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확 바꾸는 수납의 기술 - 좁은 집을 넓게 쓰는 인테리어 아이디어 54
카와카미 유키 지음 / 리스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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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을 확 바꾸는 수납의 기술

 

 

 



 
정리정돈에 취약한 내가 스승으로 삼기로 한, 카와카미 유키가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에서 독자에게 전했던 3단계 정리의 해법을 아직도 명심하고 있다. "1. 지저분한 곳을 정리한 다음 2. 장식한 후에 3. 점점 애정이 가는 우리집으로 완성" 이 바로 그것! 이 노련한 정리 컨설턴트는 여기에 공식을 추가했는데, 쉽고 명쾌하다. "모으고, 버리고, 제자리에!" 영어로는 GTF(gather, trash, return)에 해당한다. <집안을 확 바꾸는 수납의 기술>핵심 공식이다. 이 책의 저자 카와카미 유키는 디자인 교육연구소를 졸업하고 현재는 가구 디자인과 상품 기획자이자 인테리어 수납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디자인 컨설턴트로서의 시각에서 바라본 실용적인 정리법 덕분에 일본 안에서 호평받고 있다고 한다. 동감한다.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이나 후속작  <집안을 확 바꾸는 수납의 기술> 모두 일반인이 일상에서 실천하기 쉬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팁들로 가득하니까. 정리 수납 테크닉의 알맹이가 쏙쏙 머릿 속에 들어온다. "모으고, 버리고,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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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은 구체적인 타겟 독자층을 제시한다. 혼자 사는 미혼자, 부모님 집에서 사는 사람, 신혼 부부나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이 그것이다. 핵심은 '좁은 방, 좁은 집'을 넓게 쓰게 해주는 맞춤 수납법!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문가를 동원해하며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어려운 수납 과정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수납 스킬이 이 책의 장점이다. 앙증맞은 일러스트레이션만 봐도 감이 오게 구성했는데, 심지어는 6세 아이조차도 수납 스킬의 메세지를 꿰뚫고는 킬킬거리며 웃는다. 다름 아닌, 쇼파 위의 '쿠션 커버'활용하기! 요즘처럼 목도리며 장갑 등 방한 용품 많이 활용하는 시기, 쿠션 커버를 활용하여 눈속임 하기 기술이라니, 그 기발함과 응용력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쉽다! 손님이 온다고 하면, 소파 주위의 용품들을 쿠션 속으로 쑤셔넣어 감쪽같이 눈속임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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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카와카미 유키는 단순히 수납 스킬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생활패턴의 변화도 유도한다. 집안을 어질러지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 자체를 끊어서, 스마트 수납이 깨끗하고 쾌적한 집 분위기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꺼낸다 ⇒쓴다⇒ 넣는다'의 3단계 중 대개, 마지막 단계 '넣기'에서 귀찮다거나의 이유로 대강하기 쉽상이다. 그러면 집안이 어질러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최고의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성 들여 넣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라는 것이 저자의 강력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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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좁은 집 넓게 쓰는 정리의 기술>에는 '무조건 버리고 무소유의 홀가분함을 누려라'의 메세지가 아니라, 알뜰살뜰 현실적 충고를 던져준다. 즉 버리는 후련함을 즐기기보다, 잘 두었다가 잘 쓰는 기술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지 고민 없이 제깍제깍 사들였다가, '정리'라는 미명하게 과감하게 버려치우는 패스트 소비의 시대에 새겨들을 만한 조언이다. 이 책은 A_Z 순서로 읽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아도, 수납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한 눈에 시원하게 가르쳐준다. 간단해서 바로 적용가능하고, 효과도 바로 볼 수 있기에 신바람 나는 팁들이다. 나도 책을 읽다말고 바로, 작은 상자들에 나누어 담았던 자잘한 소품들을 큰 상자 하나에 모으는 간단한 시도를 해보았는데,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루에 한 꺼번에 다 바꾸려하지 않고 조금씩 매일,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수납의 스마트 순환'을 습관화하면 쾌적한 집에서 그 만큼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수납을 고민하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정리 컨설턴트 명함을 넘기는 대신, 이 책을 소개해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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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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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 갖춘 교양인을 자부하며 '논어?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면서도 막상 그 제목 정도만 알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런 <논어>를 30여 년간 수십 번 읽고, 어떤 구절을 무려 수백 번을 암송했다는 신창호 교수 (고려대)가 <한글논어>를 펴냈다. 그가 "독해했던 <논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시도 (p.8)"로서, 논어를 한글로 번역해주었다. 아니 번역이란 단어는 야박하다. "술이부작 述而不作의 정신으로 한 현대적 재해석이자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의 생산(p.9)"이다.

