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건강한 사람들의 10가지 비밀
패트릭 홀포드 지음, 박지선 옮김 / 세상풍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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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건강한 사람들의 10가지 비밀

The 10 Secrets of

100% Healthy People

 

촉촉한 물광피부에 S라인, 초콜렛 복근이 신분의 상징이고, 건강이 재산이자 사회의 화두인 요즘 시대, '건강한 사람들의 비밀'을 밝힌 책이라는데 무관심으로 외면할 강심장이 있으랴? 게다가 그냥 건강도 아니고, "100% 건강"을 세계적인 정신의학의 선구자인 패트릭 홀포드Patrick Holford 박사가 이야기했다는 데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으랴. 평소 건강과 먹거리 관련 책 읽기을 취미이자 장기적 생존 전략 삼아온 나 역시 <100% 건강한 사람들의 10가지 비밀>이란 책 제목만 듣고도 눈이 번쩍 뜨였다.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기존의 생의학에서 주로 질병, 아픈 상태 (illness, sickness),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왔다면, 패트릭 홀포드 박사는 '건강' 자체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그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싸이트에서도 OUR Mission: To get you 100% healthy라고 쓰여 있다. 실제 100% Health Programme라는 프로그램에서는 100% 건강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알려주고 일상에서의 실천을 돕는다. 그렇다면 나를 비롯, 대다수의 독자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100%건강"의 정의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질것이다.

To get you 100% healthy

You can wake up full of energy, with a clear mind and balanced mood, never gain weight and stay disease free. Having worked with over 60,000 people I know what changes are going to most rapidly transform how you feel.

The 100% Health Programme is the most comprehensive and genuinely effective way of taking a step towards 100% health. My commitment is to get your there, and keep you there.
( 출처: http://www.patrickholford.com/index.php/shop/bookdetail/573/)


 

홀포드 박사가, 100% 건강의 명쾌한 한 줄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가 지향하는 건강이란 물리적, 화학적, 심리적 상태를 아우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심리학자로 출발하여 정신 건강 분야의 전문가인 그의 커리어 진화를 반영하듯 홀포드 박사의 건강에는 소위 영적으로 고양된상태도 (spritual) 포괄하고 있음이 흥미로웠다. 동양에서는 보다 익숙한 개념인 기 (본문에서는 vital energy)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저자 자신이 꾸준히 동양의 명상수련을 실천해왔다는 점도 그가 제시하는 건강법에 보다 설득력을 부여해준다. 실제 홀포드 박사는 56세의 나이 때, vital sign상으로는 29세의 젊은 신체 나이에,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엄청난 활동을 열정적으로 소화해내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가 100% 건강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고 실천하고 본인 스스로가 건강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가 있기에 <100% 건강한 사람들의 10가지 비밀>은 여느 건강서적들 보다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 중 몇 가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 홀포드 박사의 주장과 설명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입원해 병원 침대위에 누워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수직적으로 아픈 상태 (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가볍게 아픈 상태)일 경우가 많다. 즉, 우리는 잘못된 상식과 생활 습관과 무관심으로 타고난 건강예금계좌를 갉아먹으며 잔고를 비워가며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변화함으로써, 즉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먹고 살고 생활함으로써 건강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건강예금계좌 잔고를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2. "건강은 고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직접 겪어본 질병과 신체 불균형을 통해 자신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다 (40쪽)"로 홀포드 박사는 파악하고 있다. 사실 홀포드가 최적영양(Optimum nutrition) 접근법을 따른다는 서문을 읽고, 서구 생의학적 관점에 경도되어서 건강을 파악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편견을 가졌는데, <100% 건강한 사람들의 10가지 비밀>을 읽으며 홀포드 박사가 최적영양접근법을 중심으로 따르면서도 소위 과학적 계량으로 파악할 수 없는 무형의 기, 에너지, 영성 등의 추구도 건강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공감되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홀포드 박사 자신이 수련해 왔다는 심리도수체조나 단전호흡등이 소개 되어 있다. 의외였다.

