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또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헤어지자, 헤어지자 했는데

외려 더 선명히 떠오르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마음 틈새로 자꾸만 보고 싶은.

 

그래서 가슴이 아픈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나는

그런 날이 또 있었습니다.

 

이정하 시집 [한 사람을 사랑했네] 2010년 출간 본문중에서  본문 p29 중에서.

 

 

 

 

 

 

 

 

 

봄이 되니 나 역시 나른해진다.

볕이 따사로워지는 계절인데, 바람이 거칠어서 안에서 맴맴 돌고 있어서 그런가?

일 없이 창밖만 바라보다가 이제는 모니터만 바라보고, 그러다 또 이런 시 어때요 라며 옮겨 적어본다.

 

 

 

 

 

 설악산 울산바위쪽 .

 

바로 얼마전까지 눈이 내릴 정도로 아직은 추운 날씨.

그런데, 이보소~

" 그까이 추위 쯤이야~"

바위를 등지고 볕을 쬐며 <노루귀> 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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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저택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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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뒷말들을 꿰차고 어느 순간부터 그곳에 자리잡은 커다랗고 오래된 저택.   시시각각 변화하는 계절과 전혀 상관없는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모여드는 시월이다. 

티모시의 독백처럼 시작되는 이 글은,  보통 무시무시하고 음침한 이야기의 조미료 같은 단골들이 하나 둘 소개 될 때마다 마치 이웃집 수다장이가 일상을 떠들어대는 듯 가볍고 친근하게 표현되어 오히려 여유 있을때 부담없이 읽기 좋은 이야기다.

 

미이라도 천 번 할머니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는 소년 티모시가 듣고 만드는 이야기.

이집트 어느 무덤에서 불려와 저주와 함께 도착한 땅에 정착하는 고양이의 유쾌한 여정이 있고.사랑이 하고싶은 다락방 자유로운 영혼 세시가 있으며.

오늘 밤에는 세상의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안에 깃들어야지.

이제 그녀는 타르 웅덩이 옆 길가의 훌륭하게 토실토실 살찐 귀뚜라미 속에 있었다.   다음에는 철문에 맺힌 이슬방울 속에 있었다.

- p27 본문 중에서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괴상한 아이라서 사랑을 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사랑에 빠져버리면 되잖아!

-p28 본문 중에서

 

 

그리고,

'역사가'로 명명된 작은 아이가 있어, 그들 세상을 말하는 시월의 이야기로 우리를 환상으로 이끌어가며 글 읽기의 소소한 행복을 선물해준다 .

 

 

"죽음이란 신비로운 것이란다."
-
"삶은 더욱 신비롭지. 네가 고르면 된단다. 그리고 삶의 끝자락에서 먼지가 되어 흩날리는 일도, 젊음에 도달해서 탄생으로, 탄생 속으로 되돌아가는 일도, 모두 단순히 이상하다고는 표현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니?"
-
"받아들여."
-
"그리고 이 기적을 축하해라."

-본문 p180. <18장 삶을 서두르라> 티모시,어머니,아버지 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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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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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의 일본 여행 후기 속에 언급된 소세키 산방 서재 관련 글을 읽은후 부쩍 읽고 싶었던 [마음].   은근한 분위기의 표지부터 호감인 현암사판이 눈에 띄여 데려온게 지난해 가을인데 이제서야 펼쳐본다.

  

[마음]은 흑백 사진으로 지난 시간을 보여주듯 담백하게 '나'의 회상으로 진행 되지만, 내게는 그 현실감이 한참 잠 못 이루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 글이기도 하다. 

 

'나' 의 '선생님'에 관한 생각과 적당한 마지노선 안에서 차가운듯 피곤하지 않은 거리감은 최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알고 싶어 하지만, 사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보다는 넘겨버리는 것을 선택하는 '나'에 공감하며 어둠의 적막을 핑계 삼아 잠시 생각하고 이제 막 읽기 시작한 글에 줄 한번 그어본다.

