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선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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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선』​​

아멜리 노통브 (지음) | 이상해 (옮긴이) |열린책들 (펴냄)

아멜리 노통브를 [살인자의 건강법]이란 소설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역시 읽어보았다. 하지만 지금 만난 [비행선]이라는 소설은 왠지 노통브의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정도의 그로테스크한 감성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말, 잔혹한 방식의 사고 등등이 그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피와 앙주다. 앙주는 피의 아버지인 그레구아르에 의한 고용된 과외교사이다. 고등학생인 피는 이제 열여섯 살이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몹시 불안하다. 이제는 껍질을 깰 때가 온 것이다.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살아야 할 시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 닥친 질풍노도의 시기... 그의 불안은 독서 장애로 이어진다. 소설책 한 권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과외 선생 앙주는 피에게 첫 소설로 적과 흑을 권한다. 그리고 그 둘을 아버지인 그레구아르는 몰래 거울 너머로 감시한다.

피와 앙주는 서로 달랐지만 몹시도 비슷했다. 그 둘은 동전의 양면, 아니면 거울의 앞과 뒤 같은 모양새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았고, 구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혹은 그 구원은 멸망이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가위로 모든 것을 자르고 비행선처럼 둥실 떠오르고 싶은 피... 그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말이 다소 충격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상 가능 한 대목이기도 했다. 피는 진짜 삶을 살고 싶어 했다. 아버지, 어머니 즉 어른들의 삶은 그가 보기에는 가짜 삶이었다. 진짜 살아보지 않은 삶이다. 오히려 소설 속 세계는 간접 경험이지만 진짜로 가득했다. 그런 피를 앙주는 부축인다. 마지막에 앙주의 말은 섬뜩하기도 하다. 지옥이 무엇으로 도배되어 있는지 안다는 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

아이는 스스로 서야 한다. 모든 아이는 비행선이 되어야 한다. 그럴 수 없는 아이는 더 이상 어른이 될 수 없다. 혹 피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것은 앙주가 아니었을까? 또한 드는 생각은 어른은 아이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진짜 삶을 살아야 한다. 진짜의 삶을 여러 번 살아내야 한다. 가짜의 삶, 사이버의 삶, 휴대폰 너머의 삶.. 그것은 과연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가 가장 절망감을 느끼는 순간이 부모가 핸드폰만 보느라고 자신의 물음에 대답도 안 해주고 관심도 안 가져줄 때라고 한다. 아... 지금은 모두가 블랙미러에 빠져있다. 진짜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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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2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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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2세』​​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박우수 (옮긴이) | 열린책들 (펴냄)

왕권은 신에 의해 부여받는 신권인가? 아니면 백성에게 오는 것인가?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2세]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권에는 백성의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다시 알려준다. 리처드 2세는 에드워드 3세 손자로 열 살에 즉위한다. 이른 나이에 즉위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삼촌의 섭정이 이어져 나름 힘든 시기를 거치지만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현명? 한 자이기도 했다. 재임 중 일어난 농민반란을 기지로 봉합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읽는 [리처드 2세]는 셰익스피어의 시각에서 다루므로 그의 다른 면은 읽어내기가 힘들다. 책에서의 리처드 2세는 유약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성급한 이미지이다. 셰익스피어의 책 중 [리처드 2세]가 비교적 역사적 사실의 충실의 반영이라고는 하나 기저에 깔린 취향은 무시 못 할 것이다.