 

3. 무려 55,000여명의 사람들에게 실시한 건강 설문을 통해서 추출해낸 건강의 10가지 비결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요즘처럼 건강관련 정보와 도구가 홍수를 이루는 때, 건강의 비결을 몰라서 건강예금잔고를 텅텅 비워가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몰라서라기보다는, 건강생활습관을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혹은 실천가능하며 신뢰할 구체적 지침 자체가 없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100% 건강한 사람들의 10가지 비밀>에서는 구체적 자가 건강검진 체크 항목표를 제시할 뿐 아니라, 실천을 위한 지침도 꽤나 구체적이다. (예를 들어, 하단의 Action Plan을 참조). 특히나 마지막 장의 '건강한 사람이 되는 30일 다이어리'를 살펴보면 1단계 test 2단계 goal 3단계 action plan 4단계 food plan으로 명확하고 구체적 성취가 가능한 계획표가 제시되어 있어 도전욕을 부추긴다. 아직 책을 접해보지 못했다면 홀포드 박사가 운영하는 웹싸이트에서 무료 테스트를 권장한다.

무료 온라인 자가 건강 검진 검사 Free Health Test

http://www.patrickholford.com/index.php/health100/healthprogramme/

사실, 완전한 건강, 100% 건강을 이야기 하고 추구하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 환경이 너무 오염되었다는 생각이다. 제 아무리 유기농 신선한 먹거리와 영양보충제를 action plan따라 섭취하고 영적 에너지 고양을 위해 명상을 한들, 홀포드 박사가 누차 강조하는 오메가 -3 영양제의 주성분인 fish oil은 방사능 물질로 오염되어 있고, 빗물도 이 대기도 오염되어 있다. 또 건강 불평등의 지구촌 곳곳에서는 영양 보충제는 커녕 매끼니 열량을 채우지도 못하고 굶주리는 사람도 있을 터이고......그러나 <100% 건강한 사람들의 10가지 비밀>에서 홀포드 박사가 말하는 핵심은 개체로서의 '이기적일 만큼 개개인의 행복과 건강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듯 하다. 홀포드 박사가 평생을 헌신해온 건강학의 요체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 방법과 루트는 다를 지언정, 결국 보다 많은 이가 건강한 상태에 도달하게 돕는 것이야말로 그가 삼고 있는 mission일테니까. 대중을 겨냥한 그의 왕성한 저술활동 역시 그 mission수행의 한 길이었을테다.

    

 


차근차근 그의 책들을 만나보면서 나 역시 action plan을 실행해 보아야 겠다.

 

1. 설탕 줄이기, sugar blues탈출하기

2. 차나 커피대신 신선한 물을 많이 마시기

3. vital energy를 고양시켜주는 신체활동 매일 꾸준히 하기.

 

새로운 구체의 plan이 <100% 건강한 사람들의 10가지 비밀>을 읽고 난 후 떠올랐다. 실천해야지. 실천해서 더 건강해지고, 홀포드 박사의 비결을 더 많이 전파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도록 루트를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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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는 날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8
상드린 뒤마 로이 글, 브뤼노 로베르 그림, 이주영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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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는 날 (Jour de vote à Sabana)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었던 4월 초, 아이는 여길가도 저길가도 눈에 뜨이는 유니폼을 입고 "기호 ~번, 기억해주세요."하는 선거운동원들이 신기했나보다. "엄마, 왜 세상 어디에 가도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다 있어? 왜 우리한테 아는 척해?" 라고 물어서 속으로는 아이의 천진한 표현에 웃으면서도 자못 진지하게 '선거란 이러쿵 저러쿵' 설명을 해주었더랬다. 유치원에는 반장도 학급임원도 없기에 빗대어 정치를 설명하기가 다소 어려워 진땀을 뺏다. 긴 설명을 경청하는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단순히 엄마의 칭찬을 받으러 보이는 관심이 아니었기에 놀랍기도 했다. 내가 7살 때만 해도 9시 "땡"하면, 약간 머리가 벗겨진 전두환 대통령이 진지하게 국정을 돌보는 영상, 소위 "땡전 뉴스"의 영상에 반복적으로 세뇌당하며 "대통령은 최고로 훌륭한 분, 나라의 왕"이라는 인상이 정치에 대한 관심의 전부였는데, 아이는 길거리 선거 독려 캠패인 배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왜 애들은 투표 안하냐?"고 묻는다. 기특하기에 앞서 머쓱하기까지 하다.

