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도자인가 - 박영선의 시선 14인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
박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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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의 시선 누가 지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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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과 '성문 영문법'을 손 때로 절여 놓던 시절, 정치에 관심 없던 수험생의 귀에 유난히 '박영선'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렸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 당시 방송인이었던 박영선 앵커를 좋아하셨다. 그 솔직함, 그 야무진 언변, 그 지성미 등 여러 이유에서……. 박영선 의원이 최근에 낸 에세이 <누가 지도자인가>를 읽고보니, 박의원의 매력과 능력을 묘사하는 데는 그 외에도 여러 단어를 동원해야만 할 것 같다.

우선, 책 속 자료로 제시된 사진 속 박의원의 이마와 얼굴 옆선은 놀랄만큼 단정하고 유연하게 흐르고 있었다. 뚝심과 소신을 갖추었으면서도 부러지기 보다는 유연하게 뜻을 펴는(적어도 내가 <누가 지도자인가>만을 읽고 파악한 박의원은) 그녀의 정치성향을 얼굴선이 담아낸 듯 보였다. 어쩌면 메르스 사태로 국민이 정부에 실망하고, 저출산·고령화에 경제위기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기에 더욱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 절실한 이 시기에 '리더쉽'을 탐색하는 에세이를 펴냈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영민함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고.......<누가 지도자인가>를 읽다보면, 한국의 노무현, MB, 박근혜 대통령부터 넬슨 만델라와 시진핑 주석까지 14명의 지도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박선영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중심에서 드러내는 듯 보인다. 자신의 정치철학이 어떠한지, 정계에서 어떤 신념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고 정치인으로서 원숙미와 지혜를 더해가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자화자찬으로 보이지 않기에 더 솔깃하게 들린다. 혼탁한 시대에 이런 시선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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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솔직하면서도 신중한 성격만큼이나 서문에서도 이 책의 집필계기뿐 아니라 '시점'의 강점과 한계를 스스로의 입으로 밝힌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에 대해 나 자신부터 한 번 깊이 생각해보고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그러한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5쪽)"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7쪽)" 애썼으나, "주관적 토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의 감각으로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닌 것들" 등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고 적었다.

 

사실 정계입문 전 20년간 기자와 방송인으로 활약해온 박영선 의원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적어내려간 14인의 인터뷰를 실은 순서와 수록된 사진만 보아도 박영선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팔굽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록된 사진 중, 환하고 자연스러운 박의원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사진과 냉랭한 표정의 사진은 둔한 독자라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
박영선 의원은 대선후보 토론회가 있던 2007년 12월 6일, 자신을 못 본 척 하는 BBK MB에게 "저를 똑바로 못 보시겠지요?"라고 얘기했다한다. 더 가관은 이명박 후보가 "저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라 말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돈다고 한다. 박영선 의원을 소위 '생까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는 박의원에게 악수를 청하였고, 박의원은 "기꺼이 악수를 받아 주었다 (214쪽)"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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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표정만큼이나 이명박 전대통령에 대한 글에는 냉기가 서려있는데 반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많이 다르다. 정치인으로서의 화장(make-up)을 불편해했고, 파자마와 안경 쓴 모습을 애써 국민에게 감추려하지 않았던 소탈함을 잘 잡아내서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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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누가 지도자인가>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저자로서의 박영선 의원의 촉이 살아 있는 장은 노무현, 문재인, 이명박, 박근혜에 관한 장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직 대통령에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같은 여성 정치인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가로서의 교집합이 가장 적기 때문에 갖게되는 양날개의 의견을 다 보여주고 있다. 1994년,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를 맞아 진행한 박근혜 이사장(1994년 당시)과의 인터뷰에서 하얀 원피스나 신비감을 주는 비원이라는 공간적 배경 선택이 치밀한 정치적 무대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흥미로웠다. 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특유의 '진지전(Position Warfare)'나 '수첩공주'라는 별명의 유래 및 '박근혜식 사람쓰기,' '동물의 왕국' 시청 이유, '3시간 반의 협상을 3문장으로 버티는 대단한 일관성'을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래도 첫 여성원내대표로서 첫 여성대통령에게 소망스러운 문구를 남기며 글을 맺는다. "영원한 여성다움이 우리를 이끈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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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정동영 의원에 대한서는 박선영 의원의 남편을 소개해준 사람이자, MBC선배이자, 자신을 정계로 이끈 정치선배로서 깍듯이 예우하며 글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분석할 때 세웠던 날이 선 저널리즘의 문장이 정동영 의원을 묘사할 때는 부드러워졌으니까.

