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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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작년에 저주토끼가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고 해서 읽고 바로 팬이 되어버린 정보라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엔 귀신이야기 일곱편을 엮은 연작소설집이었고 올여름 열대야는 이 책이 책임 질 듯 하다. 


일곱편의 귀신 이야기가 연결되는건 아니었고 어떤 이상한 연구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고 그곳에서 보관하는 물건들에 얽힌 각각의 기이한 이야기 일곱편이었다. 


이미 저주토끼를 읽어봤기에 스타일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저주토끼와는 또 다른 매력을 맛 볼 수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속도가 붙는 페이지터너의 그 느낌은 알만한 사람들은 알 것 이다.   


죽기전 어머니가 같이 화장 시켜달라했던 손수건에 얽힌 섬뜩한 가족 드라마부터 연구소에 근무했던 직원 ‘DSP’가 겪은 이야기, 연구소에 있는 양 그림이 그려진 운동화, 책, 고양이에 얽힌 귀신이야기, 그리고 밤을 지키던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낮에 출근해 연구소의 물건들이 햇볕을 쬐는 날도 있다. 


물건에 얽힌 저주와 복수의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면 내 주위 오래된 물건들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올여름은 이 소설책의 여운 때문에 즐거운 망상에 빠져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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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가 시원하길 바라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썸머 에디션) - 마음의 얼룩을 깨끗이 씻어주는 '힐링곰 꽁달이'의 뽀송한 위로
고은지 지음 / 북라이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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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가 시원하길 바라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썸머 에디션) 


썸머 에디션이라고 제목도 바꿔버리는 패기 넘치는 책이다. 그만큼 일상에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는 책이다. 원래 인스타툰으로 먼저 유명해졌다가 이렇게 단행본으로 나온 책인데 ‘힐링곰 꽁달이’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즐거움을 선사한다. 


물론 만화속 내용도 알찬데 이런 만화 형식이 아닌 일반적인 책 형식이었다면 살짝 뻔하고 지루한 조언 나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만화 보는 기분으로 읽다보면 살이되고 피가되는 조언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책의 구성은 자존감, 인생, 감정, 관계, 사랑, 외로움, 일상, 공감 등의 키워드로 길지 않은 10컷 분량의 만화들이 엮인 형식이다. 인생은 장비빨,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져, 넌 너의 시간에 빛날 거야, 가끔은 포기할 용기도 필요해, 내 마음 연구소,우울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 이기적일 용기, 넌 신경 쓰여 걔가? 난 신경 쓰여 네가!, 공감 잘하는 마법 같은 방법 등의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그 외에도 마음을 울리는 심리 에세이 글귀와 셀프 카운슬링 Q&A도 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공개 안된 만화도 15편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심리학 책에서 알게 된 내면아이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만남, 위로, 용서, 함께 네편이 이어진다. 


내 안의 작은 아이야. 오랜 시간 외로웠지? 이제는 그 슬픈 방에서 나와서 맘껏 웃어도 돼. 맘껏 행복해도 돼. 이제는 내가 널 지킬 테니까. 너 없이 나 혼자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아. 그러니까 사랑하는 아이야. 오늘부터는 우리 함께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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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곤충책
한영식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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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곤충책


화려한 풀컬러 곤충사진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최고의 곤충도감으로 책 제목 그대로 아주 쉬운 곤충 설명들도 담겨있다. 책의 구성 중에 특별했던 점은 곤충이 출현하는 시기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별로 구분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산이고 들이고 도시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궁금했던 곤충친구들의 이름을 알게 되어 좋았고 그렇게 766종의 곤충 정보들이 담겨있다. 세부적으로는 딱정벌레목, 나비목, 벌목, 파리목, 노린재목, 메뚜기목, 잠자리목, 다양한 곤충의 순서로 실었고 곤충의 모습을 2,000여 컷의 사진에 담아 전체적인 생김새는 물론 암컷과 수컷, 알과 유충(애벌레), 번데기와 짝짓기, 형태와 생태 특징 등도 알 수 있다. 


