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지 않은세계를 아는 길은 관찰뿐이다.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 거기에 오묘한세계가 있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파면 팔수록 더 깊어지는 또다른 세상이 있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 - P29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을 묘사해보자. 현상, 현황, 상황을 상세하게서술해보자. 사실대로 현장감 있게 쓰고 의미를 강조해보자. 사건, 사물을 보이는 대로 쓰고, 사람의 심정, 처지, 사정을 헤아려 쓰고, 현상의이유, 원인, 전망을 분석해 쓰자. 글은 자신의 시선이고, 관점과 해석이며, 감상이다. 길들지 않은 자신의 날것을 글로 쓰자.

자세히 보면 묘사를 잘하게 되고, 남의 삶을 잘 들여다보면 서사에 능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걸 보고자 하면 상상력이 풍부한 글을 쓸 수 있다. 낯설게 보면 직관이, 헤아려 보면 감성이 자기 자신을 보면 성찰이 담긴 글이 나온다. - P29

보고 싶은 데를 보고 글을 쓰면 정신 건강에도 좋다. 우리 뇌는 생각과 행동이 어긋나고, 감정과 표현이 일치하지 않아 힘들다. 자신이 보고 싶은 데를 보고 쓰면 모든 게 일치한다. 주목이 아닌 관찰로 쓸 때가장 자기답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심정과 처지를 스스로 알아줌으로써 억울함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래서 글은 언제나 자기편이고 자기 자신을 치유한다. - P31

글은 독자를 향한 공감의 산물이기도 하다. 독자의 심정과 사정을읽고 그것을 건드려야 좋은 글이다. 그런 글을 읽으면 절로 "이 글 공감이 간다" 하고 반응한다. 하물며 보고서 하나를 잘 쓰려고 해도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상사의 관점과 처지를 읽어야 그의 마음에 드는 보고서를 쓸 수 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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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은 한 쌍이다

잘 쓰려면 잘 말해야 한다. 말을 잘하려면 잘 써야 한다. 말과 글은 서로를 견인하고 보완한다. 어느 쪽만 잘하려 하면 어느 쪽도 잘할 수 없다 쓴 것을 말하고 말한 것을 써야 한다. 말하듯 쓰고 쓰듯 말해보라.
말 같은 글, 글 같은 말이 좋은 말과 글이다. 나는 말하면서 생각하고말로 쓴다. - P6

질문이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모른다는 걸 들키기 싫어서다. 모르는 게 부끄러워 질문하지 않는다. 또한 나서기 싫어서다. 다들 궁금해하는 건 알겠는데, 그들을 대표해서 굳이 나서려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질문해주겠지 하며 기다릴 뿐이다. 또는 질문받는 사람이 귀찮아하거나 답변을 못 해 난처해지지는 않을지 노파심에서 질문을 포기한다.
말대꾸하고 대드는 것으로 비칠까 봐서도 못 한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질문하지 않는다. - P19

물어야 쓸 수 있다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이유도 질문을 주저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무관하지 않다. 글쓰기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게 언제였지?‘, ‘누구였더라?‘, ‘이것에 관한 내 생각은 뭐지?‘라고 자기자신에게 물을 수 있으면 쓸 수 있다. 일기 한 편을 쓰려고 해도 물어야 - P19

한다. ‘오늘 내가 뭐 했지?‘ 독후감이나 기행문도 물어야 쓸 수 있다. ‘이책 내용이 뭐였지?‘, ‘여행 가서 뭐 했지?‘ 모든 글은 물음에서 시작된다. 묻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결정적 질문이 글의 주제가 된다. 읽을 때도 물어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질문이다. 사람은 묻는 만큼 생각한다. - P20

