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악랄한 범죄 사건들로 탐정을 가지고 노는 L과 그를 잡기 위해, 그에게 희생당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난 능력을 가감없이 발휘하는 모삼과 무즈선의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


모삼의 추리력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하나도 허투루 판단하는 법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지 않되, 눈에 보이는 대로 추리해나가는 것이 모삼의 주특기다. 자신이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을 감싸고 있는 공기의 형태까지 밝혀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행동이 이루어진 과정과 결과는 물론 그 행동에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범위까지 낱낱이 파헤쳐 진다. 살아있는 상대방을 이런 식으로 기선제압하는 것이 모삼이라면 죽은 자의 모습에 덧씌워진 비밀을 들춰내는 것은 무즈선의 역할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이야기를 함께 흡수할 수 있기에 이 둘은 절대 뗄 수 없는 한 쌍이 된 것이 아닐까.


사실 실제 사건을 모델로 했다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범죄들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아팠던 과거가 시간이 지나 잔인한 현재가 되었다. 끔찍한 기억이 생긴 피해자의 상처를 제때 보듬지 못해서, 그 당시 도움의 손길을 뻗어준 누군가가 없었기 때문에 괴물로 변해버린 이들을 무조건 비판할 수 있을까. 그들이 나락으로 빠진 것에는 공정하지 못했던 법의 심판도 분명 있었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위험한 게임을 하는 이들을 조종하는 L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L은 모삼이 영문도 모른 채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했고,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하게 괴로운 악몽에 빠지게 했다.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보란 듯이 자신의 게임에 모삼을 끌어들였다. 정해진 시간 내에 사건을 해결하게 함으로써 점차 가까워지는 그의 정체. 자신이 고통스러웠던 만큼 누군가도 아파야한다는 마인드라면 L, 그는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기에 명탐정을 상대로 공들여 이런 일을 꾸민 것일지 벌써 마음이 착잡해진다. 


L의 새로운 메시지가 두려우면서도 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삼과 무즈선 덕분에 누군가의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잔인한 범죄로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드러나야만 사건을 둘러싼 일들의 심각성을 깨닫는 우리가 한 번쯤은 이 소설 속에서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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