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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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60세에 은퇴 후 집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본격 미스터리 "귀축의 집"으로 제3회 바라노마치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기만의 살의", "나선의 밑바닥", "미네르바의 보복", "살의의 구도" 등을 썼습니다. 그럼, 당시 심사를 맡은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 시마다 소지가 극찬을 한 <귀축의 집>을 보겠습니다.



이야기는 전직 경찰이었던 사립탐정 사카키바라가 기타가와 집안에 벌어진 일들을 수사하며 관련 인물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기타가와와 기지마 아쓰시는 둘 다 같은 지역의 의사인 부모를 두었고 함께 의과대학을 보내서 알고 지냈습니다. 기타가와는 연세가 많은 아버지의 개인 병원을 물려받았지만, 사업을 한다거나 투자를 한다며 무리한 대출을 해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평소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간호조무사였던 이쿠에가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습니다. 아들 슈이치로를 낳고 딸 아야나와 유키나를 낳았으나 바람기는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이쿠에가 밤 10시 넘어 남편의 상태가 이상하다며 기자마에게 와달라며 전화를 했고, 가보니 기타가와는 병원 안 진료실 책상 앞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흘러내리듯 숨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생명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으니 자살이 아닌 병사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다음에 만난 사람은 이쿠에의 고모인 아이자와 기요코입니다. 기요코가 첫째고 아래로 남동생 마코토와 여동생 미에코가 있었습니다. 마코토는 어릴 때부터 약해서 어부인 아버지 일을 못했고, 수산회사에 취직해 사무직원인 가즈에를 만나 이쿠에를 낳았습니다. 가즈에는 낭비벽이 심했고 육아를 방치하더니 결국 남자와 도망갔습니다. 아버지 마코토가 혼자 이쿠에를 키웠으나, 그녀는 간호사 자격증을 딴 뒤 도쿄로 떠나 의사 사모님이 된 뒤로 오질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늦게 와서 경야와 고별식, 초재도 사십구재도 낭비라며 안 한다고 합니다. 이쿠에의 남편이 죽은 뒤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의 고모인 미에코 집에 들어왔습니다. 기요코의 여동생 미에코는 에지마군의 농가로 시집갔고, 남편 겐이치는 성실하고 부지런했으나 아이가 없었습니다. 이쿠에는 일을 하려고 해도 막내는 어려서 힘들다며 미에코에게 양녀로 받아달라고 말했고, 슈이치로와 아야나만 데리고 떠났습니다. 막내 유키나도 미에코와 겐이치 집에서 딸로 사랑을 받으며 지냈는데, 어느 날 집에 불이 났고,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그때의 충격인지 유키나는 말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유키나를 다시 도쿄로 데리고 간 이쿠에는 파양이 결정돼서 친부모 호적으로 돌아왔고, 양부모 재신과 보험금도 친권자인 자신이 관리할 거라고 통보합니다.

재작년 기타가와 아야나의 추락 사건을 담당한 형사, 기타가와 의원의 사무직원, 기타가와 슈이치로의 친구, 기타가와 아야나의 애인이었던 테쓰의 엄마, 작년 슈이치로와 이쿠에의 실종사건 당시 옆집에 살았던 회사원의 이야기에서 또 어떤 비밀이 나타날지, <귀축의 집>에서 확인하세요.




아버지는 자살하고, 양부모는 화재로 죽고, 언니는 사고사하고, 오빠와 엄마는 실종되었습니다. 한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 동정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단순한 자살, 화재, 사고가 아니라면요. 살아남은 막내딸 유키나는 말합니다. "우리 집은 귀축의 집이었어요."라고요. '귀축'이란 단어가 생소해서 찾아보니 본래 불교 용어로, 불교의 개념인 육도 중의 하나로 아귀와 축생을 아우른 '아귀 축생'의 약어랍니다. 이 용어가 변화를 거듭해, 지금은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답니다.

