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메종 1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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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넓은 이 도시 안에 내가 살 집은 왜 없을까.' <프린세스 메종>은 도쿄에 나만의 집 한 채를 가지는 것이 목표인 여성 누마고에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누마고에는 고급 맨션(아파트)를 판매하는 모치이 부동산의 '단골'이다. 단골이지만, 모치이 부동산을 통해 집을 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모치이 부동산이 모델 하우스 행사를 열 때마다 꼬박꼬박 참석해 얼굴도장을 찍는 게 전부다. 


모치이 부동산에 갓 입사한 직원들은 누마고에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오래된 직원들은 누마고에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대단하게 여긴다. 그도 그럴게 벌써 몇 년 째 모델 하우스를 들락날락 한 누마고에는 부동산 직원 못지않게 부동산에 해박하고 맨션에 대해서도 잘 안다.






누마고에에게 없는 것, 그것은 오로지 돈이다. 누마고에는 현재 연립주택의 단칸방을 빌려 살고 있다. 선술집에서 밤늦게까지 일해도 쥐꼬리만한 돈을 벌 뿐이다. 열심히 절약하고, 취미도 애인도 가지지 않지만, 집을 살 정도의 돈을 모으기는 아직 어렵다. 


그래도 누마고에는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여자 혼자 도쿄에서 집 한 채 사는 건 무리라고 말해도 귀개의치 않는다. 언젠가는 나만의 집, 나에게 꼭 맞는 운명의 집을 발견할 수 있고 그걸 자기 돈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과연 누마고에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작가는 누마고에 외에도 도쿄에서 혼자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함께 소개한다. 누마고에를 응원하는 모치이 부동산의 파견사원 리코,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바람에 혼자 살게 된 아쿠츠, 사내에서 독신 여성들의 희망의 별로 통하는 카츠키, 맞선에 번번이 실패하는 스미레, 노년의 독신 여성 만화가 이가와 등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닮은 이야기들이다.






저렇게 커다란 창문이 4개나 있는 집은... 얼마나 노력해야 살 수 있을까요? 


이들이 원하는 건 정말 도쿄에 있는 집 한 채일까.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곳, 가끔은 친구를 초대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곳, 애인을 불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언젠가는 가족이 생겨서 아이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왜 이 여성들에게는 그런 공간이 허락되지 않을까. 돈이 없고 번듯한 직장이 없는 여성은 평생 월세 단칸방에서 살아야 할까. 돈이 있고 직장이 있어도 남편이 없고 가족이 없는 여성은 집을 사면 안 되는 걸까. 이들의 고민이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서 한 장 한 장을 읽는 마음이 무거웠다. 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다음 권을 기다려야지(라고 쓰고 보니 벌써 2권이 나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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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들판의 신부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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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으로 유명한 이마 이치코의 오리엔탈 판타지 걸작집 <마른 들판의 신부>가 정식 출간되었다. <마른 들판의 신부>에는 <추방자의 꼬리>와 표제작 <마른 들판의 신부> 전, 후편이 실려 있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배경도 인물도 줄거리도 비슷해 같은 이야기를 듯한 느낌을 받았다.





<추방자의 꼬리>는 마을에 나타난 대왕 도마뱀을 잡으러 추격대로 보내진 두 남자의 모험을 그린다. 한 남자는 사라진 검객 진파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엔이고, 다른 한 남자는 대왕 도마뱀의 습격으로 인해 가장 많은 걸 잃은 여인 한민의 아들 하온이다.


'남자'라고 해도 하온은 아이 티가 폴폴 나는 어린 소년. 엔은 어린애를 데리고 대왕 도마뱀을 잡으러 가는 것이 마뜩잖지만, 어머니의 명예를 걸고 대왕 도마뱀을 잡겠다는 하온의 열정만큼은 높이 산다. 이들은 모험 끝에 백마귀의 성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에 메이라는 아리따운 여인을 만난다. 대체 왜 이 여인은 백마귀의 성에 있는 것일까. 사연의 끝에서 엔과 하온은 자신들의 운명을 알게 된다.





