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라키의 머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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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비롯해서 공포소설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서구권보다는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비슷한 동아시아인 일본이나 대만의 호러 쪽이 취향인데,

이 방면으로 미쓰다 신조의 책을 주로 보다가 [보기왕이 온다]로 '사와무라 이치'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사와무라 이치는 미쓰다 신조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공포를 선사하면서 등골의 서늘함을 느끼게 해준다.

제72회 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 수상작 수록되어 있는 이번 최신 공포 단편집 [나도라키의 머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보기왕에서도 등장한 영능력자 히가 자매가 어린 시절에 겪은 일화가 나온다니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1층에서 4층까지의 임대 사무실은 공실이 하나도 없고, 10년 가까이 임차인도 바뀌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1, 2년 사이에 5층만 계속해서 임차인이 바뀌는 바람에 건물주 '우메모토'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입자 말로는 밤이 되면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며 자신도 덩달아 우울하고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고 한다. 직업적으로 이런 일을 해결해 주는 유명한 진정꾼 '곤도'를 소개받지만 그 역시 감당하기 힘든 현상을 접하곤 발을 빼게 된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지인을 통해 '히가'라는 여자의 연락처를 얻게 된다.

과연 이 5층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영능력자 히가 자매 중 셋째인 '마코토'의 실력 발휘가 궁금해졌던 첫 화였다.

진정꾼도 도망가게 만들어서 엄청난 뭔가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음... 기대했던 것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생각의 전환이라고도 볼 수 있어서 신선함이 조금 느껴졌다.

[학교는 죽음의 냄새]에서 히가 자매의 둘째인 '미하루' 를 중심으로 일치, 단결성을 선보이는 '인간 피라미드' 내용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참 일본스럽다란 생각을 많이 했다. 비 오는 날 체육관에서 유령의 목소리나 발소리를 들었다는 학생들..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미하루는 동생인 마코토 그리고 친구와 함께 체육관으로 향한다. 그리고 미하루 역시 하얀 소녀가 두 손을 귀대 대고 캣워크에서 걷다가 3미터 높이에서 추락하는 것을 목격하는데...

그 자리를 못 떠나는 영혼의 심정이 애처로우면서도 죽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참.. 허망해서 말이 안 나온다.

그리고 의문의 동작에 대한 비밀이 섬찟해서 인상에 남았는데 이 작품으로 2019년 제7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탔다고 한다. 와우... 짝짝짝!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나도라키의 머리]는 공포의 깊이감은 다르지만 다양한 공포 스타일을 접할 수 있었다. 히가 자매의 과거 괴담 또한 신선했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장편에서 느끼는 공포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어서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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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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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인지 자살시도였는지 알 수 없는 17세의 여고생의 추락(?) 사건을 시작으로 엄마와 딸의 독백이 이어진다. '모성'을 주제로 미나토 가나에가 선보이는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심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물론 반전도 있다.

엄마를 너무 사랑했던 딸이자 누군가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딸.

어릴 때부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엄마였고, 그런 엄마의 지지에 힘입어 결혼을 결심하고 딸을 낳는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손녀에게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던 어머니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돌아가신다.

어머니와 딸 중 한 사람만 구할 수 있었던 상황..

어머니의 설득에 못 이겨 딸을 구해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돌아가신 친정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되고 살아남은 딸은 그런 엄마의 사랑을 더욱 갈구하게 된다.

딸과 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던 외할머니를 보면 모성은 '본능'이 아닌가 싶지만

딸과 손녀를 보면 후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의 독백을 보면 그건 그거대로 이건 이거대로 이해가 되었지만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은 딸의 기억이 맞는다면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ㅠㅠ

하물며 모성애 뒤에 가려진 부성애는 또 어떠한가...

대화로 진심을 나누기보다는 회피성이 짙은 남편이자 아빠. 그가 자라온 성장과정을 생각하면 그도 안타깝기는 하지만 아빠의 역할이 좀 더 분명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아빠들도 육아 참여도가 높으니 다행이랄까...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딸의 이름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딸이 짊어졌을 외로움과 공허함에 가슴 한편이 시렸다.

'모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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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운전 - 늦깎이 초보 운전자의 좌충우돌 성장기
신예희 지음 / 애플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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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초보운전 딱지를 떼지 못하고 묵혀둔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면서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쉽지 않았지만 연로하신 부모님과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보자 더 늦기 전에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일간의 연수는 오랜 장벽을 깨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급하게 차를 몰일이 없으니 다시 장롱면허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그러다 예전에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던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의 신예희 작가님 신간 [마침내 운전]을 알게 되었고 '옳다구나' 했다.

와.. 이 적절한 타이밍이란.. ㅋㅋㅋ 왠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초보 운전자에겐 3대 지옥문이 있다. 좁고 깊은 지하 주차장 입구와 주차타워 입구, 하이패스 입구다. (중략) 회전교차로와 자동 세차기를 더하면 5대 지옥문이 완성된다.

