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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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와 은행계의 밀착관계나 유착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야기들을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 맞게 재밌게 각색하고 풀어나가는 솜씨가 탁월한 이케이도 준

요즘 특히 그의 작품이 많이 눈에 띈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일단 그의 소설은 재밌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라 흥미롭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명확하게 나눌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캐릭터들의 모습 즉 어떤 문제를 마주할 때 옳은 선택이지만 자신에게는 불리할 수 있고 잠깐 눈을 감으면 자신의 앞날이 보장될 수 있지만 떳떳하지 않은 문제에서 언제나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는 이런 모습 때문에 그의 소설을 더욱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샤일록의 아이들은 2006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번에 영화와 드라마가 동시 확정되면서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오랜 시간 인기를 끌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배경은 일본 굴지의 은행인 도쿄 제일은행의 나가하라지점이 주 무대가 된다.

고교 출신으로 이 지점의 부지점장까지 올라온 후루카와는 조직에서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가 이끄는 나가하라지점은 수직적이며 성과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성과 제일주의였고 그런 이유로 조금이라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직원은 칼날 같은 시선과 비난을 매일 감수해야 하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각자의 꿈을 안고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10편의 에피소드에 담아 그들 각자의 사연과 희망 그리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고발하고 있는 샤일록의 아이들은 은행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현실적인 이야기를 비판하며 여기에 양념처럼 하나의 미스터리를 섞어 놓아 사회비판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은행 마감 후 100만 엔이 사라진 일이 발생하고 한 사람의 소지품에서 그 돈을 둘렀던 걸로 추정되는 띠지가 발견되면서 모두가 형편이 넉넉지 않은 그녀를 의심할 때 그녀의 상사인 니시키가 나서서 그녀의 결백을 믿어줬을 뿐 아니라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그가 홀연히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과연 그는 자의로 사라진 걸까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 사라진 걸까

이걸 밝혀내기 위해선 우선 사라진 100만 엔을 누가 가져간 것인지 그 범인부터 찾아야 하고 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일이 밝혀진다.

겉으로 봐선 평탄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던 그곳은 이곳저곳 균열이 가고 썩고 있었다는 게 감사를 통해 밝혀지지만 서로의 이해타산을 따져 역시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봉합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했을 즘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역시 흥행의 귀재다운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은행을 공적기관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지만 은행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하나의 기업이라는 걸 간과한다.

그래서 은행 직원이 권하는 투신상품이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덜컥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했다 수익률이 떨어져 노후자산의 상당 부분을 날린 사람도 있고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을 때 느닷없이 은행에서 대출금 변제를 요구하는 일도 발생한다.

나가하라 지점의 부지점장과 지점장같이 자신의 앞날을 위해 무조건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상사를 보면서 욕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두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출 기준을 바꿔서라도 대출 계약을 따내고 위험이 분명한데도 투신상품을 권유하는 책 속의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까발려져서 오히려 속 시원함마저 느끼게 했다.

작가의 필력의 힘을 느끼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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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
이언 랜킨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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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작품으로만 책을 엮어 단편집을 내는 것도 좋지만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 한데 엮어서 책을 내면 독자들 입장에선 한 권의 책으로 여러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소재 자체를 공통된 하나로 한다면 나름의 일관성도 있어 좀 더 흥미로운 작업이 아닐까 싶다.

이 책 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모두가 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초판본이라는 키워드는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것도 우연히 발견한 헌 책 더미에서 마치 숨겨왔던 보물처럼 짠 하고 등장했는데 그 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면...?

에피소드 여섯 편 중 첫 번째 에피소드 크리스티 컬렉션 미스터리와 세 번째 에피소드 왕비에게 헌정한 초판본이 그런 이야기다.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헌 책 더미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게 그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작품 중 초판본이라니... 하지만 이 책을 발견한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행운이 찾아왔다는 걸 만끽하기도 전에 불운이 닥쳐온다.

헌책 서점의 주인은 무더기로 사들인 책 중에서 발견한 크리스티의 초판본을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정리하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또 다른 사람은 손에 들어온 행운을 손님들에게 자랑했다 도난당하는 불운을 겪는다.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작가의 스타일만큼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는 데 크리스티 컬렉션 미스터리에서는 초판본이 그저 주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로 작용할 뿐 이후에 서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일들은 무관하다.

단지 초판본 자체로서의 가치에 크게 중점을 두기보다 사건이 벌어지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로서 쓰였다면 세 번째 에피소드 왕비에게 헌정한 초판본은 가게에 몰래 들어와 책을 훔쳐 간 범인을 찾는... 그야말로 온전하게 초판본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표제작인 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관한 소고는 그 책을 집필한 작가가 느끼는 환각과 이상 증세 그리고 작품과의 연관관계가 밝혀지는... 미스터리라 하기엔 다소 모호한 환상문학 같은 작품이었다.

작품을 쓰면서 작가들이 느끼는 압박과 스트레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새 주인 공과 동일화되는 감수성 같은 게 바탕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여섯 편의 에피소드 중 가장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작품은 사자의 책이었다.

작가 초서의 전문가인 남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와 초서의 남겨진 유작 중 하나인 사자의 책을 언급한다.