 

일부러 출간시기를 19대 국회의원 선거 무렵으로 조율하였으리라 추정되는데, 이번 4월 1일에 과학동아북스에서 <정정당당 선거>가, 같은 달 '책과 콩나무'에서 <투표하는 날>이 출간되었음은 우연이 아닌듯 하다. 전자가 선거 전반에 대해 낱낱히 분석적으로 싣고 있는 정보전달위주의 책이라면, 후자는 우화형식을 빌어 선거의 중요성과 참의미를 재치있게 풀어낸 동화책이다. 아이는 두 권의 책표지에서 같은 표식(선거도장)을 찾아냈다고 신기해하며 자랑을 한다. 보완적으로 읽히기 참 좋은 책이다.


 

<투표하는 날>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초원의 왕' 선거에서, 악어의 거짓 공약에 홀린 동물친구들은 악어를 왕으로 뽑고는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서야 악어를 몰아내고 새로운 왕을 세운다.


저자인 상드린 뒤마 로이(Sandrine Dumas Roy)는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리포터이다. 어떤 연유에서 그가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까 궁금해지는데 <투표하는 날>은 동화책으로서는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잘 훈련된 저널리스트의 글이여서일까, <투표하는 날>은 우화 특유의 명쾌미와 재미를 지녔으면서 독해의 각도에 따라 심도있는 독해가 가능하다. 상드린 뒤마 로이는 단순해보이는 우화 속에 정치와 선거에 대한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육식을 포기했다"며 채식주의자로 전환했다는 악어의 말도 안되는 거짓 선언에도 불구하고, 감언이설의 공약에 속아 몰표를 주었던 동물친구들. 악어는 왕이 되자 마자 친척과 가족들을 요직에 앉히는 소위 족벌 정치, 무력정치를 행사한다. 악어의 폭정은 초원의 공동체가 위기에 빠지자 더 분명히 드러난다. 가뭄으로 인해 먹을 물을 찾을 수 없었던 동물들이 픽픽 주저앉을 지경인데, 악어는 자기 새끼들을 수영이나 가르치며 태연자약한 태도로 동물 친구들의 고통를 비웃는다.

 

경솔한 판단, 현명하지 못했던 선택은 단순한 후회를 넘어서서 죽음이라는 참담하고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했다. 물을 구하러 악어 병사가 봉쇄하고 있는 국경을 넘으려던 가젤이 뼈만 남은채 발견되었고, 영양 역시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기 기린은 갈증으로 일어서지도 못한다. 무능하고 잔혹한 정치로 인해 생존까지 위협받자 동물들은 그제서야 행동한다. 코끼리가 악어떼를 처단할 버섯을 구해오고, 동물들은 잔치상을 차려 허세에 젖은 왕과 호위대를 감사의 뜻으로 초대한다. 악어떼는 독버섯의 약기운에 취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왕 한번 잘못 뽑았다가 큰일 날 뻔했네." "다음에는 투표를 제대로 잘 해야겠어."라는 본문의 대사와 악어병사들에게 잡아 먹힌 가젤의 머리뼈가 강력한 인상으로 교훈이 됩니다.
 

    



"당신의 한표가 대한민국을 만듭니다. " 아이와 이 문구의 뜻을 이야기 하게 해줄 수 있는 동화가 있다니, 반갑고도 고맙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중하고 현명한 투표로 밝은 미래,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동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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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이야기 - 한 권으로 읽는 슬기로운 우화 50편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 (아이즐) 5
차보금 엮음, 이솝 원작 / 아이즐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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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이야기


