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 냥극하옵니다 안전가옥 쇼-트 24
백승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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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로부터 세자를 지키는 용맹함을 선보이며 숙종의 총애를 받게 되는 금손이.

임금 덕질에 일가견이 있는 부친을 둔 서얼 변상벽.

악명 높은 애묘인인 까치부부 할머니 할아버지 자객.

임금의 고양이 도난 사건으로 일어나는 액션(냥냥) 활극이랄까.
임금의 고양이가 나라의 쥐를 잡는 이야기.

역사와 허구가 살살 버무려져 있고, 고양이를 대하는 집사의 애틋한 마음이 조선시대풍으로 드러나 있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 무엇보다 변상벽이 변빈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적서 차별이 행해질 때마다 변빈이 미안하다며 하는 말 때문이었다.
"나만 양반이라 미안해."
차라리 욕이 나았다. - 39

- 세자의 문제는 금손의 근처에만 가면 기침, 콧물, 홍반 등 알 수 없는 증상이 계속되어 만져 보기는 커녕 가까이 갈 수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세자는 커 가는 금손을 멀리서 바라보며 때때로 궁인들에게 금손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 금손은 어떠한가?"
"여전히 귀엽습니다요." - 170


2024. may.

#성은이냥극하옵니다 #백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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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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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우연히 일부를 보고 관심이 생겨 읽어보았다.

진지한 카툰 에세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철학적인 면모가 있다.

서재, 책, 서가, 고양이... 이런 것들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책장을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카툰이 너무 와닿았다. ㅋㅋ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에 포함된 고양이도 너무....ㅋ

여름방학 숙제로 읽는 고전
- 호밀밭의 파수꾼, 파리대왕, 고양이 요람, 소리와 분노, 길 위에서, 화씨451, 위대한 유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노인과 바다, 죄와 벌, 시간의 주름... 중 겨우 5권만 읽었네? 이거 올해 다 읽어볼까 하는 마음도 생겼다.

2024. may.

#책좀빌려줄래 #그랜트스나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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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제자리에
최정화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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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한국 문학이 가장 잘 묘사하고 몰두하는 것은 '불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편집도 장편도 몹시 즐겨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 읽는 순간 독자에게 불안이 전이되어 뒤끝이 씁쓸한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되곤 해서 요즘은 손이 잘 안 가는 면도 좀 있고.

무능, 피해의식, 망상, 불안, 불균형, 분열, 집착, 편향된 사고, 잔뜩 곤두선 신경증적 자아들의 출현.
나는 저러지는 말아야지 싶은 그런 캐릭터들의 향연.

현대인들의 정신적 과민이 극대화된 인물들이 내 안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한편 한편 흥미롭고 확장성이 있는 단편들인데, 그저 요즘의 내가 못 견디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그 점이 아쉽다.

2024. may.

#모든것을제자리에
#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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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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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트 무비 장르의 하드보일드한 이야기.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부양가족 줄줄이 딸린 가장 보러가드.
가족을 등진 범죄자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숙명..

범죄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데, 재밌다는 추천 하나만 믿고 읽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그래봐야 범죄자... 어차피 강도 짓이나 하겠지 하는 시큰둥한 마음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차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질주 하는 묘사는 정말이지 숨 가쁜... 긴장감이 최대치가 되고,
도대체 이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했다.

전혀 믿을 구석 없는 인간과 협업을 해야만 하는 경제적 곤란도 아내인 키아의 말대로 뭐든 팔고 일을 하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긴 했다. 그러면 이야기가 안되겠지만.
가난한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이들에겐 성실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선택지보다는 범죄에 빠지는 게 훨씬 쉬운 선택지임을 새삼 느끼게 한달까. 
충분히 숙려되지 않은 허술하고 즉흥적이고 촉박한 알콜중독자와 약쟁이 전과자들의 범죄 설계에 좀 실소가 났지만, 국토의 규모가 다르고 다인종 구성의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극심한 별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뭐... 받아들일 수 있다.


- 운전할 때 쫄면 져. 경주가 끝나고 엔진을 전부 재조립할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지기 마련이야. 저 목표까지 가는 것 외엔 뭣도 중요하지 않다는 마음으로 밟아야 해. 씨발, 차를 훔친 것처럼 몰란 말이야. - 22

- 그는 다 마신 커피 컵을 싱크대에 두면서 소박한 꿈과 예상 가능한 꿈을 꾸는 것 중 무엇이 더 슬픈가를 생각했다. - 48

- 보러가드는 슈코르체니 씨의 선한 의도를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제퍼슨 데이비스 소년원의 여타 직원들과는 다르게, 슈코르체니 씨는 보러가드를 실패한 인생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코르체니 씨가 몰랐던, 혹은 이해할 수 없었던 사실이 있다면 보러가드와 같은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사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아버지도 없었다. 보러가드에게 허락된 가족은 구멍 난 타이어와 운수 나쁜 하루가 겹치면 신경쇠약으로 무너질 어머니, 극도의 빈곤에서 살다 죽어간 조부모 뿐이었다. 보러가드와 같은 아이들에게 대학이란 꿈과도 같은 곳이었다. 슈코르체니 씨는 보러가드에게 화성에 가보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 131



2024.may.

#검은황무지 #SA코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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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머리 민음의 시 319
박참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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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의 목소리, 다채로운 시도.

이게 뭔가 하다가 오호... 빠꾸없이 내면을 직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배포가 큰 시인을 만난 것 같다.

<새시대> <창작수업>... 시집 전체가 읽을수록 좋다.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은 시인 박참새.

- 너는 혼자가 아니지만 절대로 같이일 수는 없으며,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은 있지만 그것을 경험한 적은 없다. 너는 이 사건들의 모든 총체이며, 과거이자 기억인 이 시간들은 너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 건축 중

- 여기서는 태어나고 저기서는 죽는 동시성의 모순. 하지만 나는 언제나 살아 있었는걸요. 인간들은 이걸 모릅니다. 내가 늘 꿈틀대고 있었다는 사실. - 청강 중

- 모두가 나를 두고 떠났다. 가장 약한 사람, 가장 아픈 사람, 가장 빠른 사람, 가장 가난한 사람, 가장 가장스러운 사람, 들, 떼, 무리, 집단, 정당...... 모두가 나 이곳을 떠났다. 저곳도 나 이곳을 떠났다. 멸망하는 태양의 딸꾹질 한 손으로 하는 운명의 서커스 백지로 돌아가는 말 세상 단 하나의 잉크. 나는 하루도 허투루 살 수 없었다. 나에겐 매일이 재건이어야 했다. 자멸하기엔 내가 너무 늦었다. 너무 모르고 너무 혼자였다. 나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았다. 이곳은 이곳을 절대 떠날 수 없다. 말이 말을 배반할 수는 없다. - 꿀벌이 완전히 사라지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단 4년뿐이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인간이성애  중

- 그 누구도 속되게 말하진 않지만
내가 나를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 내가 무너질 날 중

- 세상에서 제일 약한, 모양도 색도 제멋대로인, 내가 줍지도 않은, 그저 주어진 것에 불과한 이 낙엽 하나 동봉한다. 아마 너에게 가는 도중에 다 부서지겠지. 엉망이 될거야. 거칠고 맹렬한 입자가 될 거야.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편지 생일 중

2024. feb.

#정신머리 #박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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