불링브루크와 모브레이가 서로를 반역죄로 기소하게 되고 리처드 2세는 중재를 자청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투 재판을 벌이나 리처드 2세는 즉시 그 둘 모두를 추방시킨다. 그 후 리처드 2세는 불링브루크의 아버지인 곤토의 존의 재산을 압류해서 원정길에 오른다. 그리고 끝까지 전쟁을 치르지 않고 눈앞의 적만 멸한 후 다시 원정길에서 돌아오는데, 이는 곧 화근이 된다. 불링브루크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반란을 일으키게 되니까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리처드 2세를 보는 시각과 불링브루크를 보는 시각은 명백히 차이가 난다. 리처드는 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불링브루크는 나름 자비를 가진 것같이 묘사가 되어있다. 맨 마지막 장을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리처드 2세에서 셰익스피어가 찬탈보다는 폐위로 규정되지만 이 작품보다 앞서서 헨리 6세에서는 요크 가문 사람들은 헨리 불링브루트를 찬탈자로 규정한다. 헨리 6세에서 죽어 가는 모티머는 자신의 조카인 요크에게 무해한 리처드 왕이 은밀하게 살해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불링브루크는 의회의 동의를 얻은 리처드의 폐위로 스스로가 적법한 후계자라고 생각하지만 강제된 폐위를 당한 리처드의 편에서는 불링브루크는 왕권을 유린한 자이다. 오랜 기간 장미전쟁으로 이어지는 영국의 내란은 이런 정통성 시비를 둘러싼 복수전이라 할 수 있다.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아마 가진 자에 의해, 획득된 권력에 의해 구술된 사례집이라는 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권력이 백성에게서 오는 것임을 이처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2세]는 예술이 역사 속으로 파고들 때의 파급력을 가장 크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역사는 기억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억하기 좋은 것은 바로 예술을 통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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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오만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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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기다리던 이누카이 형사 시리즈네요. 이번에는 장기매매인가요? 뭔가 으스스하지만 왠지 해결되리라는 낙관론적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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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상회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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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상회』​​

유키 하루오 (지음) |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유키 하루오는 과연 어떤 작가일까? 그의 작품 [방주]에서 처음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나온 [교수 상회]는 젊은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방대한 분량의 장편을 데뷔작으로 선택하고, 그리고 시대적 배경 역시 현대가 아니라 다이쇼 시대이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도 시대적 배경을 과거로 잡고 소설을 쓰면서 그 시절을 되살려 주는 정서에 한몫을 하는데 비교적 젊은 나이인 93년생 작가가 이런 시대적 배경을 쓰고자 할 때는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을지 짐작이 간다. 왠지 경험하지 못한 시절에는 향수가 있다. 좋았던 시절이든 그렇지 않고 혹독한 시절이든 상관이 없다. 그저 옛 시절은 이제 다시 오지 못할 걸을 알기에 느껴지는 감정일 뿐이다. 이런 시대감을 느낄 수 있는 소설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점점 시대극을 쓰기는 세월이 가면서 힘들어질 테니까 말이다.

이번 소설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바로 무라야마 고도 박사에 대한 사건 의뢰를 그 자신의 집을 턴 도둑 하스노에게 의뢰한 점이다. 도둑에게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탐정 일을 부탁하다니... 그런 미나카미 부인의 결단력과 어찌 보면 현명함이 몹시 본 적이 없는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다. 고도 박사의 살인에 이어지는 용의자들... 그리고 자택 정원에 유기한 대범함... 그 속에 무정부주의자들의 단체인 비밀 결사대 교수 상회가 존재한다는 단서를 얻게 된다. 과연 교수 상회란 어떤 조직일까?

예전 일본에서 그런 유의 단체가 존재했고 일본 다이쇼 시대에 대표적인 무정부주의자였던 오스기 사카에 역시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무정부주의 운동이 활발히 일어났고 아나키즘이라 불렸다. 사회의 정화 시스템을 믿지 않고 국가가 정당하게 권력을 가지지 않고 사유하려 든다고 믿으며 국가의 순기능을 인정하지 못하는 시대에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자율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그것 역시 오류가 있는 것을 지금 현시대에 역사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일본 다이쇼 시대를 공부해 보고 싶다. 컬트 종교를 믿는 집안 분위기의 특성으로 책 속으로 빠져들었던 유키 하루오... 아마 그의 이런 시대물에 대한 필력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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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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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의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생각할 수 없는 모든 것에 상상을 불어넣는다. 과연 천사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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