어렸을 적에나 커서나 좋아하는 책을 보면, 호흡까지도 가빠질 정도로 책사랑이 지극한 저입니다. 꼬마일 때 2박 3일 하는 추석 명절, 설 명절이 행복했던 이유는 세배돈이나 떡국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던 아라비안 나이트 전권이나 삼국지 전권을 쭉 몰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님께 제 존재 자체를 감사드리지만, 특히 감사드리는 부모님의 은덕은 바로 많은 책을 어려서부터 접해주신 점입니다. 어떤 책을 사주셔도 저는 가슴이 뛸 정도로 행복하기만 했더랬어요. 그런데 숱한 책 중에서 친정 아버지는 유독히 제게 '이솝 이야기' '탈무드' '명심보감'을 함께 많이 읽어주시고 제 생각 나누기를 유도하셨더랬어요. 6,7세 유치원생이었던 제게 간혹 한줄씩 한문이 섞여 있는 명심보감은 곤욕이었지만, 이솝 이야기가 너무도 재미있어서 읽고 또 읽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제 아이에게 숱한 책을 사주고 읽혀오면서 정작 우화의 바이블이라 할 이솝이야기를 아직까지도 읽혀준 적이 없더라고요. 자각도 못하고 있었더랬어요. 그러다가 '아이즐 출판사'에서 이솝 우화 50편을 엮어냈다는 소식에 새삼 인식하게 된 거지요.

많은 책들을 사들이고 읽히려 노력했는데, 어떻게 이솝이야기를 놓쳤을까?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보니, 너무도 유명하고 유아들의 동화 세계에 가장 기본이라 할 이야기라 하다 보니 오히려 지나쳤나봐요. 그렇죠. 아무리 동화에 관심이 없고 이야기 기억하는 재주가 서툰 이라도 이솝이야기 몇몇은 다들 기억할 거예요. 아이즐에서 펴낸 <이솝이야기>는 많은 이솝의 우화 중에서 50편을 간추러 엮었어요. 계몽사 아동문학상 수상 경력도 있는 차보금 작가님의 글과, 무려 11분이나 되는 실력파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화가분들이 힘을 합해서 책을 만들어주셨네요. 낱낱의 이야기가 비록 짧기는 하지만 50편이나 되는 이야기를 총천연색의 멋진 삽화와 싣다보니 책이 상당히 두터워요. 아이는 최근 갖게 된 책 중에 제일 두툼하고 제일 표지의 느낌이 좋다면서 잘 때도 이 두꺼운 책을 옆에 두고 잡니다.

책을 받은지 열흘이 넘었지만 사실 아이와 50편 전편을 읽지는 않았어요. 여느 책처럼 처음부터 차례차례 읽지도 않았어요. 마치 먹고 싶은 사탕을 아껴두었다 먹듯이 아이와 저는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들을 열어보기로 했거든요. 우리가 처음 만난 이야기는 "개와 뼈다귀" 였어요. 아이가 유치원 다닌지가 벌써 2년하고도 몇 달이 되어가기에 저는 당연히 아이가 이런 유명한 이야기를 알 줄 았았는데 처음이래요. 자기 욕심때문에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린 강아지의 표정을 보며 아이가 웃어요. 정말 재미있대요. 우리는 googling해서 '개와 뼈다귀' 동영상 애니메이션도 찾아 보았어요. 그 외에도 "꽤 많은 여우", "해와 바람" 등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감칠맛 나는 정갈한 차보금 님의 문장으로 많은 단편을 함께 보았어요. 아이가 큰 소리로 한 번 읽으면, 다음엔 제가 동화구연하듯 내용에 가지를 처서 들려주기도 하고 함께 동영상이나 다른 책들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재미나게 읽어나가고 있답니다. 아이는 이 두꺼운 책을 외출할 때도 가지고 다닙니다. '읽고 싶어서'라는 단순한 이유예요. 그리고 정말 이야기에 빠져서 읽네요. 왜 진작 이솝 우화를 만나게 해주지 못했지? 엄마의 생각 짧음이 반성되네요.