<귀축의 집>은 장의 제목에 나온 인물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고,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누가 이 사건을 파헤치는지를 바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개가 이 책의 묘미이며, 책을 읽을수록 독자가 사건을 수사하는 사립탐정에게 이입되는 효과를 줍니다. 사립탐정 같은 수사력이 없어 반전을 눈치채지 못해, 저자가 뜻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함이 기분 좋았고, 당시 '드물게 완성도를 자랑하는 정밀기계'라는 심사평에 정말 동감합니다. 반전의 묘미와 색다른 전개가 압권인 <귀축의 집>. 저자가 쓴 다른 작품도 어서 출간되길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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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들 네오픽션 ON시리즈 26
기에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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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외의 것만 사랑하는 지독한 비인간주의자인 저자는 실험 대상으로 쓰이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잘 피해 다니겠다는 허무맹랑한 다짐을 자주 하는 편이랍니다. 저자는 순수하게 재밌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운 좋게도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11회 네오픽션상 우수상 수상작인 <귀여운 것들>을 보겠습니다.



토끼 인형 깔랑은 파란 몸뚱이에 부드러운 양털, 쫑긋하게 솟아오른 귀, 검정 플라스틱 눈알과 동그란 코를 가졌습니다. 첫 번째 주인 이희지와는 아기부터 애착 인형으로 함께 지냈습니다. 언제나 깔랑을 손에서 놓을 줄 모르던 이희지의 세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동안, 깔랑의 마음속 한가운데는 언제나 이희지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희지에는 많은 인형이 생겼고, 깔랑은 점점 잊혀갔습니다. 어느 날 깔랑은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선반 맨 밑층의 구석 자리에서 자는 이희지에게 다가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좋아 쓰다듬으려다가 관자놀이에 손을 올리고 말았고, 이희지는 잠에서 깨어 움직이는 토끼 인형을 보게 됩니다. 즉시 깔랑을 멀리 버리기 위해 밖으로 나갔으나 곧 검은 여자를 만났고, 그녀는 버릴 거면 자신에게 달라고 합니다.

검은 여자 집에서 만난 그로테라는 관절 인형은 주인을 사랑했고, 어느 날 주인은 죽었습니다. 그로테와 가장 친했던, 얼굴 밑에 달린 커다란 혹이 있던 쥐와 그로테는 주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제를 두고 싸웠고, 인형들과 동물들은 서로가 심하게 싸웠습니다. 그로테는 도망쳤고 검은 여자 집에 붙들렸으나 다시 주인집으로 갔습니다. 도망친 자신에게 가해질 비난을 각오하고 들어선 주인집에서 만난 쥐는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깔랑은 어떻게 될지, 그로테에게 닥친 심각한 일은 무엇인지, 지점토 인형과 쥐에겐 어떤 일이 생길지, <귀여운 것들>에서 확인하세요.




인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정해준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가오는 어떤 손길도 거부하지 않는다.

그래야 하는 게 인형이다.

p. 59


<귀여운 것들>의 토끼 인형 깔랑, 관절 인형 그로테, 지점토 인형은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였습니다. 밝고 희망찬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알던 귀엽고 멋지고 예쁜 인형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잔혹동화인 탓에 등장하는 인형들의 모양이 모두 기괴합니다. 게다가 생명체도 이상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결국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 죽고 남은 건 인형뿐입니다. 하지만 그 끝이 절망적이지 않고 되레 희망적인 이유는 삐뚤어진 생각과 애정을 가진 인형들이, 겉모습은 기괴할지 몰라도 다시 태어나 함께 걸어가는 마지막 모습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모든 귀여운 것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는 저자의 생각이 투영되어 잔혹동화에서 행복을 기약하는 동화로 변신했습니다. 우린 '귀여운 것들'을 귀여워하지만, 그 애정은 영원하지 않고 찰나입니다. 이렇게 매정한 인간들의 마음을 갈구하는 수동적인 인형의 모습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수많은 동료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 깔랑의 모습을 보며, 어릴 적 애지중지하던 그 인형들도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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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놀라운 자연의 질서
앤디 돕슨 지음, 정미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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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학술 문헌에 1000번 이상 인용될 만큼 인상적이고 탁월한 연구를 발표해온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입니다. 노팅엄대학교에서 암탉 해리어의 다양한 생태학적 측면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마치고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수학적 모델링을 사용해 라임병 및 기타 진드기 매개 감염 위험 변화를 예측했으며, 숙주-기생충의 진화 역학을 추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밀렵 방지를 위해 데이터 과학 기술을 적용하는 등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를 보겠습니다.



