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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나무 (4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22년 9월
평점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4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어느 날 슬픔을 발견한 한 꼬마의 이야기
이 작품을 쓴 작가 조제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는 1920년에 브라질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났고 어린시절 내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며 권투 강사, 바나나 농장 인부, 초등학교 교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20대 초반부터 생계를 위해 작가 생활을 했고 마흔 아홉에 자신의 자전적 성장 스토리를 담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발표하며 브라질의 국민 작가 반열에 오르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다섯 살 소년 제제는 실직한 아빠를 대신해 공장에 나가 돈을 버는 엄마와 누나들 그리고 형과 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여덟 달 치 집세마저 밀려 있는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제제의 가족들은 그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도란도란 애기를 나눌 여유가 없었고 제제는 걸핏하면 집 밖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며 매를 맞고 다니는 동네의 악동으로 이름을 날립니다.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어린 제제 안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제는 자신 안에는 노래하는 작은 새가 살고 있어서 늘 자기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불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제는 어느날 이웃집 실직자 아저씨에게 그 새에 대해 말하며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게 뭔지 아니? 네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란다. 커가면서 네가 속으로 마하고 보는 것들을 ‘생각’이라고 해. 생각이 생겼다는 것은 너도 이제 곧 내가 말했던 ‘철드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말해. 그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생각이 자라고 커서 우리 머리와 마음을 돌보게 돼. 생각은 우리 눈과 인생의 모든 것에 깃들게 돼.”
“그럼 작은 새는요?”
“작은 새는 어린애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배우는 걸 도와주려고 하느님이 만드신 거예요. 그래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걸 하느님께 도려 드려야 해. 그러면 하느님은 그 새를 너처럼 영리한 다른 꼬마에게 넣어 주시지. 아주 멋진일 아니니?”
집세가 밀렸던 제제의 가족들은 새 집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제제는 새 집 뒷마당에 있는 라임 오렌지나무 아래 앉아 있다가 문득 그 나무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을 건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나무는 말합니다. “어떤 요정이 말해 주었어. 너처럼 작은 꼬마와 친구가 되면 말도하게 되고 아주 행복해질 거라고 말이야.” 제제는 라임 오렌지나무에게 ‘밍기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 뒤로 매일 그에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주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척박한 현실 때문에 제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여유가 없는 가족들을 대신해 뒷마당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제제의 유일한 소통의 상대가 되어주기 시작한 겁니다. 어느날 제제는 밍기뉴에게 가서 하늘에 아주 예쁜 구름이 하나 지나갈 때를 같이 기다리다가 자신안에 있는 노래하는 작은새를 풀어주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잎사귀 모양의 크고 잘생긴 구름 하나가 다가오자 벌떡 일어나 셔츠를 열고 외칩니다.
“내 작은 새야 훨훨 날아라. 높이 날아가. 계속 올라가 하느님 손 끝에 안아. 하느님께서 널 다른 애한테 보내 주실 거야. 그러면 너는 내게 그랬듯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겠지. 잘가, 내 예쁜 작은 새야!”
제제는 이제 자신 바깥에서 소통할 수 있는 밍기뉴라는 존재를 갖게 되었기에 자신안의 새를 자신처럼 외로워할 다른 아이의 마음속으로 보내주기로 한 것입니다. 제제가 날려 보낸 작은 새가 마음을 열고 소통할 대상을 갖지 못한 외로운 아이들의 마음 속을 찾아들 때를 가난 속에 허덕이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작가는 진심으로 바랬던 것 같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 제게 사랑을 가르쳐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아이들에게 구슬과 그림딱지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 들여주고 사랑해주는 한 어른을 갖는다는 것이 아이들을 성장에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제제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린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고 사랑 받고 용서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한 그루의 라임 오렌지나무처럼 쑥쑥 자라고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 안의 특히 어린아이들이 그 마음이 꺽이고 시들지 않도록 어른인 우리가 먼저 아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다시 읽어도 명작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P.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