요새는 미취학 아동 들을 대상으로도 기능성 동화가 유행이잖아요. '기능성'이라는 말에 다소 가시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이 그래요. 6세를 위한 대입 논술 연계의 철학 동화나,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개념을 키우기 위한 동화들이나 수학, 과학 전문 동화들. 기능성 동화 역시 유익하지만, 요새는 독서를 독서 자체로 대하기 보다는 소위 "독후 활동"이 대세가 되어버린 듯 해요. 책책마다 강박적일만큼 후면에 독후활동을 유도하는 온갖 아이디어의 페이지가 더 이어지지요.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생각해볼 문제" "함께 이야기 해봐요." "엄마는 아이에게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등등 독후 활동을 유도하는 가이드가 실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즐 북스의 <이솝 이야기>는 그런 독후활동 페이지가 따로 없어요. 순수히 50편의 이야기만 실려 있어요. 왠지 자습서 해독을 강요받지 않고 내맘대로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예요. 아이도 그렇대요. 편하대요. 아무 페이지나 펴도 새로운 이야기가 있어서 골라서 볼 수 있고, 짧아서 혼자 다 읽을 수 있고.

이 책의 두번째 강점은 무려 11명이나 되는 많은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화가분들의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처음엔 저도 몰랐어요. 그런데 아이와 책을 읽다가 아이가 화풍이 비슷한 페이지를 신기하다는 듯이 찾아내더라고요.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책읽기의 새로운 재미를 주었어요. 어떤 화가분이 이 그림을 그렸을까? 찾아보기 활동 말예요. 이솝 이야기 덕분에 제 녹슬었던 동화구연 실력도 다시 정비 되었고, 아이와도 한층 가까와진 느낌이네요. 인생의 심오한 진리는 먼데 있는게 아니라 어린 시절 많이 접한 단순한 우화 속에 있었네요. 두꺼운 인생 지침서나 철학서가 아니라 예쁜 그림 가득한 이솝우화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제 확인하는 제 마음도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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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과학동화 전집 (재정가)
보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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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공동체, 아이들을 위한 책이나 교육에 관한 책들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출판사" 보리. 사실 저는 달팽이 과학동화에 대한 사전지식은 없었으나, 아이들 책을 읽혀주면서 출판사 보리의 철학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 것보다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인 만큼, 보리 출판사를 믿고 '달팽이 과학동화'를 만나보았답니다.

달팽이 과학동화


저 어렸을 때는 '성교육'은 초등 고학년에 올라가서야, 그 당시에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구린 인상을 주던 계몽용 비디오에 양호 선생님의 짧은 설명이 전부였어요. 집에서도 누구도 성교육을 따로 하지 않았고, 제 짐작이 맞다면 70년대 부모들 역시 삼삼오오 모여서 자녀의 현명한 성교육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지도 않았을 거예요. 세월이 흘러, '구성애'씨의 입담으로 건전한 성교육은 광장 밖으로 나온 화두가 되었고, 이제는 유치원에서도 학기 별로 아이들 성교육을 시켜주네요. 아이가 5살 때, 난데 없이 "엄마 씨앗이 아빠 씨앗을 만나서...."이런 이야기를 해서 화들짝 놀랐는데, 아이는 이제 7세. 나름 유치원 다닌 경력 3년차이니 이제 성교육 강연도 여러번 들었고 동화도 많이 읽어서 제법 머리가 굵게 이해를 잘 하고 있어요. 보리 출판사의 <아기가 태어났어요>는 '빨강이'와 '노랑이'라는 예쁜 별 캐릭터를 통해서 생명 탄생의 신비를 좀 더 재미난 이야기 형식으로 전하고 있네요.

주인공 빨강이와 파랑이는 다른 별들처럼 아기별들을 가지고 싶었어요. 자라서 처녀별, 총각별이 되어 혼인을 하고 짝짓기를 하였지요. "노랑이 아기 씨들이 빨강이 뱃속에 있는 아기집으로 힘차게 달려가"서 "아기별들은 아기집에서 자라기 시작했어요."

                          

본문의 그림을 담당해주신 박경진 작가님은 배속에서 10달간이라는 생명탄생의 신비한 과정을 그림속에 힌트처럼 숨겨놓아주셨어요. 아기별이 수정되었을 때 신나하는 빨강이와 노랑이의 뒤로 나비가 날고 꽃이 피어요. 봄이지요. 이제 여섯달이 지나 빨강이 배가 불룩해지고, 아기를 만나고 싶은 아빠는 태담을 시도하는 다정다감함을 보이네요. 이 장면의 배경에는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홍시가 익어가요. 가을이지요. 그리고 다시 빨강이의 출산장면, 배속에서 아가별 4명이 빙그레 빙그레 세상밖에 나오고 싶어서 웃으며 꼼질거리고, 엄마 빨강이는 산고가 시작되어 진땀을 흘리네요. 배경은 이제 고드름이 처마에 동동 매달려 있는 겨울이예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배경을 흘려보았는데, 아들 녀석이 계절의 변화를 먼저 발견해내더라고요. 그제서야 저도 '아하, 박경진 작가님이 10달의 변화를 이렇게 표현해내셨구나.'를 알고 '역시, 보리'하였답니다.