40억 년에서 45억 년 전 특이한 특성을 가진 분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자신을 복제해 자손을 만드는 것이 전부였는데 복제자라고 불립니다. 최초의 복제자가 완벽하게 자신을 복제하고, 그 사본이 다시 완벽한 사본을 만드는 일이 무한정 반복되었다면, 복제자는 한 유형만 존재했을 것입니다. 변화가 전혀 없으므로 당연히 더 정교해지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발생한 일은 오류, 그에 대한 다양성, 그에 따른 경쟁, 그에 따른 복잡성, 그에 따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고 삶에서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입니다. 진화는 불완전성의 결과입니다.

치타는 가젤을 잡기 위해 빨라야 하고, 가젤은 치타를 피하기 위해 빨라야 합니다. 대칭적으로 꼭 그래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적응도'는 한 개체가 남길 수 있는 자손의 수에 대한 척도로, 치타는 가젤을 잡지 못하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는데 그치지만, 가젤은 어떤 추격전이든 이기지 못하면 죽기에 적응도는 순식간에 0이 됩니다. 치타와 가젤 사이의 비대칭성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연 선택은 세대 간 필터 역할을 하여 현재 환경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특성을 가진 계통에 우선적 진입을 허용합니다. 가젤의 필터는 치타와의 경주에서 진 가젤은 단 한 마리도 허용하지 않지만, 치타의 필터는 대부분의 치타를 허용하고 연달아 실패한 치타만 처벌합니다. 결론은 치타를 피하기 위한 가젤 유전자가 가젤을 잡기 위한 치타 유전자보다 훨씬 더 강한 선택 압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젤이 경주에 승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가젤의 몸은 승리를 위해 자연 선택에 의해 더 미세하게 조정되었습니다. 이들이 마주칠 때마다 포식자는 끼니를 놓칠 위험만 감수할 뿐이지만, 먹잇감은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고래의 머나먼 조상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만 비교적 최근에는 육지에 사는 네발 달린 생물로부터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로 돌아갈 때 고래는 마지막으로 물을 떠났을 때보다 물에 적응이 덜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아가미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고래는 왜 아가미를 다시 진화시키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바닷물에 포함된 산소는 바로 위에 있는 공기에 함유된 산소의 약 1/3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바다로 간 포유류는 물고기가 1리터의 공기를 마셨을 때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산소를 얻으려면 3리터의 물을 마셔야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바닷물의 염분은 유독하게 작용했기에, 초기의 해양 포유류는 아가미를 발달시키는 대신, 수중 환경에서 공기 호흡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축척해 호흡을 더 잘 하는데 전념했습니다.

이외에도 탁란, 기생, 단장, 노화, 집단생활, 자식/배우자 살해, 잘못된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에서 확인하세요.




그것은 진화이지만, 위대한 성공작은 아니다.

p. 17


우리는 흔히 '진화'를 점점 더 좋고,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자연 선택은 계획이 없고, 앞을 내다보지 않으며, 최종 목적지가 막다른 골목일지라도 유기체의 유전자에 즉각적인 이득만 안겨준다면(즉, 유전자를 불어나게만 해준다면) 해당 형질에 보상합니다. 그에 대한 다양한 예를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통해 진화를 살펴보면, 종, 개체, 유전자 등 어느 관점에서 봐도 진화가 늘 좋은 방향으로만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좋은 방향이 아니라, 진화는 어떤 방향으로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되려 진화는 목적이 없고, 수동적이며, 비도덕적입니다. 진화가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에 대한 답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불완전한 진화 아래 숨겨진 자연의 질서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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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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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일본 니가타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12년 "헌티드 캠퍼스"로 제19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적과 백"으로 제25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을 달성하며 데뷔했습니다. "침식", "나와 모나미와, 봄에 만나다", "209호에는 모르는 아이가 있다", "피뢰침의 여름", "사형에 이르는 병"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범죄 미스터리 <Tiger>를 보겠습니다.



