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 모여 모여 책읽는 손가락 2
엄정순 글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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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순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처음엔 그저 특이하게 생긴 그림책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점자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 좋아했습니다. 얼마전 점자를 처음 만든 루이 브라이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 아이들은 점자는 영어만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우리 나라에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이런 점자책이 있다는 사실에 엄청 신기해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도 점자를 배우고 싶대요. 

정말 예쁜 그림책이에요. 그림책 자체도 특이하게 만들었어요. 펼치면 2미터가 넘는 기다란 책이 되고요. 살짝 접어놓으면 병풍 모양의 책이 되네요. 우리 아이들은 이런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린 시절에 보던 걸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더구나 양면이라서 펼쳐놓고 앞뒤로 끌고 다니면서 놀 수 있는 놀이 겸용 그림책입니다. 정리하려면 좀 힘들겠지만 그런 건 아이랑 신나게 논 다음에 생각하는 게 좋겠네요!



책 앞부분이랍니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 구멍이 뽕 뚫려 있어요. 바로 점이지요. 그 점이 선이 되고 너울너울 춤추다가 뭔가가 됩니다. 그게 뭘까요?  아무도 상상 못했을 걸요.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한 높은음자리표가 되었거든요. 정말 좋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져요.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는 큼직한 글씨 밑에는 또 아주 특별한 글자가 있답니다. 바로 오톨도톨한 점자예요. 그림도 모두 볼록 그림이라 눈을 감고 만지면 동그라미랑 세모를 다 느껴볼 수 있어요. 보통 사람은 읽을 수 없는 글자지만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아름다운 마음이 그 속에 들어 있답니다.



이것 좀 보세요. 세워서 대충 밀어놓았더니 별 모양이 되었어요. 우리 아들은 그 속에 들어가 놀고 싶었는데 자기가 너무 크다며 울상이 되더군요. 하지만 아장아장 기어다니고, 슬슬 걷기 시작하는 아가들이라면 문제 없을 것 같네요.



여기는 뒷면이에요. 제가 양면 그림책이라고 했죠? 이번에는 점이 모여 모여 커다란 동그라미도 되고, 별도 되었다가 나중엔 무엇이 되었을까요? 사진에 보이지요? 바로 아주아주 예쁜 하트가 되었어요. 그 하트 속엔 사랑이 가득 들어 있을 것만 같네요. 엄마의 사랑, 그리고 나와 좀 다른 이들을 위한 사랑까지요.

시각 장애 어린이들과 함께 보기 위해 만든 책이래요. 그래서 책이 더 예쁘고요,  만든 이들의 따뜻한 마음까지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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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1-3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쁘군요 태은이 좀 더 있다가 사주어야 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08-02-0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정말 예쁜 책이에요.
우리 아이들도 예쁘다고 난리였어요.
 
나무를 만져 보세요 책읽는 손가락 1
송혜승 글 그림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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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별한 그림책입니다. 왜냐하면 이 그림책은 두 가지 언어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우리 글과 손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점자.

왼쪽에는 볼록 그림이 있어 손으로 더듬어보면 그게 나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에 대한 내용은 점자고요. 점자를 만져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제가 아주 행복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른쪽은 누구나 보고 읽을 수 있는 기존의 그림책과 똑같습니다. 그림이 있고 우리말 이야기가 있네요. 더구나 여성 잡지만큼 큰 판형에 두꺼운 종이를 썼고,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 튼튼합니다.

나무의 사계절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나무와 함께 한 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소년의 집 마당에는 사과 나무도 있고, 예쁜 꽃도 많대요. 봄이 되면 민들레가 피고, 여름이면 봉숭아가 자라고요, 가을이면 코스모스랑 노란 해바라기가 피고, 빨간 사과도 열립니다.

엄마 아빠보다도 더 큰 사과 나무예요. 하지만 친구들과 키를 합치면 사과나무보다 더 크지요.

가을이 깊어지니까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지네요. 초록 바탕과 노란색 낙엽 때문일까요? 그림의 느낌은 하나도 쓸슬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좋답니다.

