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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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요노스케 이야기>

이 책은 요노스케가 고향인 규슈를 떠나 도쿄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도쿄로 상경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후 1년간 요노스케가 도쿄란 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비롯해 고향 친구들, 부모님등등의 수많은 등장 인물들과의 만남과 사귐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된 소설의 구성을 그때로 따온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간중간 적은 분량으로 한 번씩 줄띄움이 들어가 있다. 그 내용들은 이어지는 내용도 있고, 며칠의 시간 간격이 있거나, 갑자기 다른 내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처음부터 끝까지 1년이란 시간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대로 묘사하고 있다.

좀 특이한 것은 5월, 8월, 11월, 2월에 이 책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현재와 과거 회상 부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다. 5월달에서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툭 튀어 나왔을 때는 약간 혼란스러웠으나, 그것이 20년 후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는, 그후에 다시 나올 20년후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해지기도 했다.

요노스케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청년이다.
낙천적이고, 게으르기도 하고, 친구에게 빈대를 붙기도 하고...
학교 수업에 지각을 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 동아리, 연애,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 등등 우리들이 대학시절 거쳤을 법한, 그리고 지금의 대학생들이 살아갈 법한 그런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런 요노스케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대학교 1학년에 여자친구를 임신시켜 학교를 그만두고 직장을 잡아 어엿한 한 사람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친구(구라모치), 늘 쿨한 표정의 동성애자 친구(가토), 바닷가에 놀러가는 게 크루즈 여행이란 부잣집 아가씨가 베트남에서 건너온 보트 피플 여자의 아기를 만나, 먼 훗날 아프리카 난민 캠프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쇼코), 유명인사나 재벌가 아들과 어울리며 인생을 허비하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여성(지하루), 우연히 자신의 우체통에 들어 있던 발렌타인 초콜렛의 진짜 주인을 만나 보도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요노스케.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이지만 각각의 의미를 가진 만남들.
그 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서 각자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나아간다.

대학 시절이란 어쩌면 인생의 황금기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다닐 때의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사회와의 경계선에 서게 되는 시기이며, 처음으로 어른으로 인정 받고 책임감을 배워나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처음으로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하는 시기가 대학 시절이며,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되는 시기도 대학 시절이란 것을 알게 된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를 느끼게 되지만, 그 자유는 책임과 의무를 다 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다.

요노스케가 만났던 사람들이 요노스케 덕분에 인생의 방향이 바뀌고 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 요노스케는 그들의 인생의 한 부분이었고, 작은 영향을 주었지만, 사실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요노스케가 참 좋아졌다. 그래서 11월달의 지하루의 회상과 현재에서 요노스케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문장이 나왔을 때, 그만 코끝이 찡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요노스케가 쇼코에게 남긴 사진의 의미가 뭔지 알았을때도.
이 책을 읽는 몇 시간 동안 나 역시 요노스케의 친구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큭큭거리다가 와하하핫하고 웃다가, 어느새 숙연해지는, 그 이야기들 속에 담긴 많은 메세지들..
이 소설은 단순히 청춘을 찬미하는 소설이 아니다. 성장 소설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줄 꺼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대중성과 문학성을 함께 겸비한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난 오늘 그런 책을 만났다.

나도 내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요노스케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 이 소설속에는 한국과 관련된 몇몇 이야기가 나온다.
칼기 폭파 사건, 한국의 민주화 운동, 유학생 김군, 그리고 古 이수현씨 이야기까지.
지나가는 식으로 가볍게 언급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나쁜 의도로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시다 슈이치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이라 보는 쪽이 무방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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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교사
재니스 Y. K. 리 지음, 김안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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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제목과 강렬한 표지 그림.
그리고 재니스 리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에 난 이 책을 골랐다.
작가가 한국인 2세라는 것과 이것이 그녀의 데뷔작이며, 사랑 이야기란 단순한 정보만을 가지고 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홍콩의 상류층이라...
그럼,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일수도 있겠군 이라는 편견을 가진 건 사실이다.
도입부도 그런 분위기였고.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난 책에 점점 집중하게 되었고, 빠른 전개와 독특한 구조, 특이한 소재라는 것에 푹 빠져 버렸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3부는 1950년대와 1940년대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2부는 1940년대 정확히 말하면 제 2차 세계대전 발발 후 그 전쟁의 여파가 홍콩에 밀려들어 오는 시기의 이야기이다.