1987년~88년에 걸쳐 발생한 '기타미노베군 여아 연쇄살인사건'에서 살인, 성폭행 및 영리 목적 유괴 등의 죄로 사형이 확정된 가메이도 겐(65)이 암에 걸려 결국 도쿄 구치소에서 사망했다는 조간신문의 사회면에 실린 기사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사건은 30년도 더 된 일이며, 당시 호시노 세이지는 특별 수사본부의 서류 업무 담당이어서 탐문수사, 신변 조사, 취조는 다른 수사관 담당이었습니다. 그런데도 30년 동안,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걸려 있던 사건입니다. 1987년 초여름 초등학교 3학년인 기노시타 리카가 하굣길에서, 1988년 초가을 초등학교 2학년인 야나세 사나에가 또다시 하굣길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두 여아 모두 실종 뒤 며칠이 지나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동일범임을 확신하고 인근에 거주하는 성범죄자를 조사했으나 결정적 증거가 없었습니다. 가메이도 겐과 이요 준이치는 근처 빈집털이나 도둑질을 했고, 절도 용의로 체포해 심문하다 가메이도 겐이 리카를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다음 날 이요 준이치도 자백했고, 매스컴은 용의자를 체포했다며 시끄러웠습니다. 세이지는 세부적인 사항만 자꾸 바뀌는 조서를 보며 위화감을 느껴서 수사 1과 과장에서 의문을 털어놓았습니다. 리카의 속옷에 묻은 침에서 나온 DNA가 가메이도와 일치한다는 과장의 말을 듣고 세이지는 안심했습니다. 결국 재판에서 자백과 DNA형 감정 결과로 사형이 판결되었지만, 2009년 6월 다른 사건에서 DNA를 감정한 결과 억울한 누명을 쓴 케이스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같은 분석법을 이용한 DNA 감정이라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범으로 여겨졌던 가메이도 겐이 옥사했습니다. 남겨진 것은 겐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눈물을 흘린 공범인 이요 준이치입니다.

세이지는 이요와 가메이도의 범행이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 재조사에 나서고, 이를 경찰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친했던 오노데라에게 털어놓습니다. 오노데라는 여론을 움직이면 재심이 가능하다고 조언했고, 올해 국립대에 합격한 손자 아사히에게 이를 의논합니다. 지망했던 대학에 입학한 후로 방에 틀어박혀 일러스트만 그리던 아사히는 영상이 효과가 좋다며 소꿉친구 이시바시 데쓰와 물어봅니다. 기타미노베 사건에 대한 자료를 찾고 확신을 얻은 데쓰는 동영상 제작과 공개에 앞서 피해자 유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요 준이치의 재심 청구를 진행하는 가타기리 변호사, '도치기 종합 텔레비전' 총괄 프로듀서 후쿠나가까지 합세합니다. 아사히의 올린 만화로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씩 받다가, 데쓰의 촬영과 편집을 거쳐 후쿠나가의 감수를 받고 세이지의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올렸습니다. 화제가 되어 지역 방송에 나오고, 전국 방송까지 영상이 나오게 됩니다. 그때 오노데라가 있던 니치에이신보에 소포가 도착하고, 그 안엔 여아용 스커트와 오래된 발톱, 치아 조각, 문서가 있습니다.

도대체 진범은 누구인지, 팀 호시노의 조사는 어떻게 될지, <Tiger>에서 확인하세요.




전직 형사 할아버지와 대학생 손자와 그 친구, 묘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조합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는 목적으로 끈끈해집니다. SNS, 메일 등을 모르는 형사 할아버지는 발로 뛰며 탐문수사를 했고, 영상을 올리고 검색을 하는 것 등은 손주와 친구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여론에 힘을 싣는 전직 기자와 방송 프로듀서도 함께합니다. 처음엔 보잘것없는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이들은 사명을 가지며 진실을 쫓기 시작합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이들을 응원하며 진범이 잡히기를 고대했고, 드디어 아동 성폭행범의 범인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결말로 끝이 나겠다는 안도를 느낄 그때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선사합니다. 마지막에 가한 충격이 너무나 커서 저자의 다른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범죄 미스터리 소설 <Tiger>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저자의 의도대로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이 기분 좋은 작품입니다.


소녀는 잠시 망설였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된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거든 도와주라고도 말했다.

이번 경우는 어느 쪽일까.

p.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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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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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영사기가 돌아가는 영화관에서 자란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연결되는 힘을 경험하고 방송작가로 업을 정했습니다. 지금은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 영화 시나리오, 문학, 에세이 등 분야를 불문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스릴러 웹툰 "홀더"를 2년간 연재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지하실의 새>를 보겠습니다.