드디어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었어요. 눈꽃이 핀 쓸쓸한 사과 나무 곁을 눈사람이 지키고 있네요.

우리 딸은 이 책을 보더니 점자를 그대로 일기장에 옮겨 그려놓더군요. 점자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답답해했어요. 아이를 보며 장애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여러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눈을 감고 이 책 한 번 읽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각 장애 어린이를 돕는 일을 하는 분이 만든 정말 특별한 그림책이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무진장 따뜻해집니다.

책도 책이지만 이런 책을 만든 이들의 마음은 더 아름답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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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1-30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정말 탐나는 책이네여

하늘바람 2008-01-30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마음이 따뜨ㅡㅡㅡㅅ해요

소나무집 2008-01-30 14:49   좋아요 0 | URL
님, 벌써 오셨어요?

전호인 2008-01-3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까지 이렇게 진화하는 군요.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진화는 계속되겠지요?

소나무집 2008-02-01 15:38   좋아요 0 | URL
전에 도서관에서 점자를 한쪽 면에 붙여놓은 그림책은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출판 자체를 한 책은 처음 보았어요.

송혜승 2008-02-0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왔습니다.
따님과 함께 소중하게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소나무집 2008-02-01 15:39   좋아요 0 | URL
저자께서 들르셨네요.
이렇게 찾아주시니 저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좋은 일 많이 하시는 분인 것 같아 존경스럽네요.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 모두가 친구 7
코키루니카 글.그림, 김은진 옮김 / 고래이야기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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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책을 보고는 얼른 제 방으로 들어가 독서록을 쓰데요. 궁금해서 살짝 들여다보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네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동생이랑 싸우지 마라, 어질러놓지 마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등. 맨날 잔소리나 해대는 엄마를 사라지게 하고 싶은 사람 1순위로 꼽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엄마가 아닌 동생을 사라지게 하고 싶다고 썼구만요.

아마 딸아이는 엄마를 1순위로 쓰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후일이 두려워 모든 일의 원인을 제공하는 동생을 마법 상자 안에 슬그머니 밀어넣은 것 같네요. 영특한 것 같으니라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생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간을 정해두고 사라지게 하고 싶다고 그랬군요. 장난꾸러기에 말썽꾸러기지만 동생이 없으면 세상이 얼마나 심심한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아들 녀석한테도 물어봐야겠네요. 마법상자 안에 넣고 싶은 게 뭐냐고.

아이들에게도 분명 짜증 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툭 하면 떼쓰는 막무가내 동생이 밉기도 하고, 엄마는 누나라고 맨날 양보하라지. 뭐 누가 먼저 태어나고 싶었나요? 그러니 억울할 수밖에요. 수업 시간에 딱 한 번 짝꿍이랑 한마디했을 뿐인데 재수없게 선생님한테 걸렸어요. 그런 날 기분도 별로인데 식탁엔 먹기 싫은 음식만 가득하다면 아이들은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을 거예요. 

이럴 때 싫어하는 건 뭐든지 삼켜버리는 마법 상자가 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두 모두 사라지게 말이에요. 그래서 다시는 눈앞에 안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죠? 이 책은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그림도 검은색 펜으로만 그려 좀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네요. 마법 상자만 금빛이어서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주인공 아이는 엄마도 동생도 선생님과 친구들도 모두 사라지게 한 것이 자기 탓이라는 생각에 자신까지도 싫어집니다. 결국 아이도 마법 상자 속으로 빨려들어 가지요. 거기서 만난 싫어하는 것들과 화해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뻔한 결말이 너무 교훈적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오히려 그래서 엄마들에겐 더 인기가 있으려나? 지금은 마법 상자에서 나와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지만 머지않아 또 마법상자가 필요하다고 외치면 그땐 어쩌나요?

