤 강렬한 경험 후에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흔히 따라오는 사후 감정의 홍수다. 이런 사후 감정은 우리 기억을 점령하고, 글을 쓸 때 끼어들어 주의력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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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 옮김)에 아이작(이자크) 디네센(본명: 카렌 블릭센)의 글이 인용된 부분을 찾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카렌 블릭센 [Karen Blixen]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05723&cid=40942&categoryId=40468

Seven Gothic Tales 1934 First edition - Fair use,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60978232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참을 수 있다. • 아이작 디네센 - 제5장 행위

한 개인의 인격이 위대성과 중요성에서 그가 행할 수 있고 생산할 수 있는 어떤 사물도 능가한다고 믿는 것은 인간긍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외과의사와 제빵사 그리고 대저택의 하인들은 그들이 행한 것을 기준으로, 심지어 그들이 하려고 의도했던 것을 기준으로 평가받도록 하라. 위대한 사람들은 현재의 자기 모습으로 판단받는다."*

* 나는 여기서 Seven Gothic Tales(Modern Library)에 있는 아이작 디네센(Isak Dinesen)의 경이로운 이야기인 "The Dreamers"를 인용하고자 한다. - 호모 파베르와 현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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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대의 사람들'(한나 아렌트) '제6장 이자크 디네센'으로부터 남겨두고 싶은 부분을 가져온다. 작가 이자크 디네센의 본명은 카렌 블릭센이다.


Karen Blixen's grave in Rungstedlund, Zealand, Denmark By Maukie -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위기의 삶서 다시 꺼낸 ‘이야기꾼’ 재능…희망의 삶 얻다]http://khan.co.kr/culture/book/article/202002042105005#c2b (장영은)


1968년 『뉴요커』(The New Yorker)에 게재한 미겔(Parmenia Miguel)의 저서 『티타니아, 이자크 디네센 전기』(Titania, The Biography of Isak Dinesen, 1967) 서평이다.

그녀는 이야기 덕분에 사랑을 하게 되었고, 불행이 몰아닥친 이후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모든 슬픔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말로 할 수 있을 경우 여러분은 모든 고통을 참을 수 있다."* 이야기는 일련의 견디기 어려운 사건 자체의 의미를 드러낸다.

* 이 문구는 『인간의 조건』 제5장 「행위」에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은 출처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아렌트는 이 장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하고 있다. "높은 사람의 집에서 일하는 의사와 과자 굽는 자와 하인들은 그네들이 한 일, 심지어 하려고 한 일로 평가받소. 하지만 높은 사람은 그의 신분으로 평가되오." 아렌트는 이 문장의 각주에서 이 문구를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 중 「꿈꾸는 사람들」에서 인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디네센의 철학은 아렌트의 주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옮긴이.

젊은 시절의 인생이 그녀에게 가르쳐 준 것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를 쓰면서도 인생을 시적으로 영위할 수 없고, (괴테가 한 것처럼) 인생을 예술작품인 듯이 영위할 수 없으며, ‘생각’의 현실화를 위해 인생을 사용할 수 없다. 인생은 ‘본질’을 품고 있다(그 밖에 무엇을 포함시킬 것인가?). 회상과 상상을 통한 반복은 이 본질을 해독하여 "만능의 비약"을 여러분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여러분은 여기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구성해내는 특권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삶 그 자체는 본질도 아니고 만능의 비약도 아니다. 만약 여러분이 인생을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면 인생은 여러분을 희롱할 뿐이다. 걸작처럼 드문 숭고한 열정에 몸을 던질 각오를 했던 것(비록 늦기는 했지만 그녀가 핀치-해턴을 만난 것은 그녀 나이 30대 중반이었다)은 삶의 쓰라린 희롱이라는 체험이었다. 이야기하기는 결국 그녀를 현명하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마녀’나 ‘요정’ 또는 ‘예언자’는 결코 아니었다. 지혜는 늙음의 미덕이며, 그것은 어린 시절 현명하지도 신중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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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초에 최은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과 '목련정전'을 읽고서, 악스트 2020.3.4에 실린 최은미 작가 인터뷰를 찾아 읽어야지 했었는데 이제야 읽었다. 


최 졸업하고 바로 직장 생활을 해야 했던 상황이어서 일을 했는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까 거기에 또 적응을 하게 됐어요. 미술사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공부를 다시 한 건 시간이 좀 지난 뒤였어요. 탑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막상 대학원에 가서는 불교의 지옥 그림에 빠지게 됐어요. 도상 해석하면서 경전들을 접하다가 지옥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게 됐는데 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지옥 그림에 안 빠졌으면 소설에 지옥 얘기를 좀 덜 썼을지도 모르겠어요.(웃음)

강 그러고 보니 「목련정전」에 그런 지옥이 나오잖아요. 동쪽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동쪽 문으로 가면 동쪽 문이 닫히고, 서쪽 문으로 가면 서쪽 문이 닫히고, 남쪽으로 가면 남쪽 문이 닫히고, 북쪽 문으로 가면 북쪽 문이 닫히고. 정말 사방이 다 막혀버린…….

최 그랬죠. 다 막혔죠. - 최은미+강화길 끝나지 않은 감정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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