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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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내가 죽는다면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되는 책이다. 내가 죽었을때... 그러면... 한때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보았던 것 같다. 그것도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그런 것인가보다. 예민한 시기. 죽음이란 것에 눈을 뜨게 되는 시기. 세상을 되돌아보며 의미를 찾기 시작하는 시기...

오늘날 내 굳어진 마음은 더 이상 죽음을 가정하지 않는다. 죽음은 그 시절보다 훨씬 더 현실성있게 다가와있기 때문일 것이다. 난 죽음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몸무게를 조절하고, 건강식품을 먹는다. 그렇게해서 죽음이란 것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도망을 가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언젠가 닥쳐올 것이다. 죽음은 삶과 함께 짝지어진 것이어서, 삶이 시작될때부터 이미 죽음도 같이 시작되는 것이다. 서로를 보지 못한채 나란히 달려가는 그 둘이 언제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리 충분히 많은 세월이 남은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많은 시간도 결코 충분치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을 연습하고, 죽음을 가정하는 한 중학생의 일기는 오히려 더욱 성숙한 것일수 있다. 그네들의 삶은 이렇게 치열했던 것이다. 세상을 마주하며 혼자서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 같은 성인들의 아픔에 못지 않은, 오히려 단단한 외피가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더욱 더 아파할 아이들의 모습을 읽을수 있다.

중학생. 내 아이가 아직 이르지 못한. 그러나 곧 닥칠 세월이다. 아이가 자라듯이 나도 같이 자라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죽음을 다시 일깨워주기도 했고, 커가는 내 아이의 장래에 맞추어 나도 함께 아이를 대하는 시선이 자라야 한다는 것을 깨닿게 해주는 책이다. 내 아이의 세상이 벌써 이렇게 자라났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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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느낌일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5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장지현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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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어떤 느낌일까

난 모른다. 이 책의 그 소중한 이야기들을 읽고나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애란 것이 어떤 것인지. 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을 움직이는데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난 아픈 곳이 많은 사람이다. 딱히 지병이라 할만한 것은 없지만, 병이란 병중에 한번 앓아보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심하게 아프고 마는 병과, 평생을 않고 살아야 하는 장애란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장애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책은 그렇게 장애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아왔던 나에게 물음을 던져준 책이다. 물론 이 물음이 몇일이나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제껏도 가끔씩은 장애문제를 대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얼마자니고 나면 그냥 잊혀지곤 했었다. 머리로 깨닿는 것이란게 그렇다. 또 다른 새로운 것이 머리에 들어오고 삶이란 늘 조금씩 분주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밀려 오래된 것은 잊혀져 간다. 어쩌면 그것이 삶인지도 모른다. 그런 무심한 것이...

모든 사람은 한 사람도 예외가 없이 잠재적 장애인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많았다. 누가 언제 어떤 일로 장애를 입을지 알수가 없는 것이 세상살이이다. 그러나 내가 장애인이 된다는 느낌을 실감나게 받아본 적은 없다. 나는 세상살이에 바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에 많은 관심을 œK는 것이 힘들다.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중에도 내 주변에는 수많은 장애우와 장애인들이 있다. 그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나에게 다가온 책이다. 장애에 대한 논리적 접근이 아니라, 감성으로 다가온 책이다. 그래서 방심하고 있는 내 마음속에 갑자기 쑥- 들어와 버렸다. 이제야 아픔이 느껴진다. 겉으로는 세상의 아픔에 예민한듯하지만 사실은 무디게 살아온 내 마음의 약한 살을 찔러버린 것이다. 그렇다... 장애란 것은... 책 속의 내용이 너무나 천진난만 하기에, 너무나 평이하기에...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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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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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어릴적 성추행을 당해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두 아이의 성추행 사실을 알게된 부모님들의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두 아이들 모두 그 사건으로 정서적인 충격을 받았지만, 부모님들의 대응방식에 따라서 아이들의 정신적 상흔이 남긴 결과는 서로 달랐습니다.

