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보물창고 시그림책 2
줄리 라리오스 지음, 신형건 옮김, 줄리 패스키스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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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이 책을 본 후 첫 반응은 "이 책 되게 웃겨!"였다. 세상에 보라색 강아지랑  분홍색 고양이랑 파란 거북이가 어디 있냐는 거였다. 그러면서 이어진 아이의 말은 "염색했나?"

아이의 말에 흥미가 생겨서 나도 찬찬히 책을 보았다. 그리고는 고정 관념을 벗어난 색깔과 동시를 보며 딸아이에게 한마디했다. "이 책 웃긴다. 하지만 기발하지 않니?"

그림과 동시 속에서 화려한 색깔들이 춤을 춘다. 동시와 그림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작가를 보니 이름이 같다. 아마 부부가 아닐까 싶다. 잘 어우러진 글과 그림을 통해 그동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색깔을 가진 동물을 만날 수 있다. 파란 개구리, 보라 강아지, 분홍 고양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동시를 차근차근 읽다 보니 색깔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보였다. 푸른 개구리가 파란 개구리가 된 건 파란 물 속에 들어갔기 때문이고, 당나귀가 붉은 이유는 무거운 짐 때문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부엉이가 날고 있는 바람이 하얀 이유는 하얀 눈 위에서 불기 때문이다. 하이에나가 내는 웃음 소리가 주황색인 까닭은 떠오르는 해가 세상을 붉게 물들였기 때문이다. 게으름을 피우는 분홍 고양이가 분홍 하품을 하는 까닭은 주변이 온통 분홍이기 때문이다.

주황색 웃음 소리, 분홍색 하품, 하얀 바람과 같은 표현 앞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 번도 색깔과 연결시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대상에 이렇게 색깔을 입혀 놓으니 정말 그럴듯하다. 이젠 까르르 웃어대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주황색으로, 졸린 걸 참으며 하품하는 모습은 분홍빛으로 느껴지니 한 번 마음에 품은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무심코 스쳐가는 장면을 색깔과 연결시켜 많은 상상을 하게 해주는 동시 그림책이다. 이미 세상의 모든 사물에 고정된 색을 입혀버린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서 마음껏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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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우산 (양장) 보림 창작 그림책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보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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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동네엔 비가 오거나 잔뜩 흐려 있거나 둘 중 하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네요. 역시나 비가 오는 오늘 아이들과 수업할 책을 고르다가 <노란 우산>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정말 많이 본 책이라서 정도 많이 든 책입니다. 

노란 우산을 쓴 아이가 집을 나섭니다. 길에서 파란 우산, 빨간 우산, 초록 우산, 분홍 우산을 만납니다. 점점 더 많은 우산들이 모여 계단을 내려가고, 횡단 보도를 건너 학교로 갑니다. 맨 마지막 장엔 아이들은 없고 우산꽂이에 우산만 가득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와글와글 들려오는 듯하네요.

글자 하나, 아이 얼굴 하나 없지만 비오는 날의 풍경을 알 수 있습니다. 우산이 많이 모여들수록 아이들의 웃음 소리랑 재잘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좀 어린 집이라면 꼭 한 권은 있어야 할 책과 음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린 아이일수록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을 처음 산 게 딸아이 1학년 때였는데 하루는 종이 몇 장에 쓱쓱 그림을 그리더니 자기도 <노란 우산>을 그렸다며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야기까지 지었더군요. 아이가 얼마나 예뻤는지 모릅니다. 그때 진짜로 노란 우산을 사준 기억이 나네요.

그림책은 그림책대로 많은 상상을 하게 하고, 음악은 음악대로 정말 좋습니다. <비오는 세상>이라는 제목 때문에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네요. 경쾌한 피아노 선율을 듣다 보면 기분이 아주 좋아집니다.

두어 번만 들으면 금방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가 쉽고 단순합니다. 음악은 잠잘 때 들어도 정말 좋아요. 저는 비가 오는 날이면 늘 틀어놓았고,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잠잘 때 틀어놓으면 아이들이 비오는 날에~~~ 흥얼흥얼 하면서 어느새 잠이 들곤 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한 방에 쪼로록 누워 이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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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7-0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좋아하는 책이에요. CD를 잃어버려서 책을 다시 사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CD 없는 '노란 우산'은 팥 없는 찐빵 같아서 말이지요. ^^;

소나무집 2008-07-04 10: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은 음악을 들어야 돼요.
 
엄마, 난 도망갈 거야 I LOVE 그림책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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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책은 우리집에도 여러 권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책들이라서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지만. 이 책은 영어책으로 먼저 보았던 책이라서 더 익숙하고 반가웠다. 더구나 신형건 님의 우리말 번역은 옆에 있는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다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 입에 붙는다.

엄마 토끼는 아기 토끼가 도망갈 때마다 어디든지 쫓아가면서 사랑을 보여준다. 아기가 물고기가 되면 엄마는 낚시꾼이 되고, 아기가 산을 오르면 엄마는 등산가가 되고, 아기가 꽃이 되면 엄마는 정원사가 되고, 아기가 새가 되면 엄마는 나무가 되고, 아기가 돛단배가 되면 엄마는 바람이 되고, 아기가 서커스단이 되면 엄마는 곡예사가 되어 항상 아기와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해 준다. 

