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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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순종적인 아내, 어머니, 집 안의 천사, 심지어 착한 독신 이모라는 인습적 역할의 감수를 요구받았지만, 이 요구가 더 많은 (방랑하고 배우고 쓰고 자유롭게 사랑하며 현재 상황에 도전하는) 자유를 향한 욕망과 나란히 함께하기는 어려웠다. 우리 모두가 그럴 수밖에 없듯이, 이 작가들은 자연의 시간이라는 신화에 갇힌 채 자아분열을 일으켜 때때로 광기를 경험하거나 미친 여자를 만들어냈다.         p.13

 

여성 작가의 좌표를 내리그은 최초의 이정표, 페미니즘 비평의 시대를 연 최초의 책, 문학 읽기의 새로운 길을 연 현대의 고전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미국 출간 43년 만에, 한국어판 출간 13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제인 오스틴에서 에밀리 디킨슨까지, 존 밀턴에서 월트 휘트먼까지 ‘다락방의 미친 여자’라는 키워드로 재구성한 영미 여성 문학사! 너무너무 기대된다! ‘다락방의 미친 독자’ 라는 귀여운 이름의 서포터즈로 한 달 동안 이 책을 만나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출발점은 두 저자가 대학에서 함께 가르친 여성문학 수업이었다. 영문학과 교수로 그들은 제인 오스틴과 샬럿 브론테부터 에밀리 디킨슨,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에 이르는 여성들의 작품을 읽으며, 작품들이 지리적 역사적 심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주제와 이미지가 일관적이라는 데 놀랐다고 한다. 실제로 극단적으로 다른 장르에 속하는 여성 문학을 연구할 때도 여성문학의 고유한 전통이라 할 법한 것을 발견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19세기 여성문학을 정밀하게 연구했다. 저자들은 왜 19세기를 파고들게 되었을까? 19세기는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에밀리 디킨슨 등 거인 같은 작가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였으며, 여성이 작가가 된다는 것이 변칙적이거나 이례적이지 않은 최초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1부에서는 글을 쓰고 읽고 생각하는 일이란 본래 남성의 활동이라고 생각해왔던 부권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아가 그러한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여성을 ‘천사’와 ‘괴물’이라는 극단적인 이미지 안에 가두게 되었는지, 그리하여 이러한 이미지가 여성의 현실적인 삶뿐만 아니라, 여성이 펜을 들게 된 것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3부에서는 밀턴의 악령에서 시작해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당대에 통속 소설로 마크 트웨인을 비롯한 남성 작가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D.H. 로런스는 오스틴에 대해 '매우 불쾌하고 형편없고 인색하고 속물적이라는 의미에서 영국적'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제인 오스틴은 '자신이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에 대한 불편함, 특히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부여한 협소한 위치에 대한 불만, 성적 착취의 경제학'에 대해 끈질기게 보여주었다. 3부에 접어들면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여자를 기껏해야 남에게 봉사하는 이차적 존재, 아이를 낳거나 아담의 사려 깊은 안내에 따라 나뭇가지를 다듬는 참회하는 이브로 여겼던 밀턴의 악령이 여성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대 평론가들은 <제인 에어>의 조악함이나 섹슈얼리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기보다 (그들은 이 책에 나오는 이런 요소를 싫어했다) 사회조직과 관습, 그리고 사회규범을 거부하는 이 작품의 '반기독교성' (간단히 말해서 이 작품의 반항적인 페미니즘)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평론가들은 로체스터의 거만한 바이런적인 성적 에너지 때문이 아니라 제인의 바이런적인 자존심과 열정 때문에,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에 일어난 반사회적인 성적 동요 때문이 아니라 여자 주인공이 사회적 운명에 순종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p.600

 

4부에서는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 샬럿 브론테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5부에서는 조지 엘리엇의 작품들을 분석해본다. 샬럿 브론테는 19세기 많은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집과 '여성의' 역할에 갇힌 채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리고 그런 집과 역할에서 도망치고 싶은 자신들의 열렬한 욕망에 대해 강박적으로 글을 썼던 방식, 대개 (은유적으로) '무아지경' 상태라고 부를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작가였다. 샬럿 브론테의 소설은 여성문학에 나타난 폐쇄라는 문학적 형상과 분신 사용의 관련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19세기 중반의 여성 작가들은 천사 같은 순종과 괴물 같은 자기주장이라는 쌍둥이 같은 유혹에 붙잡혀 있는 가운데 남성 지배 문화에서 문제적인 여성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는데, 가장 두드러진 작가 중에 영국의 조지 엘리엇이 있다. 조지 엘리엇의 작품은 <벗겨진 베일> 밖에 만나보지 못했는데, 다행히도 5부가 이 작품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해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분량이 너무 압도적이라 <미들마치>를 아직 읽어 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다시 한번 도전 욕구가 샘솟는 중이다.