*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밀도 높은 분석을 보여서 흥미로웠다. '사람이 먼저 (Putting People First)'를 정치적 화두로 내세운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문재인을 압축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시에 10여년 정치인생에서  대의를 위해 때로는 시류를 거스를 수 없었던 저자의 경험과 중첩시키며, 박의영선은 문재인 의원에게 공감을 보인다. 정계입문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문재인의 행보를 '운명의 힘,'이나 '운명의 바위' 등의 문구로 묘사한다거나, 정계에서 '내 자리가 아닌' 듯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문지방 상태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특히 그랬다. 가장 인상깊은 한 문장은 문재인이 "현실정치라는 탁한 물에서 다시 연꽃으로" 피어 오르고자 할 때 "문제는 그 연꽃을 받쳐주며 탁한 물을 덮어줄 연잎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누가 문재인의 연잎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

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전 당대표나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시선은 한 마디로 '따뜻함'이라 해야할까?  '저녁이 있는 삶'에서 '곰팡이론,'  백련사 부근 개울가에서 손빨래하는 손 대표 부인의 묘사에까지 그 따뜻함이 살아 있다. 박영선은 정치에 대한 욕심을 곰팡이라며 애써 닦아내는 손 대표에게 세상이 자꾸 손짓을 한다며, 백련사 주지 스님의 말도 인용한다. "2년을 채우지 않으려면 (백련사에) 오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께서 왔으니 1년으로 줄여야겠네요."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초선의원으로서 국회와 정당에서 "많은 것을 안철수 의원에 대한 박영선 의원의 시선은 다음의 한 줄로 가장 잘 압축될 것 같다. "배운다는 말은 훌륭함을 본받다는 뜻이지만, 종종 악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을 체득하는 것이기도 하다.(189쪽)" 현실정치를 '탁한 물'이나 '악한 것'에 비유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왜 정치인 10년차 박영선 의원의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우면서도, 박영선 의원이 그 탁한 물을 정화시킬 힘을 보여주고 계속 키워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박영선 의원이 14인의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듯 독자로서 박영선 의원에게도 기대를 지워주고 싶다.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189쪽의 '많을 것'은 '많은 것'의 오기입니다.

35쪽의 '고수기'역시 2판 인쇄에서는 '고수이기'로 수정해야하지 않을까요?*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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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치킨 Spring Chicken - 똥배 나온 저널리스트의 노화 탈출 탐사기
빌 기퍼드 지음, 이병무 옮김 / 다반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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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CHICKEN 스프링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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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기의 여성을 연상시키는 가슴을 한 중년의 남성이 뱃살을 드러내놓은 채 신문을 펼쳐 들고 있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새파란 표지에 그려진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는 "똥배 나온 저널리스트의 노화 탈출 탐사기," 원제는 Spring Chicken: Stay Young Forever (Or Die Trying)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통통 튀는 표지야말로 책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잘 드러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예비 독자의 오해부터 풀고 시작하자. 부제와는 달리 이 책의 저자 "빌 기퍼드(Bill Gifford)"는 똥배는 살짝 나왔을지언정, 상당히 젊어 보이는 외모의 중년 남성이다. 노화라는 천천히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서 필사적으로 탈출 구명정을 찾을만큼 늙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프링 치킨>의 여기저지 문구에서 내가 찾은 단서에 따르면, 그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부모님을 둔 효자이며 46세의 독신남이다. 당연히 아내도 자식도 없다. 그래도 '벌거숭이두더지귀'의 사진을 SNS로 전송하며 '송곳니 달린 **스 같다'라는 농담을 주고 받을 여자친구가 있다. "건강하게 80세까지 살고 싶으면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고 싶다면, 그에 알맞은 유전자를 타고날 필요가 있다"(125쪽)는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오스태드의 주장을 인용한 저자는 운 좋게도 장수유전자를 둔 친지를 가진듯 하다. 실제 특출한 운동 선수 및 최첨단 건강 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 기자인만큼 그 자신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심지어는 '볼티모어 노화 종적 연구(BLSA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에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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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치킨>을 두 가지 면에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는 노화(aging)를 둘러싼 최신 연구 및 속설을 재미나게 버무린 그의 작업 자체가 흥미로웠으며, 다른 하나는 그가 구사하는 저널리즘 글쓰기가 흥미로웠다. 빌 기퍼드는 듣기만 해도 끔찍한 '병체결합'실험(늙은 동물과 젊은 동물의 몸통을 반씩 짝지어 이어붙이는 실험)이나,  동물에게서 추출한 '고환액'을 젊음의 묘약이라며 스스로 주사한 브라운 세카르의 사례 등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여기저기 얽어놓았기에 노화의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도 <스프링 치킨>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더군다나, '절식, 혹은 소식하면 오래 살까?' '젊은 피를 수혈하면 오래 살까?' '운동하면 오래 살까?' '무엇이 노화의 근본 원인일까?' '사람의 평균 수명은 얼마만큼 연장될 수 있을까?' 등 일반인들도 한번쯤은 궁금해보았을 질문들을 과학자와 관련 인사들의 인터뷰를 섞어 풀어낸다.   