등장인물은 꽤 많지만, 주인공은 3명으로 집약할 수 있다.
1950년대, 즉 소설에서 현재의 주인공은 클레어와 윌이고, 1940년대의 주인공은 트루디와 윌이다.

클레어는 영국인으로 나이 차이가 많은 남편과 결혼해 홍콩으로 오게된 여자로, 홍콩의 거물 빅터 첸의 집에서 그의 딸 로켓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게 된다. 그녀는 홍콩 상류 사회를 경험하면서, 그들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되고, 그녀는 그날 이후 조금씩 변해가게 된다. 

클레어는 빅터첸의 아내 멜로디의 물건을 훔치면서 그들과 비슷해지고 싶어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 사회에서 이방인일 뿐이다. 그리고 남편이 아닌 남자인 윌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 사랑도 역시 이루어지지 못하고 파경을 맞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그후 홍콩의 상류층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나와 완차이라는 조그만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고, 그곳의 평범한 삶이 진정한 행복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트루디는 포르투갈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유라시아 혼혈계로 홍콩 사교계의 꽃과 같은 존재였다. 그녀와 윌을 서로 사랑을 했지만, 전쟁이 일어나 모든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그녀는 생존과 사랑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윌에게 버림받은 후 희망을 잃었고, 당시 홍콩의 점령군이었던 일본군인에게 살해된 듯 하다.

윌은 영국인으로 트루디와 클레어의 연인이 된 남자다. 트루디와 만날때는 트루디가 주도권을 쥐었지만, 클레어와의 만남에서는 윌이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도 그는 여전히 트루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트루디에게서 등을 돌린 죄악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듯하다.

1940년대와 1950년대를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얼핏 보면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과거와 현재는 끊임없이 교차한다. 
이건 읽다가 느낀 점인데, 클레어는 결국 윌과 트루디 그리고 그들의 과거의 일이 여전히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끼어든 인물이다.
결국 과거는 청산되지 않았고, 여전히 현재에 영항력을 주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그 사이에 클레어가 끼어들게 된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발발 전후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여러가지 묘사가 워낙 섬세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홍콩 상류 게급들의 생활을 비롯해 전쟁 중의 상황, 즉 일본군이 홍콩을 점령하면서 벌어지는 약탈과 살육, 전쟁 포로에 대한 대우, 그리고 홍콩 사회에 있던 상류층인 외국인들과 중국인들의 모습, 그리고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음모와 배신, 상류층 사람들의 독특한 세계관과 가치관등등.
이 책 한 권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피아노 교사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쟁이란 극단의 상황을 지나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인한 사람들의 변화는 처절한 정도였다.
홍콩을 식민지로 두고 있던 영국 정부가 일본군에 밀려 후퇴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묘사는 참혹했다. 오히려 이 소설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쟁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묘사가 많았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전쟁이란 소재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대립을 극도로 몰아가는 하나의 구성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전쟁에 대한 묘사는 또한 제 2차 세계 대전이 홍콩이란 작은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우리가 잘 몰랐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쟁 이야기와 더불어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트루디가 침략자가 영국 정부에서 일본 군대로 바뀌어 버린 홍콩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던히 애쓰던 모습이다. 죽음이냐 생존이냐의 문제에서 트루디는 생존하고, 또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쳤지만, 윌은 영국인의 도덕심과 자존심을 들어 트루디를 용서하지 못하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윌은 그당시 자존심을 세워가면서 트루디를 저버렸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1940년대를 묘사한 부분은 전부 현재형으로 서술된다. 즉, 그에게 있어서 1940년대에 있었던 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트루디는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에 살아 남아 존재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전쟁이란 것이 없었더라면 트루디와 윌은 행복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은 가정일뿐...
전쟁은 두 사람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버렸다.
죽음을 각오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야 하는 게 옳았을까, 아니면 생존과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옳았을까.