부록까지 총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한글논어>의 1부에서는 공자의 삶을 담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어>를 독해하기 전에 공자의 인간됨, 사유의 핵심 궤적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창호 교수는 사마천의 <사기>를 빌어 공자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1부를 읽다보니 세상에 인간의 도리, 상식을 전하고자 하는 대의에 비해 제대로 등용되지 못한 공자의 천하주유(天下周遊)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는 나무를 선택하여 서식할 수 있다. 나무가 어찌 새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했다는 공자의 말에서 생각이 짧은 독자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공자의 깊이를 엿보았다.

2부에서는 논어의 본격 독해를 시도한다. 논어는 사실 공자가 살아생전 혼자 저술한 책이 아니다. 신창호 교수는 논어를 집단 지성의 산물이자 일종의 지적 대화록이라고 말한다. 공자의 제자나 후대 학자들이 쓰다 보니 20편 각 편과 각 장이 통일성을 띠기보다는 개별적 경향을 보인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논어의 1편, "학이"에서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다. "효도와 우애야말로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사람답게 대하는 길을 실천하는 기초 윤리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이 인성과 덕성을 갖추었기에 각국의 지도자를 만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세상에 인간의 도리를 설파할 수 있었다.

 

제2편 배움을 바탕으로 정치를 실천한다.’는 유교 논리를 담은「위정」, 마찬가지로 예악을 활용하여 정치를 잘하는 요건을 논한 「팔일」, ‘열린 마음으로 선행을 베풀다’라는 의미의 「리인」이 제 4편에 배치되었다. 공자의 제자를 위시한 인물평이 주를 이룬 제5편 「공야장」과 제6편「옹야」,공자가 지향하는 뜻과 행실에 관한 문장이 많은 제7편「술이」,제8편 성현의 덕을 기술한「태백」이나 공자의 덕행을 기술한「자한」, 10편「향당」에서 제20편 요왈 까지 20편이 2부에 실려 있다.

 