베테랑 기자인만큼 유머감각 또한 날이 서 있다. 굉장히 건강하신 자신의 부친을 두고 "아버지는 건강관리를 잘 하셔서, 손주들에게 유산 한 푼 안 남기고 가진 돈을 다 쓰고 가실 수 있을 것 같다. (116쪽)"이라든지, "IL_6 수치가 높을수록 이승 호텔에서 체크하는 시간도 빨라진다(190쪽)" 등의 문장에서 그의 기질과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

 

예비 독자일지라도 짐작은 하겠지만, 저자 빌 기퍼드가 제 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노화 관련 논문들을 섭렵했다할지라도 '노화의 비밀'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단지 노화를 둘러싼 다양한 최신의 연구 성과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 독자 스스로가 장차 노인병 묵시록의 네 기수라는 '심장병, 암, 당뇨, 알츠하이머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노년층이 될 것이며, 미래에도 '수명연장'을 위한 인류의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

나 역시 <스프링 키친>에서 노화를 늦추거나 치료하는 해법을 구하려고 애초에 책을 집어든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확장시켜 나가고,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엮어내는지 그 방식을 공부해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최근 감명 깊게 읽은 <타임푸어>의 브리짓 슐트에 굳이 비교하자면, 빌 기퍼드는 좀 더 일원적인 의미에서 노화를 탐색했다고 할까? 노화의 경험과 노화의 과학에 대한 관점이 인종이나 계층 등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전개될텐데, 백인 중산층 지식인으로 보이는 저자는 일정부분 자신이 속한 세계의 렌즈에서 노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렴, 어쩌리. <스프링 치킨>은 참신하고 재미난 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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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공부법 - 천년 지성 최고 명문대학의 공부 노하우
오카다 아키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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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천년 지성 최고 명문대학의 노하우

옥스퍼드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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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지성의 보고에서 취업 예비군 양산지로 바뀌어가는 현실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가보다. 도쿄 외국어대 교수인 오카다 아키토는, 일본의 대학이 '레져 랜드(leisure land)'라고 경멸 받고, 학생들 역시 '놀아도 졸업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져서는 미래형 인재를 키울 수 없다고 조바심을 낸다. 그는 학자이자 선생님으로서의 사명감에서 '절멸 위기'에 놓인 인재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자 책을 집필한다. 학생이나 교사뿐 아니라, 회사원이나 인재육성에 관심 있는 이들을 주 타겟으로 쓴 책이 바로 <옥스퍼드 공부법>, 부제는 '천년 지성 최고 명문대학의 노하우'이다.