중학교에서 두 아이들이 다시 만났습니다. 어릴적의 친구를 만나서 반가워하는 한 아이를 보고, 다른 한 아이는 모른척 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정신적인 혼란을 겪기 시작합니다. 성적이 떨어지고, 일탈절인 행동을 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던 상처가 덧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책은 상당히 성숙한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고, 동시에 부모님들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상당히 조숙하기에 성숙한 아이들은 이런 책을 읽고 소화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해 있다는 것을 우리들의 과거를 생각해보아도 알수 있습니다.

오히려 미숙한 것은 부모님들의 정신인지도 모릅니다. 몸은 성장하여 어른이지만, 그 마음속에는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아이의 마음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우리들 모두가 이 책에 나오는 상처입은 아이들과 같은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든 어른들도 저마다의 정신적인 상처가 낫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정신적인 충격을 억눌러서 상처를 우선 봉합만 한 작은 유진이가 상처를 잘 극복한 큰 유진이를 만날때 보이는 반응을 우리들 어른들도 때때로 보이게 되지는 않는지요.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큰 교훈을 주는 책이라고 할만합니다. 우리들 성인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보다 더 깊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우리들 자신의 마음이 더 성숙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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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2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는 나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데 어린애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어린이 되어보니 저도 아이를 어리기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과배 아이들 작은 책마을 1
리혜선 지음, 이영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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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의 한국사람들

일본 점령시에게 수 많은 사람들이 만주로 넘어갔다. 그 춥고 척박한 땅을 일구면서 새로운 곳에서 삶을 일구어야 했던 사람들에겐 이루 말로 다할수 없는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아픔이 잘 형상화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이다.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이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이 잘 이루어져 있다.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 힘든 환경에서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어 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재목처럼 사과배가 만들어진 과정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를 이룬다.

이 책에 담긴 아름답고도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에서 사과는 중요한 역활을 한다. 사과는 새로 정착한 어려운 사람에게 소중한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매개체가 된다. 또 이국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그 사과를 사과나무를 키워서 다시 맛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한다.

만주의 척박한 땅에서는 자랄수 없었던 사과나무를, 그곳에서 자생하는 돌배나무에 접목을 해서 결국에는  고향의 맛과 비슷한 사과배를 만들어내게 된다. 사과배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주민들의 회한이 집약적으로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의 상징물인 셈이다.

낮선 곳으로의 이주에서부터 시작해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과배를 만드는 과정은 이주지에 정착하고 그곳에서의 삶을 일구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래서 중국에 사는 한국교포들, 즉 조선족의 문학적 성취인 것이다. 세계로 퍼져나가 새로운 삶을 일구고 있는 흩어진 한국인들의 문학적 성취를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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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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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이 빛나지는 않을지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꼭 삶이 아름다워야만 할까. 꼭 삶이 보람되어야만 할까. 꼭 삶이 행복해야 하는 것일까... 나의 삶이란 결국은 이렇게 흘러가고야 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제껏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그런 생각이 왜 이제와서 갑자기 떠오른 것일까... 아하 그 책 때문이다.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라는...

이 책 속에는 아픔에 관한 기록들이 가득히 들어있다. 나만 아픈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아픔 투성이이다. 소설이 좋은 점은 바로 그때문이다. 나는 내 삶밖에 느낄수가 없다. 소설은 가상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느끼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그것이 비록 자의식이 과잉된 작가의 삶의 모방일지라도... 과잉된 자의식... 그건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인데 뭘...

반갑기도 하다. 세상에 혼자서 서 있는다는 것은 사실 외로운 일이다. 나와 같은, 혹은 비슷한 존재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썩 나쁜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 철처히 혼자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니까... 이 세상에 나와같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닿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사실 나는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세상에 나만이 힘든 것처럼...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위안이 되는 책이다. 아픔을 가진 존재들, 아픔에 병들고 시들어가는 사람들. 일상이라는 그 모순된 비일상적인 아픔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만 천하에 알리는 책. 속 시원하고, 반갑고, 달콤한 책이다. 외로움에 대한 선언서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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