하지만 사자의 책은 누구도 실제 쓰인 작품이라 믿지 않았던 작품으로 그 사람의 말이 진짜라면 학계에 어마어마한 발견이자 사건이었고 이를 의심하는 남자에게 그 사람은 작품의 일부를 메일로 보내온다.

초서의 작품 특유의 문체와 문장임을 알아본 남자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급하게 큰돈을 마련해 전화를 기다리지만 그 남자는 작품의 구매의사를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 즉 세상에 유일한 책을 두고 협박을 해온 것이다.

여섯 편 모두 각자 다른 느낌 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어서 읽는 재미를 준 작품이었다.

초판본, 희귀본 등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세상에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걸 소유함으로써 얻는 충족감과 자기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 중에는 그걸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위험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했다.

길지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작가들 개인의 필체에 따라 다른 분위기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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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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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범죄 중 하나가 유괴고 범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대부분 검거되지만 안타깝게도 유괴되었던 피해자들은 죽음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괴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진 때가 있었는데 그 대상은 안타깝게도 어린아이일 때가 대부분이었고 결과 역시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은 게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아이의 귀가가 늦거나 행방이 불분명할 때 즉각적으로 전국에 경보가 내려지기도 하고 CCTV가 사방에 깔려 있어 이런 범죄가 줄어들었지만 우리에게 아직도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채 피해자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던 유괴범의 목소리만 남은 사건이 기억에 남아있다.

이 책 살아남은 아이는 유괴사건의 피해자면서 살아남은 후 혼자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목격자면서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믿지 못해 끝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범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희는 오늘도 한 사람의 몽타주를 그리고 있다.

자신이 돌보던 동생 같은 아이 미성이랑 함께 유괴된 후 혼자서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자신이 봤다고 생각하는 유괴범의 얼굴을 매일매일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범인의 얼굴은 유괴당한 미성의 아빠 얼굴이었고 당시 지희의 증언으로 그는 상당히 고초를 겪은 후 풀려났었다.

그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고 당시의 충격과 범인의 협박이 트라우마로 작용해 당시의 기억 일부가 지워졌고 특히 범인의 얼굴은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아 미성이의 구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번 바뀌는 증언에다 엉뚱하게도 미성의 아빠 이동형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바람에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져 나중에는 그녀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게다가 미성이가 결국 죽어 돌아오면서 미성이를 구출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그녀 역시 피해자라는 걸 간과한 사람들의 독촉과 차가운 시선에 상처받고 마음을 다친 채 오늘에 이르렀다.

17년이 흘러 마침내 당시의 범인이 죽음으로서 밝혀졌지만 이상하게도 지희는 그가 범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모든 증거가 그가 범인임을 밝히지만 이도형에 대한 의심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던 지희는 더 이상 현실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마침내 행동에 나선다.

여기서 지희는 피해자이면서도 생존자이고 유일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그녀 역시 엄청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아직 유괴범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미성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두가 그녀에게 범인에 대해 질문을 하고 또 질문을 하면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실망한다.

그리고 그 실망은 이내 어린 지희를 향한 비난으로 쏟아지고 어느새 그녀는 보호받아야 할 범죄 피해자의 신분에서 목격자로서만 존재한다. 그것도 제대로 제 몫을 해내지 못한 실패한 목격자로...

범죄 피해자로 살아가면서 그 사람이 겪는 죄의식과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을 느끼는 생존자의 심리와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살아남은 아이는 이제껏 죽은 희생자나 범인에 대해서만 모든 포커스를 맞춘 여느 작품과는 조금 다른 살아남은 피해자의 심리에 맞췄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기에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의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해 대중성도 갖추고 있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소 가볍게 한데다 과연 누가 진범인지 진실을 찾는 과정의 흥미로움을 더해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섬세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려진 점도 그렇고 소재의 색다른 접근이라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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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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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인사건이 나면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피해자보다 누가 그 사람을 죽였을까 즉 피의자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피해자는 이미 죽은 사람이고 혹시라도 범인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피해자보다 피의자의 동기나 살해 방법 등이 더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아무리 억울하게 살해당했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든 간에 남의 일 즉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반영해서 모든 살인자가 등장하는 스릴러 영화나 소설 속에서의 주인공 대부분은 범인이거나 그를 잡는 형사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볼 때 이 책 네 이름은 어디에는 살인사건이 나오고 범인 역시 등장하지만 오롯이 피해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다소 색다른 소설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주인공인 소녀 앨리스는 이야기 초반부터 살해당한 즉 이미 죽은 사람으로 자신을 처음 발견한 여자 주위에 맴돌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뉴욕에 두 사람이 새로운 출발을 위해 도착한다.