 

 

6부에서는 에밀리 디킨슨의 삶과 작품을 중심으로 19세기 여성 시인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의 동시대인이며 유사한 방식으로 우상 파괴적이었던 두 미국 시인, 남성 시인 윌트 휘트먼과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와 작품을 비교해보는 대목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제인 에어>의 샬럿 브론테, <폭풍의 언덩>의 에밀리 브론테, <미들마치>의 조지 엘리엇에 이르는 18세기말과 19세기의 거의 모든 여성 작가가 '미친 여자'라는 씁쓸한 자화상을 자기 소설의 다락방에 은닉시켰던 반면, 에밀리 디킨슨은 스스로 미친 여자가 되었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디킨슨은 (의도적으로 미친 여자로 분함으로써) 아이러니하게 미친 여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아버지 집의 방에 갇힌 무력한 광장공포증 환자가 됨으로써) 정말로 미친 여자가 되었으니, 그녀의 삶 자체가 일종의 소설이고 이야기시였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자, 이렇게 해서 천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4주에 걸쳐서 조금씩 읽어 보았다. 정말 벽돌 두께의 페이지 때문에 이걸 언제 다 읽나 싶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매주 정해진 분량을 읽어 나갔던 탓에 완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나 이 작품이 궁금하지만 엄청난 양의 두께로 인해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면 망설임을 접어 두고 꼭 도전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영미문학 담론에서 고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동시에 감금, 폐쇄, 거식증, 가스라이팅 등 2022년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꼭 읽어야만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미친' 분신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에밀리 디킨슨은 '나는 아무도 아니다!'라는 말을 했었지만, 우리는 결코 아무도 아니지 않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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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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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마법소녀야. 콤팩트를 이용해서 변신도 하고, 요술봉으로 마법도 쓸 수 있어."
"어떤 마법인데?"
"여러 가지! 제일 멋진 건 적을 쓰러뜨리는 마법이야."
"적?"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에는 적이 아주 많아. 나쁜 마녀나 괴물 같은 거. 난 언제나 적을 해치우며 지구를 지키고 있어."           p.10

 

초등학교 5학년인 나쓰키에게는 가족들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바로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 고슴도치 인형 퓨트와 함께 지구의 위기를 지키는 '마법소녀'라는 점이다. 유일하게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사촌인 유우뿐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는 아키시나의 웅장한 산속에 있는 집에서 매년 백중절에만 만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함께 여름방학을 보내고 나면 일 년간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유우와는 비밀 연인 사이이기도 하다. 나쓰키의 엄마는 유난스러운 성격의 모범생 언니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하고, 아빠는 모든 가정사에 그저 방관할 뿐이다. 나쓰키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외롭게 보낸다. 그래서 나쓰키는 가끔 '사라지기' 마법을 쓴다. 진짜 사라지는 건 아니고, 숨을 죽이고 기척을 숨긴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집 안의 쓰레기통이라고 여기면서 사는 삶은 어떤 걸까.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불쾌한 감정이 부풀어 오르면 나쓰키에게 고스란히 표출해버린다.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나쓰키의 험담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너무도 익숙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상한 건 가족들의 태도만이 아니었다.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와 닮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원 선생님은 아무도 모르게 나쓰키를 불러 쉽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일삼는다. 그게 성적인 학대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말이다. 그렇게 가족과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오랜 세월 언어적으로, 물리적으로 학대를 당해온 나쓰키는 스스로를 포하피핀포보피아별의 마법소녀라고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해 마법을 써야 한다. 온몸을 텅 비우고 복종해야 한다... 엄마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슬리퍼로 내 얼굴을, 머리를, 목을, 등을 내리쳤다. 나는 마음의 스위치가 꺼진 상태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숨을 죽이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땅에 묻힌 타임캡슐처럼 나를 껍데기에 가두고, 묵묵히 견디며 목숨을 부지해 미래로 보낸다.
얼마나 먼 미래까지 목숨을 보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p.66