한자를 가급적 쓰지 않고, 한국적으로 사유하려 노력하며 해제했단 신창호 교수의 노력 덕분인지 <한글논어>는 형이상학적이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추상적이지 않고,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한마디로 이 시대 한국인들 역시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고민했던 삶의 문제에 공감하고, 공자의 말씀을 스승삼을 수 있다. 그래서 공자가 살아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개탄하였어도 사후 존중받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스승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 아닐까? 공자는 3000여명에 이르렀다는 제자를 가르칠 때 - 네 가지, 글을 하는 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 최선을 다하는 충실함, 타자에 대한 믿음- 을 기본축으로 삼고, "억측하지 말 것, 독단하지 말 것, 고집하지 말 것,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말 것(64)"을 강조했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해서 2014년의 제자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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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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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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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의 끝판왕 육아예능 인기 언제까지?" 라는 제목의 온라인 신문기사에 익명의 독자가 덧글을 달았다. '연예인이니까 육아예능하지, 쳇바퀴 돌듯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능한가?'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푹 빠져 단숨에 읽고 난 후에, 살짝 삐딱한 마음이 들었다. '딴짓 아무나 하나? 문화 자본, 학력자본 갖춘 사람이나 즐기며 딴짓하지?' 아마도 부러워서 거는 딴지겠다. 부럽다. 이 엔티크스러운 에세이의 저자 이기진은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유럽 여러 국가에서 그림책을 출판한 작가이며 '깡통 로봇'을 파리의 아트페어에 진출시킨 아티스트이다. 아니,  그냥 '2NE1'의 가수 씨엘의 아버지라고 해두면 더 소개가 빠르겠다. 중년의 한국인 물리학자에게 품을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그는, 조용히 딴짓을 해왔고, 딴짓에서조차 소소한 성취를 이뤄내는 딴짓의 달인, 팔방미인이다. 그러니 부러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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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은 초등학교 들어가서 글 못 읽는다고 담임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아예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사남매를 두신 그의 부모님은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아들을 사립학교에 전학시켰고, 졸라대는 아들에게 야구 글러브를 사주신다. 그렇지만 '손을 턴 도박꾼 같은 단호한 생각으로' 야구를 그만둔 그에게 천체와 우주에 대한 관심이 야구 사랑의 공백을 메워준다. 고등학교 시절 물리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진로를 정한 그는, 학회장에서 만난 아르메니아 학자의 제안을 받고 내전 중이던 아르메니아로 향한다. 그 후 파리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다시 일본에서 7년간 지낸다. 한국의 서강대 교수로 부임하여 처음엔 달랑 책상 하나뿐이었던 연구실을 지난 10여 년간 책상 4개짜리 보물창고로 변모시켜 놓았다. 말이 좋아 '보물창고'이지, 혹자는 저장강박증 '호더(hoader)'의 사무실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 역시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에 신선한 자극받으며 다 읽고 책장을 덮으려다가, 맨 마지막 장에 실린 이서진 교수 연구실 사진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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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진 교수 연구실 사진 (출처: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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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카이오스의 물리학 공간'처럼 보일지라도, 이서진 교수는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연구실 대청소를 꼭 한다고 한다. 물론, '청소시간'인 동시에 '대발견'의 시간인지라 청소가 지연되기는 한다지만.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좀체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 애당초 물건을 그냥 구하지도 않는다. 한눈에 바로 '필이 오는' 물건들을 구해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서진의 애용품으로 고이 길들인다. 튀니지에서 올리브 나무를 깎아 만든 사자 한 쌍 중 암사자 조각만 사 왔다가, 그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수사자를 사 왔다는 일화가 이서진 교수 특유의 애니미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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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으며 이서진 교수의 연구실에 한 번 초대받아 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그가 2000년도에 정영희 선생님께 선물 받았다는 마리아주 프레르 티를 '포루투갈 사나이 설탕그릇'에서 퍼낸 설탕을 곁들여, 모스크바에서 백화점에서 구입했다는 찻잔에 대접받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국할 때, 이삿짐센터 아주머니에게 "혹시 식당 하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로 그가 모으는 물건들은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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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벌여온 '딴짓' 중에는 소위 '예술가'스러운 창조작업이 많다. 깡통 로봇을 철공소에 의뢰해 제작했다거나, 공간 안 차지하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 왔다.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의 본문 일러스트레이션도 그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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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한민국의 평균적 소시민에게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의 이기진처럼 "피로감이 물들 때면 아무도 몰래 프라리옹에" 가서 "과거를 잊고, 현재의 나를 찾으려 노력했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다듬"을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르딘 깡통에서 정어리를 꺼내먹는 프랑스 사람들의 곁눈질을 받아가면 한국서 공수해간 컵라면을 즐기며 알프스 등반할 중년의 한국 남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서촌에 집을 사서 한옥을 수리하여 '창성동 실험실'이라는 실험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도 쉽지 않겠지? 그런데 이기진 교수는 다 해냈다. 조용조용, 차분차분 원하는 딴짓들을 하나씩 현실화 시켜왔다. 그렇다고 그가 경제력이 남다르거나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 듯하다. 유명세나 돈을 바라고 딴짓하지도 않았고. 그는 단지 원하면 실천으로 옮기고, 남달리 엔티크한 감성으로 깊이 있게 생각해온 것 같다. 그래서 특별한 경제력이나, 시간의 무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지도 모른다. 꿈꾸고 행동하면 가까워지리라! 무엇보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교수 연구실에 개집을 들여놓으면 좀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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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위로 - 삶을 바꾸는 나만의 집
소린 밸브스 지음, 윤서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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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나만의 집
공간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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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위로>의 원제, <SOULSPACE : Transform Your Home, Transform Your Life>. '사는 곳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지리라'는 메세지가 처음엔 다소 홍보문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10년 이상을 오롯이 공간의 리디자인(redesign)에 헌신해왔다는 소린 벨브스 (Xorin Balbes) 의 진정성에 공감하면서 어느새, 나 또한  내가 사는 공간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단순히 '먹고 자고 쉬어가는'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이들의 열망을 자극하고 꿈을 현실화시켜줄 공간으로.......