 

 

 만약 내 호기심이 다소라도 선생님의 마음을 탐색하는 쪽으로 작용했다면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공감의 실은 그때 가차 없이 뚝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 [마음] p31 본문 중에서

 

 

 

" 자네는 아마 나를 만나도 여전히 어딘가 외로운 기분이 들 거네.   나한테는 자네를 위해 그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팔을 벌려야 하겠지."   -[마음] p33 본문 대화중에서.

 

<선생님과 나>에서 그들이 나누는 말 한마디가 하나 둘 현재를 살아가는 내게 쌓여가고 있다.   좀더 밤이 깊었으면 독서가 아니라,  나도 어쩔수 없는 ‘마음‘ 그 속에 천천히 물들어 가느라 글 한줄에 생각만 늘어질 뻔 했다.

 

 

 

˝하지만 그이는 세상을 싫어하거든요.  세상이라기보다 요즘은 인간이 싫어진 걸 거예요.  그러니 인간의 한 사람인 저를 좋아할 리 없지 않겠어요?˝
-[마음] p57 본문 사모님과 대화중에서.

선생님 마음속에는 세상 그 무엇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어 보이는건 뭐지?   

아직 글 초반이라 이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게 찾아온 생각.
아, 선생님은 어딘가 떠나야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시간은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무심함에서 알고자하는 마음 간섭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도 결국은 변화하는 인간이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녔든지.

 

 

 

" - - - 내 머리로 정리한 생각을 무턱대고 숨기지는 않네.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내 과거를 모조리 자네한테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일 거네."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과거가 낳은 사상이라서 저는 중요시하는 겁니다.   그 둘을 분리한다면 저에게는 거의 가치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저는 혼이 들어 있지 않은 인형을 받은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 [마음]  p 90 본문중에서

 

 

초반에 나누던 짧은 대화가 함축적이고 여러 갈래 '마음'이  보였기에 나 역시 글 읽기를 멈추고 그들의 생각에 아하 끄덕, 현실의 나와 공감되어 끄덕.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고 여기저기 참견할 즈음의 나이 먹은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씀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머물던 시간도, 사는 나라가 달라도 자녀를 탓하는 말씀들은 항상 같기에 아픈 아버지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났던 부분.

 

"옛날에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했는데 어떻게 된 게 요즘은 부모가 자식을 먹여 살린다니까"

- p 122 [마음] 본문 <부모님과 나> 중에서

 

어딘가 염세적으로 보인 선생님.

만약, 첫 전보를 받고 '나' 랑 '선생님' 의 만남이 이뤄졌다면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까?

처음부터 '선생님'에 빠져든 '나' 라면 오히려 그에게 동화되어 더 지독한 외로움과 허무를 맛봤을지도 모르겠다.  

간결하게 쏙쏙 들어오는 문장이 좋았고, 밤이 주는 고독으로 그들에게 물들어가며 넘겨본 이글은 과거에 붙들린 '선생님'도, 그에 의지하는 '나'도 그 방향을 알수없는.[마음] 이였다.

 

" --- 사랑의 만족을 맛본 사람한테서는 좀 더 따뜻한 말이 나오는 법이거든. 하지만... , 하지만 사랑은 죄악이네. 알고 있나?"
- [마음] p45 본문 대화중에서.

" 믿지 않는다는 건 특별히 자네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네. 인간 전체를 믿지 않는다는 거지."
- [마음] p49 본문 대화중에서.

나는 어두운 인간 세상의 모습을 기탄없이 자네에게 보여주겠네. 하지만 두려워해서는 안 되네. 어두운 것을 가만히 응시하고 그 안에서 자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붙잡게.
- [마음] p151 본문 선생님의 편지글 중에서.

현실과 이상의 충돌, 그래도 아직 불충분했지. 나는 결국 K가 나처럼 혼자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갑자기 결심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
- [마음] p267 본문 선생님의 편지글 중에서.