*

 작문법, 사고법, 자기 관리 등 뼛속까지 '옥슨(OXON: 옥스퍼드 대학)'인임을 보여주는 오카다 아키토는 서문에서 젠틀맨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젠틀맨이란 뒤집어 보면 '높은 자부심과 지적 무장,' '과묵한 위엄' 등 인간 관계에서 상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 스킬과 분위기가 몸에 밴 사람(5쪽)"이다. 그런 스킬과 분위기는 당연히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물론 모두가 '젠틀맨'의 아우라를 욕심낼 필요는 없겠지만, 이는 흉내낸다고도, 코칭 받는다고 생겨나지도 아니다. 그가 교류하고 소통하는 지인들, 속한 집단의 분위기에 시나브로 젖어들어, 이것이 아우라처럼 발산되는 것이기에. 다시말해 옥스퍼드 대학 출신에게서 젠틀맨의 아우라를 본다면, 이는 '세계 최고, 천년의 지성' 옥스퍼드 대학 특유의 학풍과 집단적 정서가 발현된 것이리라. 오카타 아키토의 <옥스퍼드 공부법>을 읽다보면 저자에게서 그 자부심 높고 고매한 '젠틀맨'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

 일본인 최초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유학생활하며 배운 성공하는 공부습관 및 생활 자세를 42가지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저그런 단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들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일본인 특유의 사고법, 토론법, 작문법을 옥스퍼드 대학에서의 지적 수련기에 상당 부분 수정해나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대학 교육까지 받은 그는 옥스퍼드의 지도교수에게서 "일본 학생이 쓴 문장은 논점이나 논술의 방식이 명료하지 않아서 무엇을 전하는지 알 수 없다"(41쪽)거나, "일본인 학생을 성실하긴 하지만, 창의적이지 않다"는 평가의 진의를 파악하고 부단히 노력하여 옥스퍼드 학풍을 체화했다. "일본의 지식 흡수형 시스템(25쪽)"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였던 상식을 의심하고 뒤집어 질문했으며, '패러그래프 라이팅'과 '토론'으로 생각을 조리있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했다. 오카다 아키토는 스스로가 시행착오와 각고의 노력끝에 얻은 비결을 독자에게 마치 지도교수가 부드럽게 지도하듯 알려준다. 


 
독자는 오카다 아키토 교수의 코칭으로 옥스퍼드 공부법을 엿보는 동시에, 옥슨의 정신을 체화한 오카다 아키토 교수의 사고법, 생활 관리법과 학문의 자세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가 있다. 그의 글로만 추측하건데, 그는 성취동기가 무척이나 높고 자기 규율에 엄격한 외유내강형의 학자일 것이다. 화가 났을 때는 상대에게 자신의 눈빛을 읽히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나는 화가 났다'를 외친다거나, 신발 굽이 짝짝으로 닳아 있으면 척추교정사를 찾아가 시술을 받는다거나, 아침마다 2-30분씩 청색 펜(옥슨인들은 파란색이 창의력을 돋운다고 생각해서 파란색 필기구를 쓴다고 한다!)으로 메모하며 신문 읽는 습관을 수십년째 유지해왔다든지 등의 작은 예만 들어도 저자의 엘리트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음에 와 닿았던 여러 문단 중 다음을 <옥스퍼드 공부법>에서 인용하며 리뷰를 맺고자 한다.

"뉴욕에 유학했을 무렵에는 아직 젊어서, 맨해튼의 까페에 앉아 장래의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가 이상으로 여기는 각 연령별 도달 목표를 노트에 적고 그 부분을 떼어 방 벽에 붙이기도 했다. 때론 그것을 소리 내어 읽으며 스스로를 고무시켰다."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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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사로 잡는 0.3초 SNAP
패티 우드 지음, 김고명 옮김 / 북앳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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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SN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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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의 중요성을 아는지라, 평소에도 관련 도서나 영상물을 자주 탐색한다.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SNAP>(원제: SNAP)을 읽는데 '아하!' 싶었다. 관련 영상물에서 종종 등장했던 금발 머리의 강사가 바로 이 책의 저자 패티 우드(Pattie Wood)였으니까.  키가 무척 작다는 저자가 캐주얼을 입으면 중학생처럼 보이기에 정장을 고수하고 몸 가꾸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거나, 척추측만층이 주는 부정적 인상을 상쇄시키려고 일부러 몸짓언어를 크게 한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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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지나 <뉴욕 타임지>가 인정하는 '몸짓 언어 전문가'인 패티 우드가 이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꽤나 독특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금발 머리였던 저자의 엄마아빠는 서로 눈길이 닿는 순간 반해서, 처음 본지 십여 일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저자는 부모님의 강렬하고 달콤한 연애담을 통해 첫인상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  1982년부터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주제로 연구하고, 컨설팅과 방송 출연 및 강연활동까지 활발히 하고 있다.