 

이 작품은 무라타 사야카가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후 단 일 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요술봉과 달콤한 젤리 등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표지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스로를 마법소녀라고 생각하는 사춘기 소녀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단순히 아름답고, 상상력이 지나쳐 현실과 환상을 넘나 드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보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충격을 안겨주는 대단한 문제작이었다. 폭력적인 상황에 처할 때마다 유체이탈 마법을 써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녀의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다가도, 정상을 약간 벗어난 것 같은 소녀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지켜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파란 덩어리의 인간, 금빛 액체로 된 피 등 현실이 끔찍할 수록 구현되는 이미지는 점점 더 동화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소녀가 어른이 된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더 분량도 많고, 더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라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독보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궁금할 만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충격이 더해가는 그런 작품이었다. 세상의 상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에 대한 해석은 놀랍게도 현실과 맞닿아 있다. 세상을 번식을 위한 '인간 공장'으로 인식하는 것이 근미래적이라거나, SF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무런 대책 없이 저출생을 지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떠올려본다면 소설 속 이야기를 허구의 그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금기를 넘어서 미친 짓처럼 보이지만, 사실 점점 정상에서 벗어나 이상해지는 이들의 행동 또한 모두 사회가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미친 것은 이들인가, 사회인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달콤한 이미지 뒤에 숨겨져 있는 파괴적인 상상력의 끝판왕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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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별 아트북 - 명장면&명대사 미니 아트북 + 포스터북
나윤희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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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별>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일제 강점기 경성의 동화 같은 로맨스 웹툰이다.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흠잡을 데 없는 그림체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전개까지 더해져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1926년 일본 지배하의 조선, 군산의 친일파 대지주 집에서 몸종으로 일하던 17세 소녀주인공으로 독립 운동가 두 남자와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는 로맨스 시대극이지만 뻔하지 않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고래별 아트북은 웹툰 <고래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독자들이 소장하고 싶어 하는 명장면 명대사를 담은 미니 아트북(1권)과 미니 아트북에 수록된 일러스트를 한 장씩 떼어 포스터로 쓸 수 있는 포스터북(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판 한정 특별 부록으로 고래별 포토카드 5종도 받을 수 있다. 수아, 의현, 해수의 종이 포토카드 3종과 투명 포토카드 2종이다.

 

 

#51화
모두 잊겠다는 말은 하지 마. 나는 잊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살렸으니 내 숨의 반이 너잖아.
네가 어디에 있어도 나는 찾아갈 수 있어.
몇 번이라도 내가 너를 반드시 찾아낼게.

 

미니 아트북은 독자들이 사랑하고 소장하고 싶어하는 일러스트 15점과 고래별의 명대사를 수록하고 있다.

 

수아가 바다에 빠진 해수를 구하는 장면, 해수와 녹주가 연해주를 떠나 경성으로 향하는 장면, 산으로 도망친 수아와 해수가 함께하는 장면 등 고래별 독자가 뽑은 13컷의 명장면뿐만 아니라, 웹툰에는 담겨 있지 않은 고래별 컬러링북 표지 일러스트와 고래별 아트북 표지 일러스트까지 만나 볼 수 있다.

 

 

포스터북은 미니 아트북에 수록된 일러스트를 한 장씩 떼어 붙일 수 있도록 포스터로 담아냈다. 미니 아트북으로 고래별의 명장면을 다시 한 번 느껴 본 뒤에, 소장하고 싶은 일러스트는 포스터북에서 하나씩 뜯어 나만의 공간에 전시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포스터북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는데, 커다란 판형에 손쉽게 뜯어지는 제본 방식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참 좋다. 책을 그대로 비스듬하게 세워두어도 좋고, 한 장씩 뜯어 벽에 붙이거나 액자에 넣어 걸어두어도 근사한 소품이 되니 말이다.