<마른 들판의 신부>는 1년에 두 번밖에 비가 오지 않는 마을에서 자란 소녀 코노리가 마을 사람들이 먹을 식량과 맞바꾸는 대가로 인신공양을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제 겨우 8살인 코노리가 결혼하게 될 상대는 마을에서 7일 정도 걸어가면 있는 농장의 주인 게무리. 게무리는 돼지와 개구리를 합친 듯한 모습이고, 성격은 괴팍하고 잔인해 아내를 여덟 명이나 갈아치웠다는 소문이 있다. 


어린 딸을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울부짖는 어머니와 달리, 신부로 가게 된 코노리는 의연한 모습이다. 어머니는 물론 마을 사람들 전부를 살릴 수 있다면 자기 하나쯤 희생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코노리는 마침 게무리의 농장으로 향하는 말 주인 남자와 함께 게무리의 농장으로 가게 되는데, 길 위에서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두 이야기 모두 아름답고 환상적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추방자의 꼬리>보다 <마른 들판의 신부>가 더 좋았다(유머도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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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드래곤즈 1
쿠와바라 타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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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잡는 배를 포경선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용을 잡는 배는? 2017 일본 만화대상 후보작 <공정 드래곤즈>는 하늘을 누비는 용을 잡고 그것을 팔아 여행을 하는 '포룡선' 퀸 자자호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먹방) 만화다. 

퀸 자자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용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리나케 날아가 온 힘을 다해 용을 잡는다. 용을 잡으면 가장 신선한 상태의 용고기와 용 기름을 팔기 위해 용을 해체하고, 기름을 짜고, 용고기를 팔 수 있는 만큼 팔고 먹을 수 있는 만큼 먹고 남은 것은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를 한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질 좋은 고기와 기름을 공급해도 육지 사람들은 이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포룡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죄수나 무뢰한이라는 인식 때문에 포룡선이 오면 필요한 것만 날름 살 뿐, 선원들에게 발 뻗고 잘 집은커녕 얼굴 씻을 물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포룡선의 유지비를 제하고 나서 선원들에게 떨어지는 돈은 쥐꼬리만하다. 

그럼 이들은 무엇을 삶의 낙으로 삼고 살아갈까. 그것은 바로 방금 잡은 신선한 용고기를 누구보다 맛있게 요리해 먹는 것이다! 특히 용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미카는 용고기를 먹기 위해 위험한 용 사냥에 앞장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사냥도 잘하지만 요리는 또 어찌나 잘하는지. 웬만한 일류 셰프 못지않은 솜씨다 ㅎㅎㅎ





1권에서 미카가 선보이는 음식은 용 꼬릿살 스테이크 샌드위치, 초소형 용을 튀겨 만든 극소룡 악마풍, 감자와 양배추 초절임을 곁들인 용의 간 콩피의 프레스 테린, 용의 붉은 살 해적풍 파스트라미 등등. 용고기는 본 적도 없고 (당연히) 먹어본 적도 없는데 그림만 봐도 군침이 나는 건 왜일까. 용고기는 대체 어떤 맛일까. 하늘을 나니까 닭고기 맛일까. 생긴 게 비슷하니까 장어 맛일까. 아님 고기 중의 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고래 고기? 


미카와 포룡선의 신참 선원 타키타가 티격태격 싸우면서 정드는 모습도 귀엽다. 맛있는 요리도 만들어주고 나쁜 놈한테 복수도 해주는 미카처럼 멋진 남자는 대체 어디에 있나요. 이 또한 용과 마찬가지로 상상의 동물인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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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내가 OO 1
미즈시로 세토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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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쇼콜라티에>, <뇌내 포이즌 베리> 등으로 유명한 미즈시로 세토나의 최신작 <세상에서 제일, 내가 OO> 1권이 정식 발행되었다. 연재 시작 초기부터 재미있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은 작품인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읽어보니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소꿉친구인 세 남자 슈고, 애쉬, 타로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세 사람은 성격도 직업도 라이프 스타일도 저마다 다르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며 고액 연봉을 받는 슈고는 세상 사람들 모두를 적으로 인식하고 전투하듯이 살아간다. 28세 무직인 애쉬는 엄마와 누나한테 용돈을 받아 생활하지만 이런 생활이 싫지 않다.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작화가로 일하는 타로는 착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짝사랑하는 여자한테 고백 한 번 못한다. 


