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들으며
(김정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정확히 안다
음악은 나를 찬 바닥에 앉히기도 하고 가죽 소파에 앉히기도 한다
음표 하나에 그리움을 담고
음표 하나에 외로움을 담고
쉼표 하나에 눈물을 삼킨다
음악을 들으면 그가 보인다
그를 만나는 건 나 자신을 만나는 것이고
그를 사랑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를 버릴 수 없는 건 나 자신을 버릴 수 없는 거와 같다
하지만 그와 나는 완전히 하나가 될 수가 없다
언제나 함께하면서도 하나이지 못하는 사랑,
분명 슬픈 인연의 사랑인지도 모른다
슈베르트가 2악장으로 끝낸 미완성 교향곡처럼
어쩌면 내 사랑도 우연으로 시작되어
미완으로 끝나버리는 슬픈 사랑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