 

 

#104화
"인어 공주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 답을 나는 반만 알게 된 것 같소. 목소리를 잃은 채 바다를 떠나고 뭍의 사람을 사랑했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었다는 것을.
물의 사람은 마음속에 품은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감히 돌이킬 수도, 꺾을 수도 없는 것이었소.

 

포스터북을 활용해 나만의 공간에 내가 원하는 대로 전시회를 열어볼 수도 있겠다.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공간을 꾸며볼 수 있으니 더욱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사실 좋아하는 그림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사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고래별 아트북은 합리적인 가격과 딱 좋은 크기의 사이즈, 그리고 <고래별>이라는 근사한 작품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일석 이조가 아닐까 싶다.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으로 공간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마법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고래별 아트북을 활용해 보자. 마스킹 테이프로 심플하게 벽에 붙여도 좋고, 근사한 액자에 넣어도 좋다.

 

 

동화 속 인어 공주는 목소리를 잃은 채 바다를 떠나고, 뭍의 사람을 사랑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중에서 인어 공주가 가장 슬펐고, 또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굳이 목소리까지 잃어 가면서 물 밖으로 나왔건만, 겨우 사랑 때문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결정이 어린 내게는 쉽게 공감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래서 <고래별>이라는 작품은 읽기 시작할 때부터 먹먹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어쩐지 처음부터 암울한 시대가, 극복할 수 없는 신분의 한계와 자꾸만 어긋나는 상황이,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안타깝지만 이해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 만난 이 작품이 나에게 '진짜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들려준 셈이다. 그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래별 아트북>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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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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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 작가의 미친듯이 재미있는 식물집사 이야기! <크레이지 가드너>가 4권으로 완간되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되는 웹툰으로 45화까지 완결이 되었는데, 지난 3권에서 35화까지 수록되었고, 이번 4권에서 마지막 이야기까지 마무리가 되었다. 매주 재미있게 챙겨보던 웹툰이 연재가 끝나 아쉬웠다면, 그 마음을 종이책으로 달래주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이번 4권에서는 완결 기념 특별 에피소드가 외전으로 두 편이나 수록되었다는 사실! <크레이지 가드너>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고 챙겨봐야겠다.

 

 

<크레이지 가드너>는 식물을 의인화하는 방식으로 파워 넘치는 근육질의 식물도 등장하고, 아기처럼 귀여운 식물도 등장해 재미를 선사하고, 구석구석 식물 키우기에 대한 깨알 같은 팁들도 가득한 '본격 교양 식물 만화'이다. 식물 가드닝에 대한 정말 디테일한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만화라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식물 이름을 검색하고 있곤 했다.

 

이번에는 구근식물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고 있는 중인데, 수경 재배라는 것도 흥미로워서 조만간 히아신스 구근을 구매할 예정이다. 물론 잘 키울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일로 작가의 말처럼 원래 죽이면서 점점 잘 키우게 되는 게 가드닝이라고 하니 말이다. 하핫.

 

 

날씨가 풀리자 마자 '식물 사고 싶어' 병이 도지고 말았다는 에피소드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분명히 식물을 새로 사지 않은지도 꽤 되었고 번식으로 생긴 중복 개체들도 열심히 정리했는데, 식물을 둘 자리가 없어졌다는 게 문제라는데... 어째 딱 내가 느끼는 '책 사고 싶어' 병과 비슷한 상황 같아서 말이다. 늘 사고 싶은 책이 생기는데, 책을 새로 산다고 해도 둘 곳이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곤 하니 말이다. 식물덕후와 책덕후의 공통점을 찾고 있자니, 세상 모든 덕후들은 분야가 다르더라도 말이 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시리즈가 그렇게나 공감이 되고, 푹 빠져서 읽을 만큼 재미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SNS만 보더라도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너무 많아졌지만, 사실 식물을 돌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햇빛을 많이 보게 해주고, 물만 잘 주면 살겠지 싶겠지만 식물마다 필요한 환경이 달라서 제대로 키워내는 것이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대체 왜 남들은 멀쩡하게 잘만 키우는데,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들이 죽는 걸까 싶었던 적이 있는 식물 똥손들도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마일로 작가 역시 시작은 손만 댔다 하면 식물을 죽게 만들었던 '식물 망나니'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수백 개가 넘는 식물을 돌보며 키우는 '식물 집사'가 되었으니, 누구라도 식물 똥손에서 식물 금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마일로 작가의 극한 가드너 경험은 기쁨과 힐링, 번뇌와 해탈의 콤보로 식물을 길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폭풍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식물 초보들에게도 극한의 유머와 유쾌함으로 무장한 현실 밀착형 에피소드로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실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크레이지 가드너> 시리즈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본격 식물 뽐뿌질 만화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꼭 시즌 2가 나오기를, 마일로 작가의 차기작 소식과 함께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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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기술 (리커버) -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7가지 무기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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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지금 살고 있는 삶을 그만두고 원하는 삶을 살 의지가 있는가? 이 모든 것은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의지는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삶을 피어나게 했다가 시들게 했다가 한다. 의지는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스위치만 '틱'하고 켜주면 된다. 종종 우리는 자신이 꾸물대거나 게으르거나 동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그러고 싶은 의지가 없을 뿐이다. 우리가 뭔가를 미루거나 회피하는 이유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다고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p.43

