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박준 시인의 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다. 연달이 읽어 본다. 주춤거리던 행간에서 온기가 전해진다. 슬픔의 단짝은 희망일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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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유월의 독서

그림자가

먼저 달려드는

산자락 아래 집에는

대낮에도

불을 끄지 못하는

여자가 살고

여자의 눈 밑에 난

작고 새카만 점에서

나도 한 일 년은 살았다

여럿이 같이 앉아

울 수도 있을

너른 마당이 있던 집

나는 그곳에서

유월이 오도록

꽃잎 같은 책장만 넘겼다

침략과 주름과 유목과 노을의

페이지마다 침을 묻혔다

저녁이 되면

그 집의 불빛은

여자의 눈 밑 점처럼 돋아나고

새로 자란 명아주 잎들 위로

웃비가 내리다 가기도 했다

먼 능선 위를 나는 새들도

제 눈 속 가득찬 물기들을

그 빛을 보며 말려갔겠다

책장을 덮어도

눈이 자꾸 부시던

유월이었다

*박준 시인의 시 '유월의 독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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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꽃의 비밀

숨을 쉬려고 꽃은 피어나는 거래요

숨 한 번 쉬어 일어나서 미풍이 되려고 피어나는 거래요

우리가 오카리나를 불던 음악 시간에 꽃들은 더욱 보드랍게 피어났지요

꽃밭에서 꽃들은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 홍조를 얹고 호흡을 주고받고 서로의 입구가 되었지요

꽃들은 낮밤과 계절을 잊고 사랑하며 계속 피어났지요

*문태준 시인의 시 '꽃의 비밀'이다. 나날이 꽃 피는 시절인데 내가 꽃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일상이 버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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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 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문태준 시인의 시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이다. 나는 여기에 무엇을 더할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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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한 호흡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 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 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문태준 시인의 시 '한 호흡'이다. 숨을 내쉬거나 들이쉬는 사이가 한 호흡인데 때론 억만겁을 때론 찰라지나온듯 극과 극이다. 어디에 주목할지는 각자의 몫, 이 봄도 한 호흡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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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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