꿈속 이야기로 먹고사는 28세 스릴러 작가 김하진은 꿈에서 새가 되어 살인 장면을 목격하고, 잊기 전에 기록합니다. 그가 쓴 글은 너무나 생생해서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고, 악의가 담긴 게시글들이 생겨납니다. 김하진은 소문의 출처를 알고 싶어 출판사에서 소개한 변호사 최강운에게 의뢰를 합니다. '네가 누군지 알아.'란 짧은 게시물을 보여주며, 10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김하진의 첫 기억은 보육원 수녀님이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간 그때부터 시작합니다. 보육원에 들어간 것도 10살이었고, 양부모에게 입양된 것도 10살입니다. 하진을 입양한 50대 후반의 부부는 다정했으나 뭔가 이상했습니다. 가족사진에 있는 털 짐승, 하진은 그것의 대체품이었습니다. 처음엔 하진의 어눌한 말투도 개의치 않았고, 또래보다 작고 앙상한 몸도 볼품없게 보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훌쩍 커버린 하진을 보며 하자품을 데려왔다며 방치했습니다. 그때부터 새가 되는 꿈을 자주 꿨고, 새의 눈은 누군가가 죽거나, 무언가 도륙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꿈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날카롭게 다가왔고, 온몸에 박히듯 새겨지는 끔찍한 기억은 고통스러워 자해하며 그 고통을 잊었습니다. 하진이 20살 성인이 되던 해 교통사고로 양부모가 죽었고, 그의 자해는 심해져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정신과 의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자해를 멈추기 위해 글을 써보라고 가볍게 말했고, 하진은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하진을 찾아온 박지한 형사는 하진의 책에 나온 살인 이야기들이 조사한 살인 사건들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묘사된 내용의 디테일도 실제 사건들의 정황도 거의 똑같다고 합니다. 미결로 종료한 사건을 하진의 책 내용에서 힌트를 얻어 시신을 발견했다며 살인자가 아닌지 추궁합니다. 그때 최 변호사가 들어와 절차 없이 민간인을 추궁했다고 말했고, 박 형사는 최 변호사에게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또다시 꿈을 꾼 하진은 박 형사를 새의 모습으로 봅니다. 꼭 CCTV로 훔쳐본 것처럼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운 하진에게 최 변호사는 책에 나온 이야기 기준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매칭해서 범인이 이미 잡히거나 사고로 마무리된 것을 제외하고 13건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야기 중에 사건이 일어났거나 시신이 발견된 곳을 역추적해서 시작점을 계산하면 송양 시가 나타난답니다. 박 형사의 소장이 접수되고 수사가 시작되면 더욱 힘들어지니 그전에 범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최 변호사의 말에 하진은 송양 시 옆 만조리에 자신이 있었던 보육원이 있다며, 만조리로 갑니다.

만조리에서 하진을 기억하는 진희를 만났고, 그녀는 보육원에 있던 오빠를 찾으러 왔다고 합니다. 하루만 묵고 떠나려고 했던 하진은 진희를 만나 며칠 더 있게 되는데, 약사 아들이자 마을의 이장인 남자가 목이 없어진 채 죽고, 하진은 살해 당시의 모습을 새가 된 채 목격합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경찰 소장과 피해자의 엄마인 약사는 수사를 하지 않고 덮습니다. 이상한 만조리 마을 사람들과, 만조리에서 하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누군지, <지하실의 새>에서 확인하세요.




꿈에서 새가 되어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것도 끔찍한데, 그 살인사건이 꿈이 아니라 실제 사건이라면 어떨까요. 생생한 묘사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은 스릴러 작가 김하진의 팬카페에 작가가 살인자라는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또한 10살 이전의 기억을 잃은 김하진을 알고 있다는 게시글도 올라옵니다. 하진은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첫 기억인 보육원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그곳에서도 새의 모습으로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실제 살인사건이 똑같이 벌어집니다. 하진은 왜 꿈속에서 항상 새 인지, 왜 잔혹한 것만 목격하는지, 왜 살인자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든 것이 의심스럽습니다. 남들이 꾸는 '평범한 꿈'을 원하는 하진을 보며,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한'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보통 사람인 나의 삶이 내세울 것이 없어 보잘것없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 소중한 것임을 깨닫고, 오늘의 일상도 평범하게 지나갔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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