 

이 책은 처음엔 독립 출판으로 출간되었다가, 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내 열성적인 팬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인 출판사 하퍼콜린스에서 재출간되었으며,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오로지 입소문으로만 돌풍을 일으켰으니, 그야말로 독자들이 만들어낸 역주행 밀리언셀러인 셈이다. 그만큼 여타의 비슷비슷한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책이다. 시작부터 '어쩌면 당신이 좇는 그 행복, 원하는 몸무게, 선망하는 커리어, 갈망하는 사랑은 결코 당신의 것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단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개리 비숍은 군말 빼고 핵심만 명쾌하게, 쓸데없는 희망을 주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단호하고 직설적으로 행동을 이끌어낸다.

 

계획을 세우지만 매번 실천을 못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일에 핑계만 대는 사람, 겨우 시작은 하더라도 제대로 끝을 맺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제대로 된 '시작의 기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지만 지키지 못했으며, 이런저런 일을 시작할 거라 다짐했지만 한 번도 하지 못했으며, 인생을 바꿀 모험을 수십 번, 수백 번 시작했지만 이내 시들해져서는 끝까지 가지 못한다. 이 책은 그렇게 내일부터는 진짜 달라질 거라고 결심하지만 언제나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후회만 쌓여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삶을 미룬다. 그렇다. 우리는 기분이 내킬 때를 기다린다. 그러나 인생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완벽한 기분이란 없다. 기분이 나아져서 기적처럼 내 삶을 더 좋게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린다면 어떻게 될까?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위 단언들 중 어느 것도 당신 삶을 더 쉽게 만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간단한 진실이 있다. 내면 세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외부 세계에서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 생각 밖으로 나와라. 삶 속으로 뛰어들어라.         p.209

 

텔레비전을 끊어라. 읽고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던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끊어라. 과식을 끊어라. 소파에 붙어사는 것을 끊어라. 미루는 버릇을 끊어라. 그리고 그 자리에 뭐든 좋은 것이 들어설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말했듯이, 핑계는 그만 대라! 이제 삽질은 그쯤하고 삶 속으로 뛰어들어라! 개리 비숍은 이 책에서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등을 떠민다. 삶을 변화시킬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그만 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지금 그 상황에 밀어 넣은 습관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를 대지 말고, 지금 당장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말이다.

 

'당신 머릿속에 있는 것이 당신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뭘 하는가가 당신을 규정한다'는 말이 특히 흥미로웠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멈춰 서거나 꾸물댄다고 해서 인생이 우리를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확신하지 못하거나 두려워한다고 해서 인생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뭘 하든 인생은 계속된다는 얘기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삶을 바꿀 의지가 있는가.에 있다.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살 의지가 있는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의지가 있는가? 절대 성공하지 못할, 지속되지 않을 관계를 참고 견딜 의지가 있는가? 이런 거지 같은 상태를 더 이상 참고 싶지 않다면, 당신도 시작할 수 있다. 만약 쳇바퀴에서 빠져나올 의지가 없다면, 당신은 이대로 사는 게 그런대로 참을 만한 게 틀림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패배감과 무기력을 벗어 던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작의 기술>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생각했다. 오늘부터는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일을 시작해봐야겠다고 말이다. 이제 생각 밖으로 나와, 삶 속으로 뛰어들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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