<공간의 위로>를 단순히 '인테리어' 실용서적으로 분류하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은 종교서적에 버금가도록 자아성찰을 유도하는 명상서이자 삶의 지혜를 담은  철학서 같다. 대부분의 인테리어 서적이 '타인에게 과시할만한, 혹은 보여주기 위한 공간'에 포커스를 둔다면, <공간의 위로>의 접근법은 사뭇 다르다. 바로 그 공간에 사는 이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소린 벨브스에게 집은 단순히 소유물을 놔두는 장소가 아닌, 사는 사람이 스스로의 열망을 탐구하고, 영감을 얻고 고양시킬 곳이다. 동시에 과거와 현재 모습을 표현하는 물리적 공간이자, 내면의 거울이다. 소린 벨브스는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내면의 욕구를 거부하며 거실만 부각시켜 놓는다거나, 과시용 고급 인테리어 소품들을 진열하라는 등의 팁을 적어 놓지 않았다. 대신 구체적인 8단계 과정을 통해 집을 영혼의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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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 밸브스가 제안하는 소울스페이스(soulspace) 창조 여덟과정에서 가장 기초단계에서는 스스로의 과거, 심지어는 무의식적 애착까지 파악한다. 과거를 알기 위해서는 "1단계 평가하라 / 2단계 방출하라 / 3단계 청소하라"의 과정을 거친다. 쉽게 말해,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왜 그렇게 꾸몄는지를 검토하고 불필요한 짐들을 과감히 방출함으로서 마음의 짐까지 벗어버린다. 청소를 하면서 기억과 소유물을 예우하고, 공간을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일깨운다.

2장에서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즉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4단계 꿈꾸라/ 5단계 발견하라 /6단계 창조하라"의 과정을 거치며, 꿈과 목표에 가깝에 해줄 공간으로 집을 거듭 탄생시킨다. 다시 3장에서는 꿈을 추구하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공간을 고민한다. 구체적으로는 "7단계 향상하라 / 8단계 축하하라"의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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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계를 나열하고 나니 소울스페이스 창조의 과정이 다소 건조하게 보여지지만, <공간의 위로>의 서정적 문체와 고무적인 실제 사례를 접하면 각 단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현실에서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절감할 것이다. 소린 벨브스 스스로도 이 과정을 통해 로이드 라이트(Lloyd Wright)가 1926년에 설계한  그 유명한 소든 하우스(Sowden House)를 새로운 공간으로 리디자인했으며, 최근에는 마우이섬 에 위치한 프레드 볼드윈 추모관(Fred Baldwin Memorial Home)을 복원하여 힐링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놓았다. (홈페이지에서 각 건물의 이미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 소든 하우스 http://lumeriamaui.com/ & 마우이 리조트 http://soulspace.com/book/ )

소린 벨브스가 얼마나 예민한 감성의 아티스트인지를 보여주는 사례 하나를 소개해보자. 소든 하우스를 개조하여 남자친구이자 애인과 삶터로 삼은 그는, 이사하고 한 달이 지나서도 유난히 피하고 싶은 음울한 공간이 있어 고민스러웠다고 한다. 그 무렵 출간된 <블랙 달리아 Black Dahlia>란 책을 읽고 그는, 이 집이 1947년 있었던 끔찍하고 엽기스러운 범죄의 범인일지도 모르는 외과 의사가 실제 살았던 집임을 알게된다. 소든 벨브스는 이 공간에서 음울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아메리카 인디언 샤먼을 고용해서 정화 의례를 치르고, 엑소시스트까지 불러서 성수를 뿌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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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소린 벨브스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를 적극 공간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그는 집 안에 흙 불 물 공기의 4요소를 갖추라고 제안하는데, 실제 자신의 공간에 크리스털 원석이나 수족관, 자쿠지, 유기농 텃밭과 수영장 등을 들여놓았다 (2-40평형대의 아파트 생활을 주로할 한국의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제안이기는 하다).