 

처음 엄마 아빠가 되는지라 기쁘면서도 당황스런 가운데, 출산의 기적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빨강이와 노랑이, 신혼부부에서 이제 어엿한 6가족 대식구를 이루어 이젠 자못 어른느낌이 확 납니다. 빨강이와 노랑이의 사랑이야기, 가족이야기가 우리네 모습이기 때문에 아이 역시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더군요. "엄마는 이렇게 한꺼번에 애기들 다 낳은 거 아니지?" "엄마도 애기 네명으로 낳아봐."하면서 다소 엉뚱한 동생욕심을 부리는 아이. "엇, 엄마! 노랑이 꼬추봐. 얘 팬티 안 입고 다녀." 그 엉뚱함이 계속 엄마를 당황시키지만, 그만큼 책을 재미있게 열심히 읽었다는 증거겠지요?

                                                       

아이의 말처럼, 생명 탄생의 과정과 신비를 전하는 <아기가 태어났어요>의 삽화는 사실적인 묘사를 더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혹스럽거나 생뚱맞은 것이 아니라, 사랑스런 캐릭터들의 익살맞은 표정과 어우러져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성기를 드러낸 노랑이가 오히려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책의 뒤편에는 심화 책읽기를 위한 페이지가 실려있습니다. "왜 어른의 성기에는 털이 날까요?" "아기는 어디로 나올까요?"등 5세-7세 어린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법한 질문들과 그 답을 예쁜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싣고 있어서, 부모가 진땀 빼며 설명할 말을 궁리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아이는 함께 책을 보다가 루크북스 박학다식 중에서도 평소 자주 펴보던 책을 들고와서 "이거지? 똑같아."하면서 혼자 신이 났습니다. 달팽이 과학동화를 중심으로 연계해 볼 책들이 많아서 효과가 배가될 듯 합니다.

                                                 

 

집에 백과사전이나 자연관찰전집, 매직스쿨버스 영문판 한글판 전집, 과학 관련 단행본 등 7세 아이의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많은 과학책을 갖추고 있지만, 이렇게 동화형식에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아이가 놀면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고 생명에 관심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은 처음 만나보았네요. 그만큼 엄마의 만족, 아이의 책읽기 기쁨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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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 이제 그만 - 환경이야기 (물)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5
이욱재 글.그림 / 노란돼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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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 이제 그만>

아이들 동화책이라면 "맑은 하늘아 매일 만나자"가 더 친숙한 제목일텐데, "맑은 하늘 그만"이라니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끌렸습니다. 노란돼지 출판사답게 온통 노랑 책 겉표지를 보면, 곱슬머리의 까만 피부의 아이가 한눈에는 눈물을 그렁그렁, 한 눈은 쏟아지는 빗방울에 살짝 감고 있습니다. 표정이 묘합니다. 이 함축적인 아이의 표정에 이욱재 작가님이 전하고 싶어하는 메세지가 역시나 함축되어 있는 듯 합니다.

작가의 글을 보니, 어느날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아프리카의 물부족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이 동화를 구상하게 되었답니다. 대단한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작가는 작은 실천들을 통해 환경 사랑의 정신을 공유하고, 아프리카 대륙의 기아와 물부족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하네요. 즉, '나비효과'이지요. 작가의 이런 염원을 염두하면서 아이와 함께 읽었습니다.

 

 

책표지를 넘기면 제일 먼저 파란 하늘 그림이 나옵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을 즈음, 그 파란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고 비가 주루룩 내립니다. <맑은 하늘, 이제 그만>을 읽은 독자라면, 오히려 이런 먹구름에 미소를 띨지 모르겠습니다. 맑고 깨끗한 물이 간절한 수단의 8살 소녀 아리안이 이 비에 얼마나 함박 웃음 지을지 상상될테니까요.