한 사람은 열여덟 살의 앨리스이고 또 다른 사람은 호주에서 온 서른여섯 살의 루비

두 사람은 살아온 환경도 외모도 다르지만 무언가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뉴욕을 선택한 공통점이 있고 무엇보다 이 둘을 잇는 연결점은 서로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단지 한 사람은 죽은 채 피해자의 모습이고 또 다른 사람은 이를 맨 먼저 발견한 목격자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

앨리스는 이제까지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

아빠는 누군지도 모르고 엄마는 자살로 생을 마감해 세상 천지에 그녀 홀로 서야 하는 외로움에 흔들리다 믿었던 선생님으로부터 버림받은 후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뉴욕으로 와 간신히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거라 희망에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앨리스의 희망찬 순간에 마치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살해함으로써 그녀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고 이제는 누구도 그녀의 이름과 신분을 아는 사람이 없어 신상 불명의 시신에게 붙여주는 이름인 수많은 제인 중 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호주에서 온 루비 역시 약혼자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그가 약혼을 깨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다 끝내 자신은 그에게서 숨겨둔 연인 이상은 될 수 없음에 좌절하다 도망치듯 이곳으로 온 상태였다.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목을 매며 술로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비 오는 날의 조깅에서 앨리스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지만 아무도 죽은 소녀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에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며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그렇듯 사람들은 이내 이름도 알 수 없는 소녀의 죽음에서 관심이 사라지고 경찰 조사 역시 미진한 상태로 시간만 흘러 자칫 미제 사건 중 하나로 남을 수도 있는 순간 자신이 처음 발견했던 소녀의 죽음에 대해 그리고 왜 그 아이가 살해당해야 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루비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당연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은 루비 스스로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기존의 범죄소설과는 전혀 다른 걸음을 보이는 네 이름은 어디에는 이제까지 모두의 관심사였던 범인의 정체나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이 아닌 이름 모를 피해자가 된 한 소녀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쩌면 기존의 스릴러소설이나 크라임 스릴러의 전개를 기대하는 사람에겐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피해자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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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A 살인사건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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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전하고 개방될수록 범죄에 노출되는 아이들의 연령은 낮아져만 가지만 법은 현실을 따라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의 십 대는 옛날의 십 대와 발육상태도 다르지만 정서적인 면에서도 천지차이... 당연히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나이 역시 갈수록 어려질 뿐 아니라 범죄의 잔인성이나 치밀함은 성인 범죄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법에서 정하는 형벌은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래된 법에서 명시하는 연령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영악해진 아이들이 자신들이 어떤 짓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법으로 보호받는 이른바 촉법소년이라는 걸 이용한다는 점인데 일본에서도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런 딜레마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 책 소년 A 살인사건은 그런 촉법소년의 이야기와 과연 법이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하는 게 정당한 일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터넷의 은밀한 통로인 다크 웹에 20년 전 일본을 떠들썩하게 한 여아 살해 사건 당시를 찍은 일명 스너프 필름이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다.

경시청에서 재빨리 문제의 필름을 손에 넣지만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한동안 잊혔던 그때의 사건 즉 어린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걸로 모자라 안구를 적출해 그 부모에게 보내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고쿠분지 여아 살해 사건이자 일명 소년 A 살인사건으로 불렸던 사건이 20년 만에 다시 화제에 오르는 계기가 된다.

이 사건이 파란을 일으킨 건 사건이 잔인한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범인이 당시 14세의 중학생이었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해자 소년은 소년법에 의해 법으로 보호를 받아 이름도 신상도 어느 것 하나 공개되지 않은 채 제대로 된 처벌 없이 의료 소년원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4년을 지낸 후 사회에 복귀해 살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사게 되고 문제의 스너프 필름은 소년 A 가 돈 때문에 경매에 부친 거라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가고 있었다.

경찰 역시 스너프 필름이 유출된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경찰은 이 필름이 유출된 과정에는 당시 모든 필름의 원본을 증거물로 압수했지만 소년 A가 몰래 복사본을 가지고 있다 돈이 필요해 경매에 올렸거나 아니면 그 필름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경찰 측의 누군가가 몰래 복사해뒀을 것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조사에 들어가 용의자를 추출한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와는 별개는 인터넷상에는 일명 소년 A로 불리는 당시의 소년이 범인이라는 게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신상정보를 밝혀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결국엔 그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이미 그의 모든 것이 공개되면서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리고 그의 죄를 앞장서서 주장했던 인터넷 자경단 앞으로 협박 문과 더불어 목이 잘린 고양이의 머리가 배달되는 등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가며 협박을 해오는 존재가 등장한다.

이들의 폭로로 모든 걸 잃은 소년 A의 반격일까? 아니면 또 다른 범죄자의 등장일까?

이야기는 잔인한 범죄로 한 가족을 붕괴시킨 범인이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오히려 법의 보호를 받을 뿐 아니라 몇 년간의 보호 조치 후 새로운 신분으로 아무런 제제 없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정당한 가 하는 문제 제기와 더불어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사적인 제재에 대한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

정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익명성 뒤에 숨어 여론몰이를 하고 누군가의 신상을 까발리는 데 있어 아무런 죄책감이나 거리낌이 없는 요즘 세태에 대한 비판을 촉법소년 문제와 엮어 독자로 하여금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 작가의 참신한 주제 선정도 놀랍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토리텔링 역시 탁월해 그가 왜 이 작품으로 데뷔와 동시에 요코미조 세이지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한 작가라 생각되고 사회문제를 제기하는 방식 또한 단순한 흑백논리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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