<공간의 위로>에는 소린 벨브스의 조언으로 실제 인생의 물꼬를 새롭게 틀어, 적극 현재를 살고 미래를 꿈꾸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읽다보면, 슬금슬금 내 집의 거실, 욕실, 침실이 달리 보이고, 나의 꿈을 위해 어떤 공간을 집중적으로 만들거나 확장할지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고무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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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간 그림책 - 최은희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창이 환한 교실 4
최은희 지음 / 상상의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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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다가 단숨에 다 읽고, 이후 여러 독서 모임에서 열렬히 소개하고 다니던 책이 있다. 바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시집을 내는 대신 시집만 갔다"는 그녀는 "아이를 업은 서른의 여자가 비 오는 저녁.....퇴근길에 앞집에 맡겨 두었던 아이를 들춰 업고, 한 손에는 저녁 찬거리를 들고 어깨에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우산을 받쳐 들었다........그러면서 시를 포기했다.(<학교로 간 그림책> pp. 211-2)" 며 다소 자조적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녀가 얼마나 열렬히 시인이기를 꿈꿔왔는지, 여전히 시 쓰기를 갈망하고 문학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얼마나 부지런한지를 <학교로 간 그림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그림책으로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교생일기처럼 상세하게 아이들과의 소통의 흔적을 담은 이 책은, 숱하게 쏟아져 나온 "그림책읽기 교육서"와도 다르고 현학적으로 그림책에 대한 전문지식을 늘어놓는 책과도 차별된다. 최은희 선생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생각이 살아 숨쉬고 아이들이 그림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생생하게 드러나 색다른 재미를 준다. 단, 이 책에서 소개된 그림책에 대해 사전정보가 없거나 아이들의 폭포처럼 좔좔 쏟아지는 말의 향연에 인내심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따분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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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가르치기 위해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 위해 그림책을 보여 준다.'는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정신적 탈피를 계속할 수 있는지 <학교로 간 그림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30권의 그림책 중 3권의 소개로 리뷰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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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102743x_1.jpg 예전에 읽어보았던 그림책이다.  <열한 번째 양은 누굴까?>  어린 생명들을 진도 앞 바다로 영영 떠나보내고 '선내에 있으라"는 명령이 저주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귀 속에 파고든 최근, 최은희 선생의 해석으로 다시 읽으니 새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이 책을 세월호 참사 이전에 집필하였을까? 미국산 쇠고기를 예로 들어, 믿고 의지할래야 할 수 없는 어른들의 경박한 무책임감을 이야기한다. 열마리의 양들 사이 숨어 있는 늑대를 못 알아보고 우리로 들여 놓은 양치기 샘, 이와 대조적으로 늑대 다리의 털과 날카로운 이빨을 알아보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양들의 모습에서 세월호가 겹친다.

 

 

 

 최은희 작가는 놀랄만큼 솔직하게 유년기의 궁핍하고 암울했던 기억을 툴툴 털어 보여준다. 막내를 낳고 산후조리는 커녕 남의 집 밭매주러 다니다 한 밤중 요강에서 볼일을 마치고 그대로 쓰러져 흰자위를 드러내던 엄마에 대한 기억,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산골 외딴 집에서 언니들과 엄마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밤마다 울었던 기억을 툭툭 던져 보여준다. 작가는 <벽 속에 늑대가 있어>에서 소통이 없어 숨 막힐 듯한 집에서 숨 눌려가는 아이를 통해 자신의 유년기를 고백한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소통과 교감의 온기로 야생의 늑대를 쫓아 버려야 한다."고......

 

 

 <학교로 간 그림책>의 4장에서 최은희 작가는 우리 그림책을 집중 소개한다. 그 중에서 <혼자 가야 해>에 얽힌 에피소드가 인상깊다. 오토바이 역주행 사고로 즉사한 작가의 큰 아들이 부들부들 떨며, "엄마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지?"라 연거푸 묻자 시인을 꿈꿨던 엄마는 시적으로 죽음을 설명하려 든다. "제주도에서는 예전에 혼례복과 수의가 똑같았대. 제주도 사람들은 결혼이나 죽음을 똑같이 하나의 통과의례로 여긴 거지."라 하자 아들이 최은희 작가를 향해, "뭔 소리여. 엄마는 내가 죽으면 어떨 거 같아. 지금 한 말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 라며 정곡을 찌른다.

 

 
 

*p.96 그림책 표지 이미지 사진 밑 캡션 오류 :  <날쌘돌이> 대신 P.90의 <치킨 마스크>정보를 잘못 넣으셨네요. 2판 인쇄에서 수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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