일부러 힘든 곳으로 도망가면서 엄마를 시험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디든 따라가는 엄마의 사랑 때문에 아기는 안심할 수 있다. 결국 아기 토끼는 집으로 돌아와 엄마 품에 안긴다. 아기와 알콩달콩 재미나게 노는 엄마의 모습도 행복해 보인다. 조건 없는 엄마의 사랑과 친밀감을 보여줄 수 있어 아기들이 처음 보는 그림책으로 딱 좋은 것 같다.

책을 보던 아들이 영문으로 된 <Goodnight  Moon>을 꺼내와 똑같다며 펼쳐 보인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왔다. 잘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며, 소가 달을 건너뛰는 그림이며, 장식품이 거의 비슷해서... 같은 작가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아들과 내가 나눈 대화다. "아기 토끼는 참 좋겠다." "왜?"  "어디를 가든지 엄마가 따라와 주니까. 우리 엄마는 안 그러는데..."

항상 아이들 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순간 띵했다. 그래서 한마디 더 물어보았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그래도 엄마는 너희들이 해 달라는 거 다 해주지 않니?" 옆에 있던 딸아이까지 합세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상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엄마가 가고 싶은 곳만 데리고 간다나. 요즘 내가 그랬나? 아이들이 더 크면 엄마가 놀아준다고 해도 도망을 칠 게 뻔한데 좀더 아이들 편이 되어 놀아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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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6-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부부를 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한때란 것을 느낍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자기들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시대적으로 많이 어려 졌나봐요.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일을 도모하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친구들과의 약속이 우선시 되었거든요.

소나무집 2008-06-23 11:50   좋아요 0 | URL
벌써 댓글을...
우리 아이들도 슬슬 그런 기미가 보이기는 하는데
이곳엔 친구도 많지 않고 갈 곳도 별로 없는지라 아직은
엄마 아빠랑 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태어날 아기는 어떤 색깔일까? 미래그림책 82
아들린 이작 지음, 안느 크라에 그림, 박창호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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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이들의 이모는 프랑스 사람으로 백인이지만 이모부는 흑인이에요. 아프리카 사람이거든요. 아이들은 이모와 이모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어떤 색깔의 피부를 갖고 태어날지 너무 궁금하대요. 그래서 상상을 해보았죠.

감히 어른들은 흉내낼 수 없는 아이들만의 상상이 정말 재미있네요. 얼룩말처럼 검은 줄무늬와 흰 줄무늬가 있는 아기일까? 아니면 코끼리처럼 회색인 아기일까? 머리는 까맣고 몸은 하얀 아기, 아니면 하얀 몸에 까만 점이 있는 아기가 태어나는 건 아닐까? 도무지 어떤 색깔의 아기가 태어날지 알 수가 없어요.

그때 이모가 들어와 설명을 해줘요. 이모는 예쁜 혼혈의 아기를 낳을 거라구요. 혼혈은 서로의 색깔이 섞이는 거래요. 까만 이모부의 피부색보다는 밝고, 하얀 이모의 피부색보다는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고 해요. 나와 다른 피부색이 아닌, 사랑을 가득 담은 피부색을 가진 아기가  태어나는 거래요. 아이들은 그제서야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지요.

요즘 우리나라에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어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그들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어른들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 어른들의 생각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아니다 싶어요.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할 때 모두 다같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반가운 책이에요. 이미 다문화 가족이 일상화된 프랑스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유아기 때부터 서로 다른 것과 차이에 대해 인정하는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차별이나 편견 같은 건 사라지는 성숙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콜라주 기법을 쓴 그림도 발랄하고 귀여워서 세 살 이상 유아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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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개 작은 개 - 잠들 때마다 들려주는 이야기 아기그림책 보물창고 5
필립 디 이스트먼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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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끼리 친구가 되면 좋을까요? 비슷한 사람? 아니면 조금씩 다른 사람? 글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네요. 하지만 이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그 답이 보인답니다.

프레드와 테드는 친구예요. 둘은 같은 게 하나도 없어요. 생긴 것도, 좋아하는 것도,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달라요. 그런데도 하루 종일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놀아요. 그 비결은 서로를 비난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데 있다는 걸 금방 눈치 챌 수 있지요.

시금치를 좋아하는 프레드는 테드에게 시금치를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테드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준비해서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지요. 집에 페인트 칠을 할 때도 프레드는 지붕에 초록색을, 테드는 벽에 빨강색을 칠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어요. 서로 좋아하는 색이 다를 수도 있는 거니까요. 테드가 스키를 탈 때도 프레드는 스케이트를 타면서 즐거워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하죠? 프레드와 테드가 작은 호텔에 갔는데 프레드는 위층에, 테드는 아래층에 방을 잡았어요. 그런데 그날 밤 둘은 한숨도 잘 수가 없었지요. 왜냐하면 키가 큰 프레드의 침대는 너무 작았고, 키가 작은 테드의 침대는 너무 길었기 때문이에요. 

고민하던 두 친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끝에 서로 침대를 바꾸면 된다는 결론을 내려요. 그리고 방을 바꾼 두 친구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대요. 각자 끙끙대기만 했다면 작은 문제가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참으로 현명한 친구들이죠?

테드와 프레드는 친구 사이지만 형제나 부모 자식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너는 왜 나랑 다르냐'고 소리 높이지 말고 다른 그대로를 인정하다 보면 사이좋은 형제, 사이좋은 부모 자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항상 아이들에게 엄마의 성향을 강요했구나 싶은 생각에 반성하게 되네요.

세상에 태어나 처음 친구가 생기기 시작하는 두 돌 이상 유아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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