셋째, 반문이다. 책에 나오는 얘기건 누가 한 얘기건 그냥 듣지 않고그게 맞는지 되묻는다. 타성과 관성에서 벗어나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점을 짚는다. 이러한 벗어남과 빗나감, 비딱함은 고대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말한 ‘클리나멘clinamen‘ 같은 것이다. 통념이나 고정관념에 맞서는 힘이다. 직장생활은 세 가지를 요구한다. 문제의 제기와 분석과 해결이다. 제기를 잘하면 까칠한 사람이 되고, 분석을 잘하면 똑똑한 사람이 되고, 해결을 잘하면 유능한 사람이 된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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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희로애락애오욕 게임‘까지 만들었다. 엄마가 상황을 제시하면 내가 감정을 맞혀야 한다. 누군가가 맛있는 음식•을 준다면 느껴야 할 감정은? 정답은 기쁨과 감사. 누군가가나를 아프게 했을 때 느껴야 할 것은? 정답은 분노. 이런 식이었다. - P40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  - P54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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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하이쿠
마쓰오 바쇼 외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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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4계절의 흐름과 일상을 관찰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하이쿠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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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하이쿠
마쓰오 바쇼 외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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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이쿠 선집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하여 하이쿠의 대가인 마쓰오 바쇼와 이름만 들어도 설렐 만한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16명의 하이쿠 444구가 실려 있다. 하이쿠(俳句)5, 7, 5의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일본 고유의 정형시이다. 에도 시대에 하이카이(俳諧)라고 하는 연가(連歌) 형식이 유행하였는데 한 사람이 5, 7, 5음으로 첫 구를 지으면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7, 7음으로 구를 짓고 또 다음 사람이 이어가는 시가 형식이었다. 그때 첫 5, 7, 5음의 구를 홋쿠(発句)’라고 하는데 에도 시대 하이쿠의 성인으로 불리는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는 바로 이 홋쿠를 가리킨다고 한다.(역자 후기 참조)

 



하이쿠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자연계, 또한 그에 따른 인간계의 현상을 읊은 것이다.’-다카하마 교시(책 뒤표지)

 



이처럼 선집에 실려 있는 하이쿠도 사계절로 나뉘어 있다. 보통 하이쿠 선집에는 해설이 달려 있는데, 이 책에서는 해설을 싣지 않았다 한다. 독자 저마다의 방식과 느낌으로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번역은 원문에 맞춰 열일곱 자로 옮기려고 했지만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에 중점을 두었고 원문과 함께 음독을 병기 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본문의 작자명은 성씨를 빼고 표기하였다고 일러두기에서 언급한다. 많은 하이쿠 중에서 여운을 남겼던 몇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불을 덮고

편지를 쓰는구나

봄날의 감기

-시키(p18)

 


목련나무의

꽃으로만 가득한

하늘을 본다

-소세키(p22)

 


봄비로구나

몸을 바싹 붙이고

우산은 하나

-소세키(p23)

 


목련꽃과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동일시하여 묘사한 소세키의 하이쿠가 절묘하다.

봄비가 내리는 우산 속에 두 사람. 연인일까, 친구일까, 아이와 엄마일까.

아무튼,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에 젖지 않으려면 바싹 붙어서 갈 수밖에.

눈으로 읽기보다는 소리 내어 읽기를 권한다. 짧은 하이쿠에서 계절의 흐름과 리듬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짧은 하이쿠처럼 경제적이고 심플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여름

 


병이 나아서

내 손으로 장미를

꺾었다네

-시키(p51)

 



마사오카 시키는 메이지를 대표하는 문학자 중 하나로 근대 하이쿠를 정립했다 한다.

20대부터 악화된 결핵으로 7년 동안이나 병상에 누워 지내다가 서른넷에 세상을 떠났다. 한 송이 장미를 꺾는 일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건만, 오랫동안 병상에 있다가 밖으로 나올 수 있었으니 참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아프고 난 뒤 건강을 찾고 나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던지. 많이 아파본 적 있는 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하이쿠다.

 



양귀비꽃

그런 식으로 지니

버릇이 없네

-소세키(p56)

 



양귀비꽃이 어떤 모습으로 지는지 모르겠다.