매주 토요일 저녁 카페에 죽치고 앉아서 사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유일한 낙인 이들에게, 어느 날 한 여자가 찾아온다. 여자가 내민 명함에는 '공익법인 세카이 에이전트 773호'라는 글자만 적혀 있다. 편의상 '나나미(일본어로 7은 '나나', 3은 '미츠')'로 불리게 된 여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인간의 '불행'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니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저는 여러분이 불행해지는 걸 보고 싶은 것뿐이에요! ... 최종 측정일은 300일 후, 그 시점에서 가장 불행해진 분께는 '세카이'에서 뭐든지 소원을 이루어드린답니다!"


세 사람은 나나미를 수상하게 여기고 믿지 않지만, 나나미의 '능력'을 확인한 후 자연스럽게 실험 참가에 동의한다. 이어지는 애쉬, 타로, 슈고의 이야기는 셋 중 누구라도 '세상에서 제일, 내가 불행'하다고 주장해도 납득이 될 만한데, 문제는 지금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 300일 후 그 시점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라는 것...! 


행복한 사람은 게임에서 지고, 불행한 사람은 게임에서 이겨 소원을 이룰 기회를 얻게 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과연 세 사람은 자신이 행복해지고 다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소원을 이루길 바랄까, 아니면 다른 두 사람이 행복해지고 자신이 가장 불행해져서 소원을 이루길 바랄까. 불행과 행복, 승리와 패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세 사람의 두뇌 경쟁, 심리 게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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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소중한 이야기 3
로비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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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옆자리 괴물군>을 그린 로비코의 신작 <나와 너의 소중한 이야기> 3권이 정식 발행되었다. 주인공은 전성기의 미야자와 리에 또는 키타가와 케이코를 닮은 미인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각이 없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아이자와 노조미. 그런 노조미가 짝사랑하는 건 3 대 7 가르마의 완고하고 별난 남학생 아즈마 시로다. 


이야기는 아즈마를 짝사랑하는 노조미가 아즈마의 냉정한 태도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시하며 친해지려 애쓰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2권에서 노조미는 자신의 마음을 어렵게 고백했지만, 아즈마는 노조미의 고백에 대해 '좋지 않다'는 지적 내지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노조미의 마음을 거절했다(내 생각에 아즈마는 노조미가 자신에게 고백한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ㅠㅠ).





하지만 노조미는 이대로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대화를 시도해 아즈마와의 거리를 좁힌다. 순식간에 점심시간에 같이 점심을 먹는 사이로까지 발전한다. 3권에서 아즈마는 노조미를 '좋아하는 장소'로 데려간다. 노조미는 아즈마가 자신을 소중한 장소에 데려가 주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아즈마의 차가운 표정을 보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아즈마는 목석인가요 ㅠㅠ). 


그런 아즈마가 노조미에게 뜬금없이 건넨 질문. "아이자와, 심쿵이란 건... 뭘까?" 아즈마를 볼 때마다 심쿵하는 노조미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줄 아는데, 사실 아즈마는 문예부 여학생들이 만든 동인지를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그것도 모르고 노조미의 마음은 콩닥콩닥...!





중학교 시절, 여자아이들이 웃으면서 말을 걸어주는 건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걸 겨우 깨달은 아즈마는, 지금도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거나 심쿵하는 순간이 있으면 이건 착각이라고 되뇌며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모양이다(착각 아니니 마음 좀 알아줬으면 하는 사람은 착각 안 하고, 착각 좀 그만했으면 하는 사람은 착각하는 착각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이래서 언제 둘 사이가 이어지나 초조했는데, 아즈마가 뜬금없이 노조미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급전개 발생! 연애 세포라고는 1도 없어 보였던 아즈마가 노조미를 연애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니 너무 귀엽다. 원래 이렇게 달달한 만화였던가 ㅎㅎㅎ 4권에선 답답한 학교를 벗어난다는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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