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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로 입사 엄마로 퇴사 - 일하는 매일이 고민이고 전투였다
이주희 지음 / 니들북 / 2018년 3월
평점 :
"부디, 앞으로는 그 누구도 여자라는 이유로 치열하게 살지 않기를 소망한다." <딸로 입사 엄마로 퇴사>는 21년 경력의 워킹맘 이주희의 경험과 애환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삼성전기에 사원으로 입사해 부장으로 퇴사했다. 저자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언제나 남자 직원들에게 뒤처질까 불안했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다.
한편으로는 남자들은 받지 않는 스트레스를 여자들만 받는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남자는 일만 열심히 하고 가정을 등한시해도 크게 책망받지 않는다. 남자들은 능력이 있든 없든 아내의 백업을 받으며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데 반해, 여자들은 능력이 있어도 남편의 백업을 받기 어렵고 오히려 남편과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어쩌면 이런 불합리한 상황 때문에 오기로라도 더 열심히 일했는지도 모른다.
일도 잘하고 좋은 엄마여야 한다는, 내가 나에게 가한 압박과 착취. 나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어. 일과 아이, 그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늘 부족해서 자책하다 피로해진 상태. (106쪽)
책에는 저자가 21년간 워킹맘으로 일하며 직장과 가정 양쪽에서 맞닥뜨린 오해와 편견, 불합리한 상황 등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남성 중심의 가정과 조직, 사회 문화에 숨 막혀 하면서도, 여성들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고 능력을 제약하는 사례도 나온다. 그런 여성들을 욕심 많다, 이기적이다, 비정하다 욕하고 낙인찍는 사회에 대한 고발도 담겨 있다.
퇴사 후 비로소 이해하게 된 전업주부, 전업 엄마, 전업 아내들의 고충과 애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워킹맘으로 일할 때는 아이가 눈에 밟혀 직장을 그만두는 후배들이 안타까웠지만, 21년 만에 '신입'으로 들어온 가정은 직장 못지않게 매정하고 팍팍하다. 출근 시간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그리워지는 '퇴사 후 증후군'도 저자를 울적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하루 중 반나절은 직장인으로 살고 반나절은 엄마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과 엄마, 두 사람분의 하루를 사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구체적인 경험과,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이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