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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오늘의 나로 충분합니다
백두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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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기 전에 몇 장만 읽으려고 집었다가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린 책이다. 그림이 많은 책이라서 금방 읽기도 했지만, '삼십 대+비혼+자매+아이돌 덕후'인 저자의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아서 공감 팍팍하며 신나게 읽었다.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전 여전한데요." 저자 백두리는 10대 소녀처럼 좋아하는 것에 맘껏 열광하고 싶고, 20대 청년처럼 방황도 도전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어느덧 뭔가를 책임져야 하고 사회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어른이(어른+아이)'다.
직업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본가에서 독립한 지는 15년째. 가족들은 하루 빨리 결혼하라고, 애 낳으라고 성화지만, 저자는 결혼할 애인도 애 낳을 생각도 아직 없다. 혼자 있을 때 외롭기도 하고 먼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기도 하지만, 연령과 상황에 쫓겨 결혼하고 후회하기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현재의 삶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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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어른되기 힘드네'에는 철들기도 전에 어른이 되어버린 저자가 맞닥뜨린 일상의 풍경들이 담겨 있다. 딸 둘을 다 키운 엄마는 어린애를 키우는 언니를 보며 '좋을 때'라고 하고, 시집가서 애 키우는 언니는 비혼인 저자를 보며 '좋을 때'라고 하고, 저자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노는 조카를 보며 '좋을 때'라고 한다. 왜 항상 '좋을 때'는 지나간 다음에야 보인단 말인가...!
제2장 '연애가 더'에는 저자의 연애 실패담 내지는 비혼 여성으로서 느끼는 외로움, 울적함 등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나이가 돼서 상황에 떠밀려 밀린 숙제하듯' 결혼하는 건 싫지만, 봄이 왔는데 '벚꽃 엔딩'을 들으며 벚꽃길을 함께 걸을 짝이 없는 건 더 싫다. 이거 요즘 내 마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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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어른의 덕질'은 나이가 들어도 팬질을 놓을 수 없는 누나팬, 랜선 이모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저자는 10대 시절 H.O.T., g.o.d 등을 좋아한 이후로는 한동안 팬질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영영 팬질은 '졸업'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덕통사고...! 상대는 아마도 워너원의 '그 분'?? ^^
아이돌 덕질을 시작하고 나서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하고 저자 자신조차 '돌았구나, 네 인생이나 챙겨!'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덕질이 무기력했던 저자의 일상에 새로운 에너지와 활기를 부여하고, 잊고 있던 열정과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게 만드는 자극을 선사했다. 이런 즐거움, 짜릿해! 늘 새로워!
아직 순수하고 풋풋하고 생기 있는 그 친구를 보면서, 빛나는 눈 안에 꿈이 가득한 걸 보면서, 잘 웃고 긍정적이며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그 나이대가 약간 그립기도 하다. 나도 생기 있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갖고 싶어! (137~9쪽)
이 밖에도 어른이 된 후 엄마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언니를 보면서 든 생각, 하염없이 귀여운 조카를 돌보며 겪은 일 등이 가감 없이 솔직하고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 친한 친구와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 떠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에세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