*

 

저자의 핵심 주장은 책 제목인,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SNAP>에 압축되어 있다. 첫인상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스냅(snap) 인상은 상상을 초월하게 강력하다. 인간은 타인을 접할 때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상대에 대한 호감도와 태도까지 결정해버린다고 한다. 이는 의지가 개입된 선택이라기보다는 생존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즉, 내게 우호적이도 도움이 될 듯한 상대와 잠재적 적을 직관으로 파악한다. 그렇다면 첫인상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았어도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신뢰성. 한국식으로 말한다면 '사람이 진국인가 아닌가'의 느낌이다. 그 외에 호감, 매력, 카리스마가 따른다.  

패티 우드는 숱한 강연과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스냅에서 좋은 인상 남기는 방법을 알려줄 뿐더러 상대를 빨리 간파하는 팁도 준다. 예를 들어, 상대의 말은 거짓을 만들어 낼 수 있어도 위급한 순간 발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팁이 그러하다. 패티 우드가 단지 전략만 가르쳐준다고 오해하지 말기를. <상대를 사로잡는 0.3초 SNAP>를 읽다보면, 진정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스냅은 평소 마음가짐, 좀 더 정교하게 말한다면 몸에 밴 예의범절과 배려심임을 알 수 있다. 바빠서 이 한 권을 다 읽을 틈이 없는 독자라면 적어도 6장 "테크노 인상"만큼은 꼭 찾아보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테크노 기기 중독자로 전락하다보면 진짜 대면 접촉에서의 따뜻함과 예의를 어떻게 놓치게 되는지 자기 반성하게 될테니! 나 역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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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재발견 - 나는 언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가
론 프리드먼 지음,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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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The Best Place to Work 공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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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제목 때문에 단단히 착각했다. <공간의 재발견>이 소린 벨브스 (Xorin Balbes)의 <공간의 위로> (원제 SOULSPACE : Transform Your Home, Transform Your Life)류의 공간 리디자인(redesign)에 관한 책일 거라고 착각했다. 저자 약력을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착각이었는데 말이다. 저자 론 프리드먼((Ron Friedman)은 사회심리학자로 대학 강단에 서왔지만, 학문을 실용적으로 응용해보고자 기업 세계로 눈을 돌려 경영컨설팅업체 이그니트80(Ignite80)을 설립했다. 생산성, 창의성, 몰입력을 장려하는 작업환경을 밝힌 많은 연구물을 읽어온 학자로서의 그는, 실제 현장에서 그런 통찰력이 적용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태어난 책이 바로, <공간의 재발견>. 사회 심리학의 통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업의 채용부터 리더의 동기부여, 오피스 공간의 배치와 디자인까지 ‘가장 일하기 좋은 작업환경’을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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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으러 자주 '코 워킹(co-working)' 을 위한 까페를 이용하는데(음료 포함 1일 이용에 최소, 1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이곳에만 오면 몰입을 경험한다. 비결은 뜻밖에 간단하다. 천장이 압도적으로 높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론 프리드만도 '창의성을 북돋는 공간의 힘'이라는 소챕터에서 천장 높이를 언급한다. 2007년 미국 라이스(Rice University)대학에서 시행한 시험에 따르면 천장 높이가 더 높은 방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추상적 사고에서 더 높은 성취를 보였다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론 프리드만이 공간 배치의 전략을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바나 가설(Savanna Hypothesis)을 끌어와서 사람들 역시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본능적으로 선호하며 이는 사무실의 공간배치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사회심리학자로서의 저자의 전문지식과 통찰은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빛나는데, 특히 그는 진화심리학이나 인류학의 이론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그는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의 뒷말이론(gossip theory)을 빌어와서 뒷말의 순기능을 짚어주고(179쪽), 편견 역시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생존가능성을 높여주는 메커니즘이라는 역발상의 해석을 보여준다(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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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리더들이 <공간의 재발견>에 격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그중 하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최고의 성취를 내는 요건으로 단순히 업무환경뿐 아니라 조직 문화 등을 지적하며 총체적 접근을 보여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학자이자 사업가로서 저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인류학, 행동경제학, 경영학, 뇌과학의 최신 연구성과들을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일하고 싶고, 일하기 좋은 일터를 설계하고 직원들을 이끌고 싶은 경영인뿐 아니라, 스스로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며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하는 잠재적 독자들에게 보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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