또한 책 앞부분에는 곤충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들을 정리했고 용어 해설 코너도 있고 곤충 공부에 필요한 학명도 정리했다. 머리, 눈, 더듬이, 입, 가슴, 날개, 다리, 배의 곤충 몸 구조와 그 역할을 여러 종류의 곤충을 통해 자세히 관찰하고, 곤충의 한살이와 먹이, 서식지, 천적, 환경 등 곤충의 살아가는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이 책의 곤충사진은 실제 곤충연구가인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라는 점이다. 이런 힘들고 고단한 작업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을 이렇게 간편하게 보고 읽을 수 있어도 되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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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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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수많은 과학책들을 만나봤지만 뼈 이야기 하나로 책 한권을 다 채우는 색다른 기획의 이 책은 무척 즐거웠다. 그렇다고 뼈에 대한 연구학술서적은 아니었고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그야말로 뼈에 대한 이야기책이었고 뼈에 대한 논픽션 다큐멘터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저 내 몸속에 부러지면 깁스를 해야 되는 단단한 뼈나 사골 곰탕의 식재료로만 생각했던 뼈라는 단어에서 건축 자재이자 수백만 년 전 지구와 인류를 추리하는 단서이자 생활용품, 농사도구, 사냥도구, 무기, 장식품, 악기, 놀이도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던 끝없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초반부에서는 뼈의 기본적인 과학 지식에 대해서도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부러진 팔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세하게 묘사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커팅콘이 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파열된 모세혈관에서 즉시 누출된 피가 골절로 인한 간격을 메운다. 그 후 2주 동안 핏덩이 속에서 새로운 모세혈관과 콜라겐 그물이 형성된다. 3~6주가 지나면 1차 작업이 완료된다. 짜잔! 새로 생겨난 뼈가 부러진 뼛조각들을 잠정적으로 연결한다. 이제 커팅콘이 행동을 개시한다. 그들은 가골이 보내는 압전기 신호에 맞춰, 수천 개의 구멍을 뚫고 다시 메워 강력하고 성숙한 뼈를 들어 앉힌다. 커팅콘은 수개월 동안 뼈를 지속적으로 리모델링한다. 최초의 골절 흔적은 점차 감소하며, 커팅콘이 재건을 완료하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뼈가 지닌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미들을 읽어볼 수 있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 매장된 뼈는 인간이 언제 처음으로 추상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준다. 선사시대의 사냥꾼들은 뼈를 이용해서 몽둥이, 화살촉, 작살, 낚싯바늘을 만들었고,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뼈바늘을 이용해서 옷으로 만들었으며, 동물의 뼈를 이용해 주사위를 만들어 미래를 점쳤다. 


그 외에도 뼈 단추 산업은 패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고, 미국 대평원에서 수집된 들소의 뼈는 거대한 비료 산업을 촉발시켰다. 또한 카타콤에서 발굴된 ‘성인’들의 뼈로 교회는 떼돈을 벌었으며 이는 종교개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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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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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건축가 유현준은 개인적으로는 예전 TV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나오는 책마다 챙겨 읽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의 열혈 구독자였고 그래서 이번 신간이 무척 반가웠다. 


솔직히 여태까지 나온 책들을 모두 읽어본 독자로써 건축에 대해 또 할 얘기가 남아있는지 의아하기도 했고 유튜브 내용을 정리한 책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아주 흥미로운 기획의 책이었다.  저자가 감명받거나 영감을 얻은 30개의 건축물을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친절하게 해설하고 안내하는 내용이었고 평소 궁금했거나 전혀 모르고 있었던 다양한 건축물들을 즐겁게 만나볼 수 있었다. 


르코르뷔지에의 빌라사보아부터 퐁피두센터, 시티그룹 센터, 라 투레트 수도원, 낙수장, 빛의 교회, CCTV 본사 빌딩, 루브르 아부다비까지 유럽, 북미, 아시아 등지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의 평면도, 조감도, 실제사진과 함께 건축학적 의미,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그야말로 알찬 구성이었다. 


또한 건축한 전공자 뿐만 아니라 나같은 일반 대중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읽다보면 머리속에서 저자 유현준이 직접 얘기해주는 것 같은 음성지원(?)도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태리 베네치아의 퀘리니 스탐팔리아에 대한 내용에서 일종의 ‘공간 통역사’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는데 베네치아의 물 높이는 항상 변화했다. 이런 변화를 공간의 변화를 통해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건축물이 ‘퀘리니 스탐팔리아’다. 국내에도 이런 공간통역사라고 할 수 있는 잠수교가 있다. 잠수교는 미세한 자연의 변화를 공간의 변화로 치환해서 우리가 알아채게 해 주는 장치다. 만약에 ‘잠수교’가 아주 높은 교각으로 만들어졌다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낮은 높이의 교각 디자인이 자연의 변화를 공간적으로 변환시켜 주는 기능을 만들어 냈다. 


그 외에도 저자는 시티그룹 센터가 가장 훌륭한 오피스 건축물로 꼽는다. 건물 하나의 디자인에 사회적 이해, 경제적 혜안, 타협과 중재 능력, 창의적 생각, 구조 기술력, 법규의 기발한 활용, 친환경 사고 등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장점들이 종합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시티그룹 센터는 주변의 건물보다 20층 가까이 높다. 높은 건물을 짓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땅의 크기가 작아서 지을 수 있는 연면적이 작아서일 수도 있고, 대지의 높이 제한 때문일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개발 회사는 주변의 땅을 많이 매수해서 규모가 큰 건물을 짓고 싶어 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오래된 작은 교회였다. 작은 교회들은 보통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교회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성도들이 모두 난감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이 교회는 땅을 팔고 떠나기를 거부했다. 개발 회사 입장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알박기’가 된 것이다. 나쁜 개발 업자였다면 이런 경우 조폭을 동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축가는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공중권air right’이라는 건축법을 찾아냈다. 공중권은 토지와 건물의 상부 공간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로, 나아가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연면적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는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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