이 물음에 대해 난 이렇게 답을 내리고 싶다.
결국 신념을 지키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도 살아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결국, 책의 마지막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트루디의 진실이 모두 밝혀지게 된다. 이미 그녀는 존재하고 있지 않지만, 이제서야 그녀는 눈을 편히 감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윌은 트루디를 잃었다는 큰 상실을 겪었으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고, 클레어는 윌과의 사랑과 상실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난 <피아노 교사>를 읽고 난 후, 전쟁과 상실의 고통을 통해 보여지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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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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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길에서 사는 길고양이(혹은 길냥이)라 불리는 고양이들에 대한 1년 반의 기록이며, 저자가 사는 동네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저자와 나누는 정이 그림과 글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고양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과 더불어 살아 왔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에 사는 고양이들이나 어촌에 사는 고양이들은 찬밥 신세에 애물단지다.
이런 저런 이유야 많겠지만, 쓰레기봉투를 뜯는다던가, 발정났을때 기분 나쁘게 운다던가하는 여러가지 이유로 추방되어야 할 존재로까지 여겨지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럼 고양이가 나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애초 도시에 어촌에 고양이를 들여온 게 누군지를 생각해 보자.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새끼때는 귀엽다고 키우다가 크면 버리는 것도 인간이었다.

도시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생활 환경은 열악하다. 먹을 것이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쓰레기를 뒤지곤 하지만, 쓰레기를 뒤지도록 만든 것 역시 인간이다. 일반 쓰레기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던지, 그냥 비닐 봉투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서는 그걸 고양이 탓으로 돌린다.

고양이들은 인간을 피해 숨어다니면서 음식물 찌꺼기로 연명할 수 밖에 없다. 도시에는 쥐도 없다. 찾아 보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고양이들이 사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게 도시 생활이다.
그러다보니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도로를 건너다가 로드킬을 당하기도 한다.

어촌의 경우, 거문도 고양이의 예를 들어보자.
주민들은 생선을 지키기 위해 고양이를 들여 왔다. 생선을 노리는 쥐를 없애기 위해 고양이를 들여와 놓고는 고양이들이 이젠 피해를 준다고 살처분을 한다. 티비 방송에서 고양이를 무조건 죽여야한다는 주민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처음에 누가 고양이를 거문도에 들여왔는지 그들은 이미 까맣게 잊어 버렸단 말인가. 그건 둘째치고, 죽인다니. 사람도 고양이도 생명을 가진 존중받아야 할 개체다. 그런데,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죽인다라니.. 그건 인간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일 뿐이다.

한국인들은 묘하게 고양이에게 적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은 길고양이로 호칭이 많이 순화되었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는 그냥 도둑 고양이였다.
사람을 전혀 따르지 않고 피해 다니며, 음식을 훔쳐 먹는다고 해서 말이다.

호기심에 고양이 새끼를 데려갔다가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고양이를 다시 버리는 아이들.
생명을 버리라는 부모도, 아무 죄책감 없이 그냥 어린 생명을 귀엽다는 이유로 데려가는 아이들도 문제다. 그런 아이들이 생명의 귀중함을 알고 자라게 될까?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도, 병균을 퍼뜨리는 존재도, 아무 이유없이 미움받고 죽임을 당해야 할  존재도 아니다.
지구라는 곳에 있는 수많은 생명체 중의 하나이며, 당연히 인간과 공존해야할 생명이다.

길고양이들은 하루하루를 목숨을 걸고 살고 있다.
따듯한 햇살 아래 늘어져 잠을 자는 고양이의 모습만 보고, 속편한 녀석들이란 말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 치열한 하루를 사는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뿐이니까.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합시다"라는 취지에서 쓰여진 글이 아니다.
길고양의 삶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자고 이야기한다.
물론 고양이가 너무나도 싫다면 좋아하지 않아도 좋다.
대신 아무 죄없는 고양이를 학대하고 괴롭히는 일은 말자고 이야기한다.
공존의 길을 모색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누군가는 고양이의 수가 늘어나면 인간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하지만, 이것도 다분히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일 뿐이다. 정작 이 지구상에서 개체수 조절에 실패한 건 인간이다. 이건 인간이냐 고양이냐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의 문제이다. 대상이 고양이라고 해서 모든 폭력과 살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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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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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물론 소설도 즐겨 읽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끔은 그런 허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삶의 진솔한 이야기긴 에세이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워낙 입소문을 탄 책이기도 하지만, 책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도 너무나 예뻐서 선뜻 사게 되었다.

소아마비로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았고, 암투병을 하면서 고통스런 삶을 살았지만, 이 에세이에는 어두운 흔적이라곤 눈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밝고 긍정적인데다가 인간미 마저 묻어 나온다.

그렇다고, 이 에세이들이 꿀발린 말로, 꾸며진 말로 쓰여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소박하고, 평이한 문체와 어휘로 쓰여져 있다.