만약에 아이가 마법 상자 안에 들어가지 않고 화해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난 내가 싫어!"에서 이야기를 끝내고 맨 마지막 장은 백지로 놓아두었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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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의 전설 - 멕시코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41
토미 드 파오라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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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크리스마스 꽃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포인세티아에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원래 멕시코 야생화인 포인세티아는 한 외교관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온 후 크리스마스에 선물하는 식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꽃이라고 알기 쉬운 빨간 부분도 잎이라고 하네요.

멕시코의 산간 지방에 사는 루시다는 늘 엄마 일을 잘 도와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어갈 무렵 신부님께서 엄마에게 가장 행렬에 쓸 아기 예수 담요를 짜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하지만 루시다와 함께 무지갯빛 담요를 짜던 엄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루시다는 혼자 담요를 짜 보려고 했지만 실이 엉키는 바람에 담요를 더 망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동네 사람들 모두 예수님께 드릴 선물을 마련했지만 루시다네 가족만 아무것도 준비할 수 없었지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지만 루시다는 성당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크리스마스를 망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숨어서 사람들의 행렬을 지켜보고 있을 때 한 할머니가 나타나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 때문에 아름다운 거니까 어떤 것을 가져가도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루시다는 할머니의 말에 용기를 얻어 근처에 있는 잡초를 한아름 뜯어 성당으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루시다에게 선물의 참 의미를 알려준 그 할머니는 누구였을까요? 어쩌면 루시다의 간절함 때문에 나타난 예수님일지도 모릅니다.

성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루시다가 안고 있는 초록색 잡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기 구유 옆에 내려놓았던 그 풀 끝에 반짝반짝 빛나는 붉은 별이 생겨난 것이지요. 루시다도, 성당 안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성당 밖에 있는 풀까지 전부 붉은 별을 단 채 반짝이고 있었지요. 소박하고 보잘것 없던 선물이 루시다의 간절한 정성과 이어지면서 이렇게 아름다워진 거예요. 아, 어쩌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숙연해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늘 크리스마스를 기다립니다. 사실 그 기다림 속에는 선물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들어 있지요. 항상 많은 것을 받기만 하는 요즘 아이들은 책 한 권이나 학용품 정도는 선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선물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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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마 루돌프 - 소아마비 소녀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성이 되기까지 미래그림책 67
캐슬린 크럴 지음, 김재영 옮김, 데이비드 디아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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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운동 경기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했다. 지난날 많은 운동 선수들이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피눈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성공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운동도 돈이 있어야 하는 세상이지만...

윌마 루돌프는 올림픽 최초의 여자 3관왕이다. 건강한 사람들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가 쉽지 않은데 윌마는 소아마비를 앓아 가족까지도 걷지 못할 거라고 말했던 아이다. 하지만 윌마는 걸었고, 운동 선수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책은 윌마 루돌프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스무번째 아이로 태어난 윌마는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교에도 갈 수 없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 슬펐던 윌마는 자신의 장애를 어떡해서든 극복해 보려고 노력했다. 걷는 연습을 하고 또 하면서...

열심히 운동을 한 덕에 강철 보조기를 떼고 걷게 되자 학교에도 갈 수 있었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는 완전히 보조기 떼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지긋지긋했던 보조기를 병원으로 돌려 보내면서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아이들의 놀림을 견디며 운동장 가장자리에 앉아 농구를 하는 친구들을 바라보기만 했던 윌마. 그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꿈틀대는 꿈이 있었고, 이미 경기 규칙을 다 알고 있던 윌마는 농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친구들보다 몇 배나 더 열심히 연습을 했고, 서서히 그녀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 선수로 활약을 하던 그녀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육상 선수로 뛰게 되었다. 소아마비를 앓은 선수가 국가 대표 육상 선수가 된 것 자체가 뉴스거리였지만 윌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60년 로마 올림픽 육상 경기에서 백 미터, 2백미터, 4백미터 이어달리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클락스빌에서 가장 약했던 아이 윌마는 많은 시련과 아픔을 딛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성이 되는 기록을 남겼다. 어느 누구도 소아마비 소녀라고, 흑인이라고 놀리지 않았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숱한 어려움 앞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했던 윌마, 그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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