그런 단계를 하나하나 지나면서 남에게 채찍질 당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채찍질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 자신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 하는 수 없이 나는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거지.
- [마음] p269 본문 선생님의 편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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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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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계절이 흐르는 만큼 담대하고 너그러워 지면 좋겠으나, 지나가는 시간이 주는 무게도 덩달아 짊어지느라 작아지고 가라앉으려 한다.   어수선하고 복잡해지는 계산기를 가려볼까, 던져볼까.

기분 좋아지는 글, 즐거운 일을 더 많이 찾아 보고, 멀리 시선을 던져 보기도 한다.   일부러라도 웃으라지 않는가.

이 시간들이 지나면 더없이 마음 가벼운 날이 오겠지.    1단계 2단계 3단계 ...

 

차를 마시고, 마음에 오래도록 담아놓기 위한 글을 들여다본다.   소박했던 그를 만나러 간다.    나 역시 그 '마무리'가 내일이 될지, 십년후 또 몇십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조금씩 천천히 흉내라도 내보려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23p 중에서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춘다. 그 어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으로 산다. 우리 앞에 놓인 이 많은 우주의 선물도 그저 감사히 받아 쓸 뿐,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

---25p 중에서

덧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 자신의 일몰 앞에 설 때가 반드시 온다. 그 일몰 앞에서 삶의 대차대조표가 훤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그때는 이미 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215 p중에서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때가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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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말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착한 말. 

예쁜 포토 에세이를 선호한다면 추천~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주제를 나눠 편안하게 말해주는 타샤의 생활.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파종 보다는 지나가다가 커다랗게 구멍을 파고 한뭉텅이 가득 구근을 심고, 각각의 구획을 나누기 보다는 여러종류의 꽃들이 어우러지게 심는다는 그녀.

멋진 말로 포장 하기보다는 ' 정원을 꾸미고. 좋아하는 인형 극단을 유지하기 위해 삽화를 그렸다'는 말에 그녀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유로움을 위해 맨발로 거니는 모습에서는 조금 고집스런 면모도 살짝 엿보이고, 옛 모습을 좋아해 직접 아마로 실을 꼬아 베틀을 하고 조금은 어둡고 위험스럽지만 촛불로 충분히 좋다는 소녀 같은 모습까지....

좋아하는 일상을 충분히 만끽하기 위해 거침없는 타샤의 면모에 여러번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읽은 두 편의 글은.

흔히 말하는 '영웅' 이나 '위대한 업적' 을 남긴 이들이 아닌, 정원을 가꾸며 자신이 선호하는 시대의 생활로 돌아가 평범하게 지내는 '타샤 전기' 였다.    [타샤의 정원] [타샤의 말] 을 통해 나는 즐거운 타샤를 읽었다.

 

누군가,

생각이 번거롭고, 편안한 생활속에 마음의 불편을 겪을때 읽는다면 좋을듯.

 

차 한잔 마시며 차분하게 타샤의 생활을 엿보고, 그림을 감상하며 그녀가 가꾸는 정원의 향기를 즐겨보길.   저절로 미소가 그려질테니까.

 

 

 

 남들은 어둡다 하여도 타샤 본인은 좋은 촛불 생활.

바람이 위태롭고, 아이들이 못 미덥지만 충분히 조심스런 몸짓으로 그 생활을 영위하는 타샤는 조금은 고집쟁이 같기도...

 

 

직접 만들어서 더욱 의미 깊은 인형 극단.

 한때 생활비에 보탬이 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는 '인형극단' 놀이.

어려서 부터 좋아하던 인형 놀이가 온가족의 여흥이 되고, 이웃의 위안까지 되다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본인이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하지 못 할 생활들.

 

 

수많은 꿈을 간직한 어린 타샤의 희망을 반영한 모습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인형의 집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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