이욱재 작가님은 지구촌 환경 재앙 문제가 '남의 이야기,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촌 모든 이들의 공통의 생존의 문제이자, 서로 얽혀있기에 서로 도우며 풀어내야 할 과업임을 효과적인 이야기 장치로 보여줍니다. 바로 "물 펑펑나지 물값싸지, 물 아껴쓸 필요조차 못느끼게 풍요한 대한민국의 8살 아이 맑음이"와 "맑은 물을 구할 수 없어서 친한 친구가 병으로 저세상에 가고, 마을의 우물을 차지하려 총칼로 유혈극벌이는 것을 목격해야 하는 수단의 8살 아이 아리안"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장치를 통해서입니다.


맑음이네 가족.

보물 1호 차를 번쩍번쩍 세차하고 희열을 느끼는 아빠,

설겆이 수도물을 펑펑 틀어놓고 전화 수다 삼매경인 엄마,

양치질하는 내내 수도물을 콸콸 틀어 놓는 버릇이 있는 맑음이.

온 가족이 티비를 보는데 똑똑똑 수도꼭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TV보는 재미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 모두들 수도꼭지 잠그기를 나중으로 미룹니다. 동시대 아프리카 수단에 사는 아리안은 학교에 가는 대신 아침마다 오빠와 왕복 3시간 거리의 물 웅덩이로 물을 뜨러 나갑니다. 그나마 우리가 흔히 보는 맑은 수도물도 아닙니다. 코끼리가, 기린이, 작은 짐승들이 지난 밤 나누어 마셨을 물, 이웃 마을 아이들과 터싸움을 해서 조금 얻어오는 흙탕물입니다.

 

이욱재 작가님은 그림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재주가 진정 탁월합니다. 마치, 장편 다큐멘터리를 본 듯 그림 몇장이 전하고 있는 이야기가 참으로 강렬하고도 서사적입니다. 예를 들어, 수단 아리안의 마을 정경을 묘사한 이 한 장의 그림을 보면, 물부족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서로 싸우는 모습에 쩍쩍 갈라져나가게 아픈 아리안의 마음을 보는 듯 합니다. 7세 아들은 땅이 처참할 만치 가뭄으로 갈라진 장면은 처음 보는지라, 제가 마른 지점토를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어야 했습니다. 저는 다음의 두 페이지에서 이욱재 작가님의 기발한 장치를 또 발견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더 아리안이 겪을 참혹한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물을 길러 3시간 왕복 맨발로 걷던 아리안의 오빠 다리안,

갑자기 땡볕 하늘에서 물줄기가 꼬마의 머리 위로 한 줄기 시원하게 쏟아집니다. '엇, 어디서 물이 났지?' 다음 장에서 그 의문은, 슬픈 끄덕거림으로 바뀝니다. 몇 시간 내 뙤약볕 아래서 걷다가 일사병 걸릴 염려가 있는 상황에서 기린의 오줌은 큰 냉각수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자연과 공존하고 환경을 최대 활용하는 아리안과 다리안의 모습에 존경의 마음마저 들지만, 동시에 기린 다리 밑에 머리를 숙이고 있는 다리안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합니다.

 

 

이욱재 작가님은 실제로,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물이 똑, 똑, 똑,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얼른 달려가 잠갔다고 합니다. 작가의 그런 경험과 자기 반성의 마음이 동화에서는 맑음이의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리안의 눈물을 보고는, 맑음이 역시 황급히 부엌으로 달려 가는 군요. 그리고 빗물을 모아, 아리안에게 보내주려고 우비를 입고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물통을 조르르 나란히 세워놓고는. 맑음이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불쌍하고 가난한 쟤들좀 어떻게 도와주자."식의 온정주의도 아니고, "나는 그래도 편하게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에 태어났으니 얼마나 다행이야."의 안도의 태도도 아닙니다. 아리안의 고통에 공감하고 지구편 어딘가의 8살 동갑내기 친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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