장영희 교수 자신이 살아 왔던 삶의 일부분이 담겨 있는 이 에세이에는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속에 어떤 영향을 주었거나, 혹은 각인처럼 기억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스로에 대해 '나는 이런 훌륭한 삶을 살았수'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폄하하지도 않는, 그런 솔직한 이야기들은 나를 웃게도 만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을 맛보게도 하고, 울고 싶게도 만들었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단지 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 것 뿐인데, 읽고 난 후의 여운은 굉장히 강하다.
그 이유는 그녀 자신이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 냈기때문일까?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희망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너무 먼곳을 바라보고,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닐까?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내는 묵향처럼 내 가슴속으로 파고든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이 책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임을 내게 깨닫게 해 주었다.

故 장영희 교수는 영화속에서 수퍼맨이었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현실에서도 진정한 수퍼맨이었다는 말을 싫어했다고 하지만, 자신은 크리스토퍼 리브가 현실에서도 수퍼맨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물론 故 장영희 교수도 현실의 수퍼우먼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녀 역시 현실의 수퍼우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장애를 딛고, 교수로서 훌륭히 한 사람 몫을 해냈고, 암투병을 하면서도 멋진 책을 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그녀를 진정한 수퍼우먼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은, 장영희 교수 스스로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에게 그 행복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덧> 이 책의 표지를 비롯하여, 책속에는 정일 화백의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이 가득하다.
꽃, 새, 촛불, 사랑하는 사람들....
그림 역시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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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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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17편이 실려 있는 단편소설집 라쇼몽은 고전이나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제재를 따온 것을 비롯, 작가의 아픔과 고뇌가 보여 주는 사소설, 미스터리한 판타지, 기독교나 불교같은 종교를 모티브로 한 소설, 에고이즘, 사실주의 문학까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걸작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

표제작 <라쇼몽>은 헤이안 시대의 사회배경을 소재로 그려진 이른바 역사물이다. 시체가 버려지고 밤이 되면 동물들이 주위를 배회하는 라쇼몽에서 주인에게 버림받은 하인은 자신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선과 악, 어느 것을 선택해야할지 모르는 그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시체의 머리털을 뽑고 있는 한 노파였다. ]

죽은 여인은 뱀을 말려 무사들에게 팔고, 죽어서는 노파에게 머리털을 뽑히고, 하인은 노파의 옷가지를 빼앗는다. 악과 선의 고리가 맞물려 어느 것이 진정 악인지 선인지 이젠 판가름할 수 없다. 결국 모든 세상은 악과 선의 고리가 아귀를 맞춰 돌아가는 것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코>는 어떤 존경받는 스님의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들 코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큰 코로 고민하는 스님이 코를 줄이는 시술에 성공하지만, 결국 그 모습도 비웃음을 사고 만다. 결국 자신의 원래 코를 되찾은 스님은 그제서야 안심을 한다.

겉으로는 존경받는 스님이 자신의 겉모습에 연연하는 모습은 우습기조차 하다. 결국 이 스님은 수행이 모자랐던 게 아닐까. 겉모습보다는 내실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은 큰 코를 되찾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두 통의 편지>는 도플갱어라는 것을 소재로 쓰여진 단편이다. 아내의 부정을 부정하고 싶은 남편의 발버둥이 결국 도플갱어란 것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한다. 아내를 끝까지 믿도 싶은 남편의 모습이 너무나도 처연한 작품이었다.

<지옥변>은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중 가장 길이가 긴 작품이다. 요시히데라는 화공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그려내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요시히데라는 인간의 내면의 갈등이 지옥을 소재로한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인간 요시히데와 원숭이 요시히데는 요시히데 내부의 갈등과 대립을 보여준다. 예술가로서의 긍지를 가진 요시히데는 딸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림을 완성해낸다. 반면 원숭이 요시히데는 아버지 요시히데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로서 딸을 사랑하고 아끼는 요시히데의 마음은 딸이 불타 죽을때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든 원숭이 요시히데로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외적 갈등 요소인 대신과의 갈등은 아버지가 아닌 남자로 딸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반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 갈등은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아 넣게 된다.

인간 요시히데와 원숭이 요시히데의 극명할 정도로의 차이점은 요시히데 내부의 갈등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귤>은 굉장히 짧지만 굉장히 따뜻한 단편소설이며, 단편소설의 묘미를 한껏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난후 누이가 동생들에게 기차의 창밖으로 귤을 던져주는 장면은 어둠이 지나간뒤 비쳐드는 희망의 빛일지도 모르겠다. 