소세키는 양귀비꽃을 아주 좋아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예쁘게 지는 꽃이 있을까. 피어있을 때는 아름다워도 떨어진 꽃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버릇없이 진 양귀비꽃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재치있게 쓴 하이쿠에 미소가 지어진다.

 



짧은 밤이여

얕은 여울에 남은

한 조각의 달

-부손(p63)

 



때리지 마라

파리가 손 비비고

발도 비빈다

-잇사(p70)

 



한여름에 귀찮게 달라붙는 파리들. 쫓아도 쫓아도 계속 날아든다.

쫓다가 지쳤나. 왠지 측은지심이 발동했나 보다. 손과 발을 비비며 잘못했으니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듯한 파리의 모습이 애처로운지 때리지 말라고 한다.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옛 문인들은 유머를 즐길 줄 알았다.

 



가을

 


뾰로통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도라지꽃이네

-소세키(p98)

 



새하얗고 신비로운 보라색으로 활짝 핀 도라지꽃을 처음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뜨거운 어느 여름날 바람에 하늘거리던 도라지꽃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봉오리 맺은 도라지꽃을 입을 다문 듯 뾰로통하다고 표현한 소세키 님은 나를 더욱 감탄하게 했다.

 

가을의 비가

멎고 나면 눈물이

마르려나

-도요죠(p109)

 



가을밤이여

장지문의 구멍이

피리를 분다

-잇사(p115)

 



가을을 노래한 하이쿠도 재치가 느껴진다. 무슨 마음 아픈 일이 있었나. 가을비를 보면 더욱 눈물이 나는 걸까. 어서 빨리 가을비가 멈추면 좋겠다. 화자가 눈물을 멈출 수 있게.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시원한 바람에 안도하지만, 어느새 살갗에 소름이 돋는 서늘함이 찾아온다. 장지문 구멍으로 들어온 바람. 장지문도 피리를 부는구나. 이렇게 일상에서 계절이 바뀌고 변화하는 것을 시인은 놓치는 법이 없다. 하이쿠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주변의 사물을 바라보며 한번 말을 걸어보라고 일러주는 듯하다.

 



겨울

 


못 다 쓴 원고에

틀어박힌 겨울의

해가 짧구나

-소세키(p135)

 



글 쓰는 작가에게 있어 원고 마감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책상 앞에 마냥 앉아있다고 해서 글이 술술 써지는 것은 아닐 테니.

금세 해가 저무는 겨울의 짧은 하루가 못내 아쉽다.



오므려 붙인

추운 밤의 무릎이여

책상 아래

-히사죠(p159)

 



왠지 나도 쓸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쉬운 하이쿠다.

책상 앞에 앉아 곱은 손을 호호 불며 글을 쓰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 사람 가고

두 사람 다가오는

모닥불인가

-만타로(p162)

 



추운 겨울의 모닥불. 한 사람 한 사람 모닥불 앞에 빙 둘러앉는다.

여럿이 모여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정겹다. 모닥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이웃들의

다정한 이야기도 솔솔 피어오르겠지.

 



이 선집에는 나쓰메 소세키와 시키의 하이쿠가 특히 많이 실려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대학 시절 친구인 마사오 시키에게 하이쿠를 배웠으며 2,600구의 하이쿠를 남겼다 한다. 오랜 세월 병상에서 보냈던 시키는 병든 자신의 상황을 묘사한 하이쿠가 많았다. 아픈 몸이지만 붓을 놓지 않았던 문학에 대한 열정에 뭉클해졌다. 초록이 무성해지는 요즘 공원을 걷다 보면 너무나 기분이 좋다.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서 살아가는 이끼는 이끼대로 연두색 새잎이 계속 자라나는 나뭇잎들은 나뭇잎대로 그 자체로 아름답다.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자신을 위해 짧은 시간이라도 휴식의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하이쿠를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마음의 여유를 찾는 멋진 휴식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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