P.34

초보 운전자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지 않을까... 우회전은 또 왜 그렇게 무섭고 어려운지. ㅠㅠ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운전이라는 그대... 여기저기 들리는 '빠~앙'은 다 내 '빵'인 것만 같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나만 불안하고 초조한게 아니구나... 이 고비를 잘 넘겨서 운전을 잘하고 싶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생긴다.

세상에는 주차 공식이라는 게 있어서(유튜브에 가득하다), 요런 것 한두 가지만 익히면 쉽게 할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다.

P.117

여기도 반대하는 사람 있습니다~~!! 주차 공식은 오차에 따라 수정해야 하므로 결국은 공식보다는 연습이 필요한듯하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하다 보면 젤 쉬운 게 주차가 아닐까 미리 점친다. ㅋㅋ

공감하고 웃으며 읽어내리다 잊고 있었던 사건, 2021년 10월의 KT 인터넷 장애 사건이 눈에 들어온다.

초보 운전자인데 내비게이션이 멈춰버린다면........ 으악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운전면허를 땄던 시절에는 표지판을 보고 주로 다녔던 것 같다. 혹시 모르니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표지판도 잘 보는 연습이 필요할 듯싶다.

누구나 '초보'였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조금만 늦게 출발해도 빵빵!! 양보는커녕 칼치기 하는 차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좋은 운전자란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본다.

이번에도 유쾌한 에피소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이제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는 일만 남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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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 슈퍼리치와의 대화에서 찾아낸 부자의 길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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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다들 보셨나요?

조금만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머리가 아파지는 타입인데, 소설 형식을 빌려와 부동산에 얽힌 이야기를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술술 풀어낸 책이에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는데 신작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진장 기대가 되었답니다~~!!

마흔에 접어든 영철은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 광수를 우연히 '놀이동산'에서 만나게 됩니다.

각자 결혼해 아이와 함께 온 상황인데, 자신과는 달리 광수가 비싼 '프리미엄 티켓'으로 줄 서지 않고 들어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영철은 한 시간 넘게 줄 서서 겨우 1개를 탔는데 말이죠. ㅠㅠ

그뿐만 아니라, 광수는 현재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최소 50억 한다는 롯데월드 시그니엘에 산다고 합니다.

영철보다 집안도 성적도 떨어졌던 친구인데...찐부자가 되어있는 고등학교 친구 광수..

광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영철과 그들의 자녀가 되어 광수의 주옥같은 멘트를 통해 돈과 성공, 부자의 마인드를 배워갑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상식을 깨야 해. 티끌은 아무리 모아봐야 티끌이고, 티끌을 불려야 태산이 되는 것처럼.

p.75

뜬금없지만 작가님도 <나는 솔로>를 보시는 건지.. 이름이 영철, 광수네요?!

거기다 헷갈리지 말라고 그들의 자녀 이름은 영현과 광현이네요 ㅎㅎ

전작에서도 그랬듯,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해서 지루하지 않게 한편의 재밌는 드라마를 본 것 같아요.

주변에 부자 친구도, 광수처럼 멘토링 해줄 사람은 없지만 이렇게 책으로나마 배울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아직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 책의 조언대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학교는 먼저 배운 다음에 시험을 보고, 인생은 먼저 시험을 보고 나서 배워. 배운 것을 외워서 시험 보는 학교와는 달리 인생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의식을 확장하고 사고를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해.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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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틀 케이스릴러
주영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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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감정, 인간관계에 관한 기록의 총체.

SNS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p.65


장미호는 17년 전, 고등학교 때 절친이었던 오유진의 죽음을 기사로 접하게 된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반포동 부부 피살사건'으로 오유진의 시신은 베란다 난간에 배를 걸친 모습으로 발견됐다. 집 안은 온통 피투성이로 등에 칼이 꽂힌 채 엎드려 있던 남편은 목숨을 구했지만 오유진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사생활 감시 이슈가 발생하는 바람에 CCTV가 철거됐었고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과연 오유진은 자살인 걸까.. 타살인 걸까.. 타살이라면 누가 그녀를 무슨 이유로 죽인 것인지 궁금해진다.

반포동의 고급아파트에 살고 아름다운 외모와 남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가정. 오유진은 속된 말로 다 가진 여자였다. 마케팅부에서 SNS 마케팅을 담당한 미호는 유진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녀의 계정을 찾아 조사하기 시작한다.

유진은 SNS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헤리티지 영어유치원 엄마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들 사이가 어긋남을 눈치채게 되고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며 사건의 진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흐른다. SNS에서의 엄마들의 교묘한 신경전과 보여주기식 사진과 댓글들을 보며 그녀들의 '행복배틀'이 아슬아슬하고 너무도 위험해 보였다.

장미호 뿐 아니라, SNS 시민기자로 일하고 있는 세경 역시 딩시 오유진과 친했는데 단지 옛 친구의 죽음을,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그토록 궁금해하고 파헤치는 건지 초반에 의아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드러난다. 죄책감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기준'이 모호했던 10대 시절은 그래서 더 상처받기 쉽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마지막 장에서 우린 공감할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 소소하지만 결코 작지 않다.

탄탄한 스토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다른 나라에도 번역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많은 인기를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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