<늪지>는 예술을 위해 살다 죽은 한 가련한 화가를 동정하는 예술가로서의 작가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명을 희생하면서 세상으로부터 얻어낸 유일한 댓가. 아쿠카가와 류노스케 역시 소설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고뇌를 느낀 게 아닐까.

<의혹>은 지진으로 집의 잔해에 깔린 아내를 죽인 한남자가 '나'에게 자신이 겪었야 했던 고통과 번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진후 발생한 화재에 고통스럽게 죽을 아내를 위해 아내를 죽였다고 믿어왔으나, 결국 그것은 아내을 미워하던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고백하는 초로의 남자.  그 죽음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에 대해서 실천윤리학자인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미생의 믿음>은 중국 고전에서 따온 글이다. 오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미생을 통해 말하고 있다. 오지 않을 무언가는 인생의 행복이며 희망이었을까?
'그러나 여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자그마치 7번이나 나온다. 그리고 '나'역시 오지 않을 것을 영원히 기다리고만 있다.

<가을>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첫 현대물이다. 노부코 - 슌기치 - 테루코로 이어지는 세 사람의 관계는 사랑과 그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질투라는 인간 심연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가을이란 제목과 소설속의 가을이란 배경은 애수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묘한 이야기>는 두 통의 편지와 비슷한 느낌이다. 남편이 해외에 있는 동안 밀회를 시도하려는 여자의 정신적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아내 치에코에게 나타난 빨간 모자는 얼굴은 없고 모자의 색깔만 강렬하게 남아 있다. 빨간 모자는 갈망을 얼굴이 없는 사람의 모습은 자신의 부정을 감추고 싶었던, 그리고 아내의 부정을 모른채 하고 싶었던 두 남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버려진 아이>는 어머니의 발광으로 외가에 맡겨져 성장해야 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자신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작품인듯 하다.
태어나자마자 절에 버려저 성장한 유노스케를 생모라는 사람이 데리러 온다. 그곳에서 어머니의 사랑으로 잘 자라난 유노스케는 그 여자가 자신의 친어머니가 아니란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감사하고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슷한 이름은 작가 자신을 보여주는 듯 하다.

<남경의 그리스도>는 기독교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종교 자체보다는 사람의 신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날 창녀가 만났던 것은 질나쁜 기자였는지, 정말 그리스도의 현신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창녀의 믿음이 더욱더 중요한 게 아닐까?

요즘 종교계를 보면 한심할 정도이다.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내 눈에 전부 사이비로 보이는 것은 그들 마음에 진실한 마음이 없어 보여서가 아닐까?

<덤불속>은 미스터리한 이야기 구조가 걸작이다. 한 사건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진술로 구성된 이 소설은 사실은 하나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사실이 얼마나 왜곡되어 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덤불속은 그 진실이 은폐되기 쉬운 장소일 것이다.

<오도미의 정조>는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한 '개화물'이다. 오도미와 신공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인사>는 야스기치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작가 자신의 고백을 담은 사소설이며, 일명 '야스기치물'이라고 한다. 기차에서 마주친 남녀의 미묘한 엇갈림은 연애가 싹트기 시작하는 순간의 설렘과 같은 심정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기차가 평지를 지나 철교로 들어가면서 이미 그 기억은 추억이 되고 말았다. 짧으면서도 긴 여운을 주는 단편이었다.

<흙 한 덩어리>는 현대물로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어머니 오스미와 며느리 오다미의 갈등속에서 싹트는 오스미의 마음은 작가의 영원한 테마 에고이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굉장히 사실적인 인물의 심리 묘사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세개의 창>은 1927년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자살한 년도에 쓰여진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 사람의 죽음이란 소재와 전함의 최후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애 책에 소개된 총 17편의 단편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중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소재도 다양하고, 모티브도 다양하며, 글의 분위기도 다양하다.
<라쇼몽>은 서른 다섯이란 짧은 생을 자살로 마감한 천재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인간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있다. 물론, 누구라도 타인의 불행을 동정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불행을 어떻게라도 극복하게 되면, 이번에는 그것을 바라보던 쪽에서 왠지 섭섭한 마음이 된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같은 불행에 빠뜨리고 싶다는 마음조차 생긴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소극적이기는 하나, 어떤 적의를 그 사람에